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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변화하는 한국차의 디자인

페이지 정보

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8-06-23 06:39:17

본문

변화하는 한국차의 디자인

최근에는 국산 신형 차들이 정말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쏟아진다’는 표현 이외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새로 나온 차의 신차발표회를 보고 돌아서면 또다시 새 차가 나오고 있으니, 자동차를 좋아하는 필자로써는 즐거운 일임에 틀림없다.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세계 순위는 2005년부터 작년 2007년까지 3년 연속으로 줄곧 5위를 고수해오고 있으니, 이미 규모면에서는 세계적이다.

글/구상(한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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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어떤 면에서 우리 자신들은 우리나라가 세계 5위의 자동차산업국가라는 사실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지도 모른다. 아니, 사실은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정말 놀라운 일임에 틀림없다. 남한만을 본다면 미국의 100분의 1밖에 안되는 나라이고, 자동차산업의 역사라고 해봐야 길게 잡아도 40년 남짓인 나라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나라들과 겨루고 있는 것이다. 물론 5위라는 순위는 생산량으로만 본 것이지만, 최근에 우리나라의 지동차 산업에서 나타나는 일련의 모습들은 이제 양적인 측면 뿐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국제적인 수준으로 올라서고 있다는 증거를 보여주고 있다.

자동차는 단순히 잘 돌아가게 만들면 그만인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수준 높은 디자인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그런 이유에서 비록 생산량은 세계 3위에 이르는 중국의 자동차산업이 아직은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자동차메이커들의 브랜드의 인지도나 디자인의 완성도에서 아직은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이미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디자인을 완성해 내기 위한 발전을 향한 움직임은 시작된 것 같다.

그 시초는 지난 2006년 8월에 독일인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가 기아자동차에 디자인총괄 부사장으로 영입된 것부터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의 영입을 두고 기아자동차 내부에서도 한국의 자동차메이커의 디자인을 독일인 디자이너에게 맡기는 것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는 뒷이야기도 있긴 하지만, 이미 세계적인 메이커들의 디자인책임자들 가운데는 국적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니, 디자이너의 국적 이전에, 자동차브랜드와 국적의 상관관계가 사라진지 이미 오래다. 이제 자동차의 브랜드와 디자인은 문화와 감성이지, 더 이상 국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의 자동차디자인도 그런 흐름을 따라가기 시작했다는데서 변화의 시초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전문 디자이너 경영진의 존재

기아자동차의 디자인총괄 부사장(Chief Design Officer)으로 영입된 피터 슈라이어(Peter Schreyer)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매체를 통해 알려져 있지만, 그는 BMW의 크리스 뱅글(Chris Bangle), 아우디의 발터 드 실바(Walter De Silva)와 함께 유럽 3대 자동차 디자이너에 꼽히고 있는 영향력 있는 인물이다. 그는 1953년 독일 출생으로, 1975년에 뮌헨의 산업디자인전문학교(The Industrie Design Fachhochschule) 디자인전공을 졸업했다. 그리고 1979년에 영국 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 자동차디자인 전공을 졸업하고 1980년부터 아우디에서 디자이너로 근무를 시작했으며, 폭스바겐의 디자이너를 거쳐 1993년부터 아우디의 디자인 책임자, 그리고 2002년에 폭스바겐의 디자인 총괄 책임자가 된다. 2006년 8월부터는 기아자동차의 디자인 총괄 책임자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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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디자인은 장식이 배제된 독일의 디자인 성향을 가장 큰 특징으로 볼 수 있는데,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아우디의 디자인 변화에서부터 그의 영향력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1999년에 컨셉트 카로 발표되고 2001년에 양산된 아우디 TT는 그러한 그의 디자인 철학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물론 자동차디자인이 전적으로 한 사람의 힘만으로 개발되기 어려운 것이고, 또 그가 디자인 책임자로 있으면서 실무 디자이너가 따로 있어서, 로세마이어와 같은 컨셉트카는 제스 하더(Jess Harder), 뉴 비틀은 제이 메이스(J. Mays) 등에 의해 실무가 진행되었으나, 그의 영향력 속에서 개발 된 것이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동일한 흐름의 디자인아이덴티티를 볼 수 있다.

