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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오토뉴스 채영석 국장은 30년 동안 자동차 전문기자로 활동해 왔으며 인터내셔널 엔진 오브 더 이어, 월드 카 오브 더 이어의 심사위원이다. 골드만 삭스 등 투자은행들과 다른 시각으로 산업 분석을 해 오고 있다. 지금까지 3,000종 이상의 차를 타고 시승기를 쓰고 있으며 세계적인 모터쇼와 기술세미나 등에 참석해 글로벌 차원의 트렌드 분석에 힘을 쏟고 있다. 2013년 골드만 삭스가 유가 200달러 시대를 이야기했을 때 역으로 유가 폭락 가능성이 있다는 칼럼을 쓰기도 했다.

95. 브렉시트, 자동차를 넘어 산업 생태계 대 전환의 시작

페이지 정보

글 : 채영석(charleychae@global-autonews.com)
승인 2019-09-25 04:35:48

본문

브렉시트의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10월 말로 예정된 브렉시트로 인해 유럽 전체가 미궁에 빠져 들고 있다. 고용 창출 효과가 가장 큰 자동차산업에서는 그 영향이 훨씬 크다. 영국에서 자동차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수는 2018년 말 기준 18만 6,000명에 달한다. 연관 부대산업을 포함하면 EU 전체에 1,380만명이 고용되어 있으며 그 중 영국은 6%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그 규모로 볼 때 브렉시트는 유럽만의 문제가 아니다. 갈수록 국가주의가 팽배하고 선진국들의 보호 무역주의가 노골화되어 가면서 리쇼어링이 화두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자동차업체들은 미래의 비전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2019년 영국을 중심으로 벌어진 자동차업체들의 조업 중단과 공장 폐쇄의 타임라인을 통해 위기의 영국 자동차산업이 의미하는 바를 짚어 본다.

 

글 / 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2016년 6월 24일 국민투표를 통해 영국 국민의 51.9%가 EU를 떠나는데 찬성했다. 국민투표 결과 발표 이후 세계 경제는 크게 흔들렸다. 당시 2년 후 EU탈퇴를 선언했으나 3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최종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영국 문제는 지속적으로 세계 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하며 시장의 불안정성을 키워 왔다. 지금은 영국 의회가 테레사 메이 전 총리의 제안을 세 차례 부결한 것에 대해 현 보리스 존슨 총리가 어떤 답을 제시할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브렉시트든 노 딜 브렉시트든 영국이 EU를 탈퇴하게 되면 단지 영국과 EU만이 아니라 전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노딜 브렉시트로 결론이 나게 되면 관세 등 복잡한 관계의 정리 등으로 인해 큰 타격을 입게 되며 결국 제조업의 생존력을 무너트릴 것으로 보인다. 그 중에서도 고용 효과가 가장 큰 자동차산업의 위기감은 배출가스 규제 강화와 함께 자동차업계를 짓누르고 있다.

 

영국의 EU 탈퇴는 영국과 유럽의 자동차 시장 변화의 시작점일 수 있다. 그 원인은 바로 관세로 인한 것이다. EU 탈퇴가 현실화되면 영국에 생산 기지를 가지고 영국 내에서 판매하는 자동차 메이커들은 그렇지 않은 메이커들에 비해 10% 관세만큼의 우위를 점하게 된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 유럽의 생산기지로부터 영국으로 수출하는 업체들은 10%의 관세가 부과되어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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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현대차와 기아차의 경우 체코와 슬로바키아의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들이 영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그동안은 무관세로 수출됐지만 관세가 부과되게 되면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고 영국산 일본차들과의 경쟁에서 부담을 안을 수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영국 판매는 유럽시장 판매 실적의 20% 전후, 쌍용차는 30%를 영국시장이 차지하는 만큼 향후 관세로 인한 부담을 안게 된다는 것이다.

