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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석은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이며 컨설턴트이다. 그는 수입차 태동기인 1980년대 말부터 수입차 업계에서 종사했으며 수입차 브랜드에서 제품 기획과 사업 계획 등의 전략 기획 업무를 중심으로 각종 트레이닝 업무에도 조예가 깊다. 폭스바겐 코리아에서 프리세일즈 부장, FMK에서 페라리 브랜드 제너럴 매니저 등을 지냈다.

희소가치, 이제는 과거의 미덕인가?

페이지 정보

글 : 나윤석(stefan.rah@gmail.com)
승인 2017-07-26 22:13:01

본문

얼마 전 페라리가 SUV의 개발에 착수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SUV는 페라리의 철학에 맞지 않는다며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 불과 몇 달 전이었기 때문에 의외였다. 페라리는 정규적인 생산 공정을 가진 자동차 제작사 가운데에서 SUV를 만들지 않는 마지막 브랜드였다. 이미 라이벌인 람보르기니도 우루스의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고 롤스로이스의 SUV인 컬리넌도 막바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하긴 놀라운 일도 아니다. 21세기 자동차 시장을 대변하는 두 가지 키워드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럭셔리’와 ‘SUV’이기 때문이다. 럭셔리 브랜드가 SUV를 만들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거의 모든 럭셔리 브랜드들이 SUV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페라리의 행보는 오히려 늦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더 많이 팔릴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은 제조업의 기본 생리이다. 자동차 업계에도 ‘자동차 회사는 판매 대수를 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제조업을 포함한 모든 사업의 목적은 많이 파는 것이 아니라 많이 버는 것이라는 점이다. 즉, 자동차 산업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판매 대수나 매출액이 아니라 결국은 수익이라는 것이다. 다만 자동차는 판매가 된 뒤의 정비 수요와 중고차 재판매 등으로 추가 매출이 일어나기 때문에 판매 대수의 중요성이 다른 산업보다 높을 수는 있다. 하지만 결국은 수익을 위한다는 점에서는 결국은 똑같다.


수익을 늘리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많이 파는 것, 그리고 비싸게 파는 것이다. 물론 비싸게 많이 팔 수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그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원가를 낮추고 마진을 최소로 하여 낮은 가격에 많이 파는 박리다매(薄利多賣)가 그 한 가지이고, 반대로 수량은 적게 팔더라도 한 개에서 많은 이익을 남기는 후리소매(厚利小賣)가 다른 한 가지이다.


글 첫머리에서 말했던 럭셔리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SUV를 내놓는 것은 그것이 최근 시장의 대세이기 때문이다. ‘대세(大勢)’라는 말이 뜻하는 바 자체가 큰 힘을 가진 흐름이다. 즉 주류 시장을 뜻하는 것이다. 즉, 대세와 함께 하는 전략은 주류 시장, 즉 폭넓은 대상의 고객들에게 많은 제품을 판매하는 브랜드들에게 어울리는 것이다. 따라서 보편성과 가격 경쟁력으로 많은 판매량을 꾀;하는 박리다매다.


바로 이 부분에서 내 의구심이 시작된다. 럭셔리 브랜드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희소성이었다. 드문 물건을 갖는 것에서 오는 충족감은 대중적 제품에서는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단순한 희소성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제품에 역사와 전통, 즉 헤리티지와 같은 스토리를 싣고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무형의 가치에 비용을 지불할 고객들은 아무래도 적을 수 밖에 없고 따라서 럭셔리 브랜드는 보다 또렷한 이미지와 색깔로 많지 않은 고객들을 정확하게 겨냥하게 된다. 그 결과 럭셔리 브랜드에게는 필수적인 브랜드 로열티가 생기고 브랜드와 고객들은 오랜 세월을 함께 동고동락하는 상호 의존적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런데 럭셔리 브랜드들이 시장의 대세에 민감해지고 보다 많은 판매를 꾀하기 시작하면서 이 관계가 희석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독일의 3대 럭셔리 브랜드다. 1999년에는 70만대 수준이었던 BMW 브랜드가 작년에는 200만대를 넘겼듯이 메르세데스 벤츠와 아우디 모두 21세기 들어 판매대수를 2~3배까지 늘린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각 브랜드들의 색깔은 흐려지고 이해하기 쉬운 보편적 기준에서의 경쟁이 더욱 격해졌다. 즉 제품으로서의 경쟁력은 향상된 반면 브랜드와 충성 고객의 연결 고리는 약해졌다. 그 결과 이전에는 럭셔리 브랜드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할인 경쟁 등 판매의 질이 떨어지는 등 대중 브랜드의 색이 짙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만들어진 새로운 말이 ‘매스티지(masstage)’, 즉 대중의 ‘mass’와 럭셔리의 ‘prestige’가 합쳐진 단어다. 즉 대중 브랜드들은 이전보다 상향 포지셔닝을 추구하는 데에 비하여 럭셔리 브랜드들은 하향 포지셔닝을 추구하면서 두 부류의 거리가 이전보다 가까워진 것이다. 이유는 있다. 대중 브랜드들도 이전보다 고급스러운 제품을 원하는 고객들의 취향을 맞춰야 하며 각종 안전 장비와 인포테인먼트와 같은 장비들을 탑재하면서 가중된 원가 부담 때문에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다. 소량 판매하는 럭셔리 브랜드들도 자율 주행 등의 첨단 기능과 외주 전문 업체에게 의존하는 전자 장비 등이 늘어나기 때문에 판매량을 늘리지 않고서는 개발비와 구입 단가를 감당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따라서 수량을 늘려서 개발비를 분산하고 부품의 구입 단가를 낮출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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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약간 다르지만 슈퍼 럭셔리 브랜드에서 SUV를 출시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한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저희 브랜드 고객들은 차를 여러 대 갖고 계십니다. 그 중의 한 대는 당연히 SUV일 겁니다. 따라서 저희 브랜드가 SUV를 판매한다면 당연히 구매하실 확률이 높습니다. 이런 시장을 다른 브랜드에게 줄 이유는 없습니다.’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위한 서비스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쉬운 시장을 남에게 주지 않겠다는 계산에 근거한 것이다.


물론 이전에는 귀족과 같은 전통적 계층이 상류층의 주류를 이루었지만 이제는 부유층이 대체하고 있다는 현실도 무시할 수는 없다. 따라서 전통보다는 유행과 흐름에 민감한 고객들이 이해하기 쉬운 포인트를 제공할 의무가 브랜드에게는 있다. 하지만 전통과 같이 쉽게 변하지 않는 가치보다 유행과 시장의 흐름처럼 쉽게 변하는 가치에 의존한다는 것이 럭셔리 브랜드들에게는 낯설고 불안한 전략일 수 밖에 없다. 가끔씩 내놓은 원 오프(one off)같은 주문 차량과 인디비쥬얼 커스터마이징 차량이 이런 흐름을 희석하기에는 부족하다.


따라서 럭셔리 브랜드들은 보다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할 때가 되었다. 자기만의 가치를 이전보다 이해하기 쉬운 방법으로 드러낼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자기만의 가치와 색깔을 찾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점점 덩치만 커지다가 한 순간에 사라지는 신기루가 되어버릴 수도 있다. 이제는 자동차 브랜드의 적수는 자동차 시장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답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럭셔리 브랜드의 근본적 가치인 희소성을 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끊임없이 성장하는 암세포처럼 성장만을 추구한다면 자기 자신을 잡아먹을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희소성을 대신할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일까? 

 

글 : 나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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