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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석은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이며 컨설턴트이다. 그는 수입차 태동기인 1980년대 말부터 수입차 업계에서 종사했으며 수입차 브랜드에서 제품 기획과 사업 계획 등의 전략 기획 업무를 중심으로 각종 트레이닝 업무에도 조예가 깊다. 폭스바겐 코리아에서 프리세일즈 부장, FMK에서 페라리 브랜드 제너럴 매니저 등을 지냈다.

캐릭터, 포인트, 그리고 스트림라인

페이지 정보

글 : 나윤석(stefan.rah@gmail.com)
승인 2017-04-11 02:44:19

본문

‘0.22’

 

숫자 하나가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신형 BMW 5 시리즈에 대한 자료를 보다가 현란한 첨단 기술이 아닌 숫자 하나에 놀란 것이다. 그것은 5 시리즈의 공기 저항 계수(Cd)다. 공기 저항 계수 0.22는 엄청나게 낮은 수치다. 저항 감소에 민감한 친환경 모델인 토요타 프리우스의 0.24보다도 낮은 양산 승용차의 역대급 기록이라고 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이 수치를 보고 5 시리즈의 사진을 다시 한 번 쳐다본다. 한번 더 놀란다. 아무리 봐도 그렇게 생긴 디자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테슬라 모델들은 한 눈에 봐도 공기 저항이 작을 것처럼 느껴지고 실제로도 0.2 초반대로 상당히 낮다. 폭스바겐이 연료 1리터로 100km를 달릴 수 있게 만든 XL1은 0186이다. 그런데 놀랍지 않다. 그렇게 생겼으니까. 내가 BMW 5 시리즈의 공기 저항 계수에 놀란 이유는 절대 그렇지 않게 생겼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적 느낌(?)의 원천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스트림라인, 바로 유선형 디자인이다. 테슬라 모델들은 누가 봐도 매끈한 표면으로 연결된 에어로다이내믹 바디 실루엣, 디테일이 억제되어 심플한 앞 얼굴, 평소에는 차체에 숨겨지는 플러시 마운트 도어 핸들처럼 공기 저항을 최소화한 듯한 SF 영화를 떠올리는 디자인이다. 이는 테슬라의 미래 지향적인 – 그리고 그래야만 하는 – 브랜드의 이미지 포지셔닝과 일맥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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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에 비하여 BMW 5 시리즈는 캐릭터와 디자인 포인트가 가득한, 그리고 다분히 보수적인 – 실제로는 그렇게 보이기만 하는 – 차체 실루엣을 가진 차였기 때문에 이렇게 훌륭한 공기역학적 성능을 발휘할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이다. 더욱 커진 키드니 그릴과 함께 여전히 수직으로 서 있는 듯한 헤드라이트, 로워 범퍼에 가득한 크롬 라인과 디자인 포인트 등은 공기가 이리저리 부딪쳐 흐트러질 것처럼 생겼다. 차체의 실루엣도 하나의 곡선에서 시작한 듯한 테슬라 등과는 달리 전형적인 3박스 노치백 세단처럼 느꼈다. 옆 모습도 BMW 특유의 깊은 캐릭터 라인과 앞 휀더 옆면의 사이드 벤트도 캐릭터 강화를 위한 데커레이션처럼 보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선입견을 지우고 5 시리즈의 실루엣을 보면서 기본 형상이 공기역학에 어울리는 패스트백에 가깝다는 것을 비로소 알 수 있었다. 극단적으로 길고 낮은 보닛과 강렬한 앞 얼굴에 유도된 시선이 짧고 높은 트렁크 라인으로 마무리되는 뒷모습을 놓친 것이다. 뒷모습을 볼 때는 C 필러에서 BMW 특유의 호프마이스터 킥이 시선을 사로잡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공기역학적일 수 있는 기본 형상을 가진 BMW 5 시리즈가 왜 그것을 크게 강조하지 않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5 시리즈의 포지셔닝이다. Business Athlete이라는 슬로건에서 알 수 있듯이 5 시리즈는 역동적인 이미지를 가진 비즈니스 세단이 되고 싶다. 비즈니스 세단은 다분히 보수적인 분위기를 지녀야 한다. 이런 면에서 쿠페형 세단에 가까운 이미지의 패스트백을 강조하는 데에는 위험 부담이 따른다. 게다가 6 시리즈와의 차별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정통 세단이라는 이미지를 지켜야 한다.


이런 면에서 볼 때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의 디자인 전략은 확연히 구분된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S 클래스로부터 시작된 곡선 중심의 디자인 – 정확하게 말하면 커다란 원호를 연상시키는 일필휘지의 차체 실루엣과 그린하우스 로워 라인 등 – 으로 기존의 남성 및 법인 차량 중심의 시장에서 개인 및 여성층으로 접근하려는 의도와 정 반대의 접근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자신의 취약 시장이자 상대의 주력 시장을 공략하려는 것이다. 또한 럭셔리 E 세그먼트 시장 고객의 큰 비중을 가장 보수적인 중장년층 남성이 여전히 차지하고 있다는 현실을 무시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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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디자인 전술이 가능했던 데에는 지난 10여년을 이어오는 한 가지 디자인 트렌드가 있다. 그것은 디자인 포인트를 강조하는 시선 유도법이다. 최초의 시도는 BMW가 원형 헤드라이트 둘레를 밝은 링으로 장식한 엔젤 아이(angel eyes), 또는 헤일로 헤드라이트(halo headlight)일 것이다. 그 다음은 아우디가 시작한 LED 주간 주행등과 커다란 와펜 라디에이터 그릴이다. 이와 같이 강렬한 디자인 포인트가 사람들의 시선을 단숨에 – 그리고 손쉽게 – 사로잡는 것을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 요즘 디자인의 흐름이다. 오랫동안 고민하지 않는 스마트 폰 세대의 성향에도 알맞고, 외환 위기 이후 강해진 빈익빈 부익부로 수입은 늘었지만 업무의 강도는 더욱 강해진 고소득층의 선택을 돕기 위한 속전속결용이기도 하다.


결론은 이렇다. 이전에는 공기역학적 성능, 그리고 그것을 시각화하는 디자인이 중요한 디자인 언어였으며 커뮤니케이션 포인트였다면 이제는 그것은 기본적으로 깔고 가야 할 요소가 되었다. 즉, 성능과 환경은 이미 디자인이나 마케팅 요소가 아닌 기본 효소가 되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디자인은 명확하게 자신의 고객층이 원하는 포인트와 브랜드의 캐릭터를 정확하게 살린 이해하기 쉬운 것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바로 이것이 디자인 포인트와 캐릭터 라인은 더욱 강렬해지고 공기역학적 스트림라인 차체는 그 이면으로 녹아들어가는 요즘 디자인의 배경이다.


우리나라 승용차들도 이제는 공기 저항 계수가 0.3 아래로 우수한 공기역학적 성능을 보인다. 하지만 눈으로 보기에 공기역학적으로 보이는 실루엣으로 겨우 달성하는 0.29는 이제 부족하다. 밋밋한 외관으로 달성하는 0.27은 인상적이지 않다. 캐릭터를 살려야 한다. 그리고 거기에는 BMW의 키드니 그릴과 호프마이스터 킥처럼 형상은 꾸준히 변하지만 이미지는 항상 살려가는 디자인 포인트가 가장 효과적이다.


급격한 변화를 위한 변화보다는 디자인에도 지속가능성이 강조되는 순간이다. 디자인은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 그리고 직설적인 – 감각적인 언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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