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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89대만 생산된 쿠페, 컨버터블 애스턴 마틴 자가토

페이지 정보

글 : 구상(koosang@hongik.ac.kr)
승인 2023-02-17 09:28:13

본문

오늘날의 자동차산업은 거의 대부분 대량생산방식 기술을 바탕으로 차량이 개발되고 생산된다. 그렇지만 1920년대 이전에는 모든 차량은 수공업적 방법으로 생산됐었다. 지금도 유럽에는 수공업 생산을 고수하는 기업이 극소수 존재하며, 희소한 모델의 차량이 소량 생산돼 판매되고 있다.

그런데 전체 생산량이 89대라면 정말로 소량생산 중의 소량 생산일 것이다. 1986년에 나온 애스턴 마틴 자가토(Aston Martin Zagato) V8 쿠페가 바로 그것이다. 이 차량은 전체 89대 중에서 52대가 쿠페이고, 나머지 37대는 컨버터블이었다고 한다. 물론 컨버터블 모델 자체가 수요가 크지 않기에 브랜드와 상관 없이 모든 컨버터블 차량은 소량 생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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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토(Zagato)는 이탈리아의 밀라노에 있는 코치 빌더(coach builder)로, 여러 자동차 메이커의 한정 생산 모델을 제작한다. 1986년에 등장했던 애스턴 마틴의 자가토 V8 쿠페는 자가토가 1960년에 제작한 애스턴 마틴 DB4 GT Zagato를 모티브로 새로운 디자인으로 나온 모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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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형으로 나왔던 클래식 DB4 GT Zagato 는 곡면과 곡선이 특징적인 이미지였는데, 그 시기에는 전반적으로 곡선적 차체 디자인이 주류였다. 이후 1970~80년대에는 직선적 디자인이 전반적으로 유행하게 되지만, 1990년대에 시작된 세계적인 환경운동의 영향으로 생태학(ecology) 붐이 일면서 유기체에 대한 관심으로 다시 곡선적 디자인이 유행하게 된다.

그러나 요즈음은 이러한 전반적인 추세가 없는 게 ‘추세’이기도 하다. 즉 곡선적 디자인이나 직선적 디자인 같은 유행이 없이 다양한 디자인이 모두 개성 추구의 관점으로 동시에 등장하는 게 요즘의 현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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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1960년형 DB4 GT Zagato 쿠페는 전장, 전폭, 전고가 4,267ⅹ1,557mmⅹ1,270(mm)에 휠베이스는 2,362mm 라는 내용을 찾아볼 수 있지만, 정작 1986년형 애스턴 마틴 자가토 V8쿠페의 치수는 여기저기 뒤져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 대신 거의 도면에 가까운 비교적 정밀한 측면도 이미지를 찾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걸 바탕으로 크기를 추측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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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러가지 자료를 찾아보니 1986년형 자가토 V8쿠페의 타이어 규격이 255/50ZR16 임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요즘 기준으로 16인치 규격은 큰 게 아니지만 37년 전에는 최고급승용차 수준의 규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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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규격 타이어의 전체 외경이 약 660mm 이므로 그 치수를 기준으로 이미지를 100mm 간격의 그리드에 올려서 차체 크기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물론 여기에서 쓴 측면도는 정측면을 그린 노멀 뷰(normal view) 이긴 하지만, 그림에 투시 효과가 약간 들어가 있어서 차체 전∙후면의 곡면이 묘사돼 있지 않은 것으로 실제 차체 길이보다 약간 짧게 보이는 것임을 감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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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을 고려해 추정한 차체 크기는 클래식 DB4 GT Zagato와 비슷한 수준으로 보이는데, 대략 전장 4,250mm, 전고는 1,300mm 정도, 휠베이스는 2,580mm 정도이다. 차체 높이는 스포티 한 2인승 쿠페로서 낮은 편이면서, 전체적으로 그리 큰 차체는 아니다.

