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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오토뉴스 채영석 국장은 30년 동안 자동차 전문기자로 활동해 왔으며 인터내셔널 엔진 오브 더 이어, 월드 카 오브 더 이어의 심사위원이다. 골드만 삭스 등 투자은행들과 다른 시각으로 산업 분석을 해 오고 있다. 지금까지 3,000종 이상의 차를 타고 시승기를 쓰고 있으며 세계적인 모터쇼와 기술세미나 등에 참석해 글로벌 차원의 트렌드 분석에 힘을 쏟고 있다. 2013년 골드만 삭스가 유가 200달러 시대를 이야기했을 때 역으로 유가 폭락 가능성이 있다는 칼럼을 쓰기도 했다.

17. 합병의 시대- 2. 르노닛산, GM, 그리고 피아트크라이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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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charleychae@global-autonews.com)
승인 2017-01-16 23:15:57

본문

20세기 말 이합집산의 흐름에서 르노닛산의 제휴는 성격은 다르지만 프랑스의 푸조시트로엥의 합병인 PSA및 현대기아차의 합병과 함께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르노닛산은 국제적인 제휴인데 비해 PSA와 현대기아차는 자국 내의 합병이다. 1999년 르노가 부도에 처한 닛산에 자본을 수혈해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탄생했다. 다임러크라이슬러와 함께 당시 비용저감을 위해서는 어떤 제휴나 합병도 받아 들인다는 사고방식을 대변해 주고 있다. 제휴 5년만인 2004년 세계 4위에 오른 르노닛산이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차이는 시장과 모델을 상호 보완할 수 있었고 플랫폼 공유를 비롯한 비용저감을 위한 조건이 맞아 떨어졌다는 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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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제휴는 4년차에 접어 들면서부터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각 지역에서의 판매 증가로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는 세계 자동차 시장 점유율이 9.3%로 늘었고 세계 5위에 올랐다.

 

르노닛산의 성공요인에 대해 그들이 내 세운 것은 실적 향상을 위한 전략적 의사 결정 기구를 들었다. 전략적 의사결정 기구인 최고경영이사회는 8명의 멤버에 의해 운영되는데 월례 회의를 통해 양사의 중장기 계획을 승인하고 공동 프로젝트를 결정할 뿐 아니라 그 진척상황을 모니터링 한다. 이 내용은 상황판과 주요 지수들을 통해 모니터링되며 르노 경영위원회, 닛산 경영위원회(EC), 및 얼라이언스 최고경영이사회에 정기적으로 검토를 받는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르노와 닛산의 CEO를 겸임하고 있는 미쉐린타이어 출신의  ‘코스트 커터(Cost Cutter)’ 카를로스 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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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곤은 제휴 당시 2조 1,000억 엔의 부채와 연간 1,000억 엔의 이자부담에 시달리는 등 경영위기를 겪고 있었던 닛산에 대해서는 2002년 말까지 7천억 엔으로 삭감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닛산 리바이벌 플랜(NRP)'을 제시했다. 그를 위해 4,200억 엔어치의 자산(85%)을 매각했으며, 전체 사원의 14%에 해당하는 21,000명의 인원 감축, 20개 판매 회사의 사장을 교체, 비생산적인 공장 폐쇄, 닛산에 의존하는 계열 폐지, 20% 구매 비용 삭감, 중간 관리층의 혁신적인 교체, 엄격한 채용 조건 제시, 영어 특별 연수 및 구입업자 지정제도 등 대폭적인 개혁을 실시해 대대적인 재건의 바람을 일으켰다.

 

그의 과감한 구조조정과 공격적인 신차 투입 등으로 닛산은 2000년 56억 달러 적자에서 2001년에는 29억 달러 흑자로 돌아섰으며, 1조 4,000억 엔에 달하던 닛산의 악성 부채를 모두 변제했다. 이 때문에 그는 2000년 말 타임지와 CNN이 공동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CEO'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비용저감에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이 플랫폼 공유화다. 르노와 닛산은 각각의 플랫폼을 통합하고 모듈러 방식으로 발전시켰다. 폭스바겐이 먼저 제안한 모듈러 플랫폼 방식은 오늘날 대부분의 자동차회사들이 택하고 있다. 이는 차체뿐 아니라 파워트레인에서도 마찬가지다. 엔진과 기어박스 등을 공동으로 개발해 사용한 것이다. 이 외에도 지금은 당연시되어 있는 유연성있는 생산설비의 상호 공유를 비롯해 축적된 경험의 공유 강화, 성과 지향의 공유 조직 구조, 강화된 국제 영업망 확보 등을 들 수 있다. 한 마디로 비용 저감을 위해 규모의 경제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한 것이다.

