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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석은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이며 컨설턴트이다. 그는 수입차 태동기인 1980년대 말부터 수입차 업계에서 종사했으며 수입차 브랜드에서 제품 기획과 사업 계획 등의 전략 기획 업무를 중심으로 각종 트레이닝 업무에도 조예가 깊다. 폭스바겐 코리아에서 프리세일즈 부장, FMK에서 페라리 브랜드 제너럴 매니저 등을 지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그리고 ‘대한민국’이라는 제품

페이지 정보

글 : 나윤석(stefan.rah@gmail.com) ㅣ 사진 : 나윤석(stefan.rah@gmail.com)  
승인 2022-08-25 16:44:58

본문

최근 미국이 발표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에 우리 나라 자동차 업계가 화들짝 놀라고 있다.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던 우리 나라의 전기차가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버릴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배신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미 정부의 고위 인사들이 현대차그룹에 방문하여 정의선 회장까지 만나고 투자 약속에 감사한다는 말을 남겼던 끝이 결과적으로는 현대차의 전기차 인센티브 제외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정적으로 흘러서는 안된다. 비즈니스는 냉정해야 하니까. 미국이 이렇게 긴박하게 행동에 나서는 이유, 우리 나라의 대책 등을 철저하게 분석해서 대응에 나서야 한다. 결국 비즈니스는 이윤을, 정치인은 권력이라는 열매를 추구할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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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렇게 서둘러 행동에 나서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첫번째는 제조업 기반의 내재화다. 코로나 펜대믹으로 무역이 봉쇄되자 제조업 기반을 제3세계에 크게 의존했던 서방 선진국들은 마스크와 진단 키트, 심지어는 화장실용 휴지 등 기초적인 부분부터 공급망이 무너지는 처참한 경험을 했다. 평소에는 하찮게 느껴졌던 제품들이 제3세계 국가들에 의하여 무기화되는 상황까지 겪으면서 최소한으로 사회 안정, 더 나아가 경제 제조업 기반을 국가 혹은 최소한 지역 내에 확립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두번째 이유는 보호 무역 주의의 재림이다. 첫번째 이유에서 자국 혹은 지역내의 제조업 기반을 구축하려면 엄청난 투자와 법 제도 및 정책의 정비가 필수적이다. 즉 최소한 국가 차원의 막대한 리소스를 투입해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자국 혹은 지역내의 경제 시스템이 실패 없이 돌아가기 위한 안전 장치가 필요한데 그것이 보호 무역 주의인 것이다. 이번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이나 EU의 탄소 국경세 등이 대표적인 준 관세 장벽을 통한 보호 무역 장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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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는 미 중 패권 대결이다. 두번째 보호 무역 주의가 불특정 다수 국가를 상대로 하는 자국 경제 시스템의 보호였다면 이것은 정확하게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패권 경쟁에 경제를 무기화한 것이다. 경제를 무기화한다는 것은 우리 나라나 일본, 그리고 나토, 오커스 등 미국이 참여한 안보 동맹들이 대 중국 경제 무기화에 참여하게 된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우리 나라 등 대 중국 무역 비중이 높은 나라들의 난감한 지점이 발생하는 것이다. 

마지막 네번째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와 11월의 중간 선거다. 바이든 정부는 국민들의 경제 불안 심리를 가라앉히고 경제를 부흥시킬 강력한 정책이 필요했고 이것은 최근 지지율 급락으로 위기감을 느끼는 바이든 대통령이 중간 선거에서 승리하고 집권 후반기의 동력을 얻기 위하여 시급하게 필요한 국내 정치용 처방이기도 한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위의 네 가지 흐름들이 러-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더욱 절박하고 시급하게 돌아가게 되었다. 강도와 속도가 배가된 것이다.

이런 배경을 이해하면 이번 인플레이션 감축법 앞에 서 있는 우리 나라 경제의 현주소와 대처 방향을 이해하기 쉽다. 

