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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7세대 그랜저와 고급승용차의 디자인

페이지 정보

글 : 구상(koosang@hongik.ac.kr) ㅣ 사진 : 구상(koosang@hongik.ac.kr)  
승인 2022-11-28 08:46:32

본문

올해 등장한 차량으로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모으는 차가 7세대 그랜저 이다. 들리는 바로는 사전 계약이 10만대에 이른다고 하며, 차를 출고 받기까지 2년 이상 소요될지 모른다. 정말이라면 지금 주문한 고객이 차를 받을 때가 되면 페이스 리프트 모델이 나오는 시점이 될 지도 모를 일이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현대 브랜드의 플래그 십 모델이자 준대형 세단 그랜저가 이렇게 주목을 받는 건 요즘이 SUV 전성시대라고 해도 가족용 세단의 수요가 여전함을 보여주는 건지 모른다.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만들어지면서 대중 브랜드가 된 현대 브랜드의 최고급 모델 7세대 그랜저의 위상과 디자인의 과제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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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7세대 디 올 뉴 그랜저(The All New Grandeur)는 길이 5,035㎜, 너비 1,880㎜, 높이 1,460㎜, 휠베이스 2,895㎜로 기존의 6.5세대 그랜저 보다 길이는 45㎜, 너비는 5㎜, 휠베이스는 10㎜ 늘었지만, 높이는 10㎜ 줄었다. 조금이나마 높이를 낮춘 건 스포티한 비례를 가진 때문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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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 전의 1세대 그랜저의 길이 4,865㎜, 너비 1,725㎜, 높이 1,450㎜, 휠베이스 2,735㎜와 비교하면 오늘의 7세대 그랜저는 170mm 길어졌으며 155mm 넓어졌고 10mm 높아지고 휠베이스는 160mm 길어졌다. 전반적으로 길어지고 넓어졌지만, 특히 1세대 그랜저의 차 폭이 저렇게 좁았던 건 일본의 전폭 규제 1,700mm에 맞추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그래서 36년 전의 일본 시판용 데보네어(그랜저의 일본 모델 명칭)는 측면에 슬림 프로텍터를 적용해 차체 폭을 30mm를 줄인 1,695mm 모델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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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세대 그랜저는 차체 디자인에서 1세대 그랜저를 모티브로 한 것을 여러 부분에서 볼 수 있다. C-필러에 들어간 쿼터글라스의 디자인이 1세대 그랜저의 그것을 모티브로 했고 한다. 대체로 쿼터 글라스 또는 오페라 글라스가 들어가면 뒷좌석 비중이 높은 고급승용차의 인상을 주므로 대다수의 고급승용차들이 이런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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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그랜저의 쿼터 글라스는 1세대의 것보다 역동적으로 디자인 돼 있고, 거의 패스트 백(fast back)에 가까운 차체 자세도 가지고 있다. 반면에 1세대 그랜저는29%의 시각적 후드 비례와 17%의 트렁크 길이 비례로 후드 길이의 1/2이 넘는 데크 길이와 상당히 서 있는 각도의 C-필러로 보수적이고 경직된 이미지를 보여준다. 한편 7세대 그랜저는 1세대보다 약간 짧은 후드 비례와 큰 캐빈, 그리고 매우 짧은 데크 이미지(실제의 트렁크 공간은 작지 않다)로 역동적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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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눈에 띄는 건 엄청나게 큰 휠 이다. 1세대 그랜저는 14인치 휠이었고 타이어 규격은 185/70SR14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나 7세대 그랜저는 최대 20인치 휠과 245/40R20 초저편평 타이어를 달고 있다. 그래서 1세대와 7세대 그랜저의 차체 측면 이미지를 비교해 보면 36년의 시간 변화가 한 눈에 보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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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 전의 1세대 그랜저는 국산 최고급 승용차였으며, 그 당시에는 대기업 회장이나 국회의원들의 차 이기도 했다. 그리고 앞 모습은 사각형 액자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사각형 헤드램프로 그 시기 현대 브랜드의 다른 모델과 확연한 차별성을 보여주면서 그야말로 유일한 플래그 십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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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7세대 그랜저의 앞 모습은 1세대의 사각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의 디자인을 반영한 모습처럼 보인다. 또한 실내에서도 1세대 그랜저의 원 스포크 스티어링 휠의 이미지로 디자인한 스티어링 휠을 보여준다. 물론 실제는 3스포크 구조지만, 부품 구성을 다르게 처리해서 일견 1 스포크 스티어링 휠 같은 인상이다. 그리고 실내에는 긴 비례의 벤트 그릴과 앰비언트 라이트 등을 적용해 요즘의 차량 실내 공간 디자인 추세를 적극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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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 전 1세대 그랜저의 1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고급승용차의 관점에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이미지였다. 전위적 디자인으로 고급승용차이기보다는 얼핏 프랑스 시트로앵 차량의 실내 디자인이 떠오르는 모습이었고, 당시로써는 새로운 기능으로 스티어링 휠 스포크에 오디오 리모컨 버튼이 달려 있었다. 그런 이미지를 계승하고자 한 것이 7세대 그랜저의 스티어링 휠 디자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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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처음 7세대 그랜저의 차체 이미지가 공개됐을 때 많은 사람들의 반응은 승합차 스타리아와 앞 모습이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스타리아 세단 이라는 반응도 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스타리아와 7세대 그랜저를 대응시켜 비교해 보면 디테일에서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전체 인상은 유사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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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물리적 형태와 그걸 받아들이는 우리의 인식 구조 차이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른바 게슈탈트(Gestalt) 지각 원리로서, 세부가 달라도 전체 구성이 비슷하면 유사하게 인식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사람은 세부의 차이보다는 전체 구성을 먼저 인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건 마치 서양인의 눈에 모든 동양인이 비슷해 보이고, 동양인의 눈에는 모든 서양인이 같아 보이는 것과 같다. 가령 한국인과 중국인, 일본인은 그 인상이 분명 서로 다른데도 서양인은 모두 똑같아 보인다고 말한다. 물론 반대로 우리가 서양인을 볼 때도 그런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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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스타리아가 먼저 나오지 않았다면 7세대 그랜저의 앞 모습은 1세대 그랜저의 사각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를 디지털 감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았을 지 모른다. 그러나 스타리아가 먼저 나와서 사람들에게 사각형 모티브의 인상을 심어주었기에 유사하게 인식되는 건지 모른다. 게다가 곧 등장할 전기 동력 대형 SUV 아이오닉 7의 전면 역시 이와 유사한 조형일 걸로 보인다.

