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체 앞면에서 표정을 구성하는 요소는 세부적인 부품이나 형태 구성요소, 또는 비례 등으로 나누어질 수 있겠으나, 거의 모든 차량의 전면에서 빠짐없이 존재하면서도 차체의 구조와 형태상의 특징을 만들어주는 것이 라디에이터 그릴이므로, 자동차의 표정은 라디에이터 그릴에 의해 다양하게 변한다.

자동차의 앞 인상은 긴 후드의 경우에 코, 또는 콧등으로 인지되는 후드(hood), 그리고 라디에이터 그릴, 또한 마치 턱이나 입으로 연상되는 범퍼 (bumper), 주로 눈의 인상을 만들어내는 헤드램프 (head lamp), 그리고 차체의 전면 인상에 시선의 출발점을 제공하고 브랜드를 확인시키는 오너먼트 (ornament) 등의 다섯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중에서 라디에이터 그릴의 형태는 차량마다 매우 다양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특히 후드의 길이에 따라 라디에이터 그릴의 인상은 변화되는데, 대체로 근래에 와서 짧은 길이의 후드 차량에서는 라디에이터 그릴은 사람의 얼굴에 비유해서 입(口)의 이미지를 주는 경우가 많고, 후드가 긴 비례에서 라디에이터 그릴은 후드의 형태와 함께 코(鼻)와 같은 이미지를 주는 경우가 많다.

라디에이터 그릴을 강조하는 유형은 A 필러에서 라디에이터 그릴까지 후드를 통해 캐릭터 라인이 연결되는 이미지를 채택하고 있다. 한편 라디에이터 그릴의 리브를 가늘고 많이 배치하면, 즉 형태의 밀도를 높이면 세련되고 우아한 이미지를 줄 수 있는 반면에 굵은 리브 두 개 정도의 배치, 즉 형태의 밀도를 낮추면 스포티하고 명쾌한 이미지를 준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의 배치에서는 1990년대 초반까지는 서로 연결된 형태의 구성이 많았으며, 일부 고급승용차에서만이 헤드 램프와 분리된 라디에이터 그릴의 디자인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등장한 로체 이노베이션의 경우는 오히려 과거와 같이 그리과 헤드램프가 하나로 연결된 형태인데, 더 신선하고 다이내믹한 이미지를 준다.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인지도 모른다.

과거에는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 사이에 차체 색이 들어간 패널이 삽입된 형태가 일부 보수적인 스타일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되었었으나, 1990년대 중반 이후 오늘날까지 소형 승용차에서부터 미니밴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차량이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가 차체 색으로 완전히 구분된 형태로 디자인되었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가 분리된 스타일은 보수적인 느낌을 주거나 고급 승용차의 이미지를 주기도 하지만, 일체화 된 디자인은 고성능의 이미지로 스포티하며 모던한 감각을 풍기기도 한다. 한편 그릴의 리브 배치가 수직적인 경우에는 엄숙한 느낌을 주며, 수평적인 경우에는 스포티하고 경쾌한 이미지, 그리고 벌집형태와 같은 허니컴(honeycomb) 구조는 매우 기능적이고 정교한 이미지를, 그리고 사각형이 반복된 격자 형태인 경우에는 보수적이고 엄격한 이미지를 주게 되므로, 이러한 리브의 형태에 따라서도 차량의 앞면 이미지는 변화한다.

종합적으로 볼 때 한 대의 차량에서 라디에이터 그릴은 그 차의 성격과 이미지를 대변해 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러한 디자인의 틀 안에서 리브(rib)와 핀(fin)의 굵기와 개수, 재질감 처리, 형태의 변화에 따라 차체 앞모습의 인상은 변화된다. 최근에 등장하는 차량들의 라디에이터 그릴의 형태는 지금까지 살펴본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존재하고 있으며, 서로 상반된 특징을 가진 요소들이 혼합되어 사용되기도 한다. 조금 포괄적으로 이야기 한다면, 어느 한 가지 요소에 의해서 주된 이미지가 결정되기보다는 차량의 성격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의 목표에 따라, 이러한 다양한 요소들의 조합에 의해 끊임없이 새로운 디자인이 출현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