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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디자인학부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한국 자동차 다자인의 미래는?

페이지 정보

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6-04-08 07:38:21

본문

한국 자동차 다자인의 미래는?

21세기에 이른 지금 자동차 디자인의 역할과 개념, 그리고 구체적인 그들의 모습은 급격하게 변화되고 있다. 그리고 이미 오늘날의 자동차에서는 디자인(design)의 개념을 빼놓고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불과 십여 년 전 정도의 가까운 과거에서도 자동차에서 ‘디자인’이란 단지 바퀴달린 기계를 멋있게 장식한다는 개념의 소극적인 스타일(style), 또는 장식(decoration)의 개념정도로 받아들여졌었고, 그에 따라 하드웨어(hardware)와 디자인(design, 엄밀히 이야기하면 style)이 별개의 영역에서 변화되어가는 개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자동차의 디자인이 하드웨어를 구성하고, 한편으로 디자인에 따라 하드웨어가 결정되는 동시적 개념으로 바뀌었다. 또한 자동차 메이커와 브랜드들 간의 인수와 합병 등으로 이전까지 특정 메이커만이 가진 고유의 기술이나, 특정의 메이커가 어떤 국가를 대표하는 등의 사례는 이제는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혁명과도 같은 변화 속에서 한 대의 자동차 속에서 디자인이 추구해 나가는 커다란 목표는 무엇이고 그 목표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또한 어떤 원인들에 의해 그것이 결정되며, 그리고 그 속에서 세계의 주류가 되기 위한 한국의 자동차 메이커가 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자동차디자인의 변화
최초의 가솔린 자동차가 등장한 1886년 이후 지금까지 발전해 온 시간 속에서 자동차는 끊임없이 전문화 되고 고성능화 되어 왔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진화의 과정이었으며, 이전의 차들보다 더 감각적으로 새로우며, 정교하고 더 강력하고, 전문화 되는 세분화와 독립화의 과정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대부분 자동차를 구성하는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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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의 1호 3륜차와 다임러의 1호 4륜차, 1886년




그러나 이제 대체 에너지 개발이라는 전 지구적인 과제에 이르러 기존 구조의 자동차에서 하드웨어의 발전과 진화는 거의 한계에 이르렀고, 메이커와 브랜드 간의 인수․합병과 플랫폼 공유, 차량의 공동개발 등으로 특정 메이커만의 고유한 기술특성이라는 개념이 점차로 희석되어가고 있다. 반면에 한정된 하드웨어를 가지고 어떻게 차별화 시켜 다양한 시장과 소비자의 요구에 대응하느냐가 오늘날 매우 중요한 문제로 다루어지고 있으며, 그에 따라 차량의 하드웨어 요소를 지향하고자 하는 시장 특성, 또는 디자인의 감성적 특성과 같은 소프트웨어로 서로 다른 성격의 차량으로 구체화시키는 ‘방법으로써의 디자인’이 중요한 개념으로 부각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변화는 자동차디자인의 시작이 하드웨어에서부터가 아니라, 바로 시장에서부의 변화이며, 보다 근본적으로는 일상생활, 나아가 문화와 감성의 변화로부터 시작된다고 하는 보다 거시적인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오늘날의 자동차가 사람들(소비자들)에게 기계로써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생활의 도구로써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기계로써 좋은 차’는 만들기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가장 효율적이며, 가장 부드럽다면 기계로써 충실하고 완성도 높은 자동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생활’에 요구되는 자동차는 기계로써 완전한 고성능의 자동차가 아니라, 각각의 시장에서 요구되는 ‘가치’를 충실하게 가진 도구로써의 자동차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도구로써의 가치는 단지 성능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러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원인은 오늘날 문화의 다양성만큼이나 매우 다양하다. 그 가치를 만들어 낸 사례들 중에서 대표적인 몇 개를 통해 그 실마리를 찾아보도록 한다.

