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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석은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이며 컨설턴트이다. 그는 수입차 태동기인 1980년대 말부터 수입차 업계에서 종사했으며 수입차 브랜드에서 제품 기획과 사업 계획 등의 전략 기획 업무를 중심으로 각종 트레이닝 업무에도 조예가 깊다. 폭스바겐 코리아에서 프리세일즈 부장, FMK에서 페라리 브랜드 제너럴 매니저 등을 지냈다.

쉐비 트럭 100주년 광고와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페이지 정보

글 : 나윤석(stefan.rah@gmail.com)
승인 2019-06-02 15:52:08

본문

얼마 전부터 쉐보레가 동영상 광고를 시작했다. 쉐보레 트럭의 100주년을 기념하는 컴필레이션 광고였다. 과거의 쉐보레 트럭들의 광고를 옴니버스 식으로 엮은 60초짜리 이 광고는 거칠거칠한 화질과 모노 사운드 트랙 등 오래된 헤리티지를 감각적으로 느끼게 한다. 그런데 이것 말고도 한 가지 더 특이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것은 같은 단어를 빠르게 반복 편집하는 것이었다.

반복되는 단어는 다음과 같다. ‘dependable(믿음직한)’, ‘long(오래 가는’), ‘rugged(강인한)’, ‘better(계속 좋아지는)’, ‘power(강력한)’, ‘quality(높은 품질의)’, ‘strong(견고한)’, ‘work(제 기능을 잘 하는)’, ‘best(최고의)’, ‘mile(오래 달리는)’ 등이다. 우리가 미국 픽업 트럭들에서 연상할 수 있는 터프하고 강인한 마초적인 제품의 이미지에서 출발하여 고객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인 신뢰성과 내구성 등을 경유한 뒤 100년 역사가 증명하는 쉐비 트럭의 우수한 브랜드 이미지로 마무리하는 의식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형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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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광고의 마지막은 ‘Why have we been saying the same thing for 100 year?(100년 동안 쉐보레는 왜 똑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을까요?)’라는 질문과 그 다음 페이지에 ‘Because it’s true.(뭐, 그게 사실이니까요.)’라는 답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자문자답의 형식인 셈이다.

상당히 치밀하다. 헤리티지를 강조하면서 요즘의 말랑말랑한 크로스오버 SUV 브랜드들과의 근본적 차별점을 강조하고 그것들이 지난 100년 동안 고객의 만족으로 증명되어 쉐비 트럭이 지금에 와 있다는 증명까지 한꺼번에 끝낸 것이 그 하나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우리 나라에서 쉐보레 브랜드가 처한 현실에 더 절실한 면일 수도 있는데 그것은 바로 ‘고객과의 소통’과 ‘신뢰’를 강조한 것이다. 편집증 적으로 단어를 네 차례 정도 빠르게 반복하는 이유가 궁금해졌을 시청자들을 대신하여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하는 형식인 것이다. 즉, 우리는 당신들이 단어 반복의 이유를 궁금해한다는 것을 안다는 것을 통하여 고객의 의견을 항상 경청한다는 이미지를 전달하였고 그 답으로 우리는 진실만 말하는 믿음직한 브랜드라는 결론으로 마무리한다. 

이런 헤리티지 광고를 집행하면서 마침내 트레일블레이저가 사전 공개되었다. 이 차는 디테일보다 그 선언적 의미가 더 중요한 차다. 한국 지엠은 약속을 지키는 회사라는 증거가 바로 트레일블레이저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약속하고 희망을 주는 말의 성찬이었고 그 다음에 출시되었던 국내산 세단 크루즈와 미국산 SUV 이쿼녹스는 한국 지엠의 약속이 헛말이 아닌가 하는 허탈감까지 주었었다. 따라서 우리 나라를 전략 기지로 삼는 신세대 SUV인 트레일블레이저는 한국 지엠이 약속을 지키고 고객의 블안감을 해소시키며 시장에서의 열세를 뒤집을 카드로서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한국 지엠은 철수하지 않는다는 산 증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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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트레일블레이저는 시장에서 성공해야 한다. 시장에서 납득할 수 없는 가격과 무관심한 패키징으로 단번에 실패로 결판만 크루즈와 이쿼녹스는 그나마 각각 시장 상황과 수입 모델이라는 한계가 있었다고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트레일블레이저는 전혀 다르다. 핑계가 없다. 따라서 이 모델까지 실패한다면 고객들은 영영 발걸음을 돌릴 것이고 한국 지엠의 그 어떤 말도 믿지 않을 것이다. 그것으로 끝이다.

하지만 시장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C SUV는 아래의 최근 가장 상승세인 B SUV와 패밀리 세단 시장을 거의 대체하는 D SUV의 틈새에서 고전하고 있다. 게다가 B SUV가 다분화하면서 거의 C SUV의 기능을 넘보는 B+ SUV까지 확장하고 있다. (기아의 SP2 셀토스가 대표적이다) 또한 크로스오버 SUV가 주종으로 자리잡아가면서 시장은 오히려 피로감을 점차 느끼고 있다. 즉 영영 밝기만 한 시장이 아니라는 뜻이다.

따라서 트레일블레이저는 어떻게 하면 비좁아지는 C SUV 시장에서 단숨에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인가를 면밀히 연구한 다음에 출시해야 한다. 대충 출시했다가 고객의 의견을 듣고 노선을 수정하는 것과 같은 안일한 방법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 지엠에게는 그만큼 인내를 갖고 기다려 줄 고객도 별로 많지 않으며 – 쉐보레 차량 2대를 소유하고 있는 필자를 포함하여 – 새로운 고객들을 단숨에 확보하지 않고는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전환의 계기로 성공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트레일블레이저는 단어 뜻대로 blaze, 즉 활활 타오르는 핫 한 모델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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