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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표정이 점점 강해진 벤츠 SL의 디자인 변화

페이지 정보

글 : 구상(koosang@hongik.ac.kr) ㅣ 사진 : 구상(koosang@hongik.ac.kr)  
승인 2022-09-28 11:53:44

본문

멋진 ‘컨버터블’을 타고 청명한 가을 하늘을 느끼며 드라이브를 즐기는 건 아마도 누구나 한 번쯤 꿈꾸어 보는 일일 것이다. 무릇 자동차는 효율적으로 장소 이동을 위해 만들어진 기계가 틀림없지만, 그러한 목적을 ‘효율적'으로 달성하기보다는 좀 더 ‘멋있게’ 달리기 위한 차가 더 주목받는 것 같기도 한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오늘날은 어느 메이커 든 전동화와, 저탄소배출에 관심을 두는 시대지만 그러한 ‘효율적인’ 차 이외에도 그보다 훨씬 더 비용이 들고 탄소가 나와도, 즉 ‘비효율적’ 이라도 이목을 끌 수 있는 차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또 개발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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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가솔린 엔진 자동차를 만든 ‘벤츠’도 오늘날에 와서는 전동화에 의한 ‘효율적인’ 고급 브랜드로 변신하고 있지만, 벤츠에는 전동화 ‘세단’만 최신형이 있는 건 아니다. 속도 무제한의 고속도로 아우토반의 나라의 자동차 제조업체답게 고성능 스포츠카-사실상 탄소배출이 낮지 않은 차-도 여전히 상품 목록에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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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독일의 스포츠카’ 라고 하면 포르쉐 같은 ‘고성능 기계’의 차가운 기능적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지만, 똑같이 독일 자동차 브랜드이지만 벤츠의 스포츠카는 독일의 기능주의적 특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와는 조금 다른 그 무엇, 그러나 딱히 표현하기 어려운 어떤 것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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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의 스포츠카는 SLR 레이싱 머신의 형태를 거의 그대로 가진 300SL모델이 1954년부터 나오기 시작했고, 이 모델의 지붕을 없앤 로드스터(Roadster)가 1957년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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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세대 모델 1963년형 230SL 파고다(Pagoda), 뒤 이어1971년의 3세대 SL, 1989년의 4세대 500SL, 5세대 2003년형 SL500과 6세대 2013년형 SL클래스, 그리고 2023년형으로 등장한 7세대 모델에 이르기까지 70년 가까이 이어져 왔지만, 그 디자인의 변화 또한 시대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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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가 날개를 펼치듯 열리는 걸 윙 도어(gull wing door)가 인상적이었던 1세대 300SL은 실제로는 구조적 제약조건을 특이한 도어 디자인으로 극복한 차량이다.일견 300SL의 걸 윙 도어는 단지 멋을 부리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그것은 멋을 위함이 아니라 새로운 구조의 적용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의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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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전의 사다리 형태와 같은 차체 프레임 대신에 스페이스 프레임(space frame)이라고 불리는, 마치 체육관 지붕구조물에서의 트러스(truss) 구조와 같은 프레임이 쓰였고, 그런 스페이스 프레임구조의 채택으로 차체의 강성을 높이면서도 무게는 훨씬 가벼워졌지만, 스페이스 프레임의 특성 때문에 문턱이 운전자 팔꿈치 높이까지 올라가게 된다. 이에 지붕의 일부분까지도 함께 열리게 함으로써 타고 내리는 데 필요한 출입구의 크기를 얻게 된 것이 바로 300SL의 걸 윙 도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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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SL은 또한 낮은 후드를 위해 엔진을 비스듬하게 눕혀서 탑재하면서 엔진의 헤드 커버 모서리와 흡기 포트가 후드와의 간섭 되자 그걸 피하면서도 낮은 후드의 디자인을 유지하기 위해 두 개의 블리스터(blister)를 후드 위에 만들게 된다. 그리고 그건 벤츠 디자인의 아이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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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부터 생산되기 시작한 2세대 모델(W113) 230SL은 일명 ‘파고다(PAGODA)’라고 불리기도 했는데, 파고다 라는 이름은 230SL의 하드탑(hard top) 형태에서 나온 것으로, 이건 지붕 구조에서 나온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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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에 발매된 3세대 모델 350SL(R107)은 벤츠의 SL 시리즈의 근대적 디자인을 보여주기 시작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3대의 SL 시리즈 하드탑 모델은 그 당시 인기 연예인들의 ‘자가용’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모델이다. 1970년대에 우리나라에 「원더우먼」 영화 시리즈로 알려졌던 배우 「린다 카터」 역시 3세대 SL을 탔었다고 한다. 실제로 3세대 SL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았는데, 4세대 모델이 나온 1989년까지 무려 18년 동안이나 판매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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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989년에 등장한 4세대 SL(R129)은 각진 디자인에 12 기통 5000cc 306마력의 고출력 엔진을 탑재해 고성능 럭셔리 쿠페로 자리잡았다. 그렇지만 철제 지붕은 떼어서 집에 보관해야 했다. 그대신 소프트 톱은 전동으로 여닫을 수 있었고, 전동 롤 바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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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대 모델부터는 철제 지붕을 전기모터와 유압을 이용해서 여닫는 구조가 적용돼서 그야말로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지붕을 버튼만으로 여닫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전동식 하드톱 구조는 5세대 이후 20년동안 7세대에 이르는 오늘날까지 벤츠 SL쿠페의 특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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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다가 역대 SL 시리즈 모델의 앞모습 표정을 보면 점차로 강렬한 감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변화돼 온 걸 볼 수 있다. 대체로 슬림 하지만 기능적인 벤츠의 SL 시리즈의 스타일 전통을 따르고 있기는 하지만, 4세대 모델의 표정은 어딘가 약간은 화가 난 듯한 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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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비하면 2002년에 나온 5세대 SL R230은 둥근 헤드램프로 인해 오히려 순진한 인상이다. 그렇지만 2013년형으로 나온 6세대 SL의 R231에서는 라디에이터 그릴의 형태를 사다리꼴 형태로 아래쪽이 더 넓게 뒤집으면서 사각형 헤드램프의 눈매도 위쪽으로 찢은 것 같은 인상으로 바꾸었다.

