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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저널] 알루미늄과 연비향상을 위한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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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오토저널(ksae@ksae.org)
승인 2016-03-10 05:05:52

본문

얼마 전 흥미로운 광고를 보았다. 두 개의 철창이 놓여져 있는 커다란 방에 실험 참가자들이 들어왔다. 강화 유리 건너편에서는 실험 진행요원이 왼쪽의 검은 철창은 고장력강으로 오른쪽의 흰색 철창은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졌음을 참가자들에게 알려준다. 그리고는 실험실의 문이 열리면서 300kg이 거뜬히 넘는 불곰 한마리가 참가자를 항해 돌진한다. 실험 결과는 어떠했을까? 놀란 참가자들 대부분은 알루미늄이 아닌 고장력강으로 만들어진 철창 안으로 몸을 피했다. 광고는 마지막으로 고장력강으로 만들어진 쉐보레 실버라도(Chevrolet Silverado) 픽업트럭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면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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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상반기 미국 자동차 판매 순위를 보면 GM이 이러한 광고를 내놓은 배경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표 1>. 포드(Ford)의 F시리즈 픽업트럭이 1위를, 또 다른 픽업트럭인 GM의 쉐보레 실버라도가 2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포드 F시리즈의 1위 기록은 현재 30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대기록이다. <그림 1>은 커다란 전면 그릴이 인상적인 F시리즈의 막내지만 제일 많이 판매되는 F150이다. 참고로 미국 내 판매순위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F시리즈와 실버라도 두 차종은 미국에서 소위 픽업트럭이라고 불리는 반톤 트럭으로서 미국인들이 일상 생활에서 상당히 애용하는 차종이다.

상용차로도 물론 많이 쓰이고 있지만 아주 많은 미국인들은 승용차 대신 이러한 픽업트럭을 타고 다닌다. 8기통 엔진과 4륜구동 그리고 파노라믹 선루프와 가죽 시트 등 고급승용차에 들어가는 웬만한 옵션을 다 포함시키면 경우에 따라 7만 달러, 즉 8천만 원을 상회하는 가격이 나오기도 한다.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넉넉한 주차장이 갖춰진 대형마트가 발달되어 있고 고속도로가 잘 깔려 있어서 먼 거리를 가는데 어려움이 없으며 드넓은 교외에 앞뒤마당이 마련된 저택에 사는 미국인들에게는 픽업트럭이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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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표 1>에 따르면 판매대수에서는 여전히 F시리즈가 앞서고 있지만 전년대비 증가율은 F시리즈가 2.4% 감소한 반면 실버라도는 무려 14.6%나 증가하였고, 이러한 상반된 실적으로 보아 실버라도가 F시리즈의 시장점유율 일부를 흡수하였음은 미루어 짐작이 가능하다. 이미 2013년에 전면 모델 체인지를 단행한 실버라도가 이러한 약진을 보인 이유는 F시리즈의 부진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데 그 중요한 원인이 바로 ‘알루미늄’이다. 포드는 처음으로 F시리즈를 알루미늄으로 제작하는 도전을 하였고, 그 판매실적은 앞서 본 GM 광고에서의 실험과 같은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2009년 오바마 행정부는 CAFE(Corporate Average Fuel Economy) 규정을 개정하면서 이전에 비해 상당히 높은 연비와 온난화 가스 배출량 감소를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요구하게 되었다. 메이저 자동차 회사들의 동의 하에 이루어진 위 개정에 따르면 제조사마다 2025년까지 평균 연비를 54.5mpg(23.2km/ℓ)까지 향상시켜야 한다. 석유 소비량을 줄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환경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연비향상을 위한 기술개발과 연구를 독려하여 그 당시 어려웠던 미국 경기를 부양시키려고 하는 계산이 포함된 개정이었고, 물론 포드와 GM 또한 규정에 동참할 것을 선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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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에는 트럭의 축간거리와 윤간거리를 곱한 Footprint 라고 하는 수치와 해마다 달성해야 하는 연비의 상관관계 나타나 있다. 알루미늄을 아직 채용하지 않은 2014년 포드 F150의 평균연비는 2016년 기준치에 못미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으며 Footprint를 줄이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2025년까지 현재의 연비보다 1.5배 이상 높여야 기준치를 달성할 수 있다.

