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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랜드로버의 플래그십 5세대 레인지 로버의 디자인

페이지 정보

글 : 구상(koosang@hongik.ac.kr) ㅣ 사진 : 구상(koosang@hongik.ac.kr)  
승인 2022-03-09 00:02:41

본문

랜드로버의 플래그 십 SUV 레인지 로버의 5세대 모델을 살펴보자. 종종 랜드로버와 레인지 로버를 혼동하기도 하는데, 랜드로버(Land Rover)는 브랜드이고, 레인지 로버(Range Rover)는 랜드로버 브랜드의 최고급 모델의 이름이다. 오늘 살펴보는 모델은 2022년형으로 등장한 5세대 풀 모델 체인지 차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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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체 크기는 표준형이 길이 5,052mm, 폭 2,209mm, 높이 1,870mm, 휠베이스 2,997mm이다. 롱 바디 모델은 길이 5,252mm에 휠베이스 3,197mm이고 다른 크기는 같다.
롱 바디 모델의 크기는 국산 대형 SUV 제네시스 GV80의 차체 길이 4,945mm, 휠베이스 2,955mm보다 무려 307mm 긴 것이고 표준형 차체로도 107mm 긴 크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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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도 155mm 더 높다. 크기로 본다면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의 장축형 5,766mm의 길이에 1,946mm 높이 보다는 514mm 짧고 76mm 낮다. 즉 레인지 로버는 GV80보다 크고 에스컬레이드 보다는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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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대 레인지 로버 차체 디자인의 첫 인상은 매끈하다는 것이다. 우선 측면 유리창과 도어 섀시와 단차를 최소로 했고, 도어 핸들도 차체 면과 같게 맞춘 플러쉬 타입이다. 앞 도어 패널의 수직형 가니시도 4세대 모델과 비교하면 단차를 없앤 모습이다. 게다가 앞 범퍼의 공기 흡입구도 가느다란 리브를 수평으로 밀도 있게 배치해서 일견 전기차량같은 인상을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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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5세대 레인지 로버의 차체 디자인 감각은 거의 평면에 가까운 곡면을 쓰면서도 매우 간결한 상자와 같은 이미지인데, 사실 이런 느낌은 2001년에 등장한 3세대 모델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전에 나왔던 1세대와 2세대 모델에서는 현재의 모델같은 밀도 높은 느낌보다는 조금은 헐렁한 느낌이 들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3세대 모델부터 단차를 줄이면서 명확한 기하학적 성향의 조형으로 도시적 이미지를 강조하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3세대 모델은 시간으로 따지면 20년 전의 차량이지만, 체감적으로는 그런 느낌이 크지 않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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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대 모델의 측면 이미지를 보면 휠 아치를 가득 채우는 커다란 휠의 비례로 인해 건장한 인상이 보이는 듯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휠 아치와 타이어의 간격이 매우 좁게 설계돼 있어서 오프로드 차량의 이미지보다는 도심지 차량 이미지가 더 강한데, 여기에 단차를 줄인 이미지를 강조해서 더욱 도회적인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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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에 등장한 1세대 모델의 상대적으로 작은 휠과 틈이 넓은 휠 아치의 모습에 비하면 5세대 모델은 어딘가 꽉 조여 놓은 듯 단단한 이미지가 드는 게 사실이다. 특히 전체 차체 형태는 매끈한 플러시 타입 유리창 등의 요소로 인해 마치 하나의 큰 덩어리를 다듬어 놓은 듯한 인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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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모델부터 시작된 단차가 줄어든 디자인이 세대를 거쳐오면서 점점 매끈해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렇게 유리창의 단차를 줄이는 설계는 일견 쉬운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차체 설계 시에 유리창과 섀시의 단차를 5~6mm 줄이려면 그와 관련된 수많은 부품들의 설계와 얽혀서 매우 골치 아픈(?) 일이다. 따라서 이처럼 매끈한 차체를 만드는 것은 처음부터 설계 콘셉트가 명확하게 잡혀 있어야 하는 전략적 접근이 요구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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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지로버의 이런 ‘매끈한 상자’ 조형은 최초의 랜드로버가 알루미늄 차체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과 연결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최초의 랜드로버 차량은 2차 대전 직후 철강재의 부족 때문에 알루미늄으로 차체를 만들면서 곡면 대신 평면 형태로 차체를 만들기 시작한 것에서 형태 특징이 유래됐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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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기하학적 조형 이미지는 차체의 여러 부분에서 볼 수 있다. 헤드램프, 차체 측면의 가니시, 그리고 슬림 수직 테일 램프 등의 형태에서 볼 수 있다. 그리고 뒤 범퍼의 아래쪽 형태가 뒤쪽으로 올라오면서 크게 경사진 형태로 마무리 된 것 역시 초기 모델부터 가지고 있던 특징으로, 비포장 도로에서의 이탈각(departure angle)을 확보하기 위한 기능적 이유를 가지고 있는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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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디자인에서도 수평적이고 기하학적 직선이 많이 쓰인 것을 볼 수 있는데,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형태와 도어 트림 패널에서 수평의 직선 기조가 주도적 이미지이고, 스티어링 휠의 스포크 역시 수평을 강조하고 있다. 센터 페이시아 패널은 터치 디스플레이 패널을 적용했고, 그로 인해 가죽과 목재, 금속 유리 등의 질감이 다양하게 조합되어 있어서 시각적인 품질감에서는 매우 풍부한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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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로버 브랜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지프의 차대를 활용해 개발되었지만, 미국의 지프가 전쟁 이후 대중적인 차량으로 개발된 반면 랜드로버는 대중성보다는 특수성을 강조하는 성격으로 개발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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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근대 영화 속에서 레인지 로버 모델이 영국 탐험가들의 아프리카 오지 탐험 차량으로 등장하는 것이 그것을 말해준다. 레인지 로버는 초기에는 오프로드 성향이 강조됐었지만, 3세대 모델부터는 도회적 이미지의 럭셔리 SUV의 성격을 강화시켜 왔다. 그런 맥락에서 오늘날의 레인지 로버는 전천후 주행성능을 가진 럭셔리 승용차 라고 말하는 게 더 알맞은 성격 규정 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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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의 좌석은 3열 구성이지만, 2열 좌석의 안락성에 중점이 있는 좌석 디자인을 볼 수 있다. 2열 좌석은 3분할 구조로 돼 있는데, 중앙부 분할 좌석은 주로 암 레스트 용도로 쓸 수 있도록 디자인한 것을 볼 수 있고, 그에 비해 3열 좌석은 2인용 이면서 각각의 좌석 폭이 넓지는 않다.