간혹 서구인들이 이런 눈매를 마치 동양인만의 특징인 것으로 비하하는 태도를 목도하기도 하는데, 정작 6세대 2013년형으로 등장한 SL차량의 인상에는 그런 이미지를 차용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성향은 2023년형으로 등장한 7세대에서는 더욱 강조됐다. 라디에이터 그릴도 더 못된 인상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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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못된 인상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실상은 강렬한 인상이라고 해야 정확한 표현일 것이며, 저 사다리꼴 형태의 라디에이터 그릴도 1954년형 SLR 레이싱 머신에서 쓰였던 형태이기도 하다.

이처럼 강력한 존재를 선망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로 하이브리토 필리아(Hybristo-philia) 라는 말이 있기도 한다. 일종의 우상 숭배와 비슷한 현상일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선악의 대결에서 선의 우위를 강조하기 위해 악의 상징을 더 강력하고 때로는 매우 세련된 이미지로 그리기도 하는 것 역시 이와 유사한 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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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벤츠 SL은 선악의 개념이 아닌, 강력한 이미지로서 오리지널 SL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역사 속의 강력했던 존재를 더욱 강조하는 모습이 오늘날의 브랜드 중심의 아이덴티티 전략의 하나 일지도 모른다.

잘 달리기는 하는데 ‘분위기’가 없는 차는 스포츠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잘 달리기만 하는 차는 그냥 레이싱 머신(racing machine), 경주하는 ‘기계’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스포츠카는 성능과 효율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닌 셈이다. 전동화가 돼서 효율성이 높아진다면 스포츠카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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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표정의 디자인이 있고, 그런 개성을 가지고 정말로 멋있게 달릴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스포츠카이며, 사람들의 드림 카 가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앞으로 전기 동력 스포츠카가 나온다면 더욱 더 ‘성능’만이 아닌 ‘성격’이 중요해 질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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