차체 비례는 후드 길이가 무려 33%의 긴 비례(요즘은 29%도 매우 긴 후드다)로 전형적인 롱 후드의 그랜드 투어러(grand tourer)의 3박스 쿠페에, 후륜 구동의 전형적인 특징인 긴 카울-대시 패널 간의 길이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뒤 트렁크 길이는 중립적 트렁크 비례로 여겨지는 후드의 1/2보다는 짧은, 전체적으로 스포티한 차체 이미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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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모습은 애스턴 마틴 특유의 라디에이터 그릴 이미지를 각진 형태로 해석했고, 뒷모습은 슬림 테일 램프가 범퍼와 일체로 만들어졌다. 물론 1980년대의 유행이었던 후드는 낮고 트렁크가 높은 이른바 쐐기형 스타일의 차체로 데크가 상당히 육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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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클러스터 독립형 수평형 인스트루먼트 패널을 볼 수 있는데, 크러시 패드가 직선적 형태이면서 소량생산 차량답게 가죽을 직접 재봉질 해서 씌운 마감 처리이다. 영국 차량이어서 기본적으로 우측 핸들 이지만, 좌측 핸들 차량도 소량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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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석 계기 클러스터는 계기 전문 업체에서 생산된 기성품을 조합해 만들어진 걸로 보인다. 센터 페시아의 우드 패널은 모두 실제의 목재로 만들어진 듯 하다. 수십 대 규모의 소량생산에서는 금형에 의한 플라스틱 성형공법보다는 이처럼 재료를 직접 깎아 만드는 게 더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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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재된 엔진은 애스턴 마틴의 고급 세단 라곤다(Lagonda)에 쓰였던 V형 8기통 5.2리터의 것인데, 엔진 사진의 연료분사 흡기 포트를 보면 1980년대 BMW 엔진에 쓰인 보쉬 계열의 흡기 포트와 비슷하다는 인상도 받게 된다. 1980년대에 개발된 연료분사 기술은 독일 보쉬가 거의 모든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고, 그에 따라 상당수 메이커의 엔진 연료분사 시스템이 보쉬의 것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아마도 1980년대의 애스턴 마틴의 엔진 역시 그러했을 것이다.

애스턴 마틴의 차체 구조는 사각 파이프를 구부려 용접해서 골조를 만들고, 여기에 차체 외판을 따로 만들어 조립하는 공예적 생산방식의 특징을 보여준다. 사진에서는 용접 하기 전에 바이스 플라이어로 차체 여러 부품을 임시 고정해 놓은 걸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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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용접된 골조에 알루미늄 판금으로 만들어진 외판을 붙여 차체가 완성된다. 89대라는 전체 생산량을 볼 때 자가토 V8 쿠페는 지금 남아있는 차는 훨씬 더 적을 걸로 보인다. 이런 제조 방식은 유럽의 전통적 공예 방식 차량 제작 방법이지만, 당연히 생산량이 적어서 차량 가격은 비싸질 수 밖에 없다.

여기 제시된 자가토 쿠페의 생산 공장 사진은 일본의 자동차 잡지 카 그래픽(Car Graphic)의 1986년 1월호에 소개된 것이다. 필자가 가진 잡지를 다시 뒤져보면서 수공업적 생산방식을 신기하게 봤던 기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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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디자인 전공으로 대학에 다니던 필자는 매달 광화문의 외국잡지골목에 가서 미국이나 일본의 자동차 잡지를 사서 보곤 했다. 지금은 어떤 외국 잡지이든 온라인 구입이 가능하지만, 그때는 광화문이나 명동에 가야 그걸 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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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자동차 역사에서 본다면 우리나라의 자동차산업은 1980년대 이후 수출을 통해 글로벌화를 이룬 후발주자이지만, 서구에서 100년 걸린 과정을 50년 만에 이룬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다양성의 관점에서 본다면 대량생산방식 이외의 자동차 제조방법은 익숙하지 못하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서구의 자동차산업이 공예적 생산방식에서 대량생산방식으로 발전된 역사를 바탕으로 나타나는 고급 브랜드의 정교함이나 기술적 깊이와 폭은 저들의 강점이자 특성일 것이다. 그렇다면 변화될 미래 모빌리티의 새로운 전기 동력 시대에 우리는 무엇으로 강점을 만들어 나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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