 

르노닛산은 2013년 827만대를 판매해 800만대를 돌파한 이후 2014년 847만대, 2015년 853대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2016년 10월 닛산이 미쓰비시의 지분 34%를 인수했다. 이는 약 23억 달러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이로써 미쓰비시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일부가 되었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는 전 세계에서 토요타와 폭스바겐에 이어 3번째로 규모가 큰 회사가 되었다. 앞으로 르노-닛산은 미쓰비시의 기술과 판매망 등을 공유하게 되며, 미쓰비시 역시 현재 닛산에서 공급받고 있는 자동차 라인업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더 확장한다. 카를로스 곤이 미쓰비시의 회장직도 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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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가 확대되면서 플랫폼 통합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미쓰비시는 4개의 플랫폼을 운용하고 있는데 이들 모두 닛산 플랫폼으로 통합될 가능성이 높다. 닛산은 얼라이언스 내에 CMF-A, CMF-B, CMF-C/D 등을 운용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CMF 플랫폼으로 2027년경 1,050만대를 생산하게 된다. 이는 폭스바겐 MQB 플랫폼 베이스의 모델이 2028년경 1,000만대에 달하는 것과 비교된다. CMF는 다양화와 비용저감이라는 모듈러 플랫폼의 이점을 확실히 얻게 된다. 이합집산이 결국은 비용저감을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르노와 닛산은 공통의 생산 방식을 도입하고 프랑스, 한국, 인도, 러시아에서 다양한 상호생산 프로젝트를 실시한다. 또 르노와 닛산의 개발진은 양사에 연간 100억 유로 규모의 연구개발과 설비투자를 하며 하나의 팀으로서 차세대 기술의 개발에서의 중복을 줄이는 것을 추진한다.

 

르노닛산얼라이언스는 연산 1,000만대 클럽을 눈 앞에 두게 됐다. 르노닛산얼라이언스의 구성을 보면 2015년 기준 르노 그룹이 280만 1,592대, 닛산자동차가 542만 1,804대, 인피니티 21만 5,250대 등이었다. 그룹 전체 852만 8,887대에 미쓰비시의 2015년 실적을 더 하면 960만대 규모다.

 

르노닛산은 폭스바겐과 토요타, GM과 함께 1,000만대급의 규모에 달하게 됐다. 5대 메이커 중 현대차그룹만 800만대 선에 머물러 있다. 현대차그룹은 토요타와 마찬가지로 아직까지는 글로벌 인수합병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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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에는 GM과 피아트간의 지분 인수 문제가 첨예의 관심사로 떠 올랐다. GM과 피아트는 2000년 20%의 지분을 GM이 인수하면서 2004년 1월 1일 나머지 80%를 인수한다는 풋 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2003년까지 한해 그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1년을 유예하는 쪽으로 의견 접근을 보았었다.

 

풋 옵션에 대해 GM이 피아트 내부사정이 바뀌었으므로 효력이 없다고 보고 GM은 엄청난 투자가 필요할지도 모를 피아트 인수를 피하고자 했다. GM은 피아트 인수의사가 없음을 수 차례에 걸쳐 천명했고 그것을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다. 법정 소송 가능성까지 재기됐던 이 사건은 시행 유예라는 편법까지 동원되기에 이르렀지만 결국은 없었던 일로 정리되고 말았다. 2004년 12월 말 GM 이 풋 옵션에 대한 20억 달러의 위약금을 피아트에게 지불함으로써 해소된 것이다. 합병하는 것보다 20억 달러 손해를 보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이익이라는 판단을 한 셈이다.

