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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적기 조례와 속도 제한, 그리고 모빌리티

페이지 정보

글 : 구상(koosang@hongik.ac.kr) ㅣ 사진 : 구상(koosang@hongik.ac.kr)  
승인 2022-07-24 21:01:48

본문

오스트리아의 법학자 유진 에를리히(Eugene Ehrlich: 1862~1922)가 그의 저서 법사회학의 기초 1장에서의 비유해 언급한 내용을 보면, 의사가 되기 위해 각종 질병의 증세와 약제를 암기하는 단계에서 벗어난 이후에는 신체를 자연과학적으로 보다 거시적 관점에서 연구하듯이, 법률가가 되기 위해서도 실용적인 법 공부를 넘어선 법의 과학, 곧 법사회학을 연구해야 한다고 하였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이러한 맥락에서 법사회학의 목적은 실용이 아니라 순수한 인식이며, 법사회학의 연구대상은 법 개념(언어)이 아니라 법 사실 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법사회학 이라는 학문은 법과 본질에 대하여 밝혀주며, 따라서 법사회학을 통해 기존의 실정법학 등 실용적인 법학은 많은 도움을 얻게 될 뿐만 아니라 실용적인 목적을 보다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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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한 사례로 흔히 ‘적기 조례’ 라고 알려진 법령에 대해 생각해보자. 이 법은 기관 차량 조례(Locomotive Act)라고 불렸으며, 붉은 깃발 법, 적기 조례 또는 적기법(赤旗條例, 赤旗法, 영어: Red Flag Act) 등으로도 알려져 있다. 대체로 알려진 바는 이 법안으로 인해 영국의 자동차산업의 발달이 늦어진 것 아니냐는 견해가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 법안은 19세기 중반, 즉 자동차가 발명되기 이전이었던 영국 빅토리아 여왕 재위 기간 중이었던 1861년부터 시행된, 문자 그대로 ‘붉은 깃발(赤旗)’의 사용을 강제한 법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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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인한 산업혁명으로 급속한 산업화 시기에 성능이 높아지고 속도가 빨라진 증기기관 동력 자동차와 같은 새로운 문명 도구의 위험성에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령이었던 것이다.

그 당시에 영국의 도로에서는 대형의 증기자동차가 운행되고 있었고, 소형의 가솔린 자동차는 아직 발명되기 전이었으므로, 크기가 큰 증기자동차가 도로교통과 안전을 위협한다고 판단해 무게, 속도, 너비, 주행 방식 등을 규제한 법률이다. 영국 정부 법률 홈페이지(www.legislation.gov.uk)에 자료로서 게시돼 있는 19세기의 적기 조례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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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omotives Act 1861
증기기관차량은 시속 10마일(시속 16km), 시가지에서는 시속 5마일(시속 8km)의 속도 제한을 부과한다.

-Locomotive Act 1865 (1차 개정된 기관 차량 조례)
1차 개정에서 차량의 중량은 14톤으로 제한한다. 차량의 폭은 2.7미터로 제한한다. 교외에서는 시속 4마일(시속 6km), 시가지에서는 시속 2마일(시속 3km)의 속도 제한을 정한다. 자동차는 전방 60야드(55미터)에서 걷는 사람 3명이 붉은 깃발 또는 랜턴을 가진 사람이 걷는 속도로 운행하며 기수나 말에게 자동차의 접근을 예고하는 것을 규정한다.

-Highways and Locomotives Act 1878 (2차 개정법)
2차 개정에서 붉은 깃발의 필요성은 제거되었으며, 전방 보행 요원의 거리는 20야드(18미터)로 단축한다. 말들을 우연히 만나면 차량은 정지해야 한다. 차량이 말을 놀라게 하는 연기나 증기를 내는 것을 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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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내용은 그 시기에 주류의 통행 방식이었던 말과 마차에 중점을 둔 것이고, 그러한 주류의 이동 방식의 도로에서 큰 덩치의 기계에 의한 위험성을 줄이고자 한 법령이지만, 이로 인해 오히려 변화하는 기술로 인한 혜택을 인지하지 못했던 현실과 법의 괴리를 대변해주는 사례로 자주 거론된다.

19세기의 기관 차량 조례는 사회 구성원 모두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을까? 이것을 법사회학적 관점으로 본다면, 일상적인 삶, 또는 실제의 삶 속에서의 법의 출현이나 목적, 작동방식 등 사회생활의 총체성에 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고 할 때, 거리에 등장한 위험한 기계가 선량한 보행자나 마차의 말들을 놀라게 한다면 공익을 해치는 것이므로, 당연히 법으로써 규제해야 한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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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시기에 만들어진 증기기관은 기술발전의 초기 단계였기에 17세기의 것보다는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커서 크기를 줄이기도 어려웠으며, 작동 중에는 배출구에서 증기와 석탄 보일러의 연소 연기를 배출할 수밖에 없었다.

