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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한국GM, 자동차산업 그리고 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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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charleychae@global-autonews.com)
승인 2018-02-22 00:15:46

본문

세상 일은 옳고 그름만으로 이루어 지지 않는다. 수많은 논란 속에 발전이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면에는 주도권 쟁탈전이 있다. 그 뒤에는 정치가 있다. 한 걸음 더 들어가면 그 주도권을 위한 거대 자본의 로비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15년 1사분기에만 구글은 462만 달러(약 50억원), 페이스북은 269만 달러, 아마존은 215만 달러, 애플을 123억 달러를 지출했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이 시대 자동차업계의 화두인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도 정치의 바람을 타고 있다. 디트로이트 모터쇼장에 미국 교통부 차관이 나서서 자율주행차를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가깝게는 한국 GM 문제를 놓고 GM 과 한국 정부, 미국 정부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GM은 이미 호주 홀덴과 유럽 GM 인 오펠을 정리했다. 수익 우선의 주주를 위한 전형적인 미국적 비즈니스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일이다.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학자들에게는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는 흐름이다. 그 반대의 입장에 있다 해도 뚜렷한 대안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 GM문제도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일자리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지만 GM의 입장에서는 수익성으로 따지고 있다. GM 이 미국을 위해 해외 공장에서 철수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이다. 다만 표를 계산해야 하는 정치인들이 거들고 있을 뿐이다. 그런 업계와 정부의 편에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 미디어들도 이런 사태에 대해 다른 차원의 접근을 해 볼 수는 있지 않을까?

 

지금 자동차산업은 한 국가의 소유가 아니다. 자동차회사가 하나의 거대한 국가가 되어 있다. 20세기식으로 표현하자면 글로벌 기업, 즉 세계화의 산물이다. 그렇게 된 배경 역시 정치가 작용했다. 20세기 말 금융자유화로 제조업보다는 금융업으로 수익을 올리려 했던 GM 등 디트로이트 메이커들이 위기에 빠졌다. 그러자 미국 정부가 나서서 통상 마찰 압력을 가했다.

 

1950년대까지 전 세계 자동차의 80% 이상이 미국에서 생산되었지만 1980년에 일본이 1위 자리에 올랐으니 국가 차원의 대응은 필연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1993년 다시 미국이 자동차 생산 1위 자리에 복귀했으나 그 배경에는 미국산 일본차가 있었다.

 

일본 메이커들을 필두로 현지 생산이라는 방법으로 그 압력을 피한 결과는 세계화였고 자동차회사들의 거대 공룡화였다. 이후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1,000만대 시대를 열었다. GM과 폭스바겐, 토요타가 1,000만대 시대를 자랑하며 선두 다툼을 했다. 현대기아자동차도 강제 합병이기는 했지만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800만대를 넘겼다. 부도에 처한 닛산을 인수한 르노그룹은 지금은 미쓰비시까지 끌어 들여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의 위상을 구축했다.

 

단순히 이렇게 표현하지만 자동차회사의 경쟁력이 곧 국력이던 시대는 더 이상 아니다. 글로벌 플레이어들은 애플이 대만의 폭스콘에게 생산을 위탁하듯이 해외 현지 공장에서 생산해 역수입하는 형태로 몸집 불리기를 해 왔다. 애플은 초유의 부자기업이지만 그로 인해 미국의 시민들이 혜택을 보는 것은 많지 않다. 오히려 인류 역사상 최대의 호황기였던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를 회상하며 불만을 터뜨렸고 트럼프라는 정치인을 탄생시켰다. 트럼프는 일자리를 위해 모든 나라에 압력을 가하고 있지만 그의 뜻대로 되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 최근 한 조사에서는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최하위의 지지도를 기록했다고 한다. 미국 도시의 거리에 노숙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 그런 설문조사에 신빙성을 더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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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GM은 2009년 연방 정부의 지원으로 회생한 이후 비교적 순탄한 길을 걷고 있다. 경영진의 수익성을 위한 과감한(?) 구조조정의 결과다. 자본의 입장에서는 그렇지만 제조업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나라에 따라 다른 상황이 발생한다.

 

GM 이 살아난다고 미국이 살아난 것은 아니라는 의견은 많은 학자들의 주장이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보수주의 정책으로 인해 이루어진 일이라고 보아서는 안된다. 해결이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결국에는 정치적인 타결 밖에 없다는 의견이 대두되기도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렇다고 현대차그룹이 미국 공장을 폐쇄해 한국에서 생산하겠다고 할 리는 만무하다. 토요타가 미국공장에서 철수한다는 상상이 가당키나 하겠는가?

 

그렇게 얽혀 있다. 거대 자본이 무력을 앞세운 정치와 결탁해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에 처한 한국의 정치 상황을 보면 이해가 쉽다. 산업에서도 정치와 마찬가지로 무력의 차이가 작용한다. 자동차회사라는 거대 공룡과 각국 정부가 처한 입장도 다를 바가 없다.

