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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석은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이며 컨설턴트이다. 그는 수입차 태동기인 1980년대 말부터 수입차 업계에서 종사했으며 수입차 브랜드에서 제품 기획과 사업 계획 등의 전략 기획 업무를 중심으로 각종 트레이닝 업무에도 조예가 깊다. 폭스바겐 코리아에서 프리세일즈 부장, FMK에서 페라리 브랜드 제너럴 매니저 등을 지냈다.

‘프로그레시브 럭셔리’ – BMW의 럭셔리 클래스 전략을 말하다

페이지 정보

글 : 원선웅(mono@global-autonews.com)
승인 2019-06-30 21:58:11

본문

6월 마지막 주 진행되었던 BMW 7 시리즈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발표회는 페이스리프트 모델 치고는 행사의 규모가 컸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행사의 질감이 높았다. 워커힐 애스턴하우스라는 넓지는 않지만 다소 격리된 듯한 분위기는 통상적으로 호텔의 그랜드 볼룸에서 진행되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신차 발표회보다는 친밀하면서도 배타적인 계층의 계단을 느끼게 하는 장소였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번 행사는 모델 하나의 론칭보다는 더 큰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프로그레시브 럭셔리’라는 슬로건으로 대변되는 BMW 럭셔리 클래스 전략을 알리는 것이었다.

 


1. 왜 어퍼 프리미엄 시장인가?


BMW가 상위 모델 라인업을 강화하려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시장 상황을 아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된다. 이것은 단순한 욕심이나 필연적인 행보가 아니라 확실한 목적과 가능성을 담보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BMW가 상위 프리미엄 시장 – BMW는 GKL(Grand Klasse, 대형 세그먼트)라고 부른다 – 에서는 메르세데스 벤츠 등 핵심 경쟁자에 비하여 비교적 소극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풍성하지 않았던 모델 라인업만으로도 이 사실을 단적으로 알 수 있다. 경쟁자인 메르세데스 벤츠는 세단, 쿠페, 로드스터, SUV 등 훨씬 다양한 모델로 상위 프리미엄 시장을 본격적인 주요 시장으로 간주하였고 마이바흐 브랜드를 이전보다 다소 가까운 포지션으로 가져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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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비하여 BMW는 7 시리즈 세단 하나만을 고수하며 상위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비교적 보수적인 행보를 지켜왔다. BMW의 대표 모델은 3 시리즈라는 통설이 말하듯 BMW는 대형보다는 밀도감 높은 주행 질감이 생명인 오너 드라이버용 컴팩트 모델에 강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다음 우선 순위는 단연 SUV였다. 그런 BMW가 상위 대형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기로 결정한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중국과 한국을 비롯한 대형 고급차 선호가 뚜렷한 아시아 시장의 대두이다. 둘째는 슈퍼 럭셔리 시장과 프리미엄 브랜드 사이의 큰 공간이 가진 잠재성이다. 슈퍼 럭셔리 브랜드였지만 포지셔닝을 살짝 낮추면서 이전보다 훨씬 커진 판매량으로 실질적 이득을 얻고 이를 바탕으로 오히려 브랜드의 인지도와 파워를 키운 벤틀리와 마이바흐가 이미 이를 증명하였다.


최고의 슈퍼 럭셔리 브랜드인 롤스 로이스를 보유하고 있는 BMW 그룹의 입장에서는 이런 독일 경쟁자들의 럭셔리 시장 전략에 아차 싶었을 수도 있다. 왜냐 하면 BMW는 20세기 말~21세기 초에 걸쳐 다른 문제를 해결하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폭스바겐 그룹(아우디)이나 다임러 그룹(메르세데스 벤츠)처럼 거대 그룹의 배경을 갖지 못했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먼저 집중했던 것. 이 과정에서 절반의 성공이었던 로버와 미니의 인수, 1-2시리즈 등 소형차 시장 진출, 그리고 물론 X 시리즈 SAV와 GT 크로스오버 모델 등으로 BMW 브랜드 자신도 몸집을 두 배 이상으로 불리는 데에 집중하였다. 오늘의 주제와는 상관이 작으므로 설명하지 않겠지만 자동차 제작사에게 몸집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룹 차원에서 250만대 수준까지 몸집을 불린 BMW의 다음 단계는 수익성의 향상이다. 미래차로 가는 길은 매우 큰 투자를 요구한다. 따라서 고부가가치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앞서 경쟁자들이 증명했듯이 21세기 자동차 시장을 관통하는 두 가지 테마인 SUV과 프리미엄 시장에서 고급 대형차 시장에는 개척되지 않은 잠재성이 특히 많은데 바로 이 곳이 이제는 별로 남지 않은 고부가가치 시장이다.

