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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저널] 에너지로 보는 세상 - 석유와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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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오토저널(ksae@ksae.org)
승인 2017-11-27 11: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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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대학생 시절 때만 해도 파란 하늘은 일상의 것이었는데 이제는 미세먼지 없는 파란 하늘을 보는 것이 특별한 일이 되고 말았다. 보통 위생과 영양 공급이 건강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겨져 왔으나 요즘은 미세먼지가 건강에 미치는 중요성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가 속속히 보고되고 있다. 사람은 몇 분만 숨을 쉬지 못해도 살 수 없다. 석유로 대표되는 화석에너지 또한 그 동안 워낙 넘치도록 흔해서 그의 중요성이 간과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너무 흔해서 별다른 생각 없이 써 왔지만, 공기가 생명에 미치는 영향이나 석유가 현대 산업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동일하다. 이제 석유를 통해서 인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비추어 보기로 한다.

 

 

석유의 역사


아주 옛날에는 지구 표면에 고순도 구리 덩어리들이 그냥 굴러 다니고 있었는데, 이것의 사용법을 사람이 터득하게 되면서 청동기 시대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석유 또한 구약 성경에 여러 번 나오는 역청에 대한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지구 표면에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는데, 사람들이 그의 새로운 용도에 눈뜨게 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1800년대 미국에서는 고래 기름을 등불과 마차 바퀴의 윤활제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인구는 증가하고 고래는 귀해짐에 따라 고래 기름 가격이 폭등하여 요즘 돈으로 환산하면 배럴당 약 1500 달러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에 고래 기름을 대체할 기름을 찾기 시작하였고, 미국 펜실베니아 주의 한 골짜기에서 옛날부터 샘물에 섞여서 조금씩 흘러 나오던 석유의 채굴을 본격적으로 시도하게 된다.


그러던 중 파이프로 땅을 뚫는 현대적 공법을 개발하여 1859년 첫 채굴에 성공하였는데 유전의 깊이는 겨우 20미터에 불과했다. 이는 1900년대 초 텍사스 주의 오일 붐으로 이어져 세계 2차대전이 발발한 1939년 당시 미국은 전 세계 석유 공급의 60%를 차지하게 된다.


이후 중동 지역의 석유 개발이 시작되는데, 이미 중동 지역 곳곳에서 자연적으로 석유가 지상으로 스며 나오는 현상이 관찰되어 왔기 때문에 유전의 발견은 기술적으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세계 최대 규모인 사우디 Ghawar 유전의 경우만 봐도 폭이 30km 길이가 280km에 이르는 거대한 지역인데, 지층의 불규칙성을 감안하면 석유의 일부가 지상으로 새어 나오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이처럼 대형 유전들은 대부분 20세기 전후에 현대적인 기술의 적용 없이 발견되었다. 요즘도 첨단 기술의 도움으로 새로운 유전은 계속 발견되고 있으나 개별 유전의 매장량 규모가 현저하게 작아지고 있고 그 깊이도 아주 깊어져서 최근에 개발되는 유전은 그 깊이가 비행기의 순항 고도인 10km를 상회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따라 생산된 에너지와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의 비율인 EROEI(Energy Return on Energy Invested) 값이 현저하게 낮아지고 있다. 최근에 미국에서 개발되고 있는 쉐일 오일의 경우 역시 EROEI 값이 매우 낮아서 근본적으로 생산 원가가 매우 높은 석유라고 할 수 있다. 

 


석유의 위대함


석유의 위대함은 첫째로 에너지의 밀도에 있다. 석유의 표준 단위인 1 배럴(약 159리터)에 포함된 에너지는 약 5 Giga Jule로 인간 노동력으로 환산하면 약 10년간의 노동에 해당하는 참으로 엄청난 양이다. 초대형 여객기가 중간에 급유 없이 태평양을 건널 수 있는 것도 다 이처럼 엄청난 석유의 에너지 밀도 덕분이다. 라이트 형제가 20세기 초 비행기의 개발에 성공한 것도 따지고 보면 당시 무게 대비 출력이 크게 상승한 내연기관과 석유의 고 에너지 밀도 덕분이다. 참고로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는 하나, 현재 생산되고 있는 최신형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아직도 석유 대비 1/120 정도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두번째 석유의 위대함은 안전성에 있다. 1995년 미국 오클라호마 주 연방 정부에 가해진 테러로 대형 건물이 반파되는 큰 사건이 있었는데, 이때 경유에 산화제를 섞어 만든 사제 폭탄이 사용되었다. 그러나 가히 폭탄에 버금가는 엄청난 에너지의 밀도에도 불구하고 석유는 산소와 접하는 표면에서만 화학적으로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에 절대로 저절로 폭발하는 법이 없다.


