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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깍두기라 불러다오 - 상자형 자동차 디자인

페이지 정보

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8-07-07 17:17:08

본문

공간효율과 상자형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에서는 상자형 차체의 승용차가 많이 나온다는 점이 특이하다. 얼마 전 뉴욕 모터쇼에서 공개된 도요타 사이언의 컨셉트 카 하코(Hako)는 그러한 일본의 상자형 승용차의 디자인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하코(Hako)’는 상자(箱子)를 의미하는 일본말 단어 ‘はこ’를 영어로 표기한 이름이다. 말 그대로 상자이다. 컨셉트 카 하코는 거의 직각에 가까운 필러(pillar)와 ‘상자’형 차체 형태로 상당히 낯선 이미지를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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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의외로 상자 형태의 사물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당장 우리가 거의 날마다 들여다보는 TV의 형태가 그렇고, 컴퓨터, 냉장고, 세탁기, 오디오 등등은 물론이고, 장롱과 책꽂이, 책상 등의 물건들은 일견 복잡한 형태인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상자의 모양에 이것저것 붙여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 형태인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게다가 우리 대부분이 살고 있는 집과 아파트 역시 상자의 모양이다. 이처럼 우리는 상자 형태 속에서 상자 형태의 물건들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다만 우리들이 의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한 번 더 생각해 보면, 상자형 자동차 역시 사실 전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저 수많은 버스들은 한 치의 틀림없는 상자형 디자인이다. 다만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한 나머지 느끼지 못할 뿐이다. 자동차의 주행성능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다 더 날렵한 유선형으로 만들어야 하지만, 한편으로 실내공간의 거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간은 가능한 한 상자형에 가까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은 ‘선택의 문제(matter of choice)’이다. 주행성능이냐 아니면 거주성이냐의 두 개의 상반된 가치를 모두 만족시킬 수 없다면, 그들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상자형 승용차의 실내 공간
필자는 얼마 전 닛산 큐브(Cube) 승용차를 타 볼 기회가 있었다. 큐브 승용차는 이름 그대로 상자형의 깜찍한 디자인의 차체를 가지고 있고, 일부 연예인들이 타고 있기도 해서 유명해진 모델이다. 게다가 B필러와 C필러의 디자인이 좌우가 다르게 디자인되어 있는데, 이것은 운전석에서 볼 때 뒤쪽 시야확보에 유리한 디자인이라고 한다. 그런데 큐브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미국 진출에 대한 추측이 나오면서, 미국의 한 자동차 월간지에서 운전석 방향이 일본과 반대인 미국에 맞게 바뀌면 과연 차체 디자인도 반대로 바꿀 것인지가 궁금하다는 논평을 낸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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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의 큐브 승용차는 B필러와 C필러의 각도가 측면에서 보아도 거의 직각이고, 앞뒤에서 보아도 거의 직각이다. 그렇다면 큐브와 같은 상자형 승용차의 실내 공간은 일반형(?) 승용차에 비해 얼마나 차이가 날까? 실제로 필자가 큐브에 타서 본 공간감은 정말로 큰 차이가 났다. 제원 상으로 큐브는 국산 소형 승용차보다도 차폭이 오히려 25mm나 좁은데, 어깨 쪽의 공간은 훨씬 넓었다.

그런데 이러한 차이는 준중형급의 도요타 싸이언(Scion) 승용차의 경우에서도 같다. 젊은 소비자들을 위한 도요타의 별도 브랜드 싸이언은 상자형 승용차를 미국에서 출시해서 인기를 얻고 있다. 상자형 차체를 가진 싸이언의 Xb는 차체 폭으로는 우리나라의 준 중형급 승용차와 거의 같다. 그러나 높이는 1,600mm에 이르고 있어서 마치 소형 밴처럼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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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 언어로써의 상자형
이러한 상자형의 차체 디자인은 복고풍 승용차 같은 느낌도 준다. 컨셉트 카로 등장한 ‘하코(Hako)’가 마치 클래식 카를 다시 만든 핫 로드카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나온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일 것이다. 상자형의 형태가 가지는 추상적 메시지는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자동차가 단지 장소의 이동을 위한 수단으로써가 아니라, 또 다른 생활의 공간으로 변화됨에 따라 보다 쾌적한 거주성을 위하여 주택과 같은 개념의 공간을 가진다는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할 것이며, 한편으로는 속도를 위한 유선형이 아닌, 시각적으로만 유선형을 가진 것에 대한 저항의 의미이기도 하다. 오늘날의 도시에서 자동차는 더 이상 빨리 달릴 수 없다. 그럼에도 유선형 디자인의 차체를 가진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이미 굳어져버린 편견일 수도 있다.

이와 같이 기존의 자동차들이 가지고 있던 가치들에 대해 반대의 입장에 서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어쩌면 싸이언(Scion) 같은 브랜드들이 젊은 세대들에게 공감을 얻는 측면일지도 모른다. 상자형 디자인은 기존의 자동차 형태가 가진 유선형을 부정하는 모습이며, 오늘날의 자동차가 가지는 다양한 가치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모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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