 

GM은 미국 정부와 한국 정부를 동시에 압박할 것이다.

 

그것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에 대한 추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답답할 뿐이다. 다만 최근 중국 자동차업체들이 국영기업 차원에서 인수합병을 시도하고 있고 미국 등 해외시장 진출을 활발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을 본다는 시각도 있다.

 

예를 들어 우선은 중국산 차를 미국으로 더 많이 수출하고 그 힘을 바탕으로 기술력을 키워 독자적인 기술력을 가진 업체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중국만큼 정치 바람이 직접적으로 산업에 미치는 나라는 없다.

 

 Made in China 2025로 알려진 공격적인 경제 개발 캠페인 덕분에 중국은 우주 항공, 로봇 공학, 철도, 발전 및 자동차 등 많은 제조업 부문에서 규모를 키우고 세계로 외연을 확대해 가고 있다. ‘중궈멍’이라는 구호로 ‘대국 굴기’를 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당연히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들은 중국에 대해 반덤핑 제소라는 카드를 들이 밀고 있다. 일본에게 통상 마찰을 가했던 20세기 말과 비슷한 상황이다.
 
이제 싸움은 시작됐다. 중국이 미국에 현지공장을 세워 그 압박을 피해갈까? 그렇게 추측은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과 미국은 다르다. 미국은 약 3억의 인구인데 비해 중국은 15억에 육박하고 있다. 그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한 시장이다. 기술은 시장을 이기지 못한다. 지금 중국은 자동차 생산과 판매에서 연간 3,000만대 육박하고 있다. 인구 3억에 자동차 보유 3억대 가량인 미국에 비해 중국의 자동차 보유대수는 2억대에 미치지 못한다. 2007년 879만대였던 연간 판매대수가 10년만에 2,888만대로 늘었다. 2008년 골드만삭스는 중국시장은 공급과잉과 시장포화로 최대 1,600~1,800만대에서 성장을 멈출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배터리 전기차가 무공해차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자율주행차의 구현 여부와 관계없이 중국시장은 등락을 거듭하겠지만 성장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자체 생산과 자체 소비로 경제 운용이 가능한 나라라고 경제학자들은 분석한다.

 

중국 정부는 우선 배터리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전동화차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지금 전동화차 판매의 60% 이상이 중국에서 팔린다. 기술력은 뒤떨어져 있지만 시장은 정부 의지에 따라 키워 나갈 수 있다. 정치적인 의지에 따라 상황은 바뀔 수 있다.

 

50 대 50의 합작 기업만을 허용하고 있는 자동차업체들의 구조를 바꾸는 것도 시간문제일 수 있다. 우주선까지 만드는 나라가 자동차 생산을 못하겠는가 하고 반문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중국은 미국과 경쟁을 할 수 밖에 없고 그 선봉에 제조업이 있다.

 

여기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내수시장의 규모가 큰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의 기업체가 갖는 경쟁력의 차이이다. 한국시장의 규모가 적기 때문에 ‘현지 생산, 현지 판매’라는 원칙을 만들어 낸 글로벌 플레이어들에게 매력적이지 않은 것이다. 그 시장에서 GM 이 발을 뺀다는 것은 한국 내 노동자들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GM이라는 기업의 입장에서 본다면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GM이 페어 플레이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따져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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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이 아니더라도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을 앞세워 일자리는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으나 그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펜실베니아 대학 강인규 교수는 오마이뉴스에 ‘시민 사회가 4차 산업혁명에 속지 말아야 할 이유’라는 제목으로 다른 차원의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자율주행차도 헛소동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21세기 자본’을 통해 토마 피케티가 설파한 글로벌 자본세와 유사한 개념의 로봇세 도입까지 거론되고 있다. 로봇세를 부과해 그 돈으로 기본 소득을 제공하고 일하지 않고 노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과연 거대 자본이 그런 이론을 받아 들일까? 그것을 법제화하는 것을 그냥 두고 보기만 할까? 그렇게 된다고 해도 사람들이 그런 생활에 대해 아무런 거부감없이 받아 들일까에 대한 그 어떤 대안도 없다.

 

이 시점에서 독일에서 시작된 인더스트리 4.0에 대해 더 공부해 보는 것은 어떨까? 스웨덴의 ‘인간 중심의 진보’라는 개념을 연구해 보는 것은 어떨까. 자동화가 만능이 아니라 인간과 공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인구는 증가하고 일자리는 없어지고 있다. 세계가 가난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부의 분배가 왜곡되어 있기 때문이다. 역사는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타협을 통한 상생 혹은 그 반대의 해법이 등장했다고 가르치고 있다. 서로 처한 입장에서 역지사지를 주장하고 있다. 양보는 스스로도 가늠할 수 없는 부를 거머쥐고 있는 거대 자본들이 먼저 해야 한다고 하는 학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또 다시 시험대에 선 자동차산업과 정치의 상관관계가 이번에는 어떤 결론을 도출해 낼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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