만약 앞으로 배터리 기술이 많이 발전하여 배터리가 석유 정도의 에너지 밀도를 갖게 된다면 실로 폭탄에 해당하는 에너지 밀도를 의미하는데, 과연 전기자동차나 휴대용 전자기기에 장착하고 안심할 수 있을지 큰 의문이다. 사소한 자동차 접촉 사고가 도심 한 블록을 통째로 날려 버릴 수도 있고 휴대전화 충전 중의 문제로 빌딩 하나가 주저앉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물질의 전위차에 의한 에너지의 양이 화학적 변화에 따른 에너지 양에 비해서 근본적으로 워낙 적기 때문에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석유의 에너지 밀도에 버금가는 일은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석유와 사회


석유로 대표되는 화석연료의 사용은 우리 삶의 모든 면을 변화시켰으며 실로 그 영향에서 벗어난 경우를 찾기 힘들다. 인류가 화석연료를 사용하기 이전에 사용한 인간의 노동력이나 가축 등의 EROEI는 겨우 1을 약간 상회하는 정도였다. 따라서 산업혁명 이전의 사회를 보면 거의 대부분의 인력이 농업에 투입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구의 증가는 거의 없었음을 <그림 1>에서 보여 주고 있다. 생물에 있어서 EROEI = 1이라는 것은 개체수의 정체를 의미한다.


1800년대 초반 화석연료로 만드는 화학비료의 사용 이후 토지 단위 면적당 소출은 약 5배 증가하였는데 이 동안 세계 인구도 약 5배 정도 증가하였으며, 미국의 경우 농업의 기계화 등에 힘입어 현재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 1% 정도로 감소하였다.


선진국 중에서는 가장 늦게 이루어진 1865년 미국의 노예제 폐지도 사실상 그 배경에는 사람의 노동력 보다 훨씬 저렴한 뛰어난 화석 연료 사용의 대중화가 깔려 있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민주주의를 처음 실행하였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것은 노예를 제외한 소수 시민들만의 민주주의였으며, 인류가 보편적인 민주주의를 비로서 시행하게 된 것도 다 화석 연료의 높은 EROEI 덕분이다.

 

지난 세기 가장 큰 사건이었던 세계 2차대전의 시작과 끝도 석유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석유 자원이 없었던 독일의 경우 당시 세계 석유 생산량의 약 10%를 차지하던 러시아를 무리하게 침공하다가 무너지고 말았다. 일본의 진주만 침공도 그 이전에 미국의 일본에 대한 석유 금수 조치가 있었다. 이미 진행중인 전쟁에 필요한 석유 전부를 사실상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일본으로서는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이었다. 즉, 20세기 사회의 풍요로움과 전쟁 그리고 급격한 사회의 변화 뒤에는 모두 석유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석유와 경제


