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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자동차와 오페라 글라스

페이지 정보

글 : 구상(koosang@hongik.ac.kr) ㅣ 사진 : 구상(koosang@hongik.ac.kr)  
승인 2022-05-06 10:15:09

본문

지금부터 25년 전이었던 1997년 10월 말경, 서울에 있는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는 푸치니(Giacomo Puccini)의 오페라 「라 보엠(La Boheme」이 공연되고 있었다. 이 「라 보엠」은 19세기 말 경의 파리 뒷골목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가난한 젊은 예술가들의 애환을 표현한 작품으로, 푸치니가 작곡한 오페라 작품들 중에서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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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된 「라 보엠」을 관람했던 분들의 기억에 의하면,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과 동떨어진 소품으로 빨간색 아우디 80 모델이 무대에 등장 했었다고 한다. 아우디 80은 지금은 아우디 A4라고 불리지만, 4세대 B4 모델까지는 아우디 80 이라는 이름으로 나왔고, B5 모델이 등장한 1995년형부터 A4 라는 이름을 쓴 걸로 기억한다. 추측하건대 오페라에는 1986년형 4세대 모델이 등장했을 것 같다.

아우디 80은 측면 유리창의 단차를 극적으로 줄여 당시로서는 매우 공기역학적이면서 도회적 디자인에 미래지향적 인상을 풍기는 이미지로 나왔었다. 아우디80이 나오기 이전인 1984년에 이탈리아의 거장 자동차디자이너 죠르제토 쥬지아로가 마를린(Marlin) 이라는 콘셉트 카를 발표했었는데, 아우디 80과 여러 부분에서 닮아 있어서 서로 연관이 있었던 걸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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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코로나 19 등으로 클래식음악을 들을 기회가 줄어 들었고, 오페라 공연 역시 그 영향이 클 것 같다. 물론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외국에서도 오페라 공연에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갖가지 묘안을 짜내고 있다고 한다. 가령, 공연 장소를 기존의 오페라 극장 대신 유명 휴양지의 호숫가, 고대 유적지의 원형극장이나 올림픽 주경기장 등을 활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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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무대를 대본에 충실한 전통적인 설정 대신 파격적이고 새로운 무대를 꾸미기도 한다고 한다. 가령, 1991년과 1992년 바이로이트(Bayreuth)에서 공연된 다니엘 바렌보임(Daniel Barenboim) 지휘의 바그너(Richard Wagner)의 「니벨룽겐의 반지(Der Ring des Nibelungen)」는 고대 북유럽과 독일의 신화 전설을 주제로 한 작품내용과는 대조적으로, 첨단기술인 레이저 빔을 현란하게 쏘는 무대 연출을 선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오페라 무대에 자동차 한대가 등장한 것은 레이저를 쏘는 무대 연출에 비하면 적은 예산으로 충격을 준 방법일 수도 있지만, 오페라가 지금보다는 덜 대중적 이었을 25년 전에는 상당히 대담한 시도로 보였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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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자동차, 특히 승용차에서 ‘오페라’ 라는 명칭이 들어가는 부분이 있다. 바로 C필러에 달리는 유리창이 그것인데, 보통 ‘쿼터 글라스(Quarter Glass)’ 라고 불리지만, 본래는 ‘오페라 글라스(opera Glass)’ 라고 했었다. 요즘은 거의 대부분 쿼터 글라스 라고 한다. 물론 앞서 이야기한 아우디 80에도 이 오페라 글라스가 붙어있다.

오페라 글라스는 원래 말 그대로 오페라 극장에서 오페라를 관람하기 위해 고안된 작은 크기의 쌍안경이다. 오페라 감상 시에 망원경이 필요한 이유는 관객이 배우의 표정이나 연기를 자세히 보기 위해서일 것이다. 외국의 유명한 오페라 공연장을 보면 관람석이 1층뿐만 아니라 무대 양쪽 벽면에 4, 5층 혹은 그 이상의 높이로도 있는 걸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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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가 멀어지면 당연히 연기자의 모습을 보기가 힘들어진다. 우리나라의 세종문화회관도 규모가 매우 커서 3층 꼭대기 좌석에 앉으면 무대 위에 놓여있는 그랜드 피아노가 엄지손가락 크기 정도로 작게 보인다. 중형차 길이 크기의 그랜드 피아노가 그렇게 작게 보일 정도이니 연주자의 표정을 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오페라 글라스는 이렇게 무대에서 멀리 떨어져 앉은 관객이 공연하는 사람의 표정이나 일거수일투족을 좀더 잘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생기는 의문은 ‘진짜’ 오페라 글라스는 둥근 모양인데 자동차의 오페라 글라스는 왜 대체로 삼각형이나 사각형인가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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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본래는 승용차의 C-필러에 장식적 개념으로 둥근 타원 형태의 유리창을 달면서 오페라 글라스 라는 명칭을 썼고, 이후 공기역학적인 디자인이 강조되면서 창문 모양과 일체감 있게 디자인하면서 변형된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978년형 링컨 콘티넨탈 승용차에는 그야말로 그 의미와 형태에 충실한 타원형 오페라 글라스가 달려 있고, 실내에는 오페라 글라스에 조명등까지도 달려 있어서 자못 낭만적이고 아늑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물론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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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앞서 본 국산 대형 승용차 제네시스 G90이나 중형급 쏘나타에도 쿼터 글라스가 달려있지만, 그 이하의 차 급에서는 쿼터글래스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 원인은 아마도 원가 절감 때문일 것이다. 아반떼를 보면 C-필러에 검은색 삼각형 가니시가 달려 있는데, 본래는 쿼터 글래스를 넣으려 했음이 틀림 없어 보인다.

물론 저기에 글라스를 넣는다고 차가 두 배로 팔리지는 않을 것이니 쿼터 글라스를 과감히 빼 버린 것이다. 지금은 단종된 현대 엑센트 역시 쿼터 글라스 자리가 막혀 있었다. 사실 메이커 입장에서는 메이커 입장에서는 몇 천 원을 절약할 수 있는 기막힌 원가 절감이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차가 정말 싸구려가 틀림 없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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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렇지 않게 하지 않은 차도 있다. 르노의 소형차 클리오는 손바닥보다도 작은 면적에 정직하게 쿼터 글라스를 붙여 놓았고, 실내에서도 작은 삼각형 창이 뚫려 있다. 이런 디테일을 보면 와~ 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품질에 진심이란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는 건 손바닥만한 쿼터 글라스 때문일지 모른다. 원가 절감보다 더 중요한 건 이 차를 타는 사람들이 자신의 차에서 품질에 대한 메이커의 진심을 느끼는 것이다. 크게 보면 몇 천원 절약하는 것 보다 중요할지 모르는 일이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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