 

그런데 피아트는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2008년에는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를 저울질 한 결과 BMW와 플랫폼과 부품공유에 합의했다. 소형차 위주의 피아트가 생존하는 방안이 만만치 않았던 상황에서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BMW와 피아트 간의 부품 공유는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BMW의 손해다. 이는 벤츠와 크라이슬러의 예와 비슷하다. 하지만 규제 강화, 친환경 기술에 대한 투자, 원자재 값 상승이라는 여러 악재를 위해서는 파트너십이 필연적이라는 의견 때문에 개연성이 있다는 평가도 있었다.  2007년에는 그때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힘들었던 BMW와 메르세데스의 파트너십 소문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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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대의 논리를 제기한 카클로스 곤이 GM 에 제기한 제휴도 일대 사건이었다. 연간 400만대의 논리에서 한 단계 진보한 것이다. 그것은 2006년 르노닛산의 카를로스 곤이 GM 에게 제안한 것으로 거대 공룡의 탄생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르노 닛산 그룹과 GM 간의 초 대형 제휴에 관한 이야기는 당시 전 세계 자동차업계를 강타했다.

 

그 전말은 GM의 주식 9.9%를 소유하고 있는 미국의 유명한 자본가이자 투자자 커크 커코리언이 촉발한 것이다. 내용은 르노닛산연합은 제휴로 인해 큰 시너지효과를 거두고 있어 GM이 이 제휴에 참가함으로써 더욱 큰 시너지효과와 비용저감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르노닛산측이 제휴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 GM에의 출자를 받아 들일 용의가 있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카를로스 곤은 커크 커코리언과 만나 가능성을 타진했다. 카를로스 곤은 닛산자동차와 르노가 각각 최대 10%씩 GM주식을 취득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GM경영진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특히 크라이슬러 사태로 유명해진 커크 커코리안이 이끄는 트래신다가 관계되어 있다는 점을 GM측은 우려했다.

 

만약 제휴가 성공하게 되면 르노닛산은 일본과 유럽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세계 최대의 미국시장에의 침투를 용이하게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뿐만 아니라 만약 3사 연합이 실현되면 판매대수가 약 1,500만대로 2위인 토요타자동차의 두 배 가까이에 이르는 거대한 그룹이 탄생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1998년 전 세계 자동차업계를 M&A열풍으로 몰아넣었던 다임러 벤츠와 크라이슬러간의 합병 이후 최대의 사건이 될 것으로 보였다. 다만 다임러크라이슬러의 합은 극비리에 이루어진 데 반해 르노닛산과 GM간의 제휴 제안은 공개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달랐다. 또한 다임러크라이슬러는 완전 통합이었지만 이번의 경우는 자본제휴라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이 제휴에 관한 이야기는 자동차산업의 페러다임이 급속도로 변하면서 전 세계 자동차업계의 지도를 새로 바꿀 수 있는 폭발력이 있는 사건이 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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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세그먼트를 풀 라인업하고 있는 GM과 르노닛산의 결합은 르노와 닛산처럼 상호의존적인 관계가 될 수 없는 구조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프리미엄이나 니치 브랜드들의 합병과는 다른 엄청난 비용저감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일부 존재했다. 그 때는 프리미엄 브랜드와 양산 브랜드의 합병의 대표적인 예인 다임러크라이슬러가 성공적이지 못하다는 평가 받고 있는 시기였다. 반면 르노와 닛산, 즉 두 양산 브랜드의 자본 제휴는 상대적으로 높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었다. 특히 카를로스 곤으로 대표되는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경영 위기에 몰렸던 닛산자동차를 완전히 바꾸어 놓은 좋은 예로 거론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비용저감이 최대의 덕목인 양산 브랜드가 합병 또는 제휴를 했을 경우에는 어떤 형태로든 시너지 효과를 빨리 그리고 분명하게 이루어낼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무엇보다 부품을 공유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비용 저감 효과를 시작으로 판매 네트워크의 공유 또한 엄청난 비용을 절약할 수 있게 준다는 것이었다. 대표적인 예로 프랑스의 PSA푸로시트로엥과 현대기아차의 합병을 들 수 있다. 플랫폼과 부품 공유로 인한 개발비 저감에 대한 부분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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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됐을 경우 현대기아차 그룹과 포드, PSA푸조시트로엥 그룹 등은 비용저감 부분에서 더욱 큰 압박을 받게 돼 이들 메이커들에게는 직접적인 위험요소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는 시각이 있었다. 자본과 기술공유를 비롯해 시장까지 장악하게 된다는 시나리오가 가시화된다면 다시 한번 규모의 경제의 위력을 실감하게 될 것이고 그 상황에서 양산 메이커들의 이합집산이 다시 한번 광풍처럼 일어날 가능성도 부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철저한 구조조정을 통해 조직의 슬림화로 수익성을 높이는데 성공한 르노 닛산연합과 슬림화를 꾀해야 하는 입장에 있던 GM간의 제휴를 통한 규모확대전략은 이득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GM은 성과가 부진한 후지중공업과 이스즈, 스즈키 등과의 자본제휴를 잇달아 해소 또는 축소하는 등 글로벌 전략을 정립하고 있었다. GM 자체만해도 조기퇴직의 응모자가 3만 5,000명에 달하는 등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었다. 판매부진을 제휴로 어느정도까지 해소할 수 있을 것인지도 의문시되고 있어 GM 경영진은 제휴 제안에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시장에서의 반응은 아주 적극적이었다. 이 제휴에 관한 이야기가 붉어지면서 뉴욕 주식시장에서 GM의 주가는 6월 30일 2.35달러나 폭등해 29.79달러로 마감했다. GM은 공식적으로 의미가 없다고 일축해 수면 아래로 내려갔지만 이 사건은 지금도 잠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메이커간의 모델 공여가 폭넓게 진행되는 과정에서 불거진 세계적인 규모의 제휴에 관한 이야기는 자동차업계를 뜨겁게 달굴 핫 이슈인 것만은 분명했다. 하지만 당장에는 실현성이 희박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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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다임러 AG와 갈라 선 크라이슬러의 미래는 풍전등화신세였다. 매물로 나온 크라이슬러를 책임질 수 있는 메이커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일부에서는 GM이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불가능한 일이었다. 두 회사간의 합병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시너지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 메이커들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인 연금 기금과 의료비 보조에 관한 문제가 더욱 가중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거론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었다.

