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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오토뉴스 채영석 국장은 30년 동안 자동차 전문기자로 활동해 왔으며 인터내셔널 엔진 오브 더 이어, 월드 카 오브 더 이어의 심사위원이다. 골드만 삭스 등 투자은행들과 다른 시각으로 산업 분석을 해 오고 있다. 지금까지 3,000종 이상의 차를 타고 시승기를 쓰고 있으며 세계적인 모터쇼와 기술세미나 등에 참석해 글로벌 차원의 트렌드 분석에 힘을 쏟고 있다. 2013년 골드만 삭스가 유가 200달러 시대를 이야기했을 때 역으로 유가 폭락 가능성이 있다는 칼럼을 쓰기도 했다.

117. 무인자동차, 언택트, 블랙 컨슈머, 그리고 글로컬라이제이션

페이지 정보

글 : 채영석(charleychae@global-autonews.com)
승인 2020-06-12 12:07:53

본문

무인자동차. 여전히 일반인은 물론이고 레거시 미디어와 일부 학자들까지 사용하고 있는 용어다. 운전자가 직접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고 자동차가 스스로 주행하는 것을 일컫는다. 그런데 다른 나라 문화권에는 이런 용어가 없다. 영어권에서는 운전자가 없는(Driverless) 자동차라든지 오토 파일럿, Autonomous 등의 용어를 사용한다. 일본에서는 자동 운전차량이라는 표현으로 통일되어 있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무인 자동차를 영어로 바꾼다면 Unmanned vehicle이 될 것이다. 영어권 어느 나라도 이런 표현을 쓰지 않는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아직 자율주행이라는 용어와 함께 혼재하고 있다.


그런 표현은 또 있다. 코로나 19로 급부상한 표현 언택트(Untact)가 그것이다. Un Contact를 줄여서 만든 용어일 테다. 그런데 그 영어 아닌 영어가 탄생한 것은 다름 아닌 한국이다. 그것도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가 트렌드코리아라는 책을 통해 유행시킨 것이다. 그것을 못마땅해 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 언론정보학과 강인규 교수가 오마이뉴스의 기고를 통해 그 현상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런 까닭에, 나는 소통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 예컨대 기자나 교수들이 어렵고 부정확한 말을 즐겨 쓸 때 매우 의아하다. 한국에서 유행어로 부상한 '언택트'라는 말이 그렇고, 수년간 언론을 도배해온 '블랙컨슈머'라는 말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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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것들이 모두 국적 불명의 엉터리 영어라는 점부터 지적하자. '비대면'의 의미로 사용되는 '언택트'는 오직 한국에서만 쓰이는 기괴한 말이다. '비대면'이나 '비접촉'이라는 한국어 표현이 있는데 굳이 어려운 외국어를 찾아 쓰려는 욕망도 기이하지만, 꼭 쓰고 싶다면 이미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노컨택트(no-contact)', '논컨택트(non-contact)', '터치리스(touchless)' 등 더 알아듣기 쉽고 정확한 표현들이 있다.


물론, 필요하다면 한국에서도 새 어휘를 만들 수 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현상이나 개념을 지칭해야 할 때가 있고, 그 개념을 세계적으로 공유하기 위해 영어식 조어가 필요할 수도 있을 터이다. 하지만 '비대면' 서비스나 산업은 한국에서 고안된 개념도 아니고, 이름 없던 낯선 현상도 아니다.


'언택트'라는 말은 내국인은 알아듣기 어렵고, 대외적으로는 이해 자체가 불가능한 표현이다. 언어는 소통을 목적으로 한다. 그런 면에서 '언택트'는 소통을 방해하는 최악의 조어인 셈이다.


흥미롭게도, 이 표현을 만들어낸 것은 국립대학의 연구팀이다. 이런 '반소통 언어'를 교육기관이 만들어내고 언론이 유통시키고 있는 것이다.”


강인규 교수는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간다.


“'블랙컨슈머'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언택트'는 그저 소통을 거부하며 뽐낼 뿐이지만, '블랙컨슈머'는 의미를 왜곡하기 때문이다. 이 말 역시 기자들이 무차별적으로 쓰면서 '불량 소비자'나 '진상 고객'이라는 생생한 모국어를 밀어낼 정도로 널리 쓰이게 됐다. 하지만 이 말은 '흑인 소비자'라는 뜻이다.


나는 한국 언론이 이 표현을 쓸 때마다 마음을 졸이곤 한다. 자칫 인종주의로 몰릴 심각한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국의 한 신문사가 영어판 기사를 내면서 이 표현을 사용했을 때, 이 우려가 결코 기우가 아님을 깨달았다.

 

이것만으로 아주 한심한데, 한국의 학계와 언론은 여기에 '화이트컨슈머'라는 말까지 추가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화이트컨슈머는 악성 소비자를 뜻하는 '블랙컨슈머'에 반대되는 개념"이란다. 하지만 쉽게 짐작할 수 있듯, 이 말은 '백인소비자'라는 뜻이다.”


