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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오토뉴스 채영석 국장은 30년 동안 자동차 전문기자로 활동해 왔으며 인터내셔널 엔진 오브 더 이어, 월드 카 오브 더 이어의 심사위원이다. 골드만 삭스 등 투자은행들과 다른 시각으로 산업 분석을 해 오고 있다. 지금까지 3,000종 이상의 차를 타고 시승기를 쓰고 있으며 세계적인 모터쇼와 기술세미나 등에 참석해 글로벌 차원의 트렌드 분석에 힘을 쏟고 있다. 2013년 골드만 삭스가 유가 200달러 시대를 이야기했을 때 역으로 유가 폭락 가능성이 있다는 칼럼을 쓰기도 했다.

176. 현대차그룹의 체질 개선, 미래의 방향성을 완성할 수 있을까?

페이지 정보

글 : 채영석(charleychae@global-autonews.com)
승인 2021-12-28 15:10:50

본문

현대차그룹이 조직 전체를 새롭게 재편했다. 디자인 책임자가 바뀌고 연구개발본부 책임자도 바뀌었다. 외부로 드러나는 것은 피터 슈라이어와 알버트 비어만 등 소위 말하는 ‘히딩크’로 비유되던 외부 인사들이 주도하던 자동차의 개발 부문에 모두 한국인들이 배치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40대 임원이 1/3에 달한다는 점도 시선을 끌고 있다. 이번 인사는 정의선 체제의 본격적인 가동을 의미함과 동시에 현대차그룹의 미래 방향성을 가늠하게 할 수도 있다. 현대차그룹 조직의 변화를 중심으로 자동차산업의 변곡점을 정리해 본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사람이 바뀌면 조직이 바뀐다. 2021년 현대차그룹 임원 인사의 큰 줄기는 외부 용병의 퇴진과 젊은 임원들의 부상으로 요약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이 2021년 하반기 임원 인사는 그룹 역사상 가장 큰 규모다. 현대차 66명, 기아 21명, 현대모비스 17명, 현대건설 15명, 현대엔지니어링 15명 등 총 203명에 달한다.

이는 수치보다는 현대차그룹의 체질이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차그룹은 1998년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합병으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2001년 중국의 WTO 가입으로 인한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글로벌 시장에서의 존재감은 높지 않았다. 브랜드파워가 약했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 변화를 준 것은 2006년 폭스바겐그룹 출신의 피터 슈라이어를 기아자동차의 디자인 수장으로 영입한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현대기아차의 해외시장에서의 평가는 긍정적인 경우 밸류 포 머니(Value for money), 즉 요즘 표현으로 가성비가 좋다는 정도였다. 그 이야기는 제품으로써의 본질적인 가치는 뒤처졌다는 것이다.

피터 슈라이어의 영입은 그가 제시한 제품보다 먼저 퍼스널리티로 세계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조직문화보다는 개인적인 역량과 개성을 강조하는 서구 문화는 피터가 기아자동차로 간 이유에 대해 궁금해했고 그가 내놓는 제품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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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슈라이어의 영입은 현대자동차의 디자인팀과 자연스럽게 경쟁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의 첫 작품은 기아 포르테였지만 어쩔 수 없이 두 브랜드의 차이 때문에 먼저 빛을 본 것은 2009년 데뷔한 현대자동차의 YF 쏘나타였다. 처음으로 플루이딕 스컬프쳐 (Fluidic Sculpture)라는 디자인 언어를 제시했고 “스타일링 디자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고 싶다.”며 공개적으로 도발하는 전략이 먹혀 특히 미국 시장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물론 2010년에는 내수시장에서 기아 K5에게 일시적으로 역전당한 일도 있었지만, 이후로 두 브랜드는 자연스럽게 차별화와 경쟁의 길을 걸었다.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고 파워트레인을 공유하면서도 다른 성격의 차를 만들어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피터 슈라이어가 현대차그룹 전체의 디자인을 총괄하면서 더욱 뚜렷해졌고 해외 자동차회사 중 일부는 현대차의 센터패시아 디자인을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현대차그룹은 일취월장했고 피터 슈라이어가 영입될 당시 400만대 메이커에서 2016년에는 800만대 메이커로 급성장했다.


