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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석은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이며 컨설턴트이다. 그는 수입차 태동기인 1980년대 말부터 수입차 업계에서 종사했으며 수입차 브랜드에서 제품 기획과 사업 계획 등의 전략 기획 업무를 중심으로 각종 트레이닝 업무에도 조예가 깊다. 폭스바겐 코리아에서 프리세일즈 부장, FMK에서 페라리 브랜드 제너럴 매니저 등을 지냈다.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와 미래차를 위한 자동차 산업 개편

페이지 정보

글 : 나윤석(stefan.rah@gmail.com)
승인 2018-02-22 00:28:10

본문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그리고 감정에 휩쓸리지 말자.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하자. 그리고 이번의 격동을 미래를 위한 구조 혁신의 기회로 삼자.

 

이번 한국 GM의 군산 공장 폐쇄와 관련하여 수많은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대부분의 기사는 두 가지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 종류는 손해볼 것이 없는 GM에 비하여 고용 문제 등에 발목이 잡힌 정부에게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정부 난관 봉착론’이고, 두 번째 종류는 GM 본사가 계획적으로 한국 GM으로부터 현금을 가져갔고 한국 GM의 경영 부실은 폐쇄를 위한 수순에 불과하다는 ‘GM 본사 기획론’에 바탕을 둔 감정적 기사들이었다.

 

글 / 나윤석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기사가 아니다. 해결책이다. 그것도 닥친 문제만 무마하는 대증요법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자동차 산업 구조 개편을 할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자. 자동차 산업은 시대의 전환기까지 겹쳐 있기 때문에 단순히 현재의 구조를 건전하게 하는 것에서 끝나지 말고 이번 기회에 새로운 구조로 진화해야만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첫째, 협상은 상대를 알고 나를 알아야 한다. 먼저 GM 본사의 최근 행보와 매리 바라 CEO의 정책 방향을 통하여 그들의 의도와 한국 GM이 차지하는 GM 전체에서의 중요성을 파악하자. 확실한 것은 GM은 돈이 되지 않는 비즈니스는 계속할 의사가 전혀 없다. 기술 개발 센터로 중요한 역할을 하던 독일 오펠을 매각하는 이유는 ‘돈’이었다. 적자 규모가 큰데다가 유럽의 엄격한 규정이 원가 구조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는 이유였다. 오펠 매각을 통하여 얻어진 현금 유동성을 수익률이 높고 개발비가 저렴한 북미 시장용 픽업 트럭 및 SUV에 투입하는 것이 수익성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전략적 중요성보다는 수익성, 장기적 지표보다는 중단기적 실적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GM 본사는 오펠에 대해서는 투 트랙 전략, 즉 회사는 매각했으나 ‘당분간’은 파트너라는 전략을 택한다. 오펠의 제품과 부품을 당분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공장을 폐쇄한 호주 홀덴의 주요 제품이 오펠 생산 모델이며 현재 GM 라인업에서 사용되는 4기통 엔진의 다수가 오펠에서 제작되는 에코텍 엔진이다. 제품과 기술의 관계를 단숨에 단절할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지만 매각의 충격을 희석시키는 경영상의 출구전략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래의 불확실성은 어쩔 수 없다는 단점이 남는다. 왜냐 하면 자동차 기업의 주요 기능을 외주화하여 투자 수요는 최소화하였지만 영향력은 제한된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분석을 통해 볼 때 GM 본사는 경영 판단에 중단기 수익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또한 경영적 판단의 즉각적 충격은 희석 또는 연기시키는 방법으로 최소화한다. 전형적인 실리 추구형 경영관이다. 이를 한국 GM의 사태에 대입한다면 첫째, 수익성이 없는 공장은 폐쇄할 것이지만 초기 비용이 효용을 초과하지 않도록 상대방에게 전가하거나 장기적으로 분산하여 희석시킬 것이다. 둘째, 현재 한국이 담당하고 있는 소형차 엔지니어링 및 생산은 당분간 유지할 것이지만 중국 등 현재 GM 본사가 중시하고 있는 고수익 및 전망이 좋은 지역으로 이전시킬 가능성이 높다. 최악의 경우 한국 GM 전체를 청산하고 트랙스와 스파크 등 대체 생산지가 없는 모델은 오펠의 경우처럼 모델을 당분간 구입하는 방법을 선택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보령의 자동 변속기 공장은 이론의 여지 없이 폐쇄 또는 매각될 것이다.