 

 

2. BMW의 전략 – 차이점, 공통점

 

BMW의 어퍼 프리미엄 시장을 향한 럭셔리 클래스 전략은 경쟁자와 공통점과 차이점을 동시에 갖는다.


공통점은 모델 라인업의 확대다. 거의 모든 장르에 10개의 모델을 투입한다. 두 개의 페이스리프트 모델(LCI, Lifecycle Impulse)을 제외하고는 무려 8개의 모델이 신모델이다. 그리고 그것도 작년과 금년 2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집중 투입한다. 늦은 만큼 시장에 충격을 극대화하며 진입하는 전격전이다. 이 전격전에서 BMW는 느긋하고 여유로운 럭셔리가 아니라 브랜드의 역동성을 표현하고자 했는지도 모른다. 이것도 하나의 ‘progressive’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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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구성은 7 세단 LCI와 X7, 그리고 8과 M8 각각의 쿠페 – 컨버터블 – 그란투리스모, 그리고 i8 LCI와 i8 로드스터다. 라인업에서 BMW ‘Progressive Luzury’의 면모가 드러난다. 하나는 M 모델의 비중이 높다는 것, 그리고 i8이다. BMW 고유의 퍼포먼스, 그리고 미래를 향한 진취성이 어퍼 클래스 전략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는 BMW 다움이다.


브랜드의 개성 만큼이나 상위 시장에서 중요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전통 혹은 헤리티지이다.이번에 럭셔리 클래스 전략과 함께 새롭게 선보인 CI(Cooperative Identity)가 바로 헤리티지를 강조한다. 럭셔리 클래스 관련 자료 및 행사에는 원형의 프로펠러 엠블렘 아래에 ‘BMW’가 아니라 ‘Bayerische Motoren Werke’라는 회사의 풀 네임이 들어간다. 이것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사람들이 BMW라는 이니셜의 의미를 잊는 것은 물론 한술 더 떠 ‘비엠’이라고 읽는 등 의미를 완전히 망각한 가운데 BMW가 단순히 비싸고 세련된, 그리고 돈 많은 사람들이 타는 차처럼 인식되는 것이 BMW는 싫었던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독일 바이에른에서 시작한 엔진을 전문으로 만들기 시작한 전통을 가진 회사다’라는 회사의 헤리티지와 무게감을 강조하려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아이덴티티를 정확한 이름으로 다시 한 번 환기시킨다는 의미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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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BMW의 럭셔리 클래스 전략이 경쟁 브랜드와 갖는 매우 다른 점이 있다. 그것은 BMW 브랜드의 상향 전략이다. 다른 경쟁사의 벤틀리나 마이바흐 브랜드는 본래의 포지션에서 약간 낮게 위치하면서 접근성과 시장성을 확대하는 전술을 사용했다. 하지만 BMW는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롤스 로이스는 슈퍼 럭셔리 브랜드의 제왕이다. 따라서 롤스 로이스가 블랙 라벨과 같은 배리에이션으로 젊어질 수는 있지만 절대 내려와서 포지셔닝하는 일은 없다.


그러므로 BMW가 지금보다 윗쪽 끝단을 더 밀어 올리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 첫 단계가 지금 진행중인 GKL 세그먼트의 모델 라인업 확장이고 이에 더하여 향후 9 시리즈도 부정하지 않는 여러 언론 인터뷰들이 앞으로의 행보를 짐작하게 한다.


