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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GMC 시에라 풀 사이즈 픽업의 디자인

페이지 정보

글 : 구상(koosang@hongik.ac.kr) ㅣ 사진 : 구상(koosang@hongik.ac.kr)  
승인 2023-02-27 00:29:03

본문

한국 GM에서 풀 사이즈 픽업 트럭 시에라(Sierra)를 공개하고 판매하기 시작했다. 시에라 모델 중에서도 최상급 트림 드날리(Denali) 모델을 들여와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이 모델의 미국 판매 브랜드는 GM 산하의 쉐보레가 아닌 GMC 브랜드이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우리나라에서 한국GM은 공식적으로 쉐보레(Chevrolet) 브랜드로만 판매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GM에 대중적인 쉐보레 이외에도 프리미엄 브랜드 캐딜락(Cadillac), 고급 대중 브랜드 뷰익(Buick), 그리고 대형 트럭과 SUV, 픽업 전문 브랜드 GMC 등이 있다. 물론 쉐보레 브랜드에도 픽업과 SUV가 있지만, GMC 브랜드에서는 준대형 이상 크기의 픽업과 SUV를 판매한다. 그래서 당연히 시에라는 GMC 브랜드로 판매되는 대형 픽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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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라(Sierra)라는 이름은 일견 귀여운 느낌도 있지만,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주와 네바다 주의 경계에 있는 거대한 산맥(최고봉 4,421m)의 이름이기도 하다. 평지가 많은 북미 대륙에서는 더더욱 높은 인상의 산일 것이다.

우리의 태백산맥(최고봉 1,567m)도 큰 산맥이지만 시에라 산맥의 높이가 에베레스트(8,848m)의 절반 정도이니 정말 높긴 하다. 그래서 차체 역시 육중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GM의 차들 중에는 콜로라도, 올랜도, 말리부 등과 같이 미국의 지리적 명칭을 쓴 차들이 더러 있다. 우리로 치자면 차량 모델명을 태백, 유성, 안동 등으로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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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라 드날리의 차체 크기는 전장, 전폭, 전고가 각각 5,890ⅹ2,065ⅹ1,950(mm)에 휠베이스는 3, 745mm이다. 국산 대형 SUV 모델 제네시스 G80의 4,945ⅹ1.975ⅹ1,715(mm)에 휠베이스 2,955mm와 비교해보면, 길이는 1미터 이상, 휠베이스는 790mm 길다. 높이도 235mm 높다. 사실 이건 차이가 나는 정도가 아니라 두 체급 정도 더 큰 차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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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라의 캐빈은 2열 구성의 4도어인데, 뒷좌석의 공간이 그냥 ‘형식적’으로 만든 게 아니라, 차체 측면에서의 이미지를 보아도 시각적으로 GV80의 2열 좌석보다 좁아 보이지 않는다.

현대 브랜드에서 판매하고 있는 초대형 승합 차량 솔라티의 차체 제원을 보면 전장, 전폭, 전고가 6,195ⅹ2,038ⅹ2,665(mm)에 휠베이스 3, 645mm 와 비교해 보면, 시에라의 길이는 300mm가량 짧지만, 차체 폭은 오히려 27mm 넓고 휠베이스 또한 100mm 길다. 전체 높이는 하이 루프 차체의 솔라티가 600mm 높다. 이 정도면 시에라는 정말 큰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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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솔라티의 엔진이 4기통 2.5리터 디젤인 걸 감안하면 시에라의 8기통 6.2리터 가솔린 엔진은 우리나라에서는 정말 엄청난 크기이다. 국산 차량의 가솔린 엔진 중에서는 아마도 제네시스 G90의 리무진 모델의 V형 8기통 5리터가 가장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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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라의 V형 8기통 6.2리터 가솔린 엔진은 조금 과장된 비유를 하자면, 실린더 하나의 크기가 과거에 대우자동차가 판매했던 800cc 경승용차 티코나 마티즈의 배기량인 셈이다. 즉 거의 티코 승용차 8대가 시에라 픽업의 엔진 하나에 들어가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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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기준으로 픽업 트럭의 연간 자동차 세가 28,500원의 적은 액수를 낸다고 해도, 8기통 6.2리터의 가솔린 엔진은 가벼운 마음으로 타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게다가 시에라 드날리 픽업의 가격 역시 거의 1억원이다. 물론 그러한 가격에 걸맞는 성능과 내/외장 품질로 최고급 픽업의 면모를 보여준다.

