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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나무와 숲

페이지 정보

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8-03-15 07:35:40

본문

최근에 나오는 우리나라의 차들을 보면 특히 차량 실내에서 느껴지는 품질감과 디자인 마무리는 훌륭하다. 물론 차체 디자인도 그 세련미와 부품간의 단차와 질감에서는 세계시장에서의 경쟁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그런 높은 품질감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2%’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다시 말해, 모양은 멋있지만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미학(美學, esthetics)은 없는 듯한 느낌이 그것이다.

사물을 대하는 안목을 비유하는 말 중에 나무와 숲을 비교하는 것이 있다. 각각의 나무를 얼마나 멋있게 잘 가꿀 것이냐에 관심을 가지는 미시적 관점(微視的 觀點, microscopic view)과, 이와는 다르게 전체적인 숲을 어떤 모양으로 만들 것인가에 관심을 가지는 거시적 관점(巨視的 觀點, macroscopic view)의 비유가 그것이다. 물론 이 두 가지 관점은 어느 것이 우월한가를 가릴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어느 하나에만 집중하면 다른 하나는 소홀히 된다. 지금의 한국 자동차 디자인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메이커의 디자이너들은 자동차 디자인을 잘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고, 또 그럴 실력도 충분히 된다. 그래서 지금 눈앞에 보이는 헤드램프를 멋지게 만드는 것에 능력을 쏟고 있지만, 반면에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그것이 어떤 의미와 아름다움을 가지는 가에 대한 인식을 가지는 것 역시 필요하다. 실무 디자이너들이 디자인과정에서 하게 되는 수백, 수천 장의 스케치가 어느 정도의 기량을 가지고 있는가는 중요하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아름다움의 철학 역시 중요시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철학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역할은 디자인 디렉터(또는 치프 디자이너)가 해야 한다.

한 대의 자동차 디자인이 단지 ‘권력자’의 취향과 지시대로 완성되기 보다는 미학적 의식을 가진 디렉터에 의해 조정되고 완성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모습일 것이다. 이것은 마치 오케스트라에서의 지휘자의 역할과 같다. 기량이 뛰어난 연주자들만 모여 있다고 해서 훌륭한 오케스트라가 될 수 없고, 그들 간의 역할과 비중을 잘 안배하는 지휘자가 있어야 하듯이, 디자인 디렉터의 안목과 미학, 그리고 뚜렷한 디자인 전략으로 실무 디자이너들의 역할과 능력을 안배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안목과 미학은 어쩌면 자동차 메이커의 경영자들에게 더 필요한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들이 최종적인 디자인의 ‘결정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자동차는 세워놓고 감상하는 조각품이 아니라, 다양한 조건과 환경 속에서 지속적으로 움직이며 관찰되는 대상이다. 어떤 각도에서 볼 때는 균형이 맞아 보이는데, 다른 각도에서 보니 꽁지 빠진 듯이 보인다면 당연히 미완성의 디자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완성된 자동차의 디자인 목업(mock up)을 여러 각도에서, 마치 멀리에서 숲을 보듯 심사숙고하여 평가하고 보완하는,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이는 일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면 가까이에서 작업하면서 보지 못했던 전체의 균형과 조화를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메이커는 세계적으로 보아도 손색없는 규모와 설비의 디자인 스튜디오를 갖고 있다. 이전에는 좁은 스튜디오 때문에 이런 ‘거시적인 작업’을 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 시설을 잘 활용한 거시적인 안목에서의 디자인작업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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