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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는 기아자동차 디자인실에서 크레도스 책임디자이너를 역임했으며 기아자동차 북미디자인연구소 선임디자이너를 지내기도 한 자동차디자인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동차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구상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입니다.

고유모델 포니의 3D 복원 - 하

페이지 정보

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8-08-09 03:16:19

본문

포니에 관한 자료의 부재

그렇지만, 아무리 어렸을 때 그렇게 오래 동안 관찰을 해서 어디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알고’ 있다고 해도, 포니를 정확한 모양으로 다시 만들어낸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필자는 포니와 관련된 자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도서관과 인터넷을 뒤져 사진이나 포니의 제원표 등 포니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크기가 알맞고 해상도가 좋으며 정확한 투시각도를 가진 사진을 구하기는 어려웠다. 게다가 차체도면 같은 것이 있을 리 만무했다.

32024_1.jpg필자가 구한 것 중 차체도면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것이란, 현대자동차에서 1997년도에 발간한 「도전 30년 비전 21세기」라는 책자에 실린 명함보다도 작은 크기의 측면도가 전부였다. 그리고 온전한 컬러사진 역시 이전에 필자가 ‘자동차디자인 100년’ 책을 준비할 때 현대자동차 디자인실에 근무하는 지인(知人)을 통해 얻었던 오렌지 빛의 차체 색을 한 포니의 사진 한 장이 전부였다. 물론 그 사진은 깔끔하기는 했으나 너무 어두운 배경인데다가, 조립된 부품들의 연식(年式)이 서로 맞지 않았다. 포니는 1976년에 시판되기 시작한 이후, 1982년에 포니2가 나오기까지 몇 번의 연식변경(年式變更, model year)이 있었는데, 물론 그 변경내용은 방향지시등(方向指示燈)의 렌즈형태나 범퍼의 코너 브래킷(corner bracket)의 형상 등 세부적인 부품의 형상변경이었지만, 필자는 비록 모니터 속 가상의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복원’이라 해도 가능한 한 정확하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필자는 사실 최초로 나왔던 포니의 모습보다는 1년 정도 지나, 약간의 품질개선이 되어 나온 모델에서 범퍼나 차체에 장착된 몰딩(molding)같은 장식품을 뺀 기본형의 모습을 살려보고 싶었다. 그것이 포니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 나온 모델 좌․우의 앞 펜더에 달려있는 측면 방향지시등은 렌즈의 크기도 작았고, 마치 아크릴을 실톱으로 썰어 만든 듯한 모양으로, 포니의 차체 스타일과도 어울리지 않았었다. 테일 램프는 조립된 나사못이 렌즈 밖으로 보이는 복잡한 모양을 하고 있었는데, 다음 해부터 나온 모델은 방향지시등과 테일 램프가 모두 깔끔하게 정돈되어 나와서 포니의 차체 디자인을 훨씬 더 모던하게 보이게 했었다. 이 밖에도 앞면의 방향지시등과 차폭등(車幅燈)도 초기의 모델에서는 앞 범퍼 아래의 에어댐(air dam)에 달려있던 것이 다음 해에는 앞 범퍼로 올라오는 등 몇 가지의 변화가 있었다.

결국 이러한 필자의 조각조각으로 생각나는 기억에 의한 내용들과 작디작은 도면, 어두컴컴한 사진, 전장(全長), 전폭(全幅), 전고(全高) 등의 기본적인 치수만 적힌 제원표를 바탕으로 작업을 시작해야 했으나, 너무나 막연했다. 실제의 차를 보고 치수를 잴 수 있다면 그 이상 확실한 기준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들리는 말로는 현대자동차조차도 필자 같이 메이커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있지 않은 사람들이 ‘구경’할 수 있는 포니는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구세주’가 나타났다.

차체의 실측과 모델링 착수

32024_2.jpg필자에게 나타난 구세주란 다름 아닌 용인에 있는「삼성교통박물관」이었다. 약간의 수리를 거친 검정색 포니 한 대가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박물관의 커다란 배려로 필자는 사흘간에 걸쳐서 작업에 필요한 치수들을 실측(實測)할 수 있었다. 물론 박물관에 있는 포니 역시 부품들의 연식이 일치하지는 않았는데, 그것은 박물관에 소장품으로 오기 이전의 사용과정에서의 수리를 거치면서 여러 연식의 부품들이 섞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작업에 필요한 치수들은 대부분 얻을 수 있었고, 그렇게 해서 마침내 필자의 ‘복원작업’은 시작되었던 것이다.

필자가 포니의 가상복원에 사용한 3차원 모델링(modeling) 프로그램은 라이노(Rhino)3D 2.0 버전의 것이고, 그 모델링 된 입체에 색과 질감을 입히는 렌더링(rendering) 작업에 사용한 플러그인(plug-in) 프로그램은 플라밍고(Flamingo)였다. 마무리는 포토샵(Photoshop)으로 했는데, 컴퓨터에 대해 잘 아시는 분들은 이 이름들은 익히 들어보셨을 것이고, 필자보다도 뛰어난 분들이 많이 계실 것이므로 이들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기로 한다.