만일 이 전략이 성공한다면 BMW 그룹은 외연이 넓고 높아진 BMW 브랜드와 최상위의 롤스 로이스로 이어지는 누구보다도 더 넓고 단단한 상위 럭셔리 시장의 포식자가 될 수 있다. 이것은 몸집과 수익성을 키워 미래를 위한 저력을 키우고자 하는 BMW 그룹의 회사 경영의 장기적 전략의 이상적 그림이다.

 

 

3. 제품

 

지난 번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개최된 X7 시승회에서 나는 BMW의 변화를 제품 차원에서 처음으로 느꼈었다. 이 거대한 SUV가 트랙을 달리는 실력이 심상치 않다는 것은 BMW이기 때문에 오히려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트랙에서 달리는 대형 SUV의 뒷좌석이 이렇게 평온하리라고는 어디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경험이었다. 즉, BMW 다우면서도 뒷좌석이 기대되는 럭셔리 클래스의 느낌이 X7에는 있었던 것이다.


이번에 출시된 7 시리즈 LCI는 그래서 더 기대가 컸었다. 왜냐 하면 CLAR 플랫폼을 최초로 도입한 7 시리즈는 이전 코드네임 F 시절에 다소 무뎌지고 푹신해졌던 BMW의 다이내믹한 성격을 되찾은 제대로 된 뼈대이었기 때문이었다. 7 시리즈를 이은 5 시리즈와 3 시리즈는 달리기 실력에서 BMW가 본래의 맛을 되찾아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줄 뿐만 아니라 플랫폼이 숙성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7 시리즈 LCI가 이러한 숙성을 피드백하여 적용한다면 BMW 다운 조종 성능과 럭셔리 클래스에 어울리는 주행 질감이 어우러지는 새로운 리무진이 나오겠다는 기대가 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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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보수적이었던 디자인이 바뀐 것은 성공적이다. 커진 키드니 그릴과 성벽처럼 높아진 범퍼 라인, 그리고 슬림한 헤드라이트와 테일램프는 웅장함과 함께 쉽게 다가서기 어려움 배타적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옆면에서 대각선이었던 에어브리더가 수직으로 일어선 작은 변화는 7 시리즈의 옆면이 매우 길고 넓게 느끼게 하는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한다.


어디서 많이 느껴 본 분위기였다. 잠시 생각해 보니 답이 나왔다. 바로 롤스 로이스의 모델들에서 본 디자인 화법이었다. 디자인 DNA는 분명 BMW다. 하지만 말하는 품새가 이전처럼 어정쩡하지 않고 이제는 느긋하지만 확실히 위에서 이야기하는 듯한 자세를 견지하는 디자인 화법인 것이다. 그러면서도 일단 달리면 눈이 휘둥그래지는 차. 탄탄한 체력을 갖춘 귀족의 분위기다.


차 자체의 완성도는 솔직히 조금 아쉬웠다. 여전히 7 시리즈는 뒷좌석보다 앞좌석이 즐거운 차였다. 뒷좌석 바닥에서 올라오는 노면 요철의 질감은 더 걸러낼 수 있었어야 했다. 이런 숙성도가 5와 3 시리즈에서 이미 보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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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7 시리즈는 BMW의 맏형이라는 것을 잊지는 않았다.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이런 대형 세단은 없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일 BMW가 S 클래스를 철저하게 리버스 엔지니어링하여 그대로 복사했다면 그렇게 만든 7 시리즈는 아무리 차가 좋아도 BMW도, 오리지널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 때는 고민하지 않고 S 클래스를 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비록 7 시리즈가 완전히 만족스럽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렇게 긴 글을 쓰는 이유는 그들의 방향이 또렷하고 치밀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모델 하나만 잘 만들어서 많이 팔겠다는 수준의 그림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그런 장소에서 그런 형식의 신차 발표회를 한 BMW 코리아였다.


그래서 이 다음의 행보가 더 기대된다. 제품은 꾸준히 색깔을 더하고 완벽해질 것이다. 전략이 바탕에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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