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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석은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이며 컨설턴트이다. 그는 수입차 태동기인 1980년대 말부터 수입차 업계에서 종사했으며 수입차 브랜드에서 제품 기획과 사업 계획 등의 전략 기획 업무를 중심으로 각종 트레이닝 업무에도 조예가 깊다. 폭스바겐 코리아에서 프리세일즈 부장, FMK에서 페라리 브랜드 제너럴 매니저 등을 지냈다.

자율주행차는 이미 가정에 있다

페이지 정보

글 : 나윤석(stefan.rah@gmail.com)
승인 2016-12-23 10:51:54

본문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연다. 신발을 벗으며 거실의 한 구석을 설레는 마음으로 바라본다. 오늘도 실패군. 이제 집 구석구석을 살펴야 한다. 찾았다. 오늘의 덫은 작은 방울이 달린 딸아이의 고무줄이었다. 엉켜있었다.


한동안 로봇 청소기를 사용했던 적이 있었다. 집에 사람이 없을 때 알아서 바닥의 먼지를 치워준다는 인공지능 로봇 청소기였다. 발코니나 현관으로 떨어지지 않는 최첨단 센서와 무선 장벽까지 갖춘 가전제품의 신기원이라고들 했었다. 나도 그런 기대를 갖고 상당한 금액을 치르고 로봇 청소기를 구입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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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성공이었다. 집안이 깨끗해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로봇 청소기가 한 일이 아니었다. 우리 가족들이, 좀 더 구체적으로는 내가 치운 것이었다. 로봇 청소기를 사자고 했던 내가 책임을 지는 셈이었다. 로봇 청소기는 작은 물건에도 걸리고 엉켜서 움직이지 못했고 따라서 청소를 끝내고 자신의 집, 즉 충전 스테이션으로 돌아가지 못했고 결국은 배터리가 방전되어 꼼짝하지 못하기 일쑤였던 것. 나는 퇴근하고 벗어놓은 양말이 문제였고 아이들은 머리 고무줄과 같은 작은 물건을, 집사람은 핸드백이나 장바구니를 방 또는 부엌 바닥에 놓는 것이 문제였다. 그리고 선풍기나 제습기 등의 전선에 엉키기 일쑤였고 빨래 건조기의 가로막대에 올라타고 바퀴가 헛돌아 조난당하기 십상이었다.


하지만, 결국 우리 집안은 깨끗해졌다. 로봇 청소기가 조난당하지 않도록, 그래서 돈을 주고 산 물건이 제값을 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내 고집이 집안을 깨끗하게 한 것이었다. 하지만 오래 버티지는 못했다. 로봇 청소기가 쉬는 날이 점점 늘어났고, 지금은 충전 스테이션에서 거의 항상 잠들어 있다. 한 달에 한 번쯤 아직도 멀쩡한가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사용해 본다. 배터리 상태가 좋지 않다. 계속 충전 상태인 것이 문제였다. 좀 더 자주 로봇 청소기를 사용해야겠다. 배터리를 방전시키고 충전시켜야 컨디션이 유지될 것 같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배터리 컨디션을 지키기 위해 로봇 청소기를 사용해야 하고, 또 로봇 청소기를 위해 내가 집을 청소해야 하나?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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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는 인기가 높은 로봇 청소기가 IT 선진국이라는 우리 나라에서 성공적이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서구와 우리 나라의 주거 문화에 존재하는 근본적 차이, 즉 바닥 생활이 여전히 중요한 우리 나라의 특성이다. 비록 이전보다는 입식 생활 양식으로 많이 옮아갔지만 우리 나라의 주거 문화는 여전히 맨발로 집안을 다니며 바닥에 앉아서 생활하는 온돌 문화를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가구 이외에 바닥에 작은 물건들이 흐트러져 있을 확률이 훨씬 높은 것이고 이것들은 로봇 청소기에는 지뢰다 다름이 없다.


뜬금없이 로봇 청소기 이야기를 장황하게 한 이유는 이것이 자율주행차와 매우 비슷하기 때문이다. 레이저 및 초음파 센서와 접촉 센서로 장애물을 감지하고 화상 인식 기술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여 청소를 하지 않은 구역을 판단하는 로봇 청소기는 이미 자율주행차의 기술을 거의 대부분 갖고 있다. 배터리가 소진되면 충전 크래들로 자동 귀환하는 방식은 자동 주차 시스템과도 매우 비슷하다. 들어가서는 안 되는 지역을 표시하는 무선 장벽은 커넥티드 카의 정보 교환과 유사하다. 즉, 로봇 청소기는 목적과 스케일에서 차이가 있지만 폐쇄된 공간에서 사용하는 작은 자율주행차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적인 면에서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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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뿐만이 아니다. 로봇 청소기가 고생하는 상황에서 자율주행차가 맞닥뜨리게 될 아주 가까운 미래의 모습이 그려진다. 아무리 잘 만들어졌다고 해도 기계에게는 인간적 요소가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장애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에게는 가장 큰 위험요소가 인간이 운전하는 자동차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런 측면에서 앞으로 자율주행차의 기술적 측면과는 별도로 어떻게 자율주행차를 실생활에 도입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을 잘 강구해야 한다. 로봇 청소기의 무사 임무 완수와 귀환을 위하여 방바닥의 허드레를 정리하는 나의 아이러니는 자율주행차에게는 금물이다. 편리함을 위하여 개발된 자율주행차가 오히려 사람들에게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굴레를 씌운다면 그 자체가 불편함이고 자율주행차의 정착에 가장 큰 장애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극단적인 예측이 ‘자율주행차가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인간의 운전을 금지시킨다’는 것이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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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서는 이제 로봇 청소기를 거실과 주방에서만 사용한다. 그래도 가장 입식 생활이 잘 적용되고 있는 환경이며 바닥에 물건을 놓을 가능성도 작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기 방은 스스로 청소하니까 책임이 명료하지만 공동 사용 구역인 거실과 주방은 그렇지 않다는 점도 작용했다. 자율주행차도 초기부터 불안감이나 거부감 없이 잘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사용 구역이나 용도를 단계별로 개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2016년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와 관련하여 수 많은 뉴스와 비젼이 제시된 해였다. 하지만 중요한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결국은 사람이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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