레인지 로버의 특징 중 하나는 테일 게이트가 상하 분할 구조로 열린다는 것인데, 이는 다양한 활용도를 가진다. 물론 테일 게이트의 아래쪽 분할은 그리 크지 않지만, 아래쪽으로 펼쳤을 때 플로어를 연장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차량의 바닥면을 확장하는 기능성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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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열 좌석을 완전히 접으면 공간이 확보돼서 캠핑에서 차박 등의 활용성이 높아질 걸로 보이기도 하는데, 최근의 SUV는 캠핑 활용이 하나의 기준이 된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레인지 로버의 이미지는 차박 보다는 도시의 고급 승용차 이미지가 더 강조된 일면이 있다. 그리고 실제로 럭셔리 SUV 소비자들이 차박을 하는가 여부와 상관 없이 레인지 로버 모델이 추구하는 것은 전천후 성능과 안락성을 갖춘 고급 차량이다.

오늘날의 시장에는 높은 수준의 물리적인 기능을 갖춘 제품이 다수 존재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정말로 그러한 물리적 기능 자체가 필요해서보다는 그런 제품을 선택한다는 감성의 소비를 더 중시하는 것 같다. 다시 말해서 제품의 기능 대신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이 오늘날의 소비를 더 잘 설명하는 건지 모른다. 그런 맥락에서 새로이 등장한 5세대 레인지 로버는 도시적 이미지의 차체 디자인과 디지털 기술이 결합된 실내 디자인으로 50년의 진화를 대변하고 있지만, 기능보다 이미지를 소비하는 오늘날의 시대를 보여주는 럭셔리 SUV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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