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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석은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이며 컨설턴트이다. 그는 수입차 태동기인 1980년대 말부터 수입차 업계에서 종사했으며 수입차 브랜드에서 제품 기획과 사업 계획 등의 전략 기획 업무를 중심으로 각종 트레이닝 업무에도 조예가 깊다. 폭스바겐 코리아에서 프리세일즈 부장, FMK에서 페라리 브랜드 제너럴 매니저 등을 지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자동차 시장의 생리를 완전히 바꾸다

페이지 정보

글 : 나윤석(stefan.rah@gmail.com)
승인 2022-10-04 10:22:35

본문

언젠가부터 자동차는 주문하고 기다리는 물건으로 자리잡았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할인이나 영업사원 서비스 등 판매 조건을 비교하며 구입했던 자동차인데 이제는 1년 넘게 기다리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기다리는 것도 힘든데 연식 변경이나 심지어 아예 새 모델로 바뀌면서 발생하는 가격 인상분도 고스란히 고객이 감당해야 하는 지경이 되었다. 그것도 상당한 가격 인상을 말이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다. 첫째,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은 언제쯤 해결될 것인가? 둘째, 그렇다면 미친듯이 오르는 차량 가격은 다시 진정될 수 있을까? 대답은 아쉽지만 ‘아니오’다. 그 이유를 지금부터 알아보도록 하자.

가장 중요한 것은 ‘수요 공급의 원칙’이다. 수요가 증가하면 일시적으로 공급이 부족하고 가격이 오른다. 그러면 공급자들은 수요에 부응하여 생산량을 늘리고 가격은 정상 수준을 되찾는다. 그 결과 소비자들은 적절한 가격에 제품을 구입할 수 있고 공급자들은 판매량 증가를 통하여 총이익을 더 많이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시장 규모는 성장한다. 이것이 수요 공급의 원칙이 말하는 일반론이다.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경우가 있다. 공급량을 늘리기 어려운 제품의 경우다. 즉, 공급의 비탄력성이 높은 제품으로서 대표적 예가 땅과 같은 부동산이다. 수요가 늘더라도 공급이 좀처럼 늘어나지 않으므로 가격이 상승된 상태를 유지하게 되는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한다. 그리고 부족한 공급은 남들보다 먼저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에 의하여 가수요를 일으키고 가격은 더 오른다. 그리고 이것이 정확하게 우리가 자동차와 반도체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그리고 소비자들과 자동차 제작사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태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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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의 시작은 이랬다.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하자 이동과 경제 활동에 제약이 생긴 소비자들은 자동차를 사지 않기 시작했다. 자동차의 수요가 급감한데다 방역상 문제로 자동차 공장들이 일시적으로 문을 닫는다. 따라서 필요한 차량용 반도체가 줄어들었고 자동차 제작사들은 반도체 주문량을 대폭적으로 줄였다. 반도체 제작사들은 차량용 반도체의 주문 감소로 여유가 생긴 생산 능력을 재택 근무와 원격 수업, 그리고 실내 여가의 증가로 폭증한 스마트폰, 노트북, TV 등의 가정용 IT 기기용 반도체의 생산으로 전환한다. 기존의 생산 라인을 사용한 경우도 있지만 24~40나노미터인 대부분의 자동차 반도체보다 훨씬 높은 집적도를 가진 4~15나노미터용 라인으로 생산 라인을 교체한 경우가 많았다. 

코로나 상황이 장기화되고 사회가 어느 정도 적응하면서 자동차의 수요는 다시 증가한다. 구입을 미뤘던 수요까지 가세하면서 폭발적인 수요 증가를 보이는 경우도 발생한다. 자동차 제작사는 다시 차량용 반도체의 주문량을 늘렸다. 하지만 이제는 이전에 자동차용 반도체에 할당되었던 생산 능력은 IT 기기들이 차지하고 있었고 심지어 차량용 반도체에 대응할 수 있는 생산 라인의 규모 자체가 줄어들기도 했다. 게다가 반도체 제작사들은 수요도 많고 수익률도 높은 IT기기용 반도체 라인을 차량용 반도체에게 돌려 줄 이유도 없었다.

이것이 차량용 반도체 사태의 본질이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사태 및 미중 무역 전쟁으로 인한 공급선 불안정은 원자재 및 부품의 사전 확보 경쟁으로 이어지고 이에 따른 가수요까지 등장한다. 따라서 차량용 반도체 가격은 더욱 상승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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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수요 공급의 원칙에서 살펴보았듯 보편적인 상황이라면 수요 증가는 공급량 확대로 이어져 시장과 경제 규모를 성장시키는 선순환을 가져와야 한다. 그런데 차량용 반도체를 둘러싼 지금의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차량용 반도체가 공급량을 쉽게 늘리지 못하는 비탄력적인 제품이 되어버린 것이다. 거기에는 대략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반도체 제작사들이 현재의 차량용 반도체에 투자하기를 꺼린다는 것이다. 왜냐 하면 장기적으로 유망한 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왜냐 하면 현재의 자동차들과 전기차를 기반으로 자율 주행과 커넥티비티 등의 IT 기술이 집약되는 하는 미래차들이 사용하는 반도체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기반의 미래차가 사용할 반도체는 고전압 반도체와 고효율 초집적 반도체로 대변된다. 또한 강력한 연산 능력을 가진 중앙 처리 장치를 중심으로 하는 IT 기기와 비슷한 제어 회로 개념이 미래차에도 통합제어기라는 이름으로 적용된다. 이것은 수십 개의 비교적 컴팩트한 컨트롤 유닛들이 각각의 기능을 담당하며 필요한 정보만 네트워크로 주고받는 분산 처리 방식을 사용하는 현재의 자동차와 비교된다. 현재의 자동차용 반도체는 분산 처리에 알맞게 최적화된 반도체를 자동차용 부품 및 반도체 제작사들이 직접 설계하여 제작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하므로 팹리스 – 파운드리 형식의 오늘날 반도체 산업 구조와는 이질적이다. 

