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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저널] 행복한 왕국, 부탄의 자동차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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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오토저널(ksae@ksae.org)
승인 2018-10-31 18: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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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부터 히말라야 산맥에 자리 잡은 부탄이라는 작은 나라에 대한 이야기가 매스컴을 통해 종종 나올 때,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첫 번째 이유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의 국민인 그들이 진정 행복한가에 대해 궁금했고, 두 번째 이유는 경제와 사회적 분위기가 우리나라의 70~80년대와 흡사하여 그들의 산업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바람이 통했는지 우연한 기회에 필리핀 마닐라에 본부를 둔 ADB(Asia Development Bank)로부터 부탄의 자동차와 환경정책에 대한 자문을 요청받게 되었다. 망설임 없이 승낙을 하고 1년간의 프로젝트로 진행을 하게 되었다. 2017년 1월 킥오프 미팅을 시작으로 6월 중간발표와 8월 2주간의 교육을 실시하여 총 3회 방문을 하게 되었으며 그 동안 부탄에서 느끼고 진행한 내용에 대해서 소개를 하고자 한다.

 


부탄의 첫인상


부탄의 국제공항은 수도 팀부(Thimphu)에서 약 1시간가량 서쪽에 떨어져 있는 파로(Paro)라는 곳에 위치해 있다. 이 공항은 히말라야 산속의 골짜기에 위치해 있어 이착륙이 상당히 위험하고 어려워 웬만한 베테랑 비행사가 아니면 불가능하다고 한다. 비행기를 수도 없이 많이 타보았지만 이곳 파로에 착륙할 때에는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스릴감은 가히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서울에서 미세먼지에 항시 찌들어 지내오던 나에게 비행기에서 내릴 때의 첫 기분은 지금도 잊을 수 없을 정도로 맑고 상쾌한 공기였다. 하루에 비행기 3~4대만이 이착륙하는 국제공항이지만 고도 2,000m에 온통 산에 둘러싸여 있어 어느 공항보다도 특이하고 인상적인 공항이었다. 공항청사는 목조를 골격으로 사용하는 방식에 각종 화려한 전통문양을 넣어 아름답고 부탄의 특색을 잘 나타내고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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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의 자동차 문화


부탄은 인도의 북쪽 국경과 접해있어 인도로부터의 교류와 물적 지원 등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인지 차량의 운전석은 인도의 영향을 받아 오른쪽에 위치해 있다. 자동차 메이커는 의외로 현대자동차가 상당히 많이 보이고 인도의 마힌드라와 일본의 도요타 차량 순이었다. 이곳에서의 현대자동차는 삼성 휴대폰, K-POP과 함께 고급브랜드로 자리 잡았으며 이들로 인해 한국에 대한 이미지 역시 상당한 수준이었다.


공항에서 도심으로 오는 길에 도로는 편도 1차선으로 웬만치 잘 깔려있으며 특이한 점은 신호등이 어디에도 설치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 이유로는 첫째, 도로가 그다지 복잡하지 않고 교차로에서는 로타리식으로 신호 없이 통과할 수 있으며, 두 번째로는 운전자들의 운전 습관이 그다지 서두르지 않고 서로 양보하며 운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보행자를 우선시하고 서로 양보하며 운전하는 이들 매너에 상당히 신선한 충격을 받았는데 자동차 선진국이라면 당연한 것이겠지만 개발도상국인 나라에서 이러한 사람중심의 매너 있는 운전을 보고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며 반성을 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기술은 선진국 최고 수준에 있으나 매너에 있어서는 아직 먼 이야기인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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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한 가지 더 놀라운 것은 일반 도로에도 개들이 누워서 자거나 거닐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곳 부탄인들은 철저한 불교국가로 살생을 하지 않아 사람과 마찬가지로 조심히 피해가며 운전을 한다는 것이다. 하물며 해충인 파리나 모기도 죽이지 않고 농사에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민족이라고 하니 참으로 이들만큼 불교의 교리를 잘 따르는 민족은 없지 않을까 싶다.

 


자동차 환경정책


부탄의 인구는 총 80만명으로 우리나라의 송파구 67만명보다 약간 많은 정도이며 차량대수는 총 7만5천대로 절반 정도가 수도 팀부에 집중되어 있다. 특히나 최근 급증하는 차량으로 인해 환경오염과 안전에 대한 문제가 이슈화 되면서 부탄의 정부부서 중 우리나라로 치면 환경부에 해당되는 NEC(National Environment Committee)와 국토교통부에 해당하는 RSTA(Road Safety Traffic Agency)가 주축이 되어 과제를 진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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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의 주 내용은 현재 부탄의 환경규제 강화에 대한 정책을 수립하고 자동차 검사방법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제시해주며 자동차 관련 교육방법과 커리큘럼 및 실습장비에 대한 컨설팅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상은 NEC와 RSTA, 교통경찰과 자동차 직업훈련소의 강사를 대상으로 하였다. 먼저 현재 부탄의 자동차 배기 규제는 유로3로 되어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수입차에 대한 정확한 측정 시설이 없고 방법역시 확립되어 있지 못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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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운행중인 차량에 대해서만 간단한 포터블식 측정기로 정기적인 측정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배기규제와 시험 방법이 우리나라의 80년대 후반과 흡사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사용 차량에 대한 측정은 가솔린의 경우 CO, HC를, 디젤의 경우 Smoke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나 그 측정 방법이나 정확성에 있어서는 거의 잘못된 방식으로 측정을 하고 있었으며 운전자의 조작 방식에 따라서도 그 값이 편차가 커서 대부분 의미가 없는 측정법이라고 할 수 있다. 측정을 하는 검사원 역시 별도의 자격증이나 훈련을 받지 않는 사전 지식이 전무한 인력을 사용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들을 대상으로 배출가스의 생성원리와 저감법, 측정방법과 순서에 대한 강의와 함께 검사자의 자격강화와 정기적인 훈련 및 매뉴얼을 제작해 주고 실 도로에서의 측정 실습을 진행하였다.