피터 슈라이어와 알버트 비어만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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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한쪽이 빈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도전한 것이 2015년 BMW 출신 알버트 비어만의 영입과 제네시스 브랜드의 독립이었다. 알버트 비어만은 현대차그룹 모델들의 주행성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아반떼 AD를 시작으로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현대차그룹 모델들의 주행성에 대한 세계 시장의 평가를 바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네시스 G70이 미국의 자동차 전문지로부터 올해의 차로 선정되며 성과를 냈다. 기아자동차의 텔루라이드는 월드 카 오브 더 이어에 선정되며 SUV가 대세인 시대에 제품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현대차그룹은 내부적인 문제로 경영 공백이 있었고 제품력을 마케팅에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자동차회사는 뉴 모델을 먹고산다는 만고의 진리가 통할 수 없는 상황이 있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변화는 흔히들 말하는 100년 만의 대 전환이라고 하는 새로운 생태계의 등장이다. 현대차그룹이 피터 슈라이어와 알버트 비어만을 통해 이루어 낸 것은 전통적인 개념의 자동차의 본질을 따라잡은 것이었다. 스타일링으로 차별화해 소비자의 눈길을 끌고 달리는 즐거움을 모토로 하는 시대의 제품을 완성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라고 하는 것이 말해 주듯이 새로운 관점의 제품은 물론이고 전혀 다른 생태계를 스스로 구축해 가야 하는 시기이다.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의 관점이, 다시 말해 자동차를 통해 사용자가 얻고자 하는 즐거움의 포인트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20세기 중반 미국 디트로이트 빅3는 ‘자유’라는 컨셉을 내 세워 소비자들을 끌어들였고 브랜드 다양화와 제품의 세그먼트 차별화로 ‘모든 지갑에 맞는’ 자동차를 쏟아내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를 이루어냈고 인류에게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혜택을 제공했다. 그래서 미국은 자동차 대국이 됐다. 하지만 그에 만족해 발전의 길을 찾지 못해 일본과 독일 업체들에 패밀리카와 프리미엄카 시장을 모두 내주었고 한국 업체들에도 추월을 당했다.

21세기는 그나마 중국이 WTO에 가입하며 시장을 개방한 덕에 규모를 키울 수 있었다. 그때까지 한계에 부딪혔던 자동차회사들이 중국 시장의 혜택을 톡톡히 보며 수익성을 추구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많은 일이 있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디터 제체가 그룹을 이끌면서 BMW를 제치고 프리미엄 브랜드 1위로 복귀했고 토요타는 미국발 리콜로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아키오 도요타를 전면에 내 세워 극복했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는 카를로스 곤이라는 인물을 통해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라는 명제를 확인 시켜 주었다. GM은 생산 전문가인 메리 바라를 필두로 수익성이 우선이라는 정책을 완성했다. 거대 기업의 경우 전체적인 방향성을 잡는 지휘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 주는 사례들이 반복되고 있다.


환경이 강제하고 있는 생태계의 변화와 미래의 슬로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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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름대로 극복해 나가는 자동차산업에 제동을 건 것이 환경 문제다. 2015년 폭스바겐 발 디젤 스캔들은 기후 재앙이 눈앞에 와 있다는 것을 체감하게 해 주었고 ‘산업혁명’과 ‘생산성’이라는 기존 문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각인시켰다. 물론 사람들의 욕망은 여전히 경제 성장을 최우선으로 부르짖고 있지만 적어도 이대로는 안 된다는 공감대는 형성되어 있다.

특히 코로나 19는 인류가 얼마나 안이한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2년 전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1년 정도면 해결될 것이라던 세계적인 전문가(?)들의 의견과는 달리 지금도 그 끝을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물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석학들은 이미 지금까지의 성장논리로는 결코 극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경고를 했지만, 사람들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그저 시간이 지나가면 해결될 것이라는 자세다.