따라서, 현재의 자동차 모델들을 위한 반도체 생산량이 급격하게 늘어나기는 힘들다. 그보다는 전기차 및 미래차로 자동차 라인업이 넘어가면서 파운드리 반도체 기업들이 공급할 수 있는, 그리고 마진률도 높은 고성능 첨단 반도체를 자동차가 더 많이 사용하는 방향으로 자동차 기업들은 나아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반도체 산업은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있고 자동차 전문 반도체 기업들은 이 사이에서 자신의 입지를 잃지 않기 위하여 일종의 팹리스처럼 자동차 제작사들이 필요로 하는 반도체의 설계 기술을 지도하기도 한다. 물론 자동차 제작사들도 필수적인 반도체는 직접 생산하는 내재화를 추진하기도 하지만 이것은 수익성 차원이라기 보다는 생존을 위한 안정성을 위한 대응책으로 보는 것이 옳다.

차량용 반도체 생산이 늘어나지 않을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수익성이다. 앞서 말했듯 파운드리 입장에서 볼 때 기존의 자동차용 반도체는 수익성과 시장 확대성에서 한계가 분명하다. 자동차 제작사들은 반도체 제작사들, 특히 TSMC나 삼성전자와 같은 거대 파운드리에게는 생각보다 작은 고객에 불과하다. 마진도 작은데 가짓수는 많지만 제품 당 발주량도 많지 않은데다가 기존의 생산 라인에도 잘 맞지 않는 제품을 가져오는 이른바 영양가 없는 고객인 것이다. 또한 차량용 반도체는 차량용 혹은 산업용 등 한정된 시장에서만 사용하므로 새로운 제품이나 시장으로 파생될 확장성이 별로 없다. 그렇기 때문에 거대 파운드리들은 자동차용 반도체에 별로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 이런 이유에서 인피니언이나 NXP, 르네사스와 같은 중견 규모의 반도체 기업들이 차량용 및 산업용 반도체 시장에서 나름의 자리를 굳건히 굳힐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첫번째 이유에서 알아보았든 자동차의 내부 구조가 IT기기와 닮아가는 미래차 시장이 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세번째 이유는 현재의 불확실성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자국 또는 경제 블록 내에 제조업 기반을 강화하려는 블록 경제 시스템으로 회귀하려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또한 미중 무역 대결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등 정치적 주도권을 두고 벌어지는 마찰이 세계 경제에도 불확실성을 높여가고 있다. 따라서 기업의 관점에서는 선뜻 투자를 결정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혹은 반대로 정치적인 논리가 기업의 투자를 좌우하는, 즉 기업의 입장에서는 매우 불안한 투자를 강요받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은 자연스럽게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여 현금 보유량을 최대한 늘리려는 방향으로 보수적으로 경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동차 산업은 더 복잡하다. 전통적으로 자동차 산업은 고용 효과를 통한 사회의 안정성과 다양한 산업과의 연계를 통한 산업 구조의 안정성 등 매우 정치적인 성격을 가진 종합 산업이었다. 게다가 자동차 산업 자체가 미래차와 모빌리티 산업으로 넘어가는 전환기에서 자체적인 미래 투자의 증가 만으로도 기업은 불안하다. 그런데 이번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사태와 유럽의 EU 택소노미와 탄소국경세 등에서 경험했듯 배터리와 전기차용 원자재들은 이미 정치적인 레버리지로 활용되는 민감한 섹터가 되었다. 따라서 몸을 사릴 수 밖에 없는 형편인 것이다.

여기까지가 자동차 산업과 반도체 산업 사이에서 차량용 반도체를 두고 벌어지는 수요 공급의 원칙이었다면, 맨 처음 이야기했던 실제 자동차 소비자와 자동차 제작사 사이에서 벌어지는 수요 공급의 줄다리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동차 제작사들은 더 이상 소비자들에게 매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신선한 경험을 하고 있는 중이다. 오히려 소비자들이 제발 차를 달라고 매달리는 상황이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즉, 갑과 을의 관계가 바뀐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최초의 사례가 아니다. 멀리는 애플이 아이폰 신모델을 발표하면 소비자들이 밤을 새워 기다리는 모습, 제품에 하자가 발생해도 리퍼라는 이름으로 사연도 모르는 중고 제품으로 바꿔줘도 별로 불만이 없는, 이른바 팬덤 마케팅이 성공하는 것을 보았다. 자동차 산업에서도 테슬라가 소비자들의 애간장을 태우는 모습을 보았다. 요즘은 다소 반감이 늘기는 했지만 불친절한 서비스, 시세로 파는 횟감이야는 비아냥을 들었던 가격 정책을 굳건하게 테슬라는 밀어붙이고 있다. 요컨대 공급자 주도 시장인 것이다.

그리고 이런 모습을 기존의 레거시 자동차 브랜드들도 슬그머니 배우고 있다. 물론 애플이나 테슬라처럼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조금씩은 자신의 주도권을 인지하기 시작했고 그것을 수익으로 만들어가는 새로운 경험을 축적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상황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과도한 할인 경쟁으로 혼탁했던 판매 경쟁이 사라진 것은 소비자들에게 안심감으로 돌아오고 판매자들은 가격 이외의 질적 향상을 경쟁력으로 키워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이것은 향상된 소비자의 구매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유혹은 달콤하다. 언제 손님들을 줄 세워가며 팔아본 적이 있었던가. 

어찌되었건, 차량용 반도체의 공급은, 자동차의 공급은 빠른 시일 내에 개선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글 / 나윤석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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