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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석은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이며 컨설턴트이다. 그는 수입차 태동기인 1980년대 말부터 수입차 업계에서 종사했으며 수입차 브랜드에서 제품 기획과 사업 계획 등의 전략 기획 업무를 중심으로 각종 트레이닝 업무에도 조예가 깊다. 폭스바겐 코리아에서 프리세일즈 부장, FMK에서 페라리 브랜드 제너럴 매니저 등을 지냈다.

제품의 정의는 무엇일까?

페이지 정보

글 : 나윤석(stefan.rah@gmail.com)
승인 2019-09-24 06:29:38

본문

이번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는 ‘제품이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정리하게 된 좋은 계기였다. 사전적 정의로는 ‘원료를 써서 만들어 낸 물품’을 뜻한다. 그런데 그 ‘원료’의 정의가 시대에 따라 다른 것임을 절실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은 원래 대표적인 굴뚝 산업이고 노동 집약적인 산업이었다. 따라서 다른 산업과의 관련과 영향력이 크며 고용 창출 효과가 컸다. 그렇기 때문에 자동차 산업은 사회적 파급 효과가 매우 큰 산업이고 대표적인 국책 산업 가운데 하나가 된 것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노동이 부가가치를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전통적 가치의 붕괴가 아닌가 싶다. 21세기 들어, 특히 2008년 리먼 쇼크 이후로 노동력보다 자본이 더 큰 부가가치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산업의 무게추가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 투입의 효과가 가장 높은 ICT 산업으로, 그리고 구글과 페이스북 등 그 중에서도 최대 규모의 회사들로 집중되었다.


디젤 게이트 이후 미래차로의 전환이 가속도를 받으며 자동차 브랜드들은 앞다투어 Taas(Transportation as a Service)와 Maas(Mobility as a Service)를 이야기하면 서비스 중심으로 사업 형태를 전환하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번 2019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도 형태는 브랜드마다 형태는 다르지만 자동차 산업의 지속 가능성, 환경의 지속 가능성, 그리고 생활의 지속 가능성 등 모두들 지속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서비스는 자동차 산업의 주종목이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자동차 산업은 노동력이 바탕이 되는 제조업이다. 따라서 자동차 산업의 변신은 엄청난 비용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줄을 잇는 스타트 업과의 연대 또는 투자는 스타트 업 기업의 특성상 손실을 감수하는 위험이 높은 투자다. 즉, 지금까지 업계의 전통적 루틴, 즉 공식에 따라 제품을 개발하고 마케팅을 하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위험에 노출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ICT 진영의 상황이 좋기만 한 것도 아니다. 기업의 가치가 지나치게 높게 평가되었다는 현실적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공유 경제의 대표적 모델이라던 우버의 환상이 누적되는 적자와 조직의 약화와 함께 흔들리고 있다. 테슬라는 모델 3의 본격적 출고에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기가 팩토리의 파트너인 파나소닉과의 관계에도 균열의 조짐이 보인다. 즉, 다양한 측면이 얽혀 있는 자동차 관련 사업의 실물에 접근할수록 생각보다 만만치 않음을 실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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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측면에서 볼 때 이번 2019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로버트 보쉬, 컨티넨털, ZF 등 자동차 산업의 티어 1들은 단연 돋보였다. 그들은 전통적 자동차 산업의 특징인 제조업과 ICT 산업의 경계에서 기술적 측면은 물론 사업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가교의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들의 사업 영역은 전통적 자동차 부품 및 시스템 영역을 너머 이제는 소프트웨어와 통신 등 ICT 산업의 영역으로 급격하게 확장하고 있다.


그 일례로 이번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의 로버트 보쉬의 프레스 컨퍼런스의 내용을 들고자 한다. 미래 자동차로의 산업 재편을 이야기하며 큰 투자를 강조하는 자동차 브랜드들에 비하여 로버트 보쉬는 이미 미래차 영역에서 의미 있는 규모의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미 14,000명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고용하여 연 30억 유로를 투자하고 있는데 2018년부터 지금까지 1년 반 동안 전동화 파워트레인과 관련하여 이미 130억 유로의 주문을 받았다는 것이다.


바로 이 시점에서 제품의 정의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이다. 기존의 자동차 산업과 ICT 산업은 지금까지의 전통적 사업 분야와는 다른 새로운 영역으로의 진출을 위하여 투자와 시행착오를 겪는 지금 이미 티어 1들은 의미 있는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다는 점이 대조되었기 때문이다. 즉, 자동차 산업과 ICT 산업은 미래차와 관련하여 아직 매출을 발생시키지 못하거나 미미한 수준이라면 티어 1들은 모듈화된 제품들과 소프트웨어를 이미 상품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나는 모터쇼에 가면 부품관을 주로 관람한다. 그곳에는 3~5년 이후의 자동차 산업을 예측할 수 있는 기술적 흐름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금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처럼 그 차이가 크게 느껴졌던 적은 없었다.


즉 티어 1들은 자동차 산업을 위한 그들의 제품을 상당한 수준까지 완성시켰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제품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현실과 미래를 연결하는 단단한 가교가 되는 제품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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