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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오토뉴스 채영석 국장은 30년 동안 자동차 전문기자로 활동해 왔으며 인터내셔널 엔진 오브 더 이어, 월드 카 오브 더 이어의 심사위원이다. 골드만 삭스 등 투자은행들과 다른 시각으로 산업 분석을 해 오고 있다. 지금까지 3,000종 이상의 차를 타고 시승기를 쓰고 있으며 세계적인 모터쇼와 기술세미나 등에 참석해 글로벌 차원의 트렌드 분석에 힘을 쏟고 있다. 2013년 골드만 삭스가 유가 200달러 시대를 이야기했을 때 역으로 유가 폭락 가능성이 있다는 칼럼을 쓰기도 했다.

83. 합병의 시대 – 7. FCA와 르노의 합병 협상, 철회 그리고 미래는?

페이지 정보

글 : 채영석(charleychae@global-autonews.com)
승인 2019-06-06 17:41:45

본문

FCA와 르노그룹의 합병 협상과 철회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만큼 자동차회사들의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기존 업체들끼리의 경쟁뿐 아니라 새로운 파괴적 경쟁자들의 등장으로 위기감은 그 어느때보다 크다. 그런 상황에서 제휴가 아닌 합병을 추진한 사건은 자동차업계의 현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고 있다. FCA와 르노그룹의 합병 협상과 철회, 그리고 자동차업계의 당면 과제에 대해 짚어 본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FCA와 르노의 합병 협상이 결국은 성사되지 못했다. 기자는 올 초 폭스바겐과 포드의 제휴에 관한 내용을 분석할 때 앞으로는 과거와 같은 인수합병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 배경에는 FCA 세르지오 마르치오네의 집요한 구애에 대한 GM 메리바라의 단호한 거절도 한 몫을 했다. GM은 과거와 같은 세 확대보다는 필요한 곳에 투자를 집중한다는 전략으로 새로운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그런데 마르치오네의 후임인 존 엘칸 FCA 회장이 나서서 새로운 합병을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마르치오네는 업계의 가치 파괴 집착에 대한 자본으로부터의 해결책은 통합이라고 주장했다. 합병을 통해 공동 구매 및 플랫폼 공유 등 모든 잠재적 비용절감 효과를 신속하게 실현해 신기술에 필요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존 엘칸은 마르치오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그는 GM과의 합병 협상을 포함한 여러 합병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했던 인물이다. 올 해 43세인 그는 2014년 FCA를 강하게 만드는 것이라면 지분을 줄일 준비도 되어 있다고 한 적이 있다. 그런 그가 제안한 합병안은 마르치오네가 2015년에 발표한 내용과 같은 것이었다.

 

합병 제안에 대해 프랑스 정부는 당초 환영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탈리아 정부도 유럽에서 거대한 자동차기업이 될 수 있다며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좋은 계획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당연히 이런 활동에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애널리스트들은 기대감을 나타내며 많은 자료들을 내놓았고 미디어들은 그들의 데이터를 근거로 매출액과 통합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가 연간 50억 달러에 달한다고 전했다.

 

FCA는 합병하게 되면 매출액은 단순 합산으로 약 1,700억 유로, 영업 이익은 100억 유로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량 면에서는 르노그룹의 2018년 판매대수가 480만대, FCA가 390만대였으므로 두 회사가 합병하면 870만대가 되며 르노와 제휴관계에 있는 닛산과 미쓰비시까지 포함하면 연합의 규모는 1,500만대를 넘어 세계 최대 연합이 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애널리스트들이 좋아하는 데이터는 또 있다. FCA는 르노와 합병을 통해 플랫폼 및 부품을 공유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는 내용이다. 다임러 크라이슬러의 합병 때도 같은 논리가 등장했었다. 하지만 20세기 말 이후의 인수합병이나 제휴를 통해 플랫폼 공유를 극대화한 예는 프랑스 PSA그룹과 한국의 현대기아차그룹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플랫폼 공유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르노와 닛산은 제휴관계를 맺은 지15년이 지난 2013년에야 공용 플랫폼을 완성했다. 르노닛산은 공용 플랫폼을 베이스로 20개 이상의 모델을 통해 연간 900만대의 차량이 공통 아키텍처를 갖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모건 스탠리는 플랫폼 공유 70%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35% 정도만 공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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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세기의 합병이라고 했던 다임러의 크라이슬러 인수는 애널리스트들의 폭발적인 성원을 받았다. 주주 자본주의 시각에서 보는 합병은 구조조정으로 귀결될 것이고 그로 인해 주주들의 배당금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구조조정이라는 용어가 등장할 때마다 그 회사의 미래와는 상관없이 주가는 뛰었다.

 

그러나 그들의 바람과는 달리 두 회사는 2007년 갈라섰다. 1994년 독일 BMW가 영국의 로버를 인수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순전히 수치상의 의미만 강조하는 분위기가 팽배했었다. 하지만 두 가지 조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입증됐다.

 

합병 협상은 자동차업계의 위기감 보여줘

 

그런 크라이슬러를 인수한 피아트가 FCA그룹이 되어 르노와 합병을 추진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50 : 50 대등한 조건의 경영 통합으로 르노와 닛산의 합병 시도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추진되고 있는 일이라는 점이 주목을 끌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20세기 말과 같은 합종 연횡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합병은 분명 필요에 의한 것이고 목표가 있다. 내외적으로 대대적인 공세에 시달리고 있는 자동차업계의 입장에서는 규모를 더 키워 비용 저감과 수익성 제고를 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당연한 것일 수 있다. FCA의 현 상황을 보면 이해가 쉽다. 2018년 FCA의 신차 판매대수 390만대 중 155만대가 지프 브랜드였다. 지프에의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FCA그룹 내에 다양한 브랜드가 있지만 스포츠카 브랜드를 제외하면 수익성이 약한 소형차 중심의 피아트가 판매대수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크라이슬러는 세단시장에서 거의 존재감이 없다.