 

미국의 투자가 커크 커코리언이 이끄는 트래신다와 캐나다의 부품회사 마그나 인터내셔널, 투자회사 블랙스톤 그룹 등이 매수 희망 업체로 거론되었었다. 결과는 미국 대형 자동차회사가 서베러스라는 개인 주주에게 넘어가는 첫 번째 케이스로 기록됐다. 서베러스로 매각이 결정된 중요한 포인트는 서베러스가 가진 자동차업계와 관련한 경험과 미국 GM의 금융자회사 GMAC에 출자해왔다고 하는 실적이었다. 크라이슬러의 경우도 금융서비스 부문이 우량 자산의 하나였다.

 

다임러와 크라이슬러와 결별은 여러가지 의미를 가진다. 우선은 미국 자동차산업의 상징이었던 빅3 체제의 붕괴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고 할 수 있다. 크라이슬러는 북미 시장 의존도가 너무 높고 소형차 개발이 늦어 부진에 빠졌고 그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다임러와 크라이슬러의 합병은 실패였다는 견해가 폭 넓게 개진되었었다.

 

크라이슬러의 실적 부진은 심각했다. 부진의 원인 중 하나는 본 거지인 미국시장에서 대형차의 수요가 감소한 것이었다. 특히 크라이슬러는 글로벌 판매대수 265만대 중 약 80%를 미국시장에서 판매해 의존도가 높았다. 그 중 승용차는 30% 정도로 대부분은 배기량 4리터급의 SUV와 픽업트럭 등의 대형차였다. 그 때문에 석유가격 급등으로 연비가 좋은 소형차를 원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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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임러크라이슬러의 합병 당시는 연간 400만대 이상을 생산하는 메이커만 살아남는다는 논리가 통용됐었다. 낮은 비용으로 자동차를 생산해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규모 확대에 의한 수익성 강화와 효율화가 필수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그런 규모의 경제 논리와는 달리 합병과 자본제휴로 규모를 이룬 후에도 빅3는 부진이 계속되었다.