CAFE 규정에 따르면 평균 연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만큼 제조업체들에게 과징금이 부과된다. 또한 이 규정은 평균 개념이 있기 때문에 연비가 조금 좋지 않더라도 판매량이 매우 크면 과징금은 그만큼 커지게 마련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Tesla)의 경우 배출가스가 없는 자동차들을 제조하므로 과징금의 역으로 취득하는 Emission Credit이 주요한 이익 창출원이 되고 있음을 보더라도 내연기관차 제조사에 대한 과징금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현재 제조사들이 연비 향상을 위해서 택할 수 있는 옵션은 세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석유를 일체 쓰지 않는 전면 전기 구동장치의 채택으로서 앞서 언급한 테슬라(Tesla)를 꼽을 수 있다. 현실적인 여건상 포드나 GM이 라인업을 전면 전기 구동장치로 전환한다는 것은 현재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두번째는 도요타의 프리우스 시리즈로 유명한 하이브리드 구동장치의 채택이다. 이는 내연기관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배터리와 전기모터의 어시스트로 연비를 향상시키는 방식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구할 수 있는 방법은 기존 내연기관 시스템의 효율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 방법을 효과적으로 적용시키기 위해서는 엔진과 변속기의 효율을 최대한 높이고 Stop-start 시스템, EPS 등의 장착으로 손실은 줄이며, 결정적으로 중량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다. 포드의 경우 승용차와 SUV 부문에서는 위 두번째 옵션인 하이브리드 구동장치를, 트럭 부문에서는 세번째 옵션인 구동장치의 효율 향상을 채택하였다. 뒤에 정확한 수치가 나오겠지만 픽업트럭은 서다 가다를 반복하는 시내주행연비에서 많은 손해를 보며 시내주행연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차량 중량이다. 그리하여 예상컨대 포드는 먼저 중량을 낮추기로 방향을 정하고 바디-온-프레임 (Body-on-Frame) 중 바디를 알루미늄을 제작하는 선택을 하였으며, 공식발표자료에 따르면 전년도 모델과 비교하여 약 320kg의 무게를 줄였다. 참고로 바디가 얹혀지는 프레임은 여전히 고장력강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알루미늄으로 트렁크 또는 후드를 만드는 자동차 업체들이 대부분이며 차체에 채용한 자동차 업체 또한 포드가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2014년 미국 내에서만 판매대수가 75만 대가 넘는 대량 생산 차량이며 내구성의 검증이 절실한 상용차로도 쓰이는 트럭에 알루미늄을 채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생각된다. 그야말로 큰 모험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알루미늄 바디의 채택이라는 포드의 결정에 있어서 그 결단력과 도전정신은 분명 칭찬받아야 마땅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로 인하여 포드뿐만 아니라 소비자들 또한 적지 않은 손해를 보고 있다. 첫째, 포드는 생산라인 교체를 위하여 막대한 투자비용을 지출했으며 장기간의 생산 차질을 감수하였다. F150을 생산하는 디어본(Dearborn) 공장의 경우 생산라인을 알루미늄 차체에 맞게 업그레이드 하고 용접대신 리벳으로 바뀐 결합점들을 위해서 로봇을 교체하는 등 투입된 비용은 무려 9,000억 원을 상회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약 8주 동안 라인을 멈춰야 했다. 같은 모델을 생산하는 캔사스시티(Kansas City)의 공장에도 비슷한 투자와 라인스탑이 있었다고 보아야 하겠다. 이처럼 만만치 않은 투자비와 필요 이상으로 멈춰선 생산라인으로 인한 재고 부족으로 포드는 이중의 손해를 보았다고 생각된다.

