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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석은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이며 컨설턴트이다. 그는 수입차 태동기인 1980년대 말부터 수입차 업계에서 종사했으며 수입차 브랜드에서 제품 기획과 사업 계획 등의 전략 기획 업무를 중심으로 각종 트레이닝 업무에도 조예가 깊다. 폭스바겐 코리아에서 프리세일즈 부장, FMK에서 페라리 브랜드 제너럴 매니저 등을 지냈다.

현대차 그룹의 강점과 e-GMP

페이지 정보

글 : 나윤석(stefan.rah@gmail.com)
승인 2021-03-29 09:25:31

본문

E-GMP라는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면서도 확연히 다른 캐릭터와 접근법을 선택한 현대차그룹 최초의 본격적 전기차인 현대 아이오닉5와 기아 EV6. 이와 같은 접근법은 현대차그룹이 갖고 있는 강점이 밑바탕이 되었다고 이전 글에서 이야기했다. 

그 강점은 무엇일까?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하자. BMW가 지난 세기말에 로버를 인수했던 것은 다들 아실 것이다. 그래서 그 흔적으로 미니가 남았다. 굳이 ‘흔적’이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인수의 본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성장 가능성도 크지 않고 프리미엄 이미지와도 거리가 먼 브랜드였던 로버를 인수하기로 BMW가 결심했던 데에는 그만큼 절실한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회사의 외형이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그것은 바로 생산량, 정확하게는 부품의 구매력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독일을 대표하는 자동차 기업들인 폭스바겐 그룹, 다임러 그룹과 비교할 때 BMW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았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이것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설계 – 가공 – 제작 등 대부분의 기계 생산 과정이었던 당시의 자동차에게 가장 중요한 경쟁력은 자신들만 갖고 있는 기술과 노하우, 경험들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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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자동차가 점점 정교해지고 전기 및 전자 부품들이 많이 투입되면서 자동차 제작사들이 직접 만들기보다는 전문 부품회사들로부터 조달해야 하는 부품들의 비중이 늘어나게 되었다. 게다가 이제는 개별 부품이 아니라 모듈의 형태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아지므로 부품회사들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아지게 되었다. 

자동차 제작사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새로운 요소가 생긴 것이다. 우수한 부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볼륨 디스카운트’ 즉 많은 수량을 구입하는 것이다. 바로 이 부분에서 BMW가 거대 기업들인 라이벌들과의 경쟁에서 위기감을 느꼈던 것이다. 아우디는 연 생산 1천만대의 폭스바겐 그룹의 가족이며 메르세데스 벤츠는 세계 1위의 상용차 브랜드일 뿐만 아니라 20세기 말에는 우주 항공과 가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업 영역을 가진 전형적인 기업군이었다. 따라서 구매력은 물론 사업의 안정성에서도 BMW보다 훨씬 유리했다.

바로 강력한 구매력이 현대차 그룹의 첫번째 강점이다. 현대차그룹도 연산 700만대 이상의 규모로 강력한 구매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래차 시장에서 더욱 중요한 상용차 부문에도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으며 엑시언트 수소 트럭을 유럽으로 수출했던 것처럼 과거보다도 미래에 더욱 강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기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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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력 부문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폭스바겐 그룹과 토요타다. 두 제작사 모두 연산 1천만대 규모의 강력한 구매력을 갖고 있다. 또한 승용차와 상용차를 망라하는 다양한 라인업을 갖고 있다. 

현대차 그룹의 두 번째 강점은 국내 자동차 산업 역량이다. 공교롭게도 코로나 사태로 인한 세계 교류의 단절과 동시에 전동화를 바탕으로 한 미래차와 모빌리티로의 진행이 가속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좁게는 국가, 넓게는 대륙 단위의 블록 경제를 바탕으로 한 미래차 모빌리티 경쟁의 분위기가 강화되었다. 