복합(複合, crossover)의 등장
자동차의 역할이 이동수단이라는 의미에서 확대되어 일상의 한 부분을 공유하는 도구로 자리 잡게 된 것은 거의 자동차의 역사 초기부터라고 하여도 틀리지 않다. 이것은 우리에게 자동차가 단지 ‘기계’로써의 의미만이 아니라 생활의 도구로써의 역할이 더 큰 이유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고 산업과 경제활동 구조가 변화됨에 따라 사회 구성의 가장 기초적인 단위인 가정과 가족의 모습 또한 변화되고, 이것은 그 사회의 평균적인 생활양식을 바꾸어 놓게 된다.
이러한 가정과 가족의 변화는 다시 그 사회를 구성하는 세부 요소들의 모습을 변화시키게 되고, 그것은 나아가 생활양식을 변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어느 국가나 사회에서든지 그 사회의 구성원들의 생활양식을 살펴볼 수 있는 대표적인 도구들을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자동차는 물론 그러한 도구들 중 하나이지만, 주택이나 의복 등과 같은 도구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이동 지향적 생활패턴에서는 가장 대표적인 생활 도구로써 자리 잡고 있다.

전통적인 가정의 형태에서는 가족들의 생활양식은 가장의 직업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맞벌이 가정의 증가와 아울러 가족 구성원들 각자가 모두 크고 작은 사회 활동에 관계를 가진 오늘날의 가정에서는 가족 구성원들의 활동은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현상은 가족의 구성원의 주중과 주말의 생활 패턴을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화시켰으며, 이에 따라 운송수단으로써의 자동차 역시 변화가 요구되기에 이른 것이다.
가족을 위한 자동차의 개념에서 실내공간은 큰 비중을 가지는 요소이다. 모든 가족 구성원들이 적절하게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의 크기는 차체의 형태와 상관없이 가족용 차량의 공통적인 조건이다. 그러나 이러한 실내공간의 개념 역시 가족간의 생활 패턴 변화와 함께 이제까지와는 다른 관점으로 변화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재래적인 개념에서 제품과 자동차의 마케팅에서는 특정 제품을 ‘누가’ 사용할 것인가가 중요한 요소였다. 그것은 사용자와 구매자가 일치하는 일반적인 제품 대부분의 경우에서 최우선적인 고려사항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운전자가 가장 중심이 되는 대상이었다.

따라서 종래의 ‘가족용 차량’의 개념에서는 운전자는 대부분 가장이며, 그 나머지 가족 구성원들은 단순 탑승자로써의 개념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서는 물리적 공간의 크기가 거주성(居住性)의 최우선적 요소가 되며, 정(停)적인 개념의 공간 확보가 중심 개념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축간 거리(wheelbase) 2700mm내외의 가족용 세단(sedan)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것은 차체의 크기를 볼 때 앞좌석과 뒷좌석의 공간적 비중이 거의 같은 가족용 승용차의 개념을 가장 크게 가진 유형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제의 활용을 살펴보면 주중의 가장의 출퇴근 시에는 가족용 차는 거의 가장 한 사람만을 위한 차량이 되며, 주말이 되어 가족 구성원 모두가 타게 되는 때만이 ‘가족용’으로 쓰이게 된다.

맞벌이 가정의 증가에 의한 경제 활동 인구 증가와 가구 당 수입의 증가로 세컨드 카(second car)의 개념이 일반화됨에 따라 가족용 차량의 개념이 단지 ‘함께 타는 것’에서 ‘함께 시간을 공유할 수 있는 차량’을 구입하는 것으로 변화되기 시작했다. 이것은 차량에 장착된 장비의 변화로도 나타난다. 가족 구성원에서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의 음악이나 TV의 프로그램 선호도는 가장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영역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구성원을 하나의 공간에 묶기 위한 방법으로 앞․뒤 좌석에서 각각 다른 방송을 청취할 수 있도록 설치된 별도의 라디오 카세트 플레이어, 또는 별도로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1대 이상의 TV의 설치가 새로운 특징이다.

또한 대가족 제도에서 가족용 차량은 다수의 구성원을 모두 수용하는 구조였으나, 가족 구성원이 보다 소단위 화로 변화됨에 따라 5인의 승차 정원으로도 모든 가족 구성원의 탑승을 만족시킬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특징이 보다 다양한 유형의 차량 형태에 복합된 유형의 차량을 가리켜 ‘넘나듦’ 이나 ‘경계의 모호’라는 의미로 크로스오버(crossover), 또는 퓨전(fusion)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게 되었다. 대표적으로 미니밴(mini van) 이나 SUV(Sports Utility Vehicle) 형태의 차량에 이러한 개념이 복합되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거주성의 개념 역시 변화되어 절대적인 수치상의 크기가 우선되는 공간 확보에서, 공간의 활용과 그에 따른 상대적 공간 확보 중심의 개념으로 변화되었다. 이것은 차체의 외형 스타일에도 영향을 미쳐서 절대 공간 확보 지향의 상자형 미니 밴(mini van)이나 미니 버스(mini bus)형태의 스타일에서 벗어나, 보다 개성적이고 유선형의 형태로써 승용차와 미니밴의 절충적인 크로스오버의 경향으로 연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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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크라이슬러(Chrysler)의 패시피카(Pacifica)