한국GM이 시에라 픽업을 한국 시장에 내놓은 건 어쩌면 많은 판매량을 기대하기보다는 다른 한국GM의 모델들에 대한 후광효과(halo effect)를 염두에 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즉 전체 차량 라인업에 강력한 인상을 주는 최상위 모델을 배치해서 전반적인 브랜드 이미지의 향상을 꾀하는 마케팅 방법인 것이다. 미국 업체가 강점을 가진 대형 픽업을 이용해서 강력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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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건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픽업트럭이나 대형 SUV의 수요가 이전에 비해 늘고 있고, 전반적으로 레저나 캠핑 등 야외 활동에 관심이 크게 높아진 것과 관련이 있다. 그래서 픽업을 단지 화물차로 보기보다는, 강인한 이미지와 실용성을 가진 차량의 한 종류로 인식하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고, 그런 변화에 힘입어 쌍용자동차의 국산 픽업 렉스턴 칸의 판매량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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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배경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교통환경에서 시에라와 같은 풀 사이즈 픽업의 사용에서 장애 또한 존재한다. 그것은 커다란 차체로 인한 주차 불편 같은 문제다.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자동차 소비 행태는 미국 시장의 그것과 닮아 있는 일면들이 눈에 띈다. 그것은 90%가 넘는 자동변속기 선택 비율과, 큰 차체의 선호에 의해 경승용차 판매가 저조한 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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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옆 나라 일본에서는 자동변속기 선택 비율이 50%를 밑도는 걸로 알려지고 있고, 차체 폭이 1,600mm 이하이면서 660cc 배기량의 경승용차가 차량 판매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 등에서 우리나라와 차이를 보인다. 게다가 일본 소비자들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아침에 자기 차의 시동을 걸 때 이웃에게 방해가 될 걸 우려해서 디젤 엔진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정말로 저렇게 이타적(利他的) 성향의 사람들이 일본에 많은 건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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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디젤엔진을 경제성의 이유로 선택하면서도 저와 같은 이유는 그다지 고려하지 않는다. 이웃을 생각하지 않는 다기 보다는, 자동차가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기에 그걸 선택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일 것이다. 물론 이건 누가 옳고 그르냐의 문제이기 이전에 문화적 차이 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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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라는 픽업의 나라 미국에서 만든 차 답게 픽업의 특징을 전문적으로 살린 내/외장 디자인과 기능을 볼 수 있다. 2열 좌석 등받이 부분을 열고 닫을 수 있게 만들어 별도의 수납공간을 둔 것, 적재함의 뒤쪽 게이트 자체도 분할돼서 열리기도 하며 그렇게 완전히 열었을 때는 마치 계단처럼 펼쳐져서 적재함으로 오르고 내리기 쉽게 한 것, 그리고 적재함 좌측 벽면에 파이프로 또 다른 보조 손잡이를 만들어 놓은 것, 그리고 뒤 범퍼 양측 모서리에 보조 발판을 만든 것 등이 그것이다. 게다가 차량 뒤쪽에 캠핑 차량을 연결해 견인해 운행할 때 항상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 보조 카메라가 설치된 점 등이 눈에 띈다. 견인 이동할 때의 주행안정성을 위한 구동 장치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장비들은 직접 픽업을 사용해본 경험이 많이 쌓였을 때 개발 가능한 것들이다.

우리나라에서 시에라 픽업의 판매량이 어느정도 일 것인가와 상관없이, 이제 우리나라 소비자들도 레저용 차량의 하나로 픽업 트럭을 인식하기 시작했고, 그것은 픽업을 또 다른 유형의 차량으로 받아들이는 걸 의미한다. 분명 8기통 6.2리터 가솔린 엔진을 얹은 픽업은 단순한 화물차로서가 아니라, 자동차를 사용하는 여러 모습 중 좀 더 여유롭고 풍요로운 생활의 한 장면일 것이다. 초대형 픽업 시에라의 등장으로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과 소비자의 모습이 좀 더 다양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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