20세기 급격한 발전의 뒤에는 석유가 있음을 위에서 언급하였는데, 경제 성장율과 석유 소비는 <그림 2>에서 보듯이 명확한 비례 관계가 있다. 경제 활동으로 인한 결과물의 총 합이 GDP이고 어느 것 하나 에너지의 소비 없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없으므로 조금만 생각해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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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자본을 빌리거나 빌려 주는 자의 입장에서 보면, 자본을 투자해서 생기는 이익의 평균적 기대치는 경제 성장율 과 같을 것이므로, <그림 3>의 미국 경제 성장율 대비 국채 이자율의 예와 같이 GDP 성장율과 이자율은 거시적 관점에서 거의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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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은 경제가 잘 돌아가는 것처럼 포장하고 싶은 유혹을 떨치기 어려운데 이는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이다. 물가는 분명 안정적이라고 하는데, 내 월급만 안정적이고 체감하는 물가는 많이 오른 것을 느낄 수 있다. 세계적으로 경제가 어려운데 미국만 나홀로 호황이라는 뉴스를 종종 접하게 된다. GDP 성장율은 전년 대비 총 경제 활동의 명목상 증가율에서 물가 상승율을 뺀 수치로 계산되는데, 물가 상승율을 의도적으로 낮게 잡으면 GDP가 상승된 것으로 계산된다. 오히려 쉽게 조작이 가능한 GDP 수치보다 석유 소비량을 보면 체감 경기와 더 잘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 4>는 미국의 휘발유 소비량 그래프인데, 2007~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아직도 소비량이 충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그 동안 자동차의 연비가 향상되어서 석유 소비량이 줄어든 효과도 일부 있을지 모르겠으나, 총 자동차 운행 거리 역시 휘발유 소비량과 매우 유사한 결과를 보임을 다른 데이터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에 미국의 실업률은 5% 미만으로 사실상 완전 고용 상태에 이르렀다는 주장이 있는데, <그림 5>의 미국 민간 부문 고용율을 보면 2008년 사태 이후 전혀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실업률과 고용율 사이의 괴리는 실업율 계산 방식에 있어서 장기 실업자를 실업율 통계에서 제외시키는 것에 기인하며, 괴리가 크다는 것은 구직 활동 자체를 포기할 만큼 경제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유럽의 경우 국채의 약 1/3 정도가 마이너스 이자율로 발행되고 있다. 이는 실질 경제 규모가 축소되고 있음을 의미하며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처음으로 접하는 사태이다. 현대 산업사회가 유지되면서 지불이 가능한 유가의 한계는 배럴 당 100~150달러 선으로 보고되고 있는데, 실제로 2008년 세계적인 경제 위기는 유가가 150달러에 접근했을 때 발생하였다. 이와 같은 사태들은 최근 석유의 EROEI 값이 줄어들고 있는 것과 일맥 상통하며, 석유 소비 지표는 경제 흐름을 잘 설명해 주는 가장 정직한 지표라고 하겠다.

 

 

에너지와 미래


인류가 사용한 에너지를 보면 인력, 가축, 석탄 그리고 석유의 순으로 변해 왔는데, 매 변화 때마다 EROEI 값이 비약적으로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풍력, 태양광 발전, 바이오 에너지 등 다양한 종류의 대체 에너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데, 이같이 낮은 EROEI 에너지에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은 현 산업화 사회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많을 것들을 시사하고 있다. 보통 에너지 산업이 경제성을 가지려면 EROEI 값이 최소한 5~7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대체 에너지들의 EROEI 값은 이 한계치에 한참 못 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매우 고비용 즉 낮은 EROEI의 대체 에너지로 유지할 수 있는 경제 규모는 현재의 1/20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처럼 산업화 사회의 주 동력인 석유를 포함 에너지 원들의 EROEI 값이 다시 낮아지기 시작한 인류 초유의 사태에 대해서 돈 풀기라는 경기 부양의 낡은 해법을 계속 적용한 결과, 경기 부양은 고사하고 모든 나라들이 부채만 잔뜩 늘어나고 말았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경제 성장을 에너지 생산 및 소비 증가라는 아주 쉬운 해법에 의존해 왔다. 석유가 중요하니 석유의 매장량을 추산하고자 하는 많은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채굴이 가능한 석유의 매장량은 기술적인 측면이 아니라 경제가 지탱할 수 있는 생산 원가를 얼마로 정하느냐에 따른 매우 가변적인 수치이므로, 경제와의 상관 관계 즉 생산 원가에 대한 고찰 없이 석유가 고갈되는 시점을 단순히 예측하려는 시도는 아무런 의미 없는 일이라고 하겠다.


앞으로도 석유는 계속 생산될 것이나 값싼 석유의 시대는 이미 서서히 저물고 있다. 고전적인 생산 방식에 의한 저렴한 석유 생산의 정점은 이미 10여년 전에 발생하였다. 그러나 현대 산업사회의 주 동력으로서 석유 외의 현실적인 대안은 아직 관측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제 EROEI 값과 함께 에너지 생산의 증대가 대 전환점에 이른 현실을 솔직히 인정하고, 이에 맞추어 에너지 효율 향상이라는 새로운 해법으로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에너지 소비의 효율 향상이 에너지의 생산 증대에 비해서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으나, 오랫동안 간과되어 왔던 분야이므로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새로운 블루오션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실용적 측면에서 보면 대체 에너지의 무리한 생산보다, 비용 대비 효과가 훨씬 뛰어난 에너지 소비의 효율 향상이 훨씬 현실적이고 아마도 유일한 해법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며, 동 시에 뜻있는 공학도들의 활약 또한 크게 기대하는 바이다.

 

글 / 최세범 (카이스트)
출처 / 오토저널 17년 7월호 (http://www.ksa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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