차량의 기능에서도 7~9인의 다수의 인원수용 기능을 강조하던 것에서 4~5인 이하의 가족들이 넉넉한 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구조를 가지는 추세이다. 이전에는 좌석의 구조와 배치가 탑승 인원을 늘리기 쉬운 단순한 벤치(bench)형 시트를 가변성이 비교적 적은 형태로 배치했던 미니 밴의 레이아웃(layout)과 스테이션 웨곤(station wagon)에서 뒷좌석 이후의 화물실에 뒤를 보고 앉을 수 있는 별도의 3열 시트(third seat)를 설치하여 승차 정원을 7명까지 늘린 것 등이 1990년대 후반까지의 대가족 단위의 유형을 반영한 차량의 형태이었다. 이들의 좌석 배치는 단순한 탑승에만 중점을 둔 것으로 자리에 앉기만 할 뿐 동적인 개념이 없는 거주성이었다.

미니 밴의 공간 배분에서 이 이후에 등장한 유형은 6 인 이하의 승차 정원을 설정하고, 각각의 탑승자가 독립적인 좌석을 가지면서, 각 좌석은 가변성을 가져서 상황이나 용도에 따라 변환 될 수 있으며, 공간의 할애 역시 여유 있게 설정되어 있는 동적(動的) 특성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미니 밴이나 SUV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작은 공간을 가진 소형 패키지(package)의 승용차에도 적극적으로 도입되어, 차량의 전체 높이는 상대적으로 낮아진 비례로써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차량의 높이가 낮아지는 것은 단순히 승용차의 스타일적 특성을 가진다는 개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의 상대적 활용성을 동반한 개념에서 이루어진 변화이다.

이러한 현상은 세단형(sedan)의 승용차와 해치 백(hatch back)형의 승용차가 뚜렷이 구분되는 디자인 특성으로 나타나는데, 과거에는 소형 승용차에서 세단형과 해치 백 형의 구분은 단순히 해치 백 형 승용차에서 패키지(package)는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별도의 트렁크를 설치하는 소극적 변형의 개념이었던 것에서, 최근에는 세단형 승용차는 엔진룸, 객실, 그리고 화물칸으로 나누어지는 종전의 3박스 구조를 유지하고 전체의 차체 비례 역시 큰 변화를 주지는 않았으나, 반면에 최근 등장한 2박스 승용차는 바닥을 평평하게 처리하고 실내에서 좌석간의 이동이 자유롭게 만들어져 있어서 구조에서는 미니 밴이나 RV 유형의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외형 스타일 비례 역시 정통적(正統的) 승용차보다는 미니 밴에 가까운 모노 볼륨(mono volume) 형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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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승용차이면서도 모노 볼륨의 형태를 가진 혼다 시빅





이러한 복합적인 유형은 렉서스와 같은 고급 브랜드의 자동차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SUV는 주로 비포장도로를 주행하는 차량으로만 인식되어 있었으나, 이제 소비자들은 그 기능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SUV의 이미지를 소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들 소비자들은 SUV의 이미지를 가지면서도 승용차 수준의 승차감과 안락감을 바라는 이율배반적인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 중형 캠리 승용차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개발된 렉서스 RX330이 바로 그 예이다.

물론 모든 복합적인 성격의 차량이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성공적인 크로스오버는 사람들이 원하는 ‘어떤 것’을 찾아내 그것을 성공적인 이미지로 승화시킨 차들이었다. 렉서스는 세련된 도시적 이미지의 차체와 커다란 휠에 의한 강인한 주행성능의 이미지(이 차가 실제로 얼마만큼의 4륜 구동 성능을 가지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은 실제로 이 차를 비포장에서 쓰려고 구매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므로)를 양립시킨 결과물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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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현대적 감각의 승용차와 SUV의 이미지를 동시에 가진 렉서스 RX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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