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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석은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이며 컨설턴트이다. 그는 수입차 태동기인 1980년대 말부터 수입차 업계에서 종사했으며 수입차 브랜드에서 제품 기획과 사업 계획 등의 전략 기획 업무를 중심으로 각종 트레이닝 업무에도 조예가 깊다. 폭스바겐 코리아에서 프리세일즈 부장, FMK에서 페라리 브랜드 제너럴 매니저 등을 지냈다.

원칙인가 효율인가 – EREV의 진화, 쉐보레 볼트

페이지 정보

글 : 나윤석(stefan.rah@gmail.com)
승인 2016-10-27 17:08:53

본문

2세대 쉐보레 볼트(Volt) EREV가 우리 나라에 왔다. 아쉽게도 지금은 카 쉐어링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다. 지난 달에 시승을 했고 차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동력 기관의 종류를 떠나 볼트 그 자체로 아주 괜찮은 차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내 머리를 복잡하게 했다. 그것은 2세대 볼텍(Voltec) 구동 장치의 설계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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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 기관 자동차에서 순수 전기차로 단번에 넘어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보조금이 없이는 가격 경쟁력을 갖지 못하는 원가 구조, 장거리 주행을 감당하지 못하는 1회 충전당 주행 거리, 긴 충전 시간, 그리고 마지막으로 충전 인프라가 결정적으로 발목을 잡는다. 그래서 내연 기관 자동차로부터 순수 전기차 사이에는 과도기적인 구동 방식들이 존재한다. 내연 기관의 의존도가 높은 쪽에서부터 하이브리드(HEV, Hybrid Electric Vehicle) –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Plug-in Hybrid Electric Vehicle) – 주행거리 연장 전기차 (EREV, Extended Range Electric Vehicle)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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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과도기적 구동 방식 가운데 나는 PHEV보다 EREV를 선호한다. 두 방식 모두 순수 전기 모드로 달릴 수도 있고 배터리가 방전될 경우 엔진으로 달릴 수 있다는 안심감 측면에서는 공통점이 있지만 근본적으로 구조가 다르다. PHEV는 HEV에 배터리 용량을 높이고 충전 커넥터를 추가한 HEV의 확장형이지만, EREV는 순수 전기차(BEV)와 같은 구조에 발전용 엔진을 추가한 순수 전기차의 실용형이기 때문이다. 내가 EREV를 선호하는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순수 전기 모드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가 60~100km로 거의 모든 일상 주행을 커버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하다. 즉, 시가지 주행을 주로 하는 사용자에게는 순수 전기차나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이에 비하여 PHEV는 30~50km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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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기본 구조는 순수 전기차에 발전용 엔진이 추가된 형태이므로 향후 충전 네트워크가 충분해지거나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높아지면 손쉽게 순수 전기차로 변경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점으로 EREV는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전기 모터만을 이용하는 비교적 단순한 구동 장치를 사용한다. 무단 변속기나 DCT 등의 변속기를 사용하지 않으므로 더욱 간단하고 효율도 높다. 이에 비하여 PHEV는 모터 구동과 엔진 구동을 함께 또는 따로 사용하므로 그 구조가 매우 복잡하다. 즉, 가격도 높고 구조적 효율과 내구성도 낮아질 수 밖에 없다. 물론 저속에는 탁월하지만 고속에서는 성능과 효율이 급감한다는 직결형 순수 전기 구동 방식의 단점을 EREV도 갖지만 거의 대부분의 실용 영역에서는 아쉬움이 없다는 점도 내가 EREV를 선택하는 이유가 된다.


EREV의 원조 격인 쉐보레 볼트(Volt) EREV의 1세대는 이 원칙에 매우 충실했다. 모터 하나는 구동용이고 다른 하나는 회생 제동이나 엔진에 의한 발전 등을 담당하는 순전히 발전용이었다. 엔진은 발전기만 돌릴 뿐 직접 바퀴와는 연결되지 않는다. 즉 이해하기 쉬운 EREV의 전형적인 형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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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번에 소개된 2세대 볼트는 설계 사상이 달라졌다. 모터 두 개가 사용되는 것은 똑같다. 그런데 둘의 용도와 목적이 달라졌다. 이제는 두 모터가 모두 구동에 관여하는 것. 게다가 모터 하나는 다른 전기차용 모터처럼 강한 자장의 영구자석으로 저회전에서 강력한 토크를 만드는 반면 다른 모터는 일반적인 페라이트 자석으로 토크는 약하지만 고회전에서도 효율이 상대적으로 우수하다. 즉, 성격이 다른 두 개의 모터를 조합하여 폭 넓은 영역에서 높은 효율과 지속적인 성능을 발휘하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아주 논리적이고 설계 사상의 기본도 잘 지키고 있다.


그런데 이것 말고도 2세대 볼트의 볼텍 시스템이 갖고 있는 결정적 차이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엔진이 직접 바퀴를 굴리기도 한다는 것. 바로 이 부분에서 내가 가치관의 혼돈에 빠지게 된 것이다. EREV는 순수 전기 구동에 발전용 엔진이 추가된, 즉 엔진과 바퀴는 연결될 수 없는 방식이라는 기본이 무너진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이것을 EREV라고 부를 수 있는가 고민에 빠지게 된 것이다. 왜 그랬을까? GM은 왜 순수한 EREV였던 1세대 볼텍 시스템을 2세대에서는 PHEV와 유사한 시스템으로 ‘퇴화’한 것일까? 앞서 살펴보았던 전기차로의 논리적 진화 단계에서는 분명 EREV는 PHEV보다 한 단계 진화한 시스템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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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이 생각해 보고 그 답을 찾았다. 그리고 동시에 그 고민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엔진이 작동하는 주행 거리 연장 모드에서 엔진으로 전기를 만들어서 모터를 구동하는, 즉 화석 에너지 -> 운동 에너지 -> 전기 에너지 -> 운동 에너지로 여러 번 에너지를 변환하면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엔진의 힘을 직접 바퀴에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 것이다. 그러나 엔진은 토크 밴드가 좁아서 변속기를 사용하지 않고는 혼자서 차량을 움직일 수 없다. 하지만 GM은 볼트 EREV가 갖고 있는 EV 구동계의 장점을 지키길 원했다. 그 결과, 엔진이 주행 거리를 연장하는 모드가 다양해진 것이다. (자세한 시스템 설명은 오늘은 피하기로 한다.) 하지만 모터 만으로는 차량을 움직일 수 있지만 엔진은 그렇지 못한 보조 구동 수단이라는 점에서는 여전히 PHEV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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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한국 지엠이 볼트 EREV도 전기차 보조금을 받게 해달라고 주장했었다. 2세대 볼트 EREV의 시스템을 깊숙히 들여다 본 결과, 이 주장은 잘못된 것이었다. 구동 방식이 순수 전기차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보다는 PHEV와는 확연히 다른 전기차에 더욱 가까운 효율성을 어필했어야 했다. 그리고 순수 전기 모드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에 따라서 보조금을 지원하는 미국의 시스템을 주장했어야 했다. 시스템이 무엇인가보다는 얼마나 친환경 주행이 가능한가가 더욱 중요한 것이니까.
앞으로는 기술적 복잡성, 그리고 이종 시스템의 하이브리드 및 컨버젼스가 더욱 심해질 것이다. 나중엔 자동차를 사면서 휴대폰 보조금을 청구할지도 모른다.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이 떠오른다. 방법은 중요하지 않다.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중요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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