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오토뉴스

상단배너

  • 검색
  • 시승기검색
ä ۷ιλƮ  ͼ  ī 󱳼 ڵδ ʱ ڵ 躴 ͽ ǽ ȣٱ Ÿ̾ Auto Journal  Productive Product
나윤석은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이며 컨설턴트이다. 그는 수입차 태동기인 1980년대 말부터 수입차 업계에서 종사했으며 수입차 브랜드에서 제품 기획과 사업 계획 등의 전략 기획 업무를 중심으로 각종 트레이닝 업무에도 조예가 깊다. 폭스바겐 코리아에서 프리세일즈 부장, FMK에서 페라리 브랜드 제너럴 매니저 등을 지냈다.

공부에 왕도는 없다 – 전자 장비의 주행 특성 제어

페이지 정보

글 : 나윤석(stefan.rah@gmail.com)
승인 2016-01-11 04:15:11

본문

제네시스 EQ900에는 다양한 전자 장비가 탑재되었다. 그 가운데에서 필자의 눈을 끈 것은 쇼크 업소버의감쇄력을 조절할 수 있는 전자 제어식서스펜션, 즉 GACS(Genesis Adaptive Control Suspension)이었다. 이와 관련한 기사들은 기존의 에어 스프링을 버리고 코일 스프링으로 되돌아간 것에 집중되어 있었지만 내가 관심을 가진 것은그 쓰임새였다. 

 

EQ900은 전자 제어식서스펜션을 승차감 향상뿐만 아니라 주행 특성의 조절을 위하여 사용한 것이다. 앞 서스펜션을 단단하게 하면 직진 안정성이 향상되는 반면, 반대로 뒤 서스펜션을 단단하게 하면 코너링 시 언더스티어가 줄어들고 예리한 코너링 감각을 갖게 된다. 전반적으로 댐퍼의감쇄력을 높이면 자세 안정성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렇듯, 제네시스 EQ900은 주행 상황에 따라서 차체가 대응할 수 있도록 전자 제어식서스펜션을 사용했던 것이다. 

전자 장치를 이용해 주행 특성을 제어한 것은 이것이 처음은 아니다. 넓게 생각한다면 스티어링 휠을 돌리기 쉽게 도와준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이나 차량의 속도를 줄이거나 멈추기 쉽게 도와준 브레이크 부스터도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차량의 움직임 자체에 전자 장비가 차량의 움직임에 직접 개입한 최초의 사례는 제동시에바퀴가 미끄러지며 차량의 조종성을 잃는 것을 방지하는ABS였고, 그 다음에는 미끄러운 노면에서 가속할 때 바퀴가 헛도는 것을 막아 주행 안정성을 지키는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이었다.

그리고 주행 안정 제어 장치인 ESC가 등장하면서 전자 제어 장치가 차량의 조종 성능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ESC는 네 바퀴의 브레이크를 개별적으로 제어하여 차량의 선회 특성을 적극적으로 조절하기 시작한 것이다. 즉, ESC가 없었다면 차량이 운전자의 의도와 다르게 움직일 수도 있던 상황에서도 ESC는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를 적절하게 제어하여 차량을 운전자의 의도대로 움직이게 만들어 준다.

4륜 구동 시스템도 마찬가지. 처음에는 나쁜 노면에서 구동력을 향상하기 위하여 사용되었던 4륜 구동 시스템이 나중에는 노면 상태에 따라 구동력을 능동적으로 분배하면서 도로에서의 주행 안정성 향상에도 기여하더니, 최근에는 네 바퀴의 구동력 분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코너링 특성을 조절하는 데에도 사용되고 있다. 

드로틀 밸브를 전기 모터로 제어하는 드라이브-바이-와이어 시스템이 적용된 이후부터는 전자 장비의 개입 정도가 더욱 본격적으로 변하였다. 이전에는 주행 안정성이 흐트러질 때만 개입하던 ESC가 이제는 모든 주행 관련 시스템의 최상위에 자리잡았다. 즉, ESC가 네 바퀴의 브레이크만 제어하는 것이 아니라, 드라이브-바이-와이어 시스템을 통하여 엔진의 출력을 직접 제어하여 트랙션 컨트롤을 근본적으로 지배하며, 4륜 구동 시스템의 구동력과 EQ900의 경우처럼 서스펜션의 설정값을 제어하여 코너링 특성까지도 제어한다. 이에 더하여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을 통하여 카운터 스티어를 스스로 실행하거나 내비게이션의 정보를 이용하여 다가올 도로에 알맞게 주행 특성을 미리 조절하기도 한다. 즉 이전의 어떤 경우보다 다양한 전자 제어 시스템을 통하여 차량의 주행 특성을 스스로 제어하고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전자 제어 장치의 통합 제어를 통한 주행 특성의 구현은 실로 환상적이다. 차량의 주행 안정성을 향상시켜 사고의 확률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운전자가 보다 자신을 갖고 운전을 즐기게 하며, 마치 자신이 운전을 잘하는 것과 같은 쾌감을 쉽고 안전하게 느끼도록 도와준다. 즉, 자동차의 상품성이 향상되는 것이다. 이것이 고객 입장에서의 장점이라면, 자동차 제작사에게는 또 다른 장점을 준다. 그것은 차량의 개발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자동차는 원하는 주행 특성이 구현될 때까지 차체의 강성과 서스펜션의 구조 및 특성, 그리고 타이어를 포함한 고무 부싱 등의 탄성체까지 섬세하게 설계-제작-시험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즉, 개발 및 시험 기간이 길고 비용도 많이 든다. 또한 모델에 따라 부품을 다르게 제작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전자 장비로 주행 특성을 만들 수 있다면 아날로그적인 새시 개발 기간이 대폭 줄어들고 부품의 공용화도 쉬워진다. 

하지만 이것은 두 가지 위험성을 갖는다. 그 첫째는 차량이 갖는 고유의 주행 특성이 고객들이 느끼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의 4륜 구동 차량 가운데에는 가속 페달을 사용할 때는 코너링 특성이 매우 예리하지만 그냥 관성 주행시에는 브랜드의 명성과는 달리 매우 무딘 강한 언더스티어 특성을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상황에 따라서 주행 특성이 극명하게 달라진다면 안전한 차라고 할 수 없으며 전자 장비에 이상이 발생한다면 그 충격은 더 클 것이다. 

다른 한 가지 위험성은 자동차 산업 자체에 대한 것이다. 이미 자동차의 많은 부분들이 전문 솔루션 공급업체들에 의하여 제작되어 공급된다. 자동차 회사의 마지막 고유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차체의 설계-제작인데, 그 두 가지 근거가 자동차의 충돌 안전도와 주행 안정성이다. 하지만 대부분 외주 업체에게 의존하는 전자 제어 장치에 주행 특성을 의존하게 된다면, 그것은 현존하는 자동차 산업의 마지막 보루를 쉽게 내어주는 것이 되어 IT 업계가 모듈화 부품의 조립이라는 새로운 설계-생산 방식의 전폭적 도입에 오히려 대문을 열어주는 격이 되고 만다.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고 했다. 만일 왕도를 찾았다고 생각한다면 거기에는 반드시 부작용이 있다. 자동차 업계들이 반드시 고려했으면 하는 격언이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하단배너
우측배너(위)
우측배너(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