첫째 우리 나라에게 위기일까, 아니면 기회일까? 내 생각에는 단기적으로는 위기 요소가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커다란 기회가 될 수 있다. 그 이유는 미국 생산분이 없을2023년에는 우리 나라 전기차가 경쟁력을 다소 잃을 것이기 때문에 약간의 위기, 그러나 미국이 우리 나라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십분 활용한다면 중장기적으로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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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보자. 바이든 정부는 인플레이션 진정과 중간 선거 승리를 위하여  단기적으로는 미국 기업과 미국내 제조업, 그리고 고용에 긍정적인 효과를 즉각적으로 보이는 정책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미국내 생산 공장을 갖고 있는 전기차 제작사에게 혜택을 몰아주는 것이다. 여기에는 당연히 GM과 포드, 테슬라 등 미국 OEM과 닛산 등 일부 해외 브랜드들이 포함된다. (단, 테슬라와 GM은 20만대 볼륨 캡이 소진되어 현재로서는 보조금 – 정확하게는 감세 혜택(tax credit)이 없다. 이는 향후 회복되는 방향으로 개정될 예정이다.) 우리 현대는 아직 2년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계획표를 앞당기겠다는 소식이 일부 들려오지만 아무래도 일정 기간 동안은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배터리는 이야기가 다르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르면 배터리는 미국 혹은 미국과 자유 무역 협정을 맺은 국가에서 생산되는 것이면 된다. 따라서 우리 나라에서 생산되는 배터리, LG 에너지 솔루션이 GM과 합자하여 설립한 얼티엄 셀 제1공장이 금년부터 생산하는 배터리 등은 일단 문제가 없다. 그 다음 조항이 중요한데 핵심 소재와 부품의 미국 혹은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에서 일정 비율 이상 조달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이 비율은 지금부터 2027년까지 점진적으로 높아진다. 

그런데 대부분의 미국 메이저 브랜드들은 우리 나라 배터리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GM 얼티엄은 이미 LG엔솔이 금년부터 양산을 시작하고 스텔란티스도 LG엔솔과 캐나다 온타리오에 공장을 짓는다. 포드는 CATL의 LFP 배터리로 가성비 시장을 노크하려던 전략이 이번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으로 전략의 일부 수정이 불가피하다. 그리고 그 수혜자는 기존의 거래처인 LG엔솔과 SK온이다. 

이렇듯 미국 OEM들은 대체로 우리 나라 배터리 제작사들에 의존한다. 정확하게 확인해봐야 알겠지만 배터리 원료와 부품의 조달 비율은 우리 나라 배터리 제작사들의 현황을 감안하여 설정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만일 이것이 문제가 된다면 미국 OEM들이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따라서 배터리 쪽은 크게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자동차의 미국 생산 또는 조립도 서두르지만 말고 면밀하게 검토하고 움직여야 할 것이다. 제조 기반을 급하게 미국으로 옮기는 것은 원가 구조에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미국내 공장 설립 계획을 앞당기는 데에서 발생하는 비용증가분을 보조금 혜택과 비교할 필요가 있다. 또한 품질의 안정에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 한가지는 금년 현대차그룹의 미국내 수익률이 기록적으로 높다는 사실이다. 인기가 높은 만큼 인센티브가 축소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은 약간의 인센티브를 되살리는 것으로도 고객들과의 텐션을 적절하게 유지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것은 판매의 모멘텀을 되살리면서도 브랜드의 위상을 효과적으로 높이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처럼 단기적으로는 복잡한 셈과 전술을 구사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우리 나라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왜냐 하면 미국이 우리 나라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양적으로 우세인 중국 배터리 산업이 기술적으로 진화할 기회를 봉쇄당하면 우리 나라의 우위는 더 오래 유지될 것이다. 그리고 만일 우리 나라 배터리 제작사들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요구하는 소재 비율을 맞추기가 힘들 경우에는 반대로 미국의 도움을 ‘요구’할 수 있는 포지션을 우리 나라는 갖고 있다. 우리 배터리가 위기에 빠지면 미국 자동차 산업과 제조업, 그리고 고용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과의 관계도 적절하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 하면 중국도 우리 나라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유럽 전기차 업계도 결국은 우리 나라 배터리 산업의 도움이 필수적이라는 것일 지난 몇 해 동안 배터리 내재화를 추구하면서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 나라 전기차는 세계적으로 최강자의 자리에 올라가고 있다. 절대 국뽕이 아니다. 실제로도 기술적인 면, 제품의 완성도, 기획력 등 다방면에서 우리 나라 전기차는 이미 리더의 자리에 올라서고 있는 것이다.

절대 감정적이지 말자. 그리고 우리가 가진 힘을 잘 세어보자. 그러면 어떤 패를 보여주며 유리하게 판도를 이끌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이라는 제품은 생각보다 경쟁력이 매우 우수하다.


글 / 나윤석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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