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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클래식 포드 GT40와 그 디자이너

페이지 정보

글 : 구상(koosang@hongik.ac.kr) ㅣ 사진 : 구상(koosang@hongik.ac.kr)  
승인 2022-02-18 10:03:40

본문

영화에서 자동차는 소품에 불과하지만, 그 활약상은 주연 못지 않게 돋보인다. 가령, 백 투 더 퓨처 시리즈에서 등장하는 타임머신으로 개조된 드로리언, 007 본드 카로 등장하는 애스턴 마틴, 또 5.18을 배경으로 하는 우리나라 영화 택시 운전사에서 김만섭의 브리사 등이 그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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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등장하는 자동차들은 주인공이 주로 타지만, 자동차 자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들도 있다. 국내에서도 TV에서 몇 차례 소개돼 알려진 자동차가 주인공인 공폴=영화 ‘더 카(The Car)’에서의 1968년형 링컨 마크 III가 그렇고, 비슷한 제목의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카 에서는 의인화 된 자동차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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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기억으로 초등학교-그때는 국민학교-생 이었던 1970년대 후반의 어느 날, 우연히 어느 조립 키트 광고를 어린이잡지에서 보게 됐는데, 큰 사진으로 나온 자동차가 있었다. 그 광고의 조립 키트 자동차는 ‘포드 경기용 자동차’ 라고 소개되었던 것 같은데, 다른 둥그스름한 모양이 눈길을 사로잡았었다. 그 시기는 우리나라 최초의 고유모델 포니의 각진 형태가 대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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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차체 형태가 단지 둥근 게 아니라 매우 미래지향적인 인상을 주는 디자인이었다. 이미 자동차에 빠져 있던 터라 더욱 관심이 갔다. 그리고 어찌어찌 해서 그 키트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차의 이름이 포드 GT40 이라는 걸 알게 된 건 좀더 시간이 흐른 뒤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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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로 시작해서 GT40의 이야기를 한 건 이 차가 영화의 소품으로 두 편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하나는 1966년에 나온 프랑스 영화 ‘남과 여(Un Homme Et Une Femme)’ 이고, 또 하나는 최근 2019년에 나온 미국 영화 ‘포드V페라리(Ford VS Ferrari)’ 이다. 1966년의 프랑스 영화는 르망 24시간 경주에서 이 자량을 몬 드라이버 주변의 이야기라서 영화에서 GT40의 주행 모습이 자주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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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의 미국 영화는 GT40의 개발을 다룬 것으로, 픽션이 더해졌지만 GT40의 역사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당시 포드는 헨리 포드 2세에 의해서 경영이 정상화 되면서 모터 스포츠 분야의 진출을 계획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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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를 비롯한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유럽의 F1 이나 르망 24레이스에 진출하지 못한 때였었기에, 경주에 참여하는 방법의 하나로 당시에 경영난에 빠진 페라리의 인수를 검토하고 있었다. 그러나 포드에서 페라리에게 불리한 조건을 제시하자 자존심 강한 엔초 페라리가 일방적으로 협상을 결렬시키고 나중에 페라리는 이탈리아의 피아트(FIAT)와 합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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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건 만약 포드에 페라리가 인수됐다면 둘 다 F로 시작하는 이름이었을 것인데, 결국 같은 F로 시작하는 피아트에 인수된 것이다. 페라리는 업체를 물색하면서 알파벳 F를 기준에 둔 건 아니었겠지만, 결과는 그렇게 됐다. 아무튼 페라리 인수가 틀어지자 포드는 영국에 연구소를 설립하고 캐롤 셸비 등의 기술진과 교섭하여 GT40 차량을 개발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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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 셀비는 F1 레이싱 드라이버였는데, 애스턴 마틴의 지원으로 르망 24 경주에서 우승한 경력도 있었다. 그러나, 심장병으로 1960년 은퇴해 튜닝 회사를 차려 주로 포드사의 차량을 튜닝하고 있었고, 우연히 영국 AC사와 포드와의 협력을 중재하게 되면서, 그 결과로서 포드 엔진을 얹은 쉘비 코브라 로드스터가 탄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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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포드와의 계약 종료로 코브라의 생산도 끝났지만, 포드와의 협력은 이어지면서 GT40의 개발에도 참여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코브라의 차체와 배지는 한국계 미국인 디자이너였던 존 전(John M Chun; 본명 전명준)이라는 인물이 디자인했다고 하는데, 그는 이후에 클래식 GT40도 디자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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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GT40은 1964년 1세대 모델(Mk I)이 일반에 공개되었는데, 이듬해의 르망 24레이스에서는 성적이 좋지 못했고, 2세대(Mk II)로 보강하여 출전한 1966년 대회에서는 페라리를 누르고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비록 실제 1등은 같은 차종으로 참가한 맥라렌 팀이 하였지만, 1, 2, 3 피니쉬를 포드 GT40이 차지한다. 이후 1969년까지 대회에서 연속 우승하여 미국 스포츠카에서는 전설의 한 차종이 된다. 이 차량은 2004년 포드GT로 부활하였고, 2016년에 2세대가 공개됐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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