19세기의 증기 동력 차량은 17세기의 것에 비하면 작아 지긴 했지만, 최초의 증기 기관 동력 차량은 대포를 견인하는 군사적 용도로 제작된 것이어서, 시가지 도로를 주행하는 일은 적었을 것으로 보이나, 1803년에 리처드 트레비딕(Richard Trevithic) 이 제작한 「런던 증기 객차」는 승객을 태우고 시가지를 달린 것으로 기록되어 있음을 볼 수 있고, 이 증기기관 동력 차량의 크기는 매우 컸을 것으로 보인다.

이 차량의 자료 그림을 차량 설계용 인체 크기 SAE 95%ile 마네킹 기준으로 맞춘 그리드에 놓고 본다면 「런던 증기 객차」의 전체 길이는 약 5,200mm에 이르고 높이는 약 3,650mm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바퀴 높이도 오늘날의 버스보다도 높아 보인다. 이처럼 큰 차량이 보행자와 함께 도로를 이용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음이 당연하다. 이런 이유에서 적기 조례가 요구된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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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1878년의 개정법에서는 증기기관을 가진 차량이 말을 놀라게 하는 연기나 증기를 내는 것을 금한다는 내용을 볼 수 있다. 과연 그 시대의 증기기관 기술로 저 법령의 금지를 충족시킬 수 있었을까? 게다가 거리에서 말들을 만나면 차량은 정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내용으로 인해 적기 조례에 관한 이야기를 찾아보면 부정적인 내용이 많지만, 반대로 그 당시의 교통환경을 고려하면 오히려 사회적 요구와 크게 동떨어지지 않았다는 견해도 볼 수 있다. 속도 제한이었던 시속 6.4km 역시 그렇게 과도한 것이 아니었는데, 증기자동차의 최고 속도였던 시속 30km는 기술적으로 최고 속력이었으며, 그 속도로 달리면 차가 고장 나기 일쑤였다고 한다. 마차는 최고 속도가 시속 50km까지 가능했지만, 역시 위험성으로 인해 속도 제한을 받았다고 한다.

적기 조례에 대한 비판적 그림을 살펴보면 차량의 바로 앞에서 붉은 깃발을 든 기수가 걷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으나, 그가 깃발로써 알리는 차량은 당대의 증기 기관 동력의 차량보다는 훨씬 작은 크기로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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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그려진 차량은 세부 묘사가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으나, 1887년에 설립된 프랑스의 자동차 제조사 「파나르 와 르바소(Panhard et. Levassor)」에서 1890년에 내놓았던 차량 「시스템 파나르(System Panhard)」와 유사하다.

이러한 맥락으로 본다면, 적기 조례의 제정은 전반적으로 신기술로 제작된 교통수단을 포함해 모든 종류의 이동수단의 위험성에 대비하기 위한 사회적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것은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도심지 차량 속도 시속 50km 제한과 스쿨존에서는 시속 30km로 제한하는 법령의 시행에서 참고할 부분이기도 하다.
통계적으로 교통사고 사망자가 줄어들었다는 뉴스를 통해 속도 제한으로 인한 안전성 향상의 효과가 분명히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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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지 차량 속도 시속 50km 제한과 스쿨존(school zone)에서는 시속 30km로 제한하는 법령의 시행으로 우리나라의 교통사고 사망자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속도 제한으로 인해 일반 시민의 일상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적기 조례로 속도를 제한 받으면서 영국의 자동차 산업은 독일이나 프랑스에 뒤지게 되었다는 견해도 있지만, 실제로 적기 조례는 비효율적이고 위험한 증기기관 차량으로 인해 만들어진 법령이었고, 이후 효율적인 휘발유 엔진 자동차의 발명과 함께 석탄을 사용하는 무겁고 위험한 크기의 증기기관 자동차가 사라지면서 적기 조례 역시 20세기 초에 사라지게 된다.

결국 적기 조례의 시행으로 인해 비효율적인 증기기관 동력 자동차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 개발에 대한 요구를 높여 기술발전의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적기 조례 라고 불린 법의 시행과 관계된 이야기를 통해 본다면, 사회 문제로부터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가 시행되고, 그것은 다시 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이끌어 낸다. 미래의 모빌리티 역시 사회에서 사람들에 의해 사용된다는 점에서 일상의 안전을 위한 발전의 맥락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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