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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석은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이며 컨설턴트이다. 그는 수입차 태동기인 1980년대 말부터 수입차 업계에서 종사했으며 수입차 브랜드에서 제품 기획과 사업 계획 등의 전략 기획 업무를 중심으로 각종 트레이닝 업무에도 조예가 깊다. 폭스바겐 코리아에서 프리세일즈 부장, FMK에서 페라리 브랜드 제너럴 매니저 등을 지냈다.

한국 자동차의 제2막을 꿈꾸며

페이지 정보

글 : 나윤석(stefan.rah@gmail.com)
승인 2018-01-17 03:46:23

본문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로 끝날 것인가, 아니면 리더로 새롭게 태어날 것인가. 그리고 지금 우리는 이 선택을 강요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아주 잘 해 왔다. 우리나라는 2차대전 이후에 가장 성공적으로 경제적 성정을 이룩한 대표적 국가다. 세기말의 IMF 사태와 십년 전의 금융 위기에서 회복하는 등 위기를 성공적으로 돌파한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나라이가도 하다.

 

글 / 나윤석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


하지만 최근 우리 나라의 경제 사정은 그리 좋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둔화되는 경제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우리 나라 경제의 성장 모멘텀이 예전같이 않은 것은 분명하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오늘 주목하고자 하는 원인은 우리 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대접받는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과도 직결된다. 바로 주도권, 즉 세계 경제에 미치는 우리 나라의 리더쉽의 문제다.


우리 나라의 고속 성장은 개발도상국의 압축성장 노하우를 집대성한 결과다. 그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방과 효율화다. 즉 선진국들이 많은 수업료를 내면서 깨닫고 개척한 시장과 제품을 그대로 모방하면서 개발도상국의 강점인 낮은 비용을 십분 활용하여 저렴하게 만드는 것이다. 즉 가성비를 중심으로 한 비교 우위를 강화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을 가장 잘 사용한 나라가 일본과 우리 나라였다.


하지만 이 방법에는 한계가 있다. 리더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왜냐 하면 선두주자를 모방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절대로 선두를 추월할 수가 없는 것이다. 설령 강력한 비교 우위로 판매량에서는 선두에 오르는 경우는 가능하겠지만 결국은 시장의 방향을 리드하지 못하기 때문에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없다. 스마트 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판매량 기준으로는 세계 1위이면서도 시장의 테마를 리드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 영향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리더인 애플에 비하여 훨씬 낮은 수익률이다.


이처럼 성공적인 ‘패스트 팔로워’도 나쁘지 않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비록 리더는 아니더라도 많이 팔고 적당한 수익을 얻으니 만족할 수 있지 않냐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가 않다. 패스트 팔로워는 언제라도 추월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를 위협하는 후발주자 중에 중국이 포함되어 있다면 그 위험은 더욱 크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시장, 낮은 원가, 정부의 공식-비공식적 산업 보호 등을 무기로 훨씬 빠르고 강력하게 추격할 잠재력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이미 시장의 영향력에서는 추월당했고 기술력이나 산업 주도 능력에서도 추월당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이미 나오고 있다. 중국을 뒤따르는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등도 우리보다 훨씬 큰 시장과 천연자원 등으로 우리나라를 추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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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글 첫머리에 ‘패스트 팔로워로 ‘끝날’ 것이냐’라고 물어본 것이다. 우리가 원한다고 해도 지금의 자리를 보존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따라서 우리의 선택은 리더의 자리에 도전할 것인 것 또는 그냥 현실에 안주하다가 추월당할 것인가 두 가지 가운데 하나일 수 밖에 없다. 산업에 따라서는 선택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암울한 경우도 많다.


하지만 자동차 산업은 기회가 있다. 그것도 평생 한 번 올까 말까 한 천재일우의 기회가 왔다. 그렇게 판단하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기존의 형세가 뿌리부터 흔들리는 혁명적 시기에 리더가 바뀐다. 단순한 왕의 대물림이 아니라 왕조의 교체, 혹은 왕국에서 공화국으로의 근본적 변화가 리더의 교체를 가져오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까지 자동차 산업이 지난 1백여 년 전통의 강자들의 독무대였다면 미래의 자동차는 극단적으로 ‘바퀴 달린 스마트 폰’이라고 할 정도로 IT 산업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므로 바로 지금이 변혁기이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가 자동차 산업의 리더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는 둘째 이유는 우리가 가진 역량이다. 지난 해의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기점으로 미래의 자동차를 규정하는 세 가지 핵심은 ‘전동화(Electrification)’, ‘자율주행(Autonomous driving), ‘커넥티비티(Connectivity)’이다. 이 분야에서 우리 나라는 이미 세계 정상의 기술을 갖고 있거나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잠재력이 매우 높다. 전기차의 핵심인 2차전지에서 우리 나라는 엘지화학을 필두로 삼성 SDI와 SK 이노베이션 등 세계적 경쟁력을 이미 갖추고 있다. 특히 엘지그룹은 엘지화학의 2차전지 기술을 발판으로 자동차의 전기 및 전자 모듈 판메에 이미 상당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자율주행의 바탕이 되는 전자 기술에서 아직은 후발주자이긴 하지만 삼성전자가 자동차 전장 산업을 미래 전략 산업으로 선택하고 집중적 투자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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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삼성전자는 전 세계의 자율주행과 관련된 유능한 벤처기업들에 족집게 투자를 집행하며 높은 안목과 집중력을 이미 선보이고 있다. 고속 무선 통신은 우리 나라가 세계 규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진 주요 통신 선진국이며 SK 텔레컴과 KT LG가 커넥티드 카의 핵심 기술인 5세대 통신의 협의체인 5GAA의 회원사인 등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의 핵심 모바일 프로세서인 엑시노스를 통하여 엔비디아 및 퀄컴 등과 자동차의 통신 및 연산 프로세서 시장에 도전장을 낸 판국이다.