작업은 ‘명함크기’의 측면도를 제원표의 치수, 그리고 필자가 실측한 치수들에 맞추어 실제차량의 1/20 크기로 확대하고, 여러 가지 각도의 사진들을 비교해 가며, 그야말로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었다. 지붕, 측면 유리, 옆면, 앞 유리 등 전체적인 차체의 면들을 만들어 나갔는데, 처음에는 필자의 라이노 운용실력 역시 신통치 않아서 하루 종일 작업해도 지붕 면 하나 만들고 끝나는 식으로 되기 일쑤 였다. 그리고 속도를 내기 어려웠던 다른 원인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였다.

기껏 면을 만들어 모니터 상에서 빛을 쪼여보면 ‘포니의 맛’이 나지 않아 지우고 다시 만들기를 여러 차례 했다. 또 하나 작업속도를 늦춘 요인은 작업이 진행될수록 데이터 분량이 많아져서 컴퓨터가 다운되는 일이 심심치 않게 일어났다. 지금은 더 성능이 좋은 기종을 쓰고 있지만, 그 당시 필자가 사용한 데스크 탑 컴퓨터는 그 정도 분량의 데이터를 감당키 어려웠다. 처음 몇 번은 다운되면서 그날 작업한 것을 모두 날리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맥이 풀리고 할 맛이 싹 가시곤 했다. 그러나 그 다음부터는 작업 도중에 수시로 저장하는 습관이 들게 되어 도중에 다운이 되어도 ‘모두’ 잃는 일은 없었다.

3D로 재현된 포니의 뒷모습

32024_3.jpg필자의 모델링 실력도 차츰 나아져 진행속도는 조금씩 빨라졌다. 그런데 그 다음 단계로 올라서면서 새로운 문제가 나타났다. 그것은 필자가 갈수록 좀 더 나은 모델링 기법을 터득하게 되면서 초기에 만든 부분들이 마음에 들지 않게 되어, 잘라내고 다시 만드는 부분들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다시 만든 부분과 연결된 부분을 다시 손보게 되는 식으로 작업이 제자리에서 맴돌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전체 치수가 잘 맞아들어 갔다.

차체 후면에 부착되는 크롬도금 된 ‘조랑말’ 모양의 배지와 트렁크 리드에 붙는 「pony」엠블렘의 모델링에도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필자가 기억하기로 옛날에는 포니의 ‘조랑말’ 배지와 엠블렘은 도난 1순위의 부품들이었다. 그 때 어린 필자는 아예 서비스센터에 가서 보관용으로 이들 부품을 따로 구입하기도 했었다. 만약 지금까지 잘 갖고 있었다면 훌륭한 역사적 기록이 되었을 것인데 아깝기 그지없다. 그래서 그것을 보상받으려는 심리에서인지 엠블렘과 배지의 모델링에 다른 부분보다 더 많은 정성을 들인 것도 사실이다.

앞문과 트렁크 리드에 키이 실린더(key cylinder)를 만들고, 휠과 타이어를 만들어 바퀴를 만들고, 앞․뒤 유리창의 고무 몰드와 크롬 몰드까지 만들자, 차체 외부는 거의 다 만들게 되었다. 그리고 뒤 차축(車軸)과 리프 스프링(leaf spring), 머플러(muffler)와 테일 파이프(tail pipe), 연료탱크(fuel tank)도 만들어 넣었다. 이때의 차들은 연료탱크가 트렁크 바닥에 누워있었다. 지금은 후방추돌 시의 폭발위험을 줄이기 위해 뒷좌석 아래에 장착된다. 물론 이들 부품의 형상은 추가 작업과 약간의 수정은 필요하다.

더 나은 완성작을 기약하며

여기까지 진행하는데 두 달간의 방학이 끝나 버렸다. 그런데도 리어 뷰 미러(rear view mirror)와 와이퍼(wiper), 안테나(antenna)같은 부품들은 하나도 만들지 못했다. 이 부품들은 차체에 비해 크기는 훨씬 작지만, 구조가 복잡하고 면의 개수가 많아서 모델링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게다가 더욱 중요한 실내부품은 아직 하나도 손을 대지 못했다. 그러나 겉모습만이라도 완성된 포니의 모습을 보고 싶어 렌더링 프로그램을 실행시켰다. 차체 색과 지면의 질감, 유리창, 테일 램프 색깔 등을 지정하고 해상도를 높여 플라밍고를 실행시키니, 한 장의 렌더링이 모니터 상에 나오는데 두 시간 이상이 걸린다. 실행 명령을 치고 두 시간짜리 강의를 마치고 오니 그 때 렌더링이 다 되어 뜨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컴퓨터가 만든 렌더링은 그야말로 논리적이어서 밋밋하고 덜 드라마틱하다. 그래서 포토샵으로 가져가서 반짝거리는 효과(lens flare)도 주고 밝기대비(contrast)를 조정하니 좀 나아졌다.

32024_4.jpg

그렇지만 작업 결과가 100% 만족스럽지는 않다. 차체 뒷부분 트렁크 리드의 곡면 라운드 값을 비롯한 몇 군데는 어쩐지 포니의 맛이 좀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차체가 이미 만들어진 상태에서 뒷부분 라운드 값을 바꾸는 것은 ‘대공사’이지만, 다음 단계에서 뒷부분 라운드 처리를 손보아 차체의 완성도를 좀 더 높이면서, 실내의 부품들을 만들어 넣으면 차량의 내․외가 완성되고, 완전히 복원된 포니의 모습이 될 것 같다. 그날이 오기를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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