조지 프로이드 사건으로 우리는 인종 차별을 이야기하면서 한국의 지성인(?)들은 블랙 컨슈머라는 표현을 모든 미디어에 당연시하고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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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그뿐인가. 살얼음이라고 하면 알아듣기 쉬운 말을 굳이 블랙 아이스라고 표현하는 것도 못마땅하고 전화금융사기라고 하는 것이 훨씬 알아듣기 쉬울 텐데도 보이스 피싱이라는 용어를 고집하고 있다. 특히 TV 화면을 보면 이런 국적 모를 외래어가 난무한다. 가끔씩 한글의 우수성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그들이 만드는 매체는 외래어와 외국어로 도배되어 있다. 농촌 체험을 굳이 팜 스테이라고 하는 이유가 뭘까? 미국이 글로벌 스탠다드가 아닌데도 대부분의 한국 지식인들은 미국을 참고하는 것을 넘어 숭상하는 경우까지 있다.


그런 점에서는 이 글을 쓰는 필자도 자유롭지 못하다. 30년 넘게 자동차 관련 글을 써 오면서 그냥 무의식적으로 외국어를 그대로 사용해 그냥 그것이 외래어인줄 알고 아무런 비판 의식 없이 사용해 온 것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와 효율성이 가져온 인류 재앙의 시작

그런데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뭔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상이 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시작은 사실 21세기 초 기후 변화로 인해 인류의 재앙이 시작될 것이라고 한 예측이었다. IPCC는 2005년 지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370ppm이고 2015년이면 400ppm이 되어 인류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2015년 3월 400ppm을 돌파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그 끝을 알 수 없는 코로나19와 마주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겠지라는 낙관론이 더 우세한 것 같지만 해외 사정은 다른 것 같다. 우리는 해 보지 않은 완전 봉쇄로 새로운 삶의 경험을 하고 있고 때에 따라서는 상상하기도 싫은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코로나19는 인류에게 경고하고 있다. 이제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고 강요하고 있다. 그런데 그 돌아갈 수 없다는 해석도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 것 같다. 여전히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학자나 오피니언 리더, 애널리스트들은 마케팅 용어 4차 산업혁명을 앞세워 유니콘들이 지배하는 세상으로 가는 것을 거부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여기에서 그런 반대 이야기를 하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 취급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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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과 구글, 페이스북, 애플, 소프트뱅크 등 소위 말하는 유니콘들의 수익성에 집중하고 그들이 추구하는 미래만이 살길이라고 우리가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비대면 비즈니스의 선구자격인 아마존의 성장 뒤에 엄청난 규모의 비정규직과 배달 라이더들의 삶에 대해서는 모른 척한다. 배달로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편리성만 강조하지 그 이면에 극한직업으로 내 몰리는 사람들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는 소비자들도 마찬가지이다. 배달로 인해 발생하는 일회용품 쓰레기와 플라스틱 산더미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는 사람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유니콘들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소위 말하는 오피니언 리더들인 학자들이고 언론(?) 종사자들이다. 그들이 하는 말은 여전히 규제혁신만을 만능으로 여기고 하루라도 빨리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애널리스트들은 여전히 유니콘들의 혁신 기술이 산업을 어떻게 바꾸고 주가가 어떻게 상승할 것인지를 자세하게 제시하고 있다.


반면 지금이 3차 산업혁명의 시대라는 주장을 펴고 있는 제러미 리프킨은 이 모든 것이 기후변화에 기인한 것이고 인류는 연대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수십 년 내 지구는 더 생물체가 존재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최근 경향신문이 연재한 <7인의 석학에게 미래를 듣는다> 시리즈에는 대부분 효율성을 내세워 과잉 생산, 과잉 소비한 결과가 코로나 펜데믹이라는데 동의하고 있다. 그들이 사용하는 용어에는 <자연을 죽이고 삶터 빼앗는 범죄 경제>라든지 <경제 불평등>, <편견과 혐오>, <효율성 위해 약자에 위험 부담지운 신자유주의의 약점> 등이 있다.


특히 아시아의 농업학자 원톄준의 식량 위기에 관한 내용과 중국이 완전 봉쇄를 하고도 지역적으로 자급자족 시스템을 통해 살아남은 것을 예로 들며 제시한 글로컬라이제이션이라는 표현이 가장 인상적이다.


기자도 코로나19 등장 초기에 이 단어를 중심으로 한 칼럼을 썼고 업체 강의와 웹 세미나를 통해 주장하기도 했다. 물론 원톄준의 실증적 접근이 서구적 사고에 익숙한 사람들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지금처럼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피할 수 없는 선택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정치인들이 말하는 리쇼어링은 임금과 세금 우대 등 복합적인 문제로 실현성이 높지 않다. 그렇다고 현지에 건설한 거대한 생산 시설을 그냥 방치할 수도 버릴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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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상황에서 현대자동차 그룹처럼 완성차회사의 공장이 건설되는 곳에 계열사 내 부품회사들이 동반 진출해 있는 경우 그들을 중심으로 글로컬라이제이션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현지의 국가들도 대부분 자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본과 기술이 있는 입장에서 지역 사회의 일원이 되어 상생의 길을 찾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주장했다.


그저 미디어나 언론(?)에 등장하는 표현과 강요된 트렌드를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보다 근본적으로 지구촌의 상생을 위해 개인이 무엇을 해야 할지도 생각해야 할 때다. 가장 좋은 재생 에너지는 에너지 절약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도 그 시작의 하나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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