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오토뉴스

상단배너

  • 검색
  • 시승기검색
ä ۷ιλƮ  ͼ  ī 󱳼 ڵδ ʱ ڵ 躴 ͽ ǽ ȣٱ Ÿ̾ Auto Journal  Productive Product
나윤석은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이며 컨설턴트이다. 그는 수입차 태동기인 1980년대 말부터 수입차 업계에서 종사했으며 수입차 브랜드에서 제품 기획과 사업 계획 등의 전략 기획 업무를 중심으로 각종 트레이닝 업무에도 조예가 깊다. 폭스바겐 코리아에서 프리세일즈 부장, FMK에서 페라리 브랜드 제너럴 매니저 등을 지냈다.

상식적인 것이 답이다, 쉐보레 크루즈

페이지 정보

글 : 나윤석(stefan.rah@gmail.com)
승인 2017-01-31 16:47:00

본문

쉐보레 올 뉴 크루즈가 마침내 출시되었다. 라세티 프리미어로부터 이어졌던 기존 모델의 기나긴 여정이 ‘마침내’ 끝을 맺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우리 나라가 신형 크루즈 생산국에서 제외되어 기존 모델을 리뉴얼하여 계속 판매한다는 계획이 세워졌던 것처럼 국내 생산 여부로 오랫동안 몸살을 앓았던 모델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렵게 출생신고를 마친 크루즈의 고생길은 끝나지 않을 듯 하다. 일단 올 뉴 크루즈가 자리잡은 포지션이 매우 모호하고 위험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이유는 높은 가격이고 두 번째는 부족한 라인업이다.

 

16881c84a05c3d84338f4d3da6a2759e_1485848

신차 발표회에서 높은 가격에 대한 질문이 나왔을 때 한국 지엠은 올 뉴 크루즈가 이전보다 훨씬 좋아졌다는 것을 먼저 봐 달라고 답을 했다. 올 뉴 크루즈는 기존 C 세그먼트 준중형차의 틀에서 벗어나 D 세그먼트 중형 세단의 영역까지도 넘볼 수 있는 크기와 기술을 갖춘 새로운 개념의 모델이라고 했다. 중형 세그먼트의 BMW 3 시리즈와 비슷할 정도로 차체가 커졌지만 74.6%가 초고장력 및 고장력 강판으로 만들어져 무게는 오히려 110kg까지 가벼워지고 강성이 강화되었다. 당연히 원가가 올라갔을 것이다. 그리고 국내에서는 일부 중형차나 대형 고급차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랙 방식의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R-EPS)이 적용되었다. 이 또한 비싼 장비다.

 
이렇듯 요즘의 GM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투자는 아끼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좋아하는 자세다. 최근의 쉐보레 모델들이 보여주는 출중한 달리기의 기본기는 바로 이런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제품은 시장, 즉 소비자들이 이해할 수 있어야 팔린다. 아니, 이해할 수 없다고 해도 한 마디로 납득시킬 수 있어야 팔린다. 그게 자기가 좋아서 만드는 ‘작품’과 시장에서 팔아야 하는 ‘상품’의 차이다.

 

16881c84a05c3d84338f4d3da6a2759e_1485848

이런 점에서 올 뉴 크루즈는 아쉽다. 일단 1890만원부터 시작하는 가격의 문턱이 너무 높다. 수동 변속기 모델이기는 하지만 현대 아반떼는 1410만원부터 시작하고, 불경기에 대응하여 내놓은 밸류 플러스 트림은 1670만원에 2천만원대에서 기대할 옵션을 다수 장착한 시의 적절한 대응으로 날개돋힌 듯 팔리고 있다. 제품 기획자들이 하듯 옵션과 성능의 디테일을 모두 가격화하여 비교하면 두 모델의 차이는 생각보다 작을 수 있다. 하지만 가격표의 시작 가격은 소비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심리적 문턱이다. 이런 면에서 1890만원이라는 크루즈의 시작 가격은 한 마디로 너무 높다.


엔진이 1.4터보이기 때문이라고 항변할 수 있다. 물론 세상에 공짜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작사가 고객에게 필요도 없는데 고성능을 사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크루즈의 라인업 문제가 대두되는 것이다. 크루즈의 전신인 라세티 프리미어는 출시된 2009년 1.6 가솔린 모델의 가격은 1155만원부터, 그리고 현대 아반때도 거의 비슷한 1146만원부터 시작했었다. 디젤의 경우는 2022만원의 크루즈 2.0디젤이 1.6디젤인 아반떼보다 오히려 저렴했었다. 그런데 2012년 신형 아반떼 MD가 출시되었을 때부터 이상한 현상이 발생한다. 신형인 아반떼가 1.6 가솔린 1340만원부터 시작한 반면 크루즈 1.6은 어느새 1481만원까지 올라서 오히려 구형이 비싼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그리고 1.6 엔진이 단종된 뒤에는 엔트리 모델이 되어 버린 1.8 가솔린이 무려 1700만원대 엔트리 모델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아반떼와의 판매 경쟁은 끝이었다.

 

16881c84a05c3d84338f4d3da6a2759e_1485848

아마도 한국 지엠은 구형 크루즈의 1.8 가솔린 엔트리 모델의 1700만원대 가격과 비교하면 지금의 1890만원이 오히려 내린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제품의 성능과 옵션의 우열을 가격으로 환산하는 제품 기획자들이 아니다. 따라서 한 마디로 이해하기 쉬운 가격표를 제시해야 한다. 르노삼성 SM6와 올 뉴 말리부가 현대 쏘나타를 무너뜨린 전략인 프리미엄 전략처럼 중형 같은 준중형 세단을 주장하는 것은 여러모로 위험하다. 왜냐 하면 SM6나 말리부에게는 상위 모델이 상대적으로 취약해서 큰 문제가 되지 않았던 반면 크루즈는 매우 핫한 모델인 말리부와 가격이 충돌하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반떼 스포츠처럼 성격이 다른 상위 모델이 있어서 가격이 충돌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더욱 심각하다.


전에 독일계 회사에서 일할 때 독일인 동료로부터 수도 없이 들었던 말이 있다. ‘나는 한국 시장이 이해가 안 돼’ 그러면 나는 이렇게 대답했었다. ‘친구야, 시장을 이해할 필요는 없어. 그냥 들으면 돼. 그게 법이야.’

 

16881c84a05c3d84338f4d3da6a2759e_1485848

논리적인 것 좋다. 반면 시장은 솔직하다. 그들이 비싸다고 하면 비싼 것이다. 돈을 줄 사람들이 비싸다면 더 이상의 논리는 무의미하다. 이 숙제를 라인업 확장이든 무엇이든 자동차 업계 종사자들은 전문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해결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크루즈의 성실한 답변을 바란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하단배너
우측배너(위)
우측배너(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