디자인 변화의 조건

그런데 그의 등장과 함께 우리나라 차들의 디자인의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피터 슈라이어는 뚜렷한 조형 철학을 가지고 시종일관 통일된 컨셉트로 디자인을 완성해 나가기 때문일 것이다. 앞서 언급한 수많은 전위적 디자인을 가진 차들이 그의 이러한 디자인 철학을 뒷받침해 준다. 그렇다면 그동안 우리나라에는 피터 슈라이어만큼의, 아니 적어도 그 만큼은 아니더라도 그와 견줄만한 ‘능력’을 가진 디자이너가 한 사람도 없었던 것일까?

필자는 이것을 디자이너의 자질보다는 ‘시스템의 문제’로 보고 싶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의사결정 시스템의 문제’ 인 것이다. 필자가 디자이너로 자동차 메이커에서 근무하던 시기에는 디자이너들이 완성된 디자인을 경영자에게 발표하는 최종 프레젠테이션 때는 모두가 가슴을 졸이며 조마조마했었다. 그 이유는 경영자들이 여러 개의 디자인 중 그 프로젝트의 성격과 어울리지 않는 ‘엉뚱한 디자인’을 선택할지도 모른다는 염려 때문이다. 또는 그렇지 않으면 완성된 디자인을 놓고 “내(회장, 또는 사장)가 보니 요즘 뭐가 멋있는 것 같던데 그걸 좀 여기 갖다 붙여 봐” 라는 식의 예측 불허의 지시가 내려지는 것을 걱정했기 때문이다.

대체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동차에 대한 취향은 좀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특히 거리를 누비는 SUV들을 보면 무엇을 그렇게 ‘덕지덕지’ 붙였는지 차체는 온통 부착물들로 ‘가려져’ 있고, 도무지 빈 공간을 그냥 두지 못하는 ‘공백공포’증에 걸리기라도 한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현상은 아직 자동차문화가 성숙하지 못한 후진적 수준이라고 단언하고 싶다. 그리고 이런 수준의 자동차 소유자들을 만족시켜주기 위해서 애프터 마켓용의 ‘촌스러운’ 액세서리들이 시장에 넘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자동차 메이커의 기술력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서고 있고, 세계 각국에서 우리의 차들이 달리고 있다. 소비자들도 현명한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경영자나 디자이너들보다 더 앞서는 안목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런 소비자들과 시장을 위해 자동차메이커의 디자인이 바뀌려면 당연히 디자이너들의 자질이 높아져야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앞선 디자인을 볼 줄 아는 ‘안목을 가진 의사결정 시스템’이 있어야만 한다.

오늘날 우리가 중국산 자동차들의 디자인을 보면서 20여 년 전의 우리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은, 그래도 오늘날의 우리가 저들보다는 좀 더 ‘성숙했고’ ‘시스템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오늘날의 우리들은 선진 메이커들이 보기에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낄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우리는 올바른 발전과정에 있는 것 같다.

자동차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디자인은 ‘누가’ 디자인하느냐 보다는 ‘어떤 방법으로’ 디자인하느냐가 좋은 결과물을 내는가의 여부를 결정한다. 그리고 ‘어떤 방법’이란 결국은 의사결정시스템이다. 이러한 의사결정시스템이 자동차디자인 이라는 분야가 전문적인 안목이 요구되고, 또 한 기업의 디자인을 결정하는 것이 ‘회장님의 취향’에 의해서가 아니라, 마케팅이나 선행개발의 논리적 연구, 그리고 창의적인 치프 디자이너가 지휘한 디자인 프로세스에 의한 결과물을 선택한다는 것으로 자리 잡아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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