대외적으로 미국 내에서는 혁명이라고도 불리는 쉐일석유의 채취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으며 OPEC 또한 당분간 감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현재 미국 내 휘발유 소비자가격은 갤론당 3달러 이하를 유지하고 있다. 글을 쓰는 당일 미국 평균인 갤론당 2달러 65센트는 ℓ당 816원 정도이다. 몇년 전 4달러 이상까지 치솟았던 때와 비교해보면 상당히 저렴해진 것을 알 수가 있다. 이러한 저유가를 기반으로 픽업트럭의 판매량은 전년도에 비해서 17% 증가했지만 포드는 시장 점유율이 오히려 10% 떨어져 속이 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둘째, 알루미늄은 강판에 비해서 상당히 비싼 재료이므로 원재료 비용이 상승하고 마진율이 감소하였다. 중국발 저가공세로 인하여 얼마 전까지 톤당 3,000달러를 육박하던 알루미늄 원자재 가격이 현재는 2,000달러 이하를 기록하고 있지만 알루미늄은 여전히 강판에 비해서 비싼 재료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원자재 가격의 상승을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떠넘길 수는 없으므로 그 비용의 일부는 포드가 부담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어느 정도의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므로 알루미늄 바디를 적용한 2015년형 모델의 소비자 판매가격는 전년도 모델보다 적게는 400달러에서 많게는 3,000달러까지 증가하였고, 이는 포드 트럭 매니아들(실제로 있다)을 제외한 일반 소비자들과 사업자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셋째, 알루미늄 차체의 수리 비용이 이전 강판 차체보다 비싸다는 문제가 있다. 일례로 얼마전 텍사스의 한 세차장에서 지붕이 통채로 뜯겨나가는 사고를 당한 포드 알루미늄바디 차량의 수리 비용이 무려 1만 7천 달러, 2천만 원 가까이 나왔다는 소식 언론에 전해졌다. 이 정도의 수리 견적이 나오면 보험회사 측에서 대부분 폐차시키기 마련임에도 워낙 고가의 모델이라서 수리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수리비용의 증가는 정비업체의 부가적인 지출 때문이다. 정비소에서 강판을 때리던 망치로 알루미늄을 때리면 철 파편들이 알루미늄 바디에 이식되면서 부식이 진행되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알루미늄 전용 수리 도구들을 전부 재구입해야 한다. 또한 수리 방식이나 용접 방식들이 이전과 상이하기 때문에 수리인력의 재교육 또한 실시해 야 한다. 

마지막으로, 알루미늄 바디 도입의 근복적이며 제일 중요한 목표인 연비 향상 효과는 미미하였다. 정확한 연비 비교를 위해서 전년도 모델과 똑같은 변속기와 엔진을 장착한 두 사양의 F150에 대한 정부 공식 수치를 비교해보자면, 도심/고속도로/합산 연비가 각 16/22/18에서 17/24/20으로 조금 향상되었지만 이는 경쟁사들을 크게 긴장시킬 정도는 아니었다.

참고로 현재 픽업트럭 중에서 가장 좋은 연비를 차지하는 모델은 디젤 엔진과 8단 변속기를 장착한 FCA그룹의 램1500 모델이며 연비의 공식 수치는 21/29/24를 기록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미국 TV에 방송되는 포드 F150 광고는 알루미늄 바디로 만들어져 중량이 줄었다는 점은 강조하면서도 정작 연비에 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다. 무게가 가벼워졌으니 자연스레 연비도 그만큼 좋을 것이라는 유추를 소비자에게 바라고 있는 듯하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포드는 시장 점유율도 내어주고 순이익도 줄어드는 이중고의 상황에 스스로 내몰리게 되었다. 알루미늄 바디의 채택이라는 포드의 도전은 현재로써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은 선택임이 분명해 보인다. 지난 30년간 포드에게 1인자의 자리를 양보하여야 했던 GM 또한 이러한 문제점들을 간파하고 노골적으로 포드의 알루미늄 트럭을 겨냥한 광고를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단점투성이로만 보이는 알루미늄 바디의 채택은 머지않아 포드에게 혜택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추측된다. 생산라인의 교체라는 대규모 설비투자를 이미 끝내버린 포드로서는 연비 향상에 관하여 상대적으로 저렴한 옵션만 남은 셈이다. 곧 출시될 F시리즈 모델에 무려 10단 자동 변속기가 채용된다는 소문은 기정사실화 되고 있으며 또한 소형 배기량의 디젤 엔진도 장착이 될 듯하다.

이러한 변속기와 엔진이 가벼운 바디를 만났을 때 발생하는 연비 향상은 적게는 5에서 최대 7mpg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Best-in-Class로 올라서기에 충분한 숫자이다. 반면 이미 엔진과 변속기에서 연비를 많이 끌어올린 GM으로서는 후속 단계로 중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고 이는 GM에게 매우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다. 또한 과연 자신들이 공개한 이번 광고를 뒤집으면서 알루미늄 바디를 채택할 것인지 또한 미지수이다.

앞으로 전세계 제조업체들의 알루미늄 바디 채택 여부에 관해서는 정부 규제, 유가 변동, 전기/무인차의 발달은 물론 밥그릇을 지키려는 철강회사와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려는 알루미늄 업체의 신경전 등 다양한 변수들이 영향을 미치는 관계로, 정확한 예측을 하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제조업의 발달과 더불어 알루미늄, 마그네슘, CFRP 등 경량 재료들이 자동차의 주요 재료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따라서 이러한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제조업체 뿐만 아니라 엔지니어 개개인의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글 / 이제원 (미시건대학교)

출처 / 오토저널 15년 9월호 (http://www.ksa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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