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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석은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이며 컨설턴트이다. 그는 수입차 태동기인 1980년대 말부터 수입차 업계에서 종사했으며 수입차 브랜드에서 제품 기획과 사업 계획 등의 전략 기획 업무를 중심으로 각종 트레이닝 업무에도 조예가 깊다. 폭스바겐 코리아에서 프리세일즈 부장, FMK에서 페라리 브랜드 제너럴 매니저 등을 지냈다.

현대 WRC night live, 가장 현대답지 않아서 좋다.

페이지 정보

글 : 나윤석(stefan.rah@gmail.com)
승인 2017-08-29 19:42:15

본문

현대차와 월드 랠리 챔피언쉽 (WRC). 여러 면에서 이례적이고 놀랍다. 그리고 그것이 현대차에게 새로운 돌파구가 될 가능성이 보인다.


이런 생각은 현대차가 거두고 있는 좋은 성적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그 속 이야기가 현대차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첫 시즌 챔피언을 노리는 이면에는 디펜딩 챔피언인 폭스바겐의 철수가 기회가 된 면도 있다. 물론 시트로앵이나 포드, 그리고 토요타와 같은 전통의 강자들 사이에서 우승권에 들었다는 점은 인정할 만하다.


그러나 현대의 WRC 도전이 이례적인 점은 이것이 소위 ‘가장 현대적이지 않은’ 행동이라는 점이다. 시쳇말로 돈이 되지 않는 곳에 돈을 쓴다는 것. 대중들에게 자리잡은 현대차의 대표적인 부정적 이미지는 회사의 수익만을 추구한다는 것. 에어백, 물 새는 차, 부식, 엔진 리콜 등 현대차는 수익성 향상을 위하여 손 대지 않아야 할 곳에서도 원가 절감을 서슴지 않는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데 그런 현대차가 상당히 큰 투자를 요구하는 세계적 규모의 모터스포츠인 WRC에 참가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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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브랜드 마케팅이라고는 하지만 모터스포츠가 실제 판매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는 그리 많지 않다. 물론 과거의 스바루처럼 랠리가 브랜드 이미지의 커다란 면을 차지했던 예는 있지만 현대차는 현재의 제품 포트폴리오나 브랜드의 성격 상 그럴 여지가 거의 없다. 그런데도 현대차가 WRC에 참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주요 참가자로.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그 내부 구조다. 이전에도 현대차는 WRC에 참가했던 적이 있었다. 그 뿐 아니라 해외 여러 나라에서 로컬 레이스에 참가했던 경험이 있다. 그런데 그 때는 대부분 현대차는 돈만 내고 현지의 프로 팀이나 레이서와의 계약을 통해 참가하는 스폰서십에 가까웠다. 즉 차팀의 운영이나 차량의 개발 등에는 역할이 거의 없거나 크지 않았던 것이었다. 진짜 마케팅 활동에 지나지 않았던 것.

 

따라서 성적이 나오지 않거나 반대로 원하는 성과를 거두면 바로 철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번 현대 WRC 팀은 다르다. 팀 감독이나 드라이버 등 주요 인력은 여전히 검증된 해외 인력에 의존하지만 차량의 개발을 비롯한 주요 핵심 부문을 현대차가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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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여기에서 WRC가 현대차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출발한다. 첫째, 현대차는 레이스를 통하여 얻어지는 노하우를 직접 양산 제품 개발에 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N 브랜드의 가능성이 여기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둘째, 현대차가 참여한다는 것은 정확하게는 현대차의 인력이 참여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거기에서 여러가지 이야기, 즉 스토리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사람’과 ‘스토리’가 현대차에게는 전에 없었던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금년들어 ‘WRC 라이브 나이트’라는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모터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블로거와 일반인들을 초청하여 WRC를 생중계로 함께 시청하며 응원하는 행사다. 처음에는 현대차가 주도한다는 느낌이 강했지만 해가 거듭하면서 이 행사도 진화하고 있다. 그 진화의 핵심 포인트가 사람과 스토리였다. 2회 WRC 라이브 나이트에는 현대차 독일 연구소에서 랠리 경주차 개발에 참가했던 엔지니어가 등장하고 3회차에는 뉘르부르크링 24시간 내구 레이스에 개발 엔지니어들이 직접 레이서로 출전했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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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악플러들을 계도하는 현대차’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광경이었다. 지금까지 현대차는 익명성을 전제로 한 얼굴 없는 집단인 악플러들을 전문 지식과 자금력, 회사의 힘으로 가르치려는 일방 통행적인 방법을 주로 사용했던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는 블로그나 카페도 직접 운영하여 소비자들이 그 울타리로 들어오기를 요구할 정도였던 것. 하지만 WRC 라이브 나이트에서 만난 일반 참가자와 현대차 소속 엔지니어들은 모두 똑같이 자동차를 좋아하는 젊은이들이었던 것이다.


악플러나 현대차나 그 안에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잊었던 것이다. 그리고 모두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음으로써 이제는 보다 긴밀한 소통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을 WRC 라이브 나이트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어색했던 분위기가 결국은 서로 같은 부류의 사람임을 확인하는 순간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길 정도로 끊임없는 질문과 대화, 웃음이 가득 찬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마무리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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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작은 시작에 불과하다. 하지만 WRC 라이브 나이트를 통한 소비자 개인과 현대차 내부 구성원 개인의 인간적 만남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소비자들은 현대차 내부에 열정을 갖고 노력하는 나 같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고, 현대차 엔지니어들은 자동차를 사랑하는 소비자들을 직접 만나서 에너지를 받음으로써 격무에 지치며 잊어갔던 열정을 되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은 사람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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