차량 디자인을 평가할 때는 단지 그 차의 디자인이 어떤지를 평가하는 걸로 그치는 게 아니라, 같은 브랜드의 다른 차량들과 함께 클레이 모델을 세워놓고 모델 간의 위계를 고려해 차별성이나 유사성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하는 게 보통이다. 같은 메이커의 차량 디자인이 유사성을 가지는 건 당연히 필요할 때도 있지만, 브랜드의 플래그 십 모델의 디자인은 브랜드 내의 다른 차들과는 구분돼야 한다. 만약 신형 그랜저를 스타리아와 같이 놓고 평가했다면, 브랜드의 플래그 십 모델의 앞 모습이 화물차와 유사한 얼굴로 보이는 디자인으로 결정됐을까? 수많은 고유모델 디자인 개발 경험을 가진 현대가 이걸 놓쳤을 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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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브랜드는 통일된 브랜드 아이덴티티 보다는 각 차종 별 특징과 개성을 강조하는 이른바 프로덕트 아이덴티티(product identity) 전략이 더 유효해 보인다. 게다가 현대 스스로도 각 차량의 디자인을 서양 장기 체스의 말처럼 각기 다르게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결과는 그와 다른 것 같다.

물론 스타리아, 그랜저, 혹은 아이오닉 시리즈 같은 혁신적 디자인은 실무 디자이너들의 뼈를 깎는 노력의 결과이다. 창의적이면서 새로운 디자인은 디자이너들의 자존심이며 목숨과도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현대 브랜드의 여러 모델에서 비슷한 인상의 디자인이 나오는 건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랜저와 비슷한 차량이 토요타 브랜드의 미국 시장용 플래그 십 아발론과 일본 시장용 플래그 십 크라운 일 것이다. 미국과 일본 시장에는 모두 렉서스와 토요타 브랜드가 동시에 판매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대중 브랜드 토요타의 플래그 십이면서 앞 바퀴 굴림의 대형 세단 아발론은 중형 세단 캠리와 플랫폼을 공유하지만, 넓고 편안한 세단의 실용적 가치의 고급 모델로 다른 토요타 차량과 구분되는 디자인으로 차별화 하고 있다. 크라운 역시 일본 국내 시장에서 실용적 고급 세단으로 확연히 구분되는 디자인을 보여준다. 크라운 세단은 왕관(crown) 형태의 독자적인 엠블렘을 쓰기까지 한다. 아발론과 크라운의 디자인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그들은 플래그 십으로서 명확히 구분된 디자인을 보여준다.

최근 어느 제빵브랜드의 근로자 사망 사고로 인해 소위 ‘피 묻은 빵’을 거부하자는 소비자들의 움직임이 보여주듯 성실한 대다수 구성원의 노력과 달리 몇몇의 그릇된 판단으로 매우 엄중한 결과가 초래되기도 한다. 물론 누구도 완벽한 판단을 할 수 없는 건 인류역사에서 늘 있어온 일이기도 하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는 자신이 잘 다루는 악기 연주 기량의 기준으로 단원들의 연주를 판단하기보다는(사실상 오케스트라에 입단한 단원들의 기본기는 이미 충분할 것이기 때문에), 곡의 해석에 대한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고 그에 따라 판단해야 각기 다른 악기를 다루는 단원들의 연주가 조화롭게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혹시나 이렇게 비슷한 인상의 디자인이 여러 차종에서 나오는 게 디자이너들이 각 차종의 디자인 방향에 대해 창의적으로 숙고할 시간을 가지지 못하고 의사결정권자의 기호에 맞추어야 하는 상황에 몰려 나온 ‘피 묻은 디자인’은 아닐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또 하나 현대 브랜드의 플래그 십 세단 그랜저에게 중요한 건 불량이나 품질 문제의 관리 이다. 사실 세상 어디에도 완벽한 차는 없다. 그렇지만 차량에 문제가 생겨서 찾아온 고객을 푸대접 하거나 차량 하자에 책임감 없는 자세를 보인다면, 플래그 십 모델의 평가는 삽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고급승용차는 단지 값이 비싼 차가 아니라, 가격에 상응하는 가치를 가진 차 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고급의 가치란 차량의 물리적 품질만이 아니라, 생산, 판매, 애프터 서비스 인력들의 고객응대 태도와 고객을 배려하는 마음까지도 당연히 포함된다.

자동차는 필요에 의해서 사지만, 사람들은 값이 조금 비싸도 높은 품질의 차, 아울러 그 가치에 상응하는 의미의 차를 사고 싶어 한다. 그리고 21세기의 모빌리티 기업이란 단지 달리는 기계만 판매하는 하드웨어 제조회사가 아니라, 자동차와 그를 둘러싼 문화와 생활을 모두 살피는 기업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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