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억 원에 달하는 F1 머신 한 대에는 섀시와 엔진 내부 깊숙이 복잡하게 파묻혀 있는 200개 가량의 센서가 있어 사실상 머신의 모든 움직임과 작동상태를 기록한다. 이러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함으로써 각 레이싱팀들은 머신의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고, 특정 그랑프리나 섀시의 최적화를 위한 세팅 작업도 할 수 있다.

현재 각 레이싱팀에는 머신의 IT 기반시설을 통제하는 회사들이 있다. 이들의 임무 중 하나는 엔진 주변, 차체 아래, 그리고 모노코크 안쪽에 숨겨진 복잡한 와이어링 룸에 연결된 센서들로부터 얻은 정보를 감시하고 기록하는 것이다. 모든 센서들은 머신의 엄청난 진동과 고열을 견디도록 설계되었다.

각 센서는 엔진과 기어박스 온도, 연료와 타이어 압력, 클러치 성능과 유압계통 상태와 같은 수많은 정보를 기록한다. 암호화된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온보드 라디오를 통해 피트로 전송된다. 피트에 있는 엔지니어들은 LCD 모니터를 보면서 머신의 상태를 확인하고, 드라이버에게 갖가지 전략을 제시한다. 또 이 데이터는 팀 전용 인공위성망을 통해 팀 본부로 실시간 송신된다. 본부에 있는 엔지니어들은 현장에서 보내져오는 데이터를 분석해 드라이버에게 전략을 주문한다.

각 레이싱팀의 트럭 윗부분에 세워진 무선 안테나는 머신으로부터 각종 정보를 수집한다. 원격 계측 데이터는 이후 팀 개러지 뒤쪽에서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읽을 수 있는 형태로 변환된다. 이 데이터는 스티어링 각도, 브레이크 압력, 엔진회전수, 기어 속도 및 드로틀 사용을 비롯해 드라이버가 머신에 앉아 있는 동안 모든 입력 사항을 기록한다.

각 팀 IT 회사는 대회가 열리는 동안 수많은 정보를 수집한다. 모든 연습주행에서 포뮬러원매니지먼트(FOM)로부터 전송받는 모든 영상도 기록한다. 경쟁팀들이 사용하고 있는 기어비를 연구하기 위해 온보드 카메라로부터 오디오를 따로 분석하기도 한다. F1에서는 그 무엇도 운에 맡기지 않는 셈이다.

우선 운전석 앞 차체에 설치된 슬립 앵글 센서는 직선방향과 가로방향 모두에서 머신의 속도를 계산하는 비접촉식 센서다. 타이어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100여 가지의 계산을 하는데 사용한다. 스티어링 각도를 측정하는 센서도 있다. 핸들에 달린 이 센서는 머신의 균형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20가지의 순차적 계산을 하는데 사용된다.

운전석 뒤쪽에 있는 엔진에는 오일과 수랭 회로의 압력과 온도를 측정하는 센서가 설치되어 있다. 엔진의 신뢰성과 성능을 확인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기어박스에 깊숙이 파묻힌 센서는 끊임없는 기어변환을 하는데 아주 중요한 주축과 부축의 회전속도를 측정한다.

운전석 안 뒤쪽에 설치된 백 오브 에어박스 센서는 타이어 압력 감시시스템(TPMS 수신기)으로 각 휠 내부의 압력센서로부터 신호를 수신해 경주차 ECU와 개러지 컴퓨터에 전송하는 역할을 한다.

머신의 앞뒤 댐퍼에는 댐퍼 길이의 평균으로 내부 서스펜션의 위치를 측정하는 센서가 있다. 머신에 가해지는 기류의 힘을 결정하기 위해 푸시로드 하중과 같은 다른 센서로부터 얻은 데이터와 조합해 50개의 계산이 이 센서를 사용해 실행된다. 타이어에는 사용되는 각 타이어 세트의 공기압을 측정하는 센서가 달려 있다. 펑크를 감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다음에 사용하는 타이어 세트가 정확한 압력을 받는지 확인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차체 윗부분, 드라이버 앞에 설치되어 있는 센서는 기류의 동압력을 측정하며 기류 분석에 필수적이다. 경주차 앞뒤에는 지상고를 측정하는 비접촉식 센서가 있다. 에어로를 점검하고, 직선주로 끝에서 바닥판이 지면에 얼마나 가까이 붙어서 달리고 있을지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푸시로드에 설치된 센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4개의 푸시로드 모두에 가해지는 하중을 측정하며 기류의 힘을 계산하고 경주차의 높이를 분석하는데 사용된다. 

글 / 김병헌 (모터스포츠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