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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현대 N Vision 74 콘셉트의 디자인

페이지 정보

글 : 구상(koosang@hongik.ac.kr)
승인 2022-08-17 17:09:46

본문

현대자동차가 공개한 N Vision 74 콘셉트 카는 1974년에 공개됐었던 포니 쿠페 모델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그때 현대자동차는 첫 고유모델 포니 승용차를 이탈리아의 거장 디자이너 죠르제토 쥬지아로(Giorgetto Giugiaro; 1938~) – 그는 자신의 디자인 전문업체 ‘이탈디자인(Ital Design)’을 1968년에 창업하고 5년여가 지난 35세의 ‘신인’ 이었지만, 예술학교 졸업 직후인 17세부터 피아트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기 시작한 신동 디자이너였다 - 에게 맡겨 포니 4도어 승용차와 포니 쿠페를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 출품한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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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니 쿠페는 양산되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 메이커가 국제 무대에 처음 내놓은 고유모델 쿠페였던 것이다. 오늘날 글로벌 판매 3위의 메이커가 된 현대자동차는 자사의 최초 고유모델 포니 모티브의 아이오닉 5를 개발하고, 이제 포니 쿠페 모티브의 고성능 전기 동력 콘셉트 카 74를 발표한 것이다. 물론 오늘의 콘셉트 카 N Vision 74는 현대자동차의 디자이너들이 디자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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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Vision 74 콘셉트 카는 현대자동차가 앞으로 추구할 고성능 차량의 방향을 암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엔진 차량 시대에는 고성능 차량 개발이 쉽지 않았다. 독자 엔진을 개발하는 것도 어렵고 그것을 다시 고성능으로 만드는 일은 단지 의지만으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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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오늘날의 현대자동차는 이미 4기통부터 8기통에 이르는 엔진을 모두 독자 개발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시대의 흐름은 이제 모터로 바뀌고 있고, 현대자동차는 그런 흐름에 따라 재작년에 더 이상의 신형 엔진 개발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해 버렸다. 마치 열심히 공부해 성적표를 잘 받았는데 학교를 졸업해버리는 것같은 느낌이다. 물론 그 개발 량은 어디로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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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에 비해 전기모터는 고성능을 만드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이야기도 있고, 실제로 현대자동차의 전기 동력 차량들을 타보면 높은 성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일견 엔진 시절의 노력이 허탈해 지는 느낌이라고 할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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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N Vision 74 콘셉트 카는 차체 디자인 분위가 육중하다. 1974년형 포니 쿠페는 가볍고 경쾌한 인상이지만, 신세대의 현대자동차 디자이너들은 그것을 육중하게 해석해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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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Vision 74 콘셉트 카의 홍보 자료 사진에서는 포니 쿠페와 같이 세워놓은 사진도 볼 수 있는데, 그 사진을 보던 필자는 포니 쿠페의 사각형 헤드램프를 보면서 어라?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리지널 포니 쿠페 차량 이미지를 찾아 보니 원형 헤드램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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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오리지널 포니 쿠페 콘셉트 카 차량이 현재 남아있지 않을 것이니 레플리카로 다시 만든 것이리라. 하지만 헤드램프를 제외하면 거의 똑같이 만든 것 같다. 놀라운 것은 포니 쿠페 콘셉트 카는 거의 50년 전의 모델이지만, 오늘날의 디지털 감각과 일맥상통하는 감성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정말로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맞는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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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Vision 74 콘셉트 카의 앞 펜더에서는 볼륨감과 근육질의 이미지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디지털적 이고 기하학적 이미지의 형태 언어를 보여준다. 이미 현대자동차가 아이오닉 5 등에서 보여준 파라메트릭 픽셀이라고 하는 사각형 셀로 이루어진 램프 그래픽과 샤프한 모서리로 구획된 차체의 조형이 그것을 잘 보여준다.

디자이너들은 자동차 디자인의 꽃은 쿠페라는 관념을 가지기도 한다. 그것은 쿠페의 차체가 실용성이나 거주성보다도 자동차로서의 스타일과 역동성을 보여주는 데에 더 유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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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쿠페나 해치백 모델은 거의 안 팔리는 차종이다. 그렇다 보니 지금의 현대자동차의 모델 라인업 중에는 쿠페나 2도어 모델이 없다. 사실 있었지만 어느 순간 슬그머니 단종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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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세계의 어느 자동차 메이커에게나 쿠페나 2도어 모델은 많이 팔리는 차종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두 모델은 만들고 있다. 이른바 후광 모델(halo model)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 브랜드의 다른 차량들의 디자인의 기준이 되는 상징적 모델, 그게 바로 후광 모델이고, 그것이 그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대표하는 모습이기도 할 것이다. 당연히 우리에게도 그런 모델이 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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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드디어 글로벌 판매 3위가 된 현대자동차는 자신의 고급 브랜드도 갖고 있다. 그렇지만 그들을 아우르는 후광 모델이 50년 전의 빛 바랜 사진 속의 포니 쿠페 뿐이라고 이야기하자니 어딘가 아쉽기도 하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이 된 현대자동차의 위상을 보여주는 방법은 무엇일까? 사실 별다른 것이 없다. 정직하고 튼튼한 차를 만들고, ‘돈이 안되더라도’ 세계 시장에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는 오리지널리티 가득한 스포츠 카, 소비자들이 우리나라 메이커도 이런 차를 만든다고 자랑할 수 있는 차를 만들어 주는 것이야말로 글로벌 3위 기업으로서 소비자를 향한 최고의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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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현대자동차는 스포츠카를 개발하지 않느냐는 필자의 질문에 ‘돈이 안되기 때문’ 이라는 어느 임원의 대답을 들은 것이 수년 전이다. 합리적 경영마인드 라는 생각이 들기보다는, 단지 이익을 쫓는 기업일 뿐, 글로벌 리딩 자동차 기업의 모습은 아니었다. 지금도 그런 임원진이 여전히 큰소리치는 분위기라면 현대자동차의 스포츠카를 보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수익이 나지 않는 차를 만들지 않겠다는 논리는 일견 설득력이 있어 보일지 모른다. 사실 비교하고 싶지는 않지만, 일본 토요타의 후광 모델 1964년형 2300GT스포츠 쿠페는 총 생산, 판매 댓 수가 900여대밖에 되지 않는다. 9,000대가 아닌, 고작 900대이다. 계산이 빠른 저들이 손해라는 걸 몰라서 900대 밖에 팔리지 않을 직렬 6기통 엔진의 정통 스포츠카를 거액을 들여 개발했을까? 그것도 이미 60년 전에….

혹시라도 포니 쿠페가 나온 1974년에서 50년이 되는 2024년에 현대자동차가 사람들이 선망하는 멋진 스포츠카를 깜짝 내놓을지 모른다는 기대를 하는 건 자동차를 좋아하는 한국인이면 누구나 가지는 바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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