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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석은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이며 컨설턴트이다. 그는 수입차 태동기인 1980년대 말부터 수입차 업계에서 종사했으며 수입차 브랜드에서 제품 기획과 사업 계획 등의 전략 기획 업무를 중심으로 각종 트레이닝 업무에도 조예가 깊다. 폭스바겐 코리아에서 프리세일즈 부장, FMK에서 페라리 브랜드 제너럴 매니저 등을 지냈다.

한 방이 있는 행사의 전형 - 2019 코리아 내셔널 호그 랠리

페이지 정보

글 : 나윤석(stefan.rah@gmail.com)
승인 2019-09-30 17:04:28

본문

한 방이 있었다. 그 순간에 이 행사가 왜 유명한지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할리 데이비슨의 호그 랠리에 참가한 소감이다.


이제는 서비스를 파는 회사가 되겠다는 자동차 회사들. 하지만 이것은 틀린 말이다. 이미 자동차 브랜드들은 자동차라는 완제품만 팔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차량 구매시 금융 상품을 판매하는 파이낸셜 서비스, 정비와 수리를 제공하는 애프터서비스는 물론이고 이제는 고객들의 고객 관리 프로그램 컨시어지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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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에서 고객 관리 프로그램의 중요성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그 이유는 자동차 시장에 젊은 고객 등 신규 고객들의 유입이 줄어들면서 기존 고객들을 잃어버리지 않고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기 위한 효과적인 창구로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고객들은 자신이 선택한 브랜드에서 흐뭇한 대접을 받으면서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다. 이 고객 만족도는 고객의 충성도로 직결되고 재구매는 물론 주변 지인을 적극적으로 브랜드로 유입시키는 자발적 외교관의 역할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된다.


이런 면에서 항상 궁금하게 생각했지만 접할 기회는 많지 않았던 할리 데이비슨. 바깥에서 볼 때는 배타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고객들 사이에서는 결속력이 대단한 브랜드의 대명사다. 따라서 할리 데이비슨의 대표적 행사인 호그 랠리를 통하여 할리 데이비슨은 어떻게 고객들에게 큰 만족도를 제공하면서 충성도를 그 대가로 얻는 소프트웨어, 즉 서비스를 갖고 있는가를 확인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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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호그(H.O.G. 즉 할리 오너스 그룹)의 성격을 알 필요가 있다. 호그는 글자 그대로 할리 데이비슨 모터사이클을 소유한 오너들의 모임이다. 단순히 모터사이클을 즐기는 것 이상 장학금 전달 등 사회 봉사에도 이바지하고 있다고 할리 데이비슨 코리아 홈페이지에 설명되어 있다. 대부분의 브랜드 공식 오너스 그룹이 그렇듯이 호그 역시 단순한 동호회 성격을 너머 브랜드와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마케팅 영역으로 활동이 확장되고 있다. 다양한 업종의 브랜드들과의 협업 등을 통하여 회원들에게는 할리 데이비슨이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의 아이콘으로 자리잡는 것이다. 할리 데이비슨 자체가 어페럴 브랜드를 운영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서의 확장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전의 국내 호그 랠리가 호그가 주최하는 행사였다면 몇 해 전부터 할리 데이비슨 코리아가 주관하고 호그와 공동 운영하는 형태로 전환되었다. 이는 이미 아이덴티티는 충분히 또렷한 브랜드인 할리 데이비슨 입장에서는 당연한 행보로 보여진다. 과거 행사에서는 간혹 과도한 결속력 혹은 충성도 때문에 배타성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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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비 할리 데이비슨 오너인 필자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좋은 모습으로 보여졌다. 여전히 할리 데이비슨 다운 에너지는 넘치지만 에너지의 색깔이 밝아졌다고 할까. 선입견일 수도 있겠지만 갱스터 같았던 어두운 에너지는 별로 느낄 수 없다. 따라서 새로운 고객들이 큰 부담이나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할리 데이비슨에 입문할 수 있겠다. 심리적 문턱이 낮아졌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 행사가 코스프레 행사인가 싶을 정도로 참여한 라이더들과 탠더머들의 복장을 보면 그들이 얼마나 강력한 브랜드 충성도를 갖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또 한가지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던 곳이 있었는데 이것이 내게는 앞서 이야기했던 ‘한 방’이었다. 저녁 식사를 위하여 야외 행사장으로 진입하는 입구 좌우에 할리 데이비슨 코리아 직원들이 도열해서 고객 한 명 한 명에게 큰 박수와 함성, 그리고 하이파이브로 환영해주는 것이 아닌가. 조금은 수줍거나 부끄러울 수 있는 고객들조차 이 순간부터 ‘아, 나는 이렇게 뜨겁게 환영하는 브랜드의 가족이구나’라는 기분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더 이상 점잖을 필요가 없다. 평소에는 단정한 차림의 사업가였더라도 이 곳에서 만큼은 가죽 재킷에 체인을 늘어뜨린 터프 가이 혹은 터프 레이디가 되어도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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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부분들은 여느 브랜드 오너 클럽 행사와 큰 차이가 없다. 다양한 장터와 체험 코스가 준비되어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챕터 – 호그의 지역 모임을 이렇게 부른다 – 별로 코스를 담당하여 호그가 행사에 적극 참여하는 모습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점도 없지는 않다. 일단 참가 고객층의 연령층이 높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한다. 첫눈에도 보이는 이유는 스트리트 750이나 스포츠스터 계열의 비교적 소형 라인업의 참여가 적다는 것이다. 이전부터 할리 데이비슨 고객들 사이에서는 기종별 서열과 같은 분위기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고 그것이 여전히 호그 랠리에 또렷하게 드러난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유는 규율이 다른 브랜드의 오너 그룹보다 강한 호그는 전통적인 할리 데이비슨 오너들이 참여하는 반면 새로운 고객들이나 젊은 고객층은 요즘 유행하는 카페 단위의 캐주얼한 모임을 선호한다는 점이란다.


그만큼 할리 데이비슨의 브랜드 성격이, 따라서 고객들의 성격이 시대에 따라 많이 변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호그 랠리가 할리 데이비슨이 개최하는 가장 큰 연례 행사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어떻게 하면 더 폭넓은 고객들을 한 자리로 모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왜냐 하면 최근 공개된 라이브와이어 전기 바이크, 할리 데이비슨 최초의 어드벤처 모터사이클인 팬 아메리카, 그리고 앞으로 출시될 새로운 성격의 모델들을 감안할 때 할리 데이비슨은 앞으로 브랜드 이미지의 외연을 매우 크게 넓혀야 할 기로에 서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밥 먹으러 가다가 만난 박수와 하이파이브가 준 신선한 충격은 이런 브랜드라면 한 번 좋아해보고 싶어지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다들 럭셔리와 혁신을 이야기하더라도 이런 감성적 연결고리는 쉽게 얻어지지 않는 브랜드의 큰 자산이다.


할리 데이비슨이 변신하더라도 이 것만큼은 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글 / 나윤석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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