그나마 자동차회사들은 앞다투어 전기차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그것도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기후 재앙을 심각하게 여기는 지역이 미래의 경쟁력이 곧 환경이라는 사고를 갖고 각종 규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부분에서는 유럽이 주도하고 있다. 그 와중에 당장에 제품 판매로 수익성을 올려야 그것을 근거로 미래에 투자할 수 있다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

그뿐만 아니라 흔히 말하는 위부의 파괴적 경쟁자들은 자동차산업을 통째로 장악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기존 자동차의 핵심은 엔진이었다. 자동차회사들은 그 엔진을 대부분 내재화해 수익을 낼 수 있었고 소비자와의 최종 접점을 장악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었다. 그러나 미래의 자동차를 움직이는 것은 컴퓨터이고 소비자와의 최종 접점은 서비스회사가 될 것이라는 이론이 인정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으로 좁혀 이야기하자면 그동안 많은 공을 들여 전통적인 개념의 자동차라는 제품에서의 경쟁력을 궤도에 올려놓았더니 전혀 새로운 생태계가 눈앞에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것을 감지한 현대차그룹은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라는 새로운 용어를 동원해 직접 새로운 생태계의 구축을 선언하고 나섰다. 모든 자동차회사가 추진하고 있는 것이지만 현 상황에서 양산 메이커 중심으로 보면 현대차그룹과 토요타는 종합적인 차원에서의 변화를, 폭스바겐과 GM은 기존 틀 안에서 전기차로의 전환과 수익성 추구라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등장한 숙제가 전기차 시대의 배터리와 자율주행 기술을 위한 소프트웨어, 더 나아가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개념을 정립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처해 있다. 테슬라는 소프트웨어와 반도체를 자체 설계, 개발하고 배터리도 내재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을 포함한 기존 자동차회사들은 이에 대해 아직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한 예는 없다.

테슬라가 옳을지 아니면 전통적인 개념의 서플라이어들과 협력을 통해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옳을지에 대해서는 아직은 정답이 없다. 다만 주식 시장에서는 테슬라의 손을 들어 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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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복잡한 시기에 현대차그룹의 임원 인사는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연구개발 본부와 디자인 책임자가 박정국과 이상엽 등 한국인으로 바뀌었고 새롭게 승진한 임원 중 1/3이 40대로 채워졌다.

구성을 살펴보면 전통적인 개념의 연구개발 부문보다는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 로봇 기술 등의 역량을 강화한 것이 눈에 띈다. 인포테인먼트 부문에 추교웅과 EV사업부 김흥수, 수소연료전지 사업부 임태원, ICT혁신센터의 진은숙 등이 전면에 배치된 것도 시시하는 바가 크다. 인포테인먼트, ICT, 자율주행, 수소 연료전지 전기차 등 주요 핵심 신기술•사업 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노린 포진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런 변화는 이미 예견됐다. 다만 그룹을 이끄는 정의선의 미래에 대한 생각이 정리됐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아쉬운 것은 여전히 최대 수익원인 중국 시장에 대한 대응이 없다는 점이다. 기술은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논리가 지금 중국 시장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글로벌 플레이어들은 중국 시장에 투자를 더 늘리고 있다.

이번 인사를 통해서 소프트웨어와 배터리, 반도체에 대한 생각까지는 읽을 수 없다. 현대 모비스와 현대오토에버의 역할을 정리하고 차세대 배터리 연구소를 설립하는 등의 움직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워낙에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는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생태계를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마차에서 자동차시대로 바뀌었을 때도 그랬듯이 자동차 종주국 독일보다는 대중화라는 슬로건을 내 세운 미국이 자동차 왕국이 되며 주도권이 바뀌었다. 지금도 미래를 내다본 슬로건으로 새로운 세상을 열 수 있는 안목이 있다면 지금까지의 구도는 달라질 수 있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인사는 그래서 시선을 끌고 있다. 그들이 제시된 방향성을 완성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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