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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석은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이며 컨설턴트이다. 그는 수입차 태동기인 1980년대 말부터 수입차 업계에서 종사했으며 수입차 브랜드에서 제품 기획과 사업 계획 등의 전략 기획 업무를 중심으로 각종 트레이닝 업무에도 조예가 깊다. 폭스바겐 코리아에서 프리세일즈 부장, FMK에서 페라리 브랜드 제너럴 매니저 등을 지냈다.

기본기와 상품성의 경계에서

페이지 정보

글 : 나윤석(stefan.rah@gmail.com)
승인 2015-09-21 15:26:25

본문

지난 8월, 쉐보레 트랙스 디젤이 출시되었다. 영종도 일대에서 시가지, 고속 구간, 그리고 산길 와인딩을 모두 경험한 뒤 자동차 전문 기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우수한 완성도를 칭찬하였다. ‘위스퍼 디젤’이라는 한국 GM의 표현에 걸맞은 우수한 소음 및 진동 특성, 개선된 자동 변속기, 가솔린 모델에 비해 최적화된 서스펜션 등으로 디젤 엔진 추가 이상의 완성도와 기본기를 보였기 때문이다. 우수한 차체 강성 또한 여전히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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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질의응답 시간의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부족한 상품성에 대한 아쉬움과 개선 계획에 대한 질문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랙스는 디자인이나 장비 수준에서는 QM3나 티볼리에 비하여 내세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 경쟁 모델에 비하여 장비 수준이 대단히 낮으며, LED가 전혀 없는 무덤덤한 전조등과 후미등, 젊은 고객들에게는 관심이 없는 듯한 보수적인 실내외 디자인, 딱딱한 플라스틱이 대부분인 저렴한 실내 소재 등, 눈으로 보기에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게다가 ISG처럼 친환경 이미지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장비도 수출 모델에는 있는데 내수용에는 없다.한국 GM의 대답은 대부분 형식적이었다. 시장이 원하면 연식 변경 시 등의 시점에 고려할 것이고, ISG 등은 현재 우리 나라의 배출 가스 기준에는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적용하지 않았으니 문제가 없지만 향후 필요성이 발생하면 적용하겠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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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보다 솔직한 답변이 있었다. 세르지오호샤 사장이 질의응답 말미에 했던 말이다. ‘한국 GM은 좋은 차를 만들고자 한다. 좋은 차는 결국에는 소비자들의 인정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좋은 차, 즉 기본기에 충실한 차로 승부하겠다는 것이 글로벌 기업의 브랜치인 한국 GM의 기본 방침인 것이다. 실제로 트랙스는 차체와 섀시 설계에 가장 많은 개발 예산이 투입되었을 것이라는 점을 시승에서 쉽게 느낄 수 있었고, GM 전체 네트워크에서도 가장 원가가 높을 것으로 생각되는 독일 오펠의 파워트레인을 공급받는 것에서도 차량의 기본기에 중점적으로 투자한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편의 장비나 내외장재 등에 투입될 수 있는 개발비와 차량 원가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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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국 GM이 트랙스를 좋은 차로 만들겠다는 철학 때문에 상품성을 희생했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사실 트랙스는 수출 전략 차종이다. 작년에도 트랙스는 내수 약 1만대에 비하여 수출은 20만대 이상이었고 수출용 디젤 모델은 이미 생산 중이었다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이것이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렇다. 트랙스는 기본기가 상품성의 중요 척도가 되는 시장으로 주로 수출되는 차종이라는 뜻이다.


기본기가 중요한 시장은 대체적으로 자동차에 경험이 많은 자동차 선진국들이다. 대중용 실용 모델은 기본기에만 충실하고, 고급 모델은 기본기 위에 브랜드, 디자인과 소재, 장비 등으로 가치를 더한 것이다. 소득이 낮은 제3세계는 차량이 재산 목록 1호이므로 가능한 한 화려한 외모를 중시한다. 일례로 인도의 소형차들은 안전 장비는 부족해도 크롬 몰딩이나 앞유리 주위의 레이스 장식 등의 치장에 더 큰 비중을 둔다. 우리 나라도 이십년 전만 해도 크롬 몰딩이 차량의 등급을 표현하는 중요한 기준이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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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DH 제네시스와 LF 소나타를 출시하면서 ‘본질로부터’와 같은 캠페인으로 기본기를 중시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 불과 한두 해 전이다. 현대차는 가격대비 장비 수준이나 디자인 등에서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하지만 프리미엄 시장으로 도전하면서 기본기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꼈던 것이다. 그리고, 우리 나라 시장도 점차 선진국의 취향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부실한 기본기에 실망한 국내 여론의 질타가 거세졌다는 점도 현대차가 기본기에 투자를 늘리기로 결정한 또 다른 원동력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나라 자동차 시장은 특이하다. 소비자의 입맛이 까다롭기로 세계적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다수의 수입차 브랜드들이 우리 나라 시장을 파일럿 시장 또는 전략적 시장으로 선정했던 것이다. 우리 나라 고객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킬 수 있다면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냉정한 판단이 그 뒤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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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스 디젤을 출시하면서 한국 GM은 진심으로 우수한 기본기만으로도 승부할 만큼 우리 나라 시장이 성숙되었다고 판단한 것일까? 아니면 수출 시장에 비하여 20분의 1에 불과한 내수 시장을 중요하지 않게 여기는 것인가?


그 정답은 독자들 스스로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 나는 기본기가 좋다면 장비나 디자인이 아쉬워도 구입할 용의가 있는가? 아니면 그래도 돈을 더 지불하거나 기본기를 약간 희생하더라도 보기 좋은 떡을 선택하겠는가? 당신의 생각이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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