그리고 여기에 기본이 되어야 하는 것은 자동차의 기본 역량이다. 이 부문에서 우리 나라는 세계 5~6위이자 21세기에 가장 성공적으로 성장한 자동차 제작사인 현대차를 갖고 있다. 즉, IT에 기반을 둔 미래 자동차의 역량을 담을 훌륭한 그릇을 갖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의 정의가 송두리째 뒤바뀌는 격변기에 우리 나라는 리더가 될 역량을 거의 모두 갖추고 있는 유일한 패스트 팔로워다. 국내에 이미 갖추어진 역량들을 통합하여 미래 자동차 강국으로서 대한민국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재계 라이벌로서의 경쟁이 몸에 밴 대기업들은 서로 협력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A사와는 절대 함께 일할 수 없다’와 같은 표현이 공공연한 것이 사실이다. 현대차도 수직계열사의 하나인 현대모비스의 역량 강화에 집중하면서 심지어는 해외에서는 이미 판이 거의 완성된 미래차 기술 연합체에 적극 참여하는 데에도 늦어진 것이 현실이다. 이번 2018 CES에서 자율주행의 강자인 오로라(Aurora)와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고 큰 반향을 기대했지만 오로라가 동시에 제휴를 맺은 폭스바겐에 가려지는 형태이기도 하다.


이제는 현대차가 총대를 매야 할 시점이다. 자신이 가진 노하우와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는 한이 있더라도 국내의 파트너들과 긴밀하게 연합하며 그들의 자동차 관련 역량을 신속하게 끌어올려야 한다. 이미 수직계열을 통하여 물리적-문화적 거리가 없는 국내 공동 프로젝트의 진행이 얼마나 효율적인가를 경험한 현대차다. 따라서 그들이 해외의 파트너를 찾고 그들과의 ‘산업적 언어’를 통일시키며 실질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얼마나 지난한 과정인지를 현대차는 이미 알고 있다. 따라서 이른바 ‘한국 자동차 컨소시엄’의 출범을 위하여 현대차는 희생할 것과 그에 따른 효과를 비교하여 결정할 수 있는 유일한 이해당사자다. 게다가 바로 옆의 중국은 거대한 시장의 영향력에 더하여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에 대한 빠른 지식 축적과 거대한 빅 데이터를 활용하여 단숨에 리더의 자리를 차지하려고 하고 있다. 즉 현대차에게는 시간이 별로 없다.


자동차는 산업의 종합 예술이라고도, 그리고 사회에 파급 효과가 가장 큰 산업이라고도 한다. 따라서 현대차는 고용 효과 및 산업의 직간접 파급 효과를 강조하며 정부에게 관련 규정의 보완 및 지원을 요구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잘못 사용하면 국민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재벌의 권력이지만 이럴 때는 사용해야 한다. 이런 결단을 할 수 있는 것은 오너가 경영하는 기업만이 가능하다. 이것이 오너 리스크와 대조되는 오너 오퍼튜니티이다.


그리고 정부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강력한 컨소시엄의 효과가 단순히 산업 파급 효과나 고용 효과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미국 지엠의 경영진이 한국 지엠의 회생을 볼모로 거금의 부채 상환을 요구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만일 우리 나라 자동차 산업이 그 자체로 미래를 주도할 역량을 가진다면 이런 화가 나는 요구를 받을 이유가 없다. 한국에서 자동차를 개발하고 만드는 것이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다면 자기들이 알아서 우리 나라에 투자할 것이고 더 나아가 우리 정부에게 추파를 던질 것이기 때문이다. 즉, 한국 자동차 컨소시엄은 한국지엠, 르노삼성,쌍용차 등 외투 자동차 회사들의 미묘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 방법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묻는다. 패스트 팔로워로 끝날 것인가, 아니면 리더로 새롭게 태어날 것인가? 현대차는 답을 내놓아야 한다.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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