 

뿐만 아니라 전동화나 자율주행차 등 새로운 시대에 대한 준비도 늦다. 지금 자동차업계는 내부는 물론 외부 파괴자들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고 있다. 특히 알파벳의 웨이모나 테슬라 같은 10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경쟁자들이 등장하면서 게임의 법칙이 달라지고 있다. 100년만의 변화라고 표현되는 시대에 과거와는 다른 경쟁 환경을 자동차회사들은 심각한 위기로 받아 들이고 있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의 존재감이 약한 메이커일수록 불안감은 더 클 것이다.
 
동시에 중국시장과 세계 경제의 부진으로 인해 줄어드는 생산으로 인한 인원 구조조정 문제도 큰 이슈다. 유럽도 예외가 아니다. 피아트는 2018년 이탈리아 생산이 5년만에 10% 감소한 66만 8,000대에 그쳤다. 이로 인해 이탈리아 내에 있는 피아트의 근로자 중 약 15%가 일시 해고됐다. 이는 2017년의 두 배에 해당된다. 피아트의 2018년 유럽에서의 생산대수는 98만 2,000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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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A와 르노는 협상을 시작하면서 공장 폐쇄 등은 없을 것이라고 했었으나 그것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오늘날은 나라를 구분하지 않고 공장 폐쇄는 심각한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 이탈리아나 프랑스도 마찬가지이다. 르노그룹의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 정부는 일자리와 지역 공장의 보존을 합병 조건으로 내 세웠다.

 

프랑스의 실업률은 8.7%이며 르노는 4만 8,600명을 고용하고 있다. 라다와 다치아를 포함해 르노그룹은 2018년 유럽에서 263만대를 판매했으며 생산용량은 366만대에 달한다. 수익성 확보를 위해 공장 가동률이 최소 70~75%는 되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의 불안과 함께 생산은 줄고 있고 그만큼 고용 불안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합병을 통해 플랫폼을 공유한다면 비용 절감을 위한 생산지 이전은 더 활발해 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는 지프 브랜드의 레니게이드와 컴패스 및 체로키가 같은 플랫폼을 사용해 여러 지역에서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말한데로 시간이 걸리겠지만 피아트가 개발한 중형 플랫폼을 베이스로 한 르노의 모델도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협상 진행 도중 프랑스 정부가 고용 유지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고 그것을 의식한FCA는 당초 네델란드에 둔다고 했던 통합 본사를 프랑스에 둘 수도 있다고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는 본사 문제보다는 공장 운용과 그로 인한 구조조정에 더 관심을 두었다. 어떠한 경우에도 공장 폐쇄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결국 그런 프랑스 정부의 부정적인 시각은 FCA로 하여금 합병 제안 철회라는 결정을 할 수밖에 없게 했다. 불과 10여일의 시간 동안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던 합병 협상은 없는 일로 되고 말았다. 물론 다시 불씨가 되살아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써는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머지 않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어쨌든 일단은 르노와 닛산이 제휴관계를 맺은 지 20년만에 새로운 형태의 합병 협상이 무산되면서 FCA는 또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전동화와 자율주행차, 모빌리티 서비스에 대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 지금의 지프 브랜드에 의존하는 구조만으로는 외부 파괴적 공격자들에게 더 쉽게 노출되어 존재감을 잃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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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한편으로 카를로스 곤 사태 이후 정체상태에 빠져있는 르노와 닛산간의 재무 상태 정리에 관한 내용도 간과할 수 없다. 카를로스 곤은 지주회사 설립이나 합병을 포함한 제휴의 재무관계를 수정하려는 계획에 착수했었다. 하지만 최대 주주인 프랑스 정부의 간섭을 우려하는 닛산에 의해 벽에 부딛혔고 설상가상으로 카롤로스 곤이 체포되면서 상황은 더 나빠졌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경영진들은 새로운 형태의 구조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 작업은 아직까지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FCA와 르노의 합병 제안 철회로 르노와 닛산간의 관계 정립에 다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런 와중에도 글로벌 업체들의 제휴는 계속되고 있다. 6월 5일에는 BMW와 재규어랜드로버가 전동화차 기술 개발을 위해 제휴에 합의했다. 6월 6일에는 토요타가 스바루와 전기차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올 초 포드와 폭스바겐의 제휴를 비롯해 BMW와 다임러의 모빌리티 합작회사 설립, 자율주행차 공동 개발, 토요타와 BMW의 연료전지 전기차 공동 개발, 스포츠카 공동 개발 등 과거와는 다른 제휴가 숨가쁘게 이어지고 있다. 다임러와 르노닛산은 13가지 프로젝트에 기술을 공유해 20억 달러 이상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오늘날 자동차회사들은 새로운 게임의 법칙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그래서 제휴를 통해 협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제휴보다 더 적극적인 방법이 합병이고 FCA가 이번에 르노와 합병을 추진했던 것이다. 존 엘칸이 이번 철회 발표와 함께 무슨 생각을 했을 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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