우리 나라 입장에서는 이번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단기적 과제는 고용의 안정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자동차 산업의 긍정적 재편일 것이다. 현황은 한국 GM에 투자를 하든 다른 방법으로 고용을 안정시키든 정부의 재정이 투입되는 것은 피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공적 자금의 집행이 미래에 보다 건설적인 방향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반대로 우리가 가장 견제해야 할 것은 정치적 논리가 개입된 미봉책이다. 신 자유주의 경제 체제에서는 이미 국가는 자본의 출입을 막을 수 있는 힘이 없다. 그 중에서도 우리 나라는 자본 시장의 개방도가 가장 높은 나라이기도 하다. 따라서 투자의 결정은 철저하게 시장 논리로 이루어져야 한다. 어떤 정치적 이유가 개입되어 일시적으로 방향을 바꾸거나 흐름을 둔하게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결국에는 시장의 힘에 의하여 흘러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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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방법은 명료하다. 우리가 국내의 리소스를 투입하든, 아니면 해외의 투자를 유치하든 우리 나라에 먹음직한 시장이나 매력적인 아이템이 있어야 한다. 우리 나라 자동차 내수 시장은 솔직히 매력적인 시장은 아니다. 고객은 까다롭고 비용 구조는 높은데 별로 크지도 않은 규모에서 시장의 성장은 이미 정체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나라 자동차 산업이 대표 제품으로 팔 수 있는 매력적인 아이템이 있어야 한다. 당분간은 소형차와 크로스오버 SUV의 개발 및 생산 능력이 경쟁력을 갖는다. 르노 삼성 자동차가 버티는 것도 수출용 닛산 로그의 최대 생산 공장이기 때문이고 한국 지엠도 트랙스의 생산 기지라는 점이 증명한다. 하지만 이것은 중국이나 인도의 기술력과 생산성이 향상되면 추월당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GM 본사가 인도 시장에서는 철수했지만 공장을 유지하는 것도 생산하는 제품 수준에서는 충분한 제품 및 가격 경쟁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전 칼럼에서 지금이 우리 평생에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한국 자동차 산업의 기회라는 말을 했었다. 패스트 팔로워에서 리더로 발돋움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고 주장했었다. 세계 5~6위의 자동차 브랜드와 생산력이 제공하는 강력한 구매력, 삼성의 전자, 엘지의 전기, SK 등의 통신이 결합되면 자동차 기반 기술과 전동화 기술, 자율주행차, 커넥티비티의 모든 것을 대한민국 영향력 하에서 – 영토와는 다른 뜻이다 – 일괄 계열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GM 측이 군산 공장의 매각을 추진했다는 것은 비밀도 아니다. 쌍용차의 주인이었던 SAIC도 관심을 가졌었고 LG에게도 의향을 물었었다는 소문이다. 그렇다면 이럴 때 정부가 주도적으로 컨소시엄 혹은 프로젝트 그룹의 구성을 유도하여 가칭 Korea Automotive Inc.를 만들고 군산 공장을 미래차 핵심 기반 시설로 재탄생시키는 것은 어떨까?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지만 독일이 폭스바겐의 재건을 위해 폭스바겐 법을 활용했던 것, 일본이 디스플레이 산업의 고사를 막기 위하여 Japan Display Inc.를 설립했던 사례 등을 참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능동적인 청사진을 갖고 GM 본사와의 협상을 진행한다면 고용을 인질로 잡힌 듯한 수비적 자세에서 벗어나 훨씬 공격적으로 우리 정부가 협상을 주도할 수 있다. 또한 군산 공장을 시작으로 한국 GM의 출구 전략을 전제로 하여 군산 공장 제품의 GM 본사 공급 계약, 부평과 창원의 장기적 전략까지도 한 테이블에 올려 놓고 통 큰 협상이 가능할 것이다. 가칭 Korea Automotive Inc.가 GM으로부터 엔진과 변속기 등을 ‘당분간’ 공급받고 생산한 스파크와 트랙스를 GM에게 ‘당분간’ 납품하는 출구 계약도 포함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공적 자금의 소모적 집행을 최소화하면서도 산업의 재편과 고용의 안정을 최대한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GM 본사 측은 협상을 정치적으로 끌고 가고 있다. 주주인 산업 은행과 유망 투자자인 대한민국 정부에게 경영 실사를 받지 않겠다면 그것은 사업적 관점에서 투자를 받겠다는 뜻이 아니라 정치적 이유를 부각시켜 공적 자금을 유치하겠다는 뜻에 지나지 않는다. 군산 공장의 폐쇄를 선언하고 3월에는 신차종의 배정이 있으니 시간이 없다고 강조하는 등 협상의 테크닉만을 보여주는 것도 같은 이유다.


다시 한 번 말한다. 이번에는 정치는 배제하고 경제적 논리만 적용하자. GM 본사도 결국 원하는 것은 돈이다. 그리고 경제에는 국경이나 국가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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