 

노 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유럽 내 지역에서의 관세 부과 등으로 인해 소비자는 물론이고 제조업체들 모두의 거래 조건이 크게 바뀌게 된다. 때문에 자동차회사들은 영국 내 생산에 대해 제고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자동차업계는 지금 배출가스 규제 강화로 인한 기술 개발과 전동화와 자율주행차를 위한 투자, 모빌리티라는 새로운 생태계를 맞이하는 데만도 힘이 부치는 상태이다. 또한 세계 경제의 부진으로 인해 자동차의 판매 감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치적 결정인 영국 문제는 당장에 눈앞에 닥친 비용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영국에 생산 기지를 가지고 있는 자동차 메이커에는 재규어랜드로버를 비롯해 애스턴마틴, BMW-MINI, 롤스로이스, 벤틀리, 멕라렌, 모건, 로터스, MG와 같은 전통적인 영국 메이커와 혼다, 토요타, 닛산, GM, 포드, 중국 지리자동차 등이 있다. 이들 중 메이저 업체들이 올 초부터 조업 중단과 잇단 공장 폐쇄를 선언하면서 사태는 악화일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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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재규어랜드로버가 4월 초 영국에 위치한 모든 공장의 조업을 1주일간 일시 중단한다고 하면서부터 수요와 공급의 부조화로 인한 자동차업계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됐다. 물론 그 전에 이미 BMW는 미니의 생산공장을 네델란드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었고 토요타도 생산 일시 중단 등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했다.

 

가장 발 빠른 대응을 보인 것은 혼다였다. 혼다는 지난 2월, 2021년에 영국과 터키 공장에서의 생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혼다는 차기 시빅 생산을 북미에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혼다는 영국의 유럽 연합 탈퇴와는 관계없는 결정이라고 밝혔으며, 노사간의 협의를 통해 공장 폐쇄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혼다의 영국 공장에는 3,500명, 터키 공장에는 1,1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혼다의 영국 공장은 1985년에 설립되었으며, 연 생산 능력은 25만대 수준이지만, 2018년의 생산량은 16만대에 그쳤다. 터키 공장은 1997년부터 시빅 세단을 생산해 왔다.

 

혼다는 공장 가동률을 높이고 전동화에 대한 투자를 위해 글로벌 생산 체제의 재검토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스윈든 공장의 2018년 공장 가동률은 64%에 그쳤다. 혼다의 하치코 다카히로 사장의 발표 내용에 따르면 2018년 말 혼다의 글로벌 생산 능력은 540만대 규모로 공장 가동률은 97%였다. 영국과 터키 공장이 생산을 중단하는 2021년 말에는 연간 생산능력이 510만대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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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5월에는 영국 스윈든(Swindon) 공장을 2021년에 폐쇄한다고 구체적인 일정을 발표했다. 판매대수 감소와 실적 악화를 요인으로 꼽았다. 스윈든 공장에서는 시빅 해치백과 시빅 타입R이 생산되고 있으며 이들은 현행 모델의 라이프 사이클에 맞춰 공장이 폐쇄되게 된다. 스윈든 공장의 폐쇄로 인해 유럽시장용 차량은 일본과 중국 등에서 공급한다.

 

혼다의 이런 결정에 대해 영국 정부는 성명을 발표하고 우려의 입장을 표명했다. 영국 정부는 혼다의 결정은 스윈든 지역과 영국에 큰 타격이 되는 일이라고 전했다. 영국 정부는 혼다의 공장 폐쇄 소식은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숙련된 직원, 그들의 가족, 부품사에서 일하는 모든 이들에게 큰 충격이라고 전하고, 지역 국회의원, 비즈니스 리더, 노동 조합 대표자들과 함께 현 직원들의 노동 능력과 전문성이 유지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자동차 산업은 이제 새로운 기술로의 급속한 전환을 이루고 있다며 영국은 새로운 기술 개발에 주도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이번 혼다의 결정은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영국차 생산 절반은 일본 빅3에 의한 것

