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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79년 11월, 창간호 발간을 시작으로 40여 년 동안 우리학회의 역사와 함께 해 온 학회지인 오토저널(Auto Journal)은 매월 발행하여 우리학회 개인 및 단체회원과 유관기관, 연구소, 대학도서관 등에 배포하고 있습니다. 오토저널은 국내외 자동차 기술 및 산업 동향, 자동차 표준 특허, 자동차 관련 법규 등을 포함하여 알찬 내용으로 제작되어 자동차 기술 분야뿐만 아니라 학계 및 연구계 전문가와 일반인에게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현대 연비과장 문제, “노드스트롬의 타이어 환불”처럼 하라

페이지 정보

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12-11-04 21:13:33

본문

문을 연지 얼마 안되는 백화점에 어떤 노인이 찾아와서는, 여기서 산 스노우 타이어가 자기 트럭에 맞지 않으니 바꿔달라고 한다. 그 백화점은 패션 잡화만을 파는 곳이라서 타이어를 팔았을 리 없다. 백화점이 입점하기 전 그 자리에 자동차 부품상점이 있었던 것이다. 잠시 생각하던 백화점 매니저는 아무 소리 하지 않고, 노인에게 타이어 가격만큼의 돈을 환불해 주었다. 1970년대 노드스트롬 알라스카점에서 있었던 이야기이다.

지난 주 현대/기아차는 연비측정오류(procedural error)로 과거 2년간 판매한 90만대의 고객에게 사과하고 연비 차이만큼의 유류비와 15%의 위로금을 덧붙여서 보상해 주기로 하였다. 연비측정의 오류는 현대/기아차가 이 기간 판매한 총 270만대의 차량 중 35%에 해당하는 기종에서 발생하였다. 사건은 2006년 개정된 미국 EPA(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의 연비측정 지침에 따라 한국의 현대/기아차 연구소에서 연비를 측정하는 과정에서 EPA지침에 맞지 않는 조건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EPA의 연비측정지침은 2011년 다시 한번 수정된 바 있다.

공인연비는 동일한 외부조건(온도, 습도)를 설정하고, 실제주행상황을 시뮬레이터에서 수행하여 배출가스를 분석하여 연비를 산출한다. 국내에서는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측정하고, 미국에서는 개별 메이커가 지침에 맞는 방법으로 각자 측정하여 EPA에 보고하는 이른바 아너시스템(honour system)이다. EPA는 매년 15%~20%에 해당하는 샘플에 대하여 감사(audit)하고 있다. 최근에는 BMW 328i가 EPA 감사과정에서 지적되어 연비를 1MPG 하향조정한 바 있다. 다른 국가들은 대부분 연비측정시 감독관을 파견하여 측정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미연에 방지하지만, 미국의 경우 메이커 보고 후 샘플검사라는 방법을 취하기 때문에 연비측정 방법에 대한 이견이 발생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사안은 EPA에서 감사결과를 지난 7월 현대/기아차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현대/기아차는 이후 EPA와 협조하여 측정과정을 리뷰하였으며, 최종적으로 오류를 인정하고 고객보상으로 후속조치를 취하기로 하였다. 현대/기아차는 2011~2012년 미국에서 구입한 모델 중 연비표기가 수정된 모델에 대하여, 주행거리와 연비차이를 계산한 유류비 차이만큼의 금액과 여기에 15%의 사과비를 덧붙여 지급하기로 하였다. 이는 과거 2년간의 주행거리 뿐 아니라 향후에도 해당모델을 운전하는 동안 지속될 것으로 발표하였다.

사실 자동차 회사들이 광고하는 연비와 실제연비와의 차이는 처음 제기되는 문제는 아니다. 올해만 해도 혼다는 씨빅 하이브리드의 연비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한 소비자와 소송 공방전을 펼친 끝에 대법원에서 혼다가 승리한 바 있기도 하다.

대법원까지 가는 법리공방 끝에 소비자를 대상으로 승리한 혼다와, 관리감독기관의 지적사항을 겸허히 수용하여 유류비를 보상하기로 한 현대/기아차. 과연 훗날 고객만족 관점에서 누가 더 좋은 평가를 받게 될까.

사실 이번 EPA의 지적은 연비측정시 타이어 워밍업에 대한 규정이 모호한 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타이어를 일정 기간 에이징 해서 연비측정에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은 지켰으나, 타이어 에이징을 실제 주행환경인 일반 도로에서 하지 않고 테스트 트랙에서 했다는 점이 지적된 것이다. EPA의 다른 지적사항들은 측정실험실 내부온도 및 도로노면저항의 설정이었으나, 현대차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도 있다고 한다. 애초에 EPA의 규정이 모호했기 때문에 실제로 법정공방으로 간다면 현대차 측의 승산이 없는 것도 아니라고 볼 수 있으나, 바람직하지 않은 일로 뉴스에 장기간 회자되는 동안 브랜드에 미치는 악영향을 고려해야 하고, 특히 이미 구입한 소비자들의 마음에 불편을 끼쳐서는 안되겠다는 판단이었다면 이번 현대차의 연비수정사건은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포브스(Forbes)지는 이번 사건에 대하여, 다른 브랜드들의 연비측정과정을 엄밀하게 검토한다면 과연 연비측정 논란이 없는 브랜드가 하나라도 있겠는가 반문하며, 현대/기아차가 사상 유례없는 고객보상 프로그램을 제안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이번 사건은 2010년 이전까지 미국시장에서 현대차가 그다지 주목받는 존재가 아니었을 때는 느슨하게 용인하던 연비 측정방법에 대하여, 이제 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 9% 이상의 점유율로 훌쩍 커버린 다음에는 보다 엄격하게 적용하는 과정인 것으로 보이며, 이는 현대/기아차로서는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성장통이라고도 볼 수 있다. 연비에 대한 자료제출이 2010년에 이루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2년 전 다소 안이하게 적용했던 연비측정의 관행을 현대/기아차가 수정해가는 과정일 수도 있다. 현대/기아차가 지금의 위치에 머무르지 않고, “고객만족 세계 1위”를 진정한 목표로 삼는다면, 기존에 관행처럼 여겨지던 일들을 모두 재검토해야한다는 경종이기도 하다.

현대/기아차로서는 이러한 사건은 장기적으로 “브랜드 스토리”의 일부이다. 현대/기아차의 모든 고객이 차의 연비만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서 구입한 것은 아닐 수도 있다. 디자인, 품질, 성능, 워런티 등 현대/기아차의 장점은 연비 외에도 여러가지가 있다. 구입후 연비에 큰 불만이 없던 고객 조차도 이번 프로그램으로 뜻밖의 보상을 받게된다면, 노드스트롬이 그랬던 것처럼, 현대/기아차도 어떠한 상황에서도 고객과의 관계와 명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좋은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어느 기업이든 실수도 있을 수 있고, 불운한 사건도 있을 수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부정적인 사건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고객과의 관계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했는가 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이 현대/기아차의 기업문화를 보다 성숙하고 강하게 만드는 브랜드 히스토리의 일부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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