기존의 자동차 산업에서는 로버트 보쉬와 컨티넨털, ZF 등 강력한 티어 1들을 거느리고 있는 독일과 서유럽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이 절대적이었다. 미래차 경쟁에서도 이들 티어 1들은 모듈화를 바탕으로 한 신속한 제품화와 신뢰성이라는 장점을 갖는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NXP와 인피니언 등 자동차 전문 기업들이 자리잡고 있다. 

다만 유럽 자동차 산업의 기둥인 폭스바겐이 ID.3의 출시외 함께 운영체제의 문제로 일부 기능이 구현되지 않는 등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문제로 고전했듯이 소프트웨어 역량에서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그리고 최근 폭스바겐이 파워 데이에서 배터리의 자체 생산과 노스볼트의 역할 강화를 선포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유럽은 배터리 생산 능력과 기술에서 결정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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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미국은 테슬라와 IT 기업들과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한 미래차 기술과 자본력에서 강점을 갖는다. 테슬라는 자체 개발한 3세대 통합제어기와 단점을 해결하여 절대적 강점을 가진 유도 모터,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을 너머 새롭게 진화하는 플랫폼 등에서 확실한 시간 격차를 벌리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미국은 빅3의 약세가 말하듯 신뢰도와 품질을 보장하는 자동차 양산 기반의 와해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하여 우리 나라는 대부분의 영역에서 골고루 역량을 갖춘 탄탄한 미래차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물론 통합제어기와 운영체제 등에서 약점을 갖고 있지만 삼성과 현대차의 공격적인 M&A와 투자 등으로 신속하게 보완하고 있다는 점이 다행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자동차 생산 및 체제 통합 – 전기 – 전자 – 통신 – 빅데이터 등 핵심 분야에서 모두 쟁쟁한 기업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나라는 미래차 기술 및 모듈과 부품을 한번에 조달할 수 있는 국가 단위의 수직 계열화가 가장 잘 이루어진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현대차 그룹이 갖는 세번째 강점은 신기술 감수성이 높은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래차의 하드웨어 역량에서 가장 앞선 한-중-일 가운데 우리 나라가 상대적으로 강한 부분이 여기에 있다. 중국은 절대적으로 거대한 시장을 바탕으로 절대적으로 많은 양산 경험을 갖는 대신 품질을 끌어올리기에 충분한 고객의 안목이 부족하다. 일본 역시 원천 기술과 토요타라는 지배적 자동차 제작사가 있다는 강점에 비하여 시장과 고객들이 새로운 변화에 소극적이라는 점에서 기술 발전의 원동력이 부족하다. 

이번에 선보인 E-GMP 플랫폼은 완벽한 미래차 플랫폼은 아니다. 그보다는 양산에 적합한 전기차 플랫폼이라고 하는 편이 옳다. 이것은 메인스트림 브랜드인 현대와 기아가 미래차 시장에서 신속하게 주도권을 차지하고 시장의 흐름을 리드하려는 전략에 입각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상대적으로 강력한 시장 장악력을 통하여 프리미엄 시장에 서둘러 진출했으나 오히려 실력 부족을 드러낸 독일 프리미엄 3사들에 비하면 자신의 현실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수립한 결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만간 V2G로 발전할 V2L, 메인스트림 브랜드 최초로 대거 적용한 800V 초급속 충전 기술 등 하이테크의 대중화라는 메인스트림 브랜드만이 할 수 있는 킬러 아이템을 적용하는 등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절대 취약하지 않다.

거듭 말하지만 자동차의 전환기인 지금은 평생 한 번 올까말까한 기회다. 지금을 놓치면 패스트 팔로워였던 우리 나라 자동차는 영영 리더의 자리에 올라설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소위 ‘대한민국 미래차 컨소시엄’처럼 결집되고 치밀하게 구성된 우리 나라 자동차 산업을 정부 주도로 조직할 필요가 있다. 

글 / 나윤석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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