영국 정부의 이런 인식은 영국 내 자동차 생산 구조에 따른 것이다. 연간 약 160만대 규모의 영국 내 자동차 생산량 중 절반 가량이 일본 메이커들에 의한 것이다. 영국은 혼다와 토요타, 닛산 등 일본 3사의 비중이 일본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크다. 일본 기업 전체로 보면 미국과 독일, 프랑스, 네델란드에 이어 영국에 다섯 번째로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브렉시트 사태 초기부터 일본 기업들은 그동안 구축해온 산업 질서를 송두리째 무너트리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해왔다. 그리고 닛산 인피니티 브랜드의 QX30 유럽 생산 중단 및 서유럽시장 철수와 닛산 브랜드의 신형 모델 생산 계획 철회 등으로 이어졌다. 1992년부터 영국 생산을 시작한 이래 2018년 약 13만대를 생산해 영국 전체 생산대수의 9%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토요타도 노 딜 브렉시트가 결정되면 철수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산 토요타차의 90% 가량이 영국 이외의 EU 지역으로 수출된다는 것이 말해 주듯이 영국산 모델보다 일본산 모델을 유럽시장에 공급하는 것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이는 1980년대를 전후해 미국과의 무역 마찰을 계기로 판매하는 곳에서 생산한다는 구호를 내 세우며 세계화의 선두에 나서며 전 세계 자동차의 약 1/3을 생산해 오던 일본 자동차업체들에게는 영국 이상으로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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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사분기 영국 내 자동차 생산 대수는 2018년 같은 기간보다 16% 감소한 37만 289대로 떨어졌다. 이는 2011년 이래 8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며 2018년 전년 대비 9% 감소한 152만대에 이어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영국 내수시장도 12% 감소했다. 이로 인한 손실은 5만 파운드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더불어 영국의 자동차는 생산대수의80% 가까이가 수출되는데 유럽과 중국의 수요 둔화로 부진에 빠진 것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4월부터는 여러 업체가 조업 중단을 시작하면 불안감은 계속 증폭됐다. 이대로라면 2019년 영국 내 전체 자동차 생산은 136만대로 2018년보다 10% 이상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브렉시트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면 2021년에는 142만대로 회복될 수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는 1980년대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갔다. BMW는 2019년 4월 1일부터 미니를 생산하는 영국 남부의 공장에서 약 1개월의 조업 정지에 들어갔다. 노 딜 브렉시트 사태에 대비해 조업 중단 시기를 일반적인 여름에서 앞당긴 것이다. 프랑스 PSA도 영국 공장의 조업 중단에 들어갔다. 생산 중단을 최종 결정하지 않은 토요타도 4월 3일 상당량의 부품 재고를 늘리며 물류 혼란에 대비했다. 독일 부품 업체의 경우 영국으로부터 조달하고 있는 플라스틱 원료 9개월분을 확보한 사례도 있다.


6월에는 포드가 110억 달러의 글로벌 구조조정을 통해 유럽 사업 정비의 일환으로 영국의 엔진 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포드 영국 공장에서는 피에스타와 B-Max를 포함한 여러 포드 모델용 엔진이 생산되고 있다. 포드의 1.5L 가솔린 엔진 생산은 2020년 2월에 끝나며 재규어/랜드로버와 체결한 공급계약은 2020년 9월에 종료될 예정으로, 공장은 그 시기에 맞추어 폐쇄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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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에는 BMW가 영국 햄스 홀(Hams Hall) 공장에서 생산되는 엔진을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수출하지 않기로 했다.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산 제품에 관세가 부과되는 것을 고려한 것이다. 대신 BMW는 영국 내 엔진 공장의 생산 일부를 독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BMW의 영국산 엔진은 남아프리카 공장으로 보내져 그곳에서 X3 등에 탑재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영국산 엔진이 남아프리카 공장으로 수출되지 않게 됐다. 대신 독일 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하게 된다. 남아프리카 대신 미국으로의 수출을 늘려 생산량 자체는 유지될 것이라고 BMW측은 밝히고 있지만 그 역시 담보할 수 없는 내용이다.

 

영국 정부는 영국 자동차산업의 생산성이 독일보다 높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018년 영국에서 생산된 승용차와 트럭은 약 160만대로 노동자 1인당 8.6대였다. 2016년의 1인당 약 11대에서 감소한 수치지만, 독일의 노동자 1인당 생산대수가 7대 전후라는 점에서 영국의 자동차 생산성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공기업의 민영화와 노조 탄압으로 대표되는 마가렛 대처의 신자유주의적 개혁 이후 더욱 심화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영국 사회를 갈라 놓았고 이것이 브렉시트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신자유주의의 핵심은 금융규제 완화다. 금융자유화는 자본가들의 배를 불렸고 그들은 제조업보다는 금융 투자에 더 많은 힘을 쏟았다. 그로 인해 경제지표의 증감과 관계없이 자본가들의 부는 끝없이 증가했다. 그것은 제조업의 쇠퇴로 이어졌고 고용 축소로 귀결되고 있다. 양극화의 원인은 부의 분배를 제대로 실현하지 않은데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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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정치적 결정은 해당 국가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에 영향을 주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브렉시트는 영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 전반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도전 과제를 안겨 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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