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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90년대 일본차 감성의 디자인, 토요타 GR86

페이지 정보

글 : 구상(koosang@hongik.ac.kr) ㅣ 사진 : 구상(koosang@hongik.ac.kr)  
승인 2022-06-02 09:44:08

본문

일본에 대한 국민적 감정이 여전히 편치 않은 시기에 일본제 차의 디자인 리뷰를 쓰게 됐다. 리뷰 대상은 국내에 공개된 토요타 GR 86이다. 이 차의 크기는 전장, 전폭, 전고가 각각 4,265, 1,775, 1,310mm이고 휠베이스는 2,575mm이다. 국산 스포티 쿠페였던 1996년형 티뷰론(Tiburon)의 차체 길이 4,340mm, 휠베이스 2,475mm, 전폭 1,730mm, 높이 1,303mm 등과 비교하면 이 차가 75mm 짧고 45mm 넓고, 7mm 높아서 대략 비슷한 크기다. GR 86이 후륜 구동 이어서 휠베이스는 100mm 길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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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된 차는 2세대 모델로 이미 2020년 11월에 공개된 것이다. 이 차는 토요타와 BMW 협력을 통해 개발됐다고 한다. 두 업체는 공동 개발을 통해 각각 2인승 로드스터 Z4와 GR86을 개발했는데, GR86은 BMW Z4와 파워트레인, 섀시 등을 공유했다고 한다. GR86은 10년 전에 나왔던 GT86(또는 토요타86으로 불리기도 했다)과 마케팅적으로 연관성을 가지고 있고, 그 후속 모델로 등장한 것이다. 2012년의 토요타86 이라는 이름은 과거에 인기 있었던 일본의 어느 만화에서 실마리를 얻어 붙인 마케팅 관점의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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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은 준중형급 쿠페형 승용차이지만, 엔진이 4기통 수평 대향 구조라는 점을 주목해 볼 수 있다. 수평 대향 엔진은 엔진의 블록이 낮고 넓은 구조이므로 전반적으로 차량의 무게중심을 낮추어주는 역할을 하므로, 차량 주행 성능에서 긍정적 역할을 한다. 그런 맥락에서 수평 대향 엔진 기술을 가진 스바루와 토요타가 공동 개발을 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차량에 BMW도 관심을 가진 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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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런 성격인 만큼 일상적 용도의 실용적인 승용차 라고 할 수는 없는 부분이 있고, 그에 따라 판매량도 높지 않은 이유 등으로 공동 개발의 형식으로 부담을 줄이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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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체 디자인의 변화는 한눈에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하지는 않다. 오히려 1세대 모델보다 더 평범해진 인상이 들기도 한다. 가장 큰 변화는 A-필러와 앞 펜더가 만나는 부분인데, 2012년에 나온 모델에서는 캐릭터 라인이 A-필러를 지나면서 만들어진 음각 면과 공기 배출구 모양 가니시가 일종의 포인트였지만, 지금은 그 부분의 면 처리는 평범하게 바뀌었고, 앞 펜더에서 휠 아치와 앞 문 사이에 공기 배출구(처럼 보이는) 디테일이 만들어져 있다. 아무래도 후륜 구동 방식의 차량임을 보다 적극적으로 나타내기 위한 디자인 장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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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로 오면 인스트루먼트 패널에서 센터 페시아 부분에 넓은 디스플레이 패널이 적용된 건 최근의 경향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정작 전체의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형태는 1990년대 풍의 클러스터 독립형 구조에 앞 콘솔이 강조된 연직형(連直形) 레이아웃, 즉 센터 페시아와 앞 콘솔이 연결된 모양으로 만들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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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연직형 배치를 만든 건 수동 변속기를 적용하는 설계 때문일 것이다. 근래에 우리나라 거의 모든 차량이 자동 변속기를 탑재하기 때문에 수동 변속기는 거의 매니아들만 몰 수 있는 차량처럼 인식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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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되돌아보면 2000년대 초반까지도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승용차들이 수동변속기 차량이었고, 심지어 버스와 택시들은 거의 모두 수동변속기 차량이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시내버스도 상당수가 자동 변속기이고, 택시들조차도 거의 다 자동 변속기이다. 자가용 승용차는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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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전기 동력 차량이 된다면 수동이냐 자동이냐 하는 식의 구분이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모터의 토크 특성 상 기본적으로 변속기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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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미래에는 수동 변속기의 엔진 동력 차량은 정말로 고전적 특성을 느끼고자 하는 매니아들을 위한 용도가 될지 모른다. 자동차의 등장 이전에 가장 보편적 이동 수단이었던 말(馬)과 마차(馬車)가 이제는 관광 체험용 교통 수단 정도로 변모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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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GR86은 첨단의 차량도 아니고, 대단한 성능의 차량은 더더욱 아니다. 오늘날의 관점으로 본다면 대략 1990년대의 기술과 감성의 파워트레인에 약간의 요즘 감성을 더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실내에도 전자화가 일부 돼 있는 걸 볼 수 있지만, 클러스터와 공조 장치의 구동은 디지털 기술이 적용돼 있는데, 그 형태는 마치 터보 압력 게이지와 오일 압력 게이지 등 과거의 아날로그 게이지 감각의 디자인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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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의 전동화가 2030년대를 향해 가는 경향이면서 동시에 거의 모든 인터페이스에 디지털 기술이 적용된다고 하지만, 과거에 반도체가 들어가지 않았던 기계식 차량의 아날로그 감성은 대다수 사람들의 기억 속에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다. 마치 오늘날 우리가 말과 마차를 바라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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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가 전성기였다고 평가되는 일본의 자동차산업의 역사 때문에 저들은 그 시기에 대한 기억이 더 강할 것이고, 그런 맥락에서 토요타 GR86은 그 시기를 상기시켜주는 차로써 등장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 이유에서 GR86은 오늘날 글로벌 무대에 전기 동력 차량으로 주목받기 시작하는 우리나라의 자동차와는 다른, 과거 일본차의 감성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렇다면 만약 지금부터 다시 30년쯤 지난 뒤의 시점에서 우리나라는 어떤 자동차의 모습을 뒤돌아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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