 

2007년 다임러와 결별한 지 1년 반 만에 크라이슬러는 또 다른 방향에서의 생존의 길을 모색하게 됐다. 이는 독자 생존이 어렵다고 판단한 피아트의 제휴 상대 찾기와 맞물려 합병이라는 선택을 하게 된다. 피아트의 입장에서는 크라이슬러를 인수하는 형태로 그동안 끝없이 인수 해 줄 당사자를 찾아 다녔던 행보에 일단은 종지부를 찍었다. 2008년 말 FCA, 즉 FIAT Chrysler Association이 탄생했다. 피아트가 크라이슬러의 지배 주주인 서베러스 캐피탈로부터 크라이슬러의 주식 35%를 취득하기로 하면서 시작됐다. 피아트는 20%의 주식을 추가로 취득할 수 있는 옵션도 쥐게 되었다. 

 

전략적인 자산 제휴를 위해 피아트 그룹은 크라이슬러의 제품 라인업 확장을 위한 경차 또는 중소형차 플랫폼 및 제품 공유, 연료 효율성과 친환경 파워트레인 기술 공유, 북미 외의 추가적인 시장에서 크라이슬러의 피아트 네트워크의 이용 등에 기여하게 된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1998년 다임러와 크라이슬러가 합병했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두 회사의 파트너십 체결 소식이 전해 진 이후 피아트의 주가가 하락했다. 크라이슬러와의 파트너십 발표가 난 직후 피아트의 주가는 4.21유로까지 떨어졌다. 이는 1985년 1월 2일 이후 최저였다.

 

피아트는 주로 개발도상국과 후진국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최근 흑자로 전화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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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상황에서 피아트와 크라이슬러의 제휴는 피아트는 물론이고 크라이슬러에게도 영업적 이익을 올려주는데 큰 도움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흑자로 돌아선지 얼마 되지 않은 피아트의 모험이라고 평가하는 분위기였다. 35%의 주식 확보에 따른 금전적인 이익이 단기간에 생기기는 힘들 것이라는 이유였다.

 

그것은 1992년 독일의 BMW와 영국의 로버가 합병했다가 1998년 결별한 일, 1998년 다임러와 크라이슬러의 합병이 2007년 실패로 끝난 일 등에서도 나타났듯이 모든 인수합병과 제휴가 긍정적인 효과를 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투자자들은 판단했다.

 

2013년 말 피아트는 크라이슬러의 잔여지분 모두를 인수하기로 하면서 FCA는 물리적인 합병을 마무리했다.  현재 FCA에는 크라이슬러, 닷지, 램, 짚, 피아트, 피아트 프로페셔널, 마세라티, 알파로메오, 페라리 등 9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란치아는 이탈리아에서만 판매된다.

 

FCA는 2018년까지 글로벌 판매를 700만대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합병 당시보다 50% 가량 늘어나는 것인데 목표 달성이 낙관적이지만은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금도 FCA를 이끄는 세르히오 마르치오네는 여전히 새로운 협상 파트너를 찾고 있다. 그것은 FCA가 결코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FCA의 세르지오마르치오네는 이미 GM과의 제휴를 시도 했었다. GM의 메리 바라는 합병이나 제휴로 인한 이득이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자 2016년 들어서는 토요타와 폭스바겐, 포드 등도 잠재적인 합병 대상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하지만 포드는 그의 발언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한 한국차회사도 합병 가능성은 없지만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글로벌플레이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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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치오네는 새로운 인수합병 및 제휴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그는 합병과 제휴는 여전히 유효한 대안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2018년그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는 합병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현재로서 20세기 말의 인수합병 중 성공적이라고 평가되고 있는 것은 프랑스의 푸조와 시트로엥의 합병, 현대기아차 그룹, 르노닛산 등이다. 이들은 다임러크라이슬러와 달리 모두 양산 메이커들간의 합병과 제휴다.

 

위의 예에서 보듯이 프리미엄 메이커와 양산 메이커가 합병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은 실패로 결론이 났다. 그보다는 같은 등급의 모델을 판매하는 양산 메이커들이 결합한 예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유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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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가끔씩 업계 재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1990년대 말과 같은 업계 재편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일부 메이커들이 자사 브랜드의 매각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려는 시도는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인수로 인해 기술력을 습득한다거나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여러가지의 예에서 입증이 되어 있는 상태다.

 

다만 SAIC이 쌍용자동차를 인수했던 것처럼 중국 자동차회사들의 움직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중국 메이커들의 사고방식과 전략은 통상적인 그것과는 크게 달라 예측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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