현재 부탄 내에서 주행중인 노후 차량의 대부분은 후처리 장치가 장착되어 있지 않아 디젤차량의 경우 검은 매연을 마음껏 뿜어내며 주행하는 것이 일상적인 모습이 되어버렸고 시민들 역시 이에 대해서도 크게 개의치 않으며 생활을 하는 듯 보였다. 따라서 수입차량에 대해서는 유로4 기준의 차량을 수입하도록 유도하며 노후차량 및 후처리 장치가 없는 차량에 대해서는 조기폐차 및 지원금 등의 정책적 자문을 해 주었다.


부탄에서 사용하고 있는 연료는 전량을 인도로부터 수입을 하고 있으며 문제는 이 연료 중에 함유된 황성분이 5%로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연료중의 황성분은 차량의 후처리장치를 피독시키거나 엔진의 부식 등으로 엔진이 고장날 수 있을 뿐 아니라 입자상물질이 증가하는 주요한 원인이므로 이에 대한 저감 역시 상당히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10ppm의 황함유 연료를 사용하고 있으니 이에 비하면 5천배로 엄청나게 많은 양을 함유되어있는 것이다. 따라서 인도로부터 수입하는 연료의 황성분을 동시에 같이 규제하도록 유도하고 수입후에도 우리나라의 석유관리원과 같은 연료의 양과 질을 상시 점검할 수 있는 기관을 설립하도록 조언을 하였다.

 


자동차 교육


부탄의 차량 정비 및 교육에 대해서도 상당히 열악한 상황이다. 작업자에 대한 유해물질, 오염물에 대한 취급 방법 등 체계적이지 않고 부품 값은 국내에서의 가격보다도 2-3배 비싼 가격으로 유통이 되고 있다. 자동차교육은 TTI(Technical Traning Institution)라는 곳에서 2년간의 교육으로 이루어지며 시설은 일본의 JICA(Japan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에서 일부 지원을 받아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커리큘럼은 인도로부터 지원을 받았는지 잘 짜여 있는 편이었으나 이러한 커리큘럼이 실질적으로 잘 이행이 되고 있는지는 의구심이 갔다. 실습을 위한 시설 면에서 좀 더 지원이 필요해 보였고 최신의 선진기술과 정비에 대한 정보 또한 부족하여 이에 대한 강의 자료와 정보를 제공하였다. 어디에나 마찬가지겠지만 몇몇 학생은 상당한 열의를 가지고 수업에 임하는 반면 역시나 몇몇 학생은 집중을 못하는 모습이었지만 그럼에도 대부분의 학생들은 열의를 갖고 잘 이해해 주었고 중간 중간에 정중히 질문과 토론을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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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의 음식은 앞서 서술한 바와 같이 기본적으로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비료도 사용하지 않는 무농약 유기농이다. 순수한 자연그대로의 농산물이다 보니 모양도 못나고 크기도 작다. 거기에다 대부분의 음식에 특별한 가미를 하지 않아 처음 맛보는 사람이면 음식이 심심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인공적이지 않고 가미가 되지 않은 이곳의 음식은 부탄 사람과도 비슷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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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미지 않고 순수하며 남을 해하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예전의 우리 민족도 그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질만능과 치열한 경쟁시대를 거치면서 허세와 외모지상주의 등 인공적인 가미를 과하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한다. 잠깐이기는 하였으나 부탄에 머무는 동안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고 순수해지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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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간 부탄의 환경정책에 대한 자문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 소중한 기회였다. 열악한 부탄의 자동차 환경정책과 교육, 정비에 대한 작지만 중요한 도움을 줄 수 있었고 동시에 가보고 싶었던 왕국을 3번이나 방문하게 된 소중한 기회가 되어서 행복했다. 자동차의 기술적이나 정책면에서 자문을 해주긴 하였으나 나 역시 부탄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순수하고 깨끗한 영혼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서 잠깐이나마 순수해 질 수 있었고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행복은 무엇이며 어떻게 오는지 등등. 부탄의 국민이 느끼는 행복이라는 것은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다는 것 또한 느꼈다. 즐거움이나 물질이 아닌, 자신의 주어진 현실에 만족하며 사는 삶을 행복한 삶이라고 이야기 해 주었다. 풍족한 현실에 과연 우리는 만족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인지 다시 묻고 싶어진다.

 

글 / 이성욱 (국민대학교)
출처 / 오토저널 18년 4월호 (http://www.ksa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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