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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저널] 사용자 경험의 이해를 통한 고객 가치 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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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오토저널(ksae@ksae.org)
승인 2022-08-17 09:54:13

본문

우리가 생활 속에서 거의 매일 접하는 자동차를 만든다는 것은 지점 A에서 지점 B까지 우리를 태우고 이동하기 위해 요구되는 스펙을 지닌 기계를 만드는 것임과 아울러 자동차에 탑승하거나 직접 운전하는 우리 즉 고객의 생각과 욕구 그리고 가치를 반영하여 사고 싶고 타고 싶은 자동차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당연한 명제이다. 이 만든다는 행위의 실제적 어려움은 기계적 시스템의 경우에는 목적함수를 최적화하는 설계 변수의 설정 또는 시스템의 모델링(즉, y=f(x))이라는 구체적이고 정량적인 이해를 추구하지만, 우리 사람들의 욕구와 가치란 매우 추상적 개념이기 때문이다.

특히, 자연과학적 사고를 가진 개발자들에게는 추상성(Abstraction)을 합리적으로 이해하고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영역이기도 하고 때로 모순적이기도 하다. 마치 화덕에서 막 구워져 나오는 피자를 보면 먹어보지 않았던 사람조차 입에 침을 고이게 하지만 정확히 피자의 어떤 설계요소가 우리를 그렇게 만드는지를 정량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지난한 일이다. 

또한, 우리는 왜 많은 사람들이 명품을 갖기를 원하는지를 이해하는 것 같지만 설계자로서 어떤 설계요소가 이 명품성(Luxury)을 결정하는지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수천불을 호가하는 태그 호이어 시계(Diver’s watch로 시작)가 잠수부에게는 당연히 가치(Value)를 인정받을 수 있겠지만 전혀 잠수할 일이 없는 대부분의 우리에게 왜 구매력을 갖는가를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다. 지나간 일이지만 BMW가 초기에 iPod를 센터콘솔 표면에 꼽을 수 있도록 전용 커넥터를 설치했을 때, 다른 메이커들은 애플의 iPod 뿐만 아니라 비애플 타입의 MP3 플레이어를 접속할 수 있도록 2가지 커넥터를 모두 설치하여 대부분의 소비자를 만족시키고자 하였다. 과연 어느 설계가 합리적이었는가? 합리적으로는 생각해보면 후자이겠지만 BMW는 자차에 iPod가 어울린다고 판단했고 실제 대부분의 BMW 구매자는 차에 걸맞게 새로 iPod을 구입하였으며 불만은 미미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개발자로서의 우리는 고객의 자동차에 대한 인지적 사고 방식(가치 부여)을 정성적이던 정량적이던 이해(흔히 사용자 모델링이라고 표현)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y = f(x)의 y)는 일원적(선호도로서 표현되는 하나의 인지적 척도)인가를 살펴봄으로써 이해를 시작해 볼 수 있다.

잠깐 역사를 되돌아보면 고대 로마의 건축가 비트루비우스(Vitruvius, BC 1세기)는 사람을 위한 설계가 만족시켜야 하는 요소를 Firmitas(firm), Utilitas(useful), Venustas(pleasing)의 3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이를 오늘날의 언어로 번역하면 제품(이 당시는 건축물)은 기본적으로 내구도와 같은 하드웨어 품질을 갖추어야 하고, 우리가 쓰기 좋도록 사용성을 담보해야 하며, 우리의 마음에 들도록 감성이나 정체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는 우리가 제품에 대한 가치를 다원적으로 부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첫째, 사용성(Usability)은 우리가 부여하는 가장 기본적인 가치로 잘 보고(시인성), 빠르고 쉽게 하고(조작성), 힘 안들이고 편하게(편이성) 사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부여되는 가치이다. 예를 들어 차량 대시보드 또는 센터페시아에 있는 디스플레이는 끊임 없이 커져왔고, 버튼은 운전자와 근접도록 스티어링 휠이나 높아진 센터콘솔로 재배치되어 왔다. 이 기본 가치는 대부분의 인간들에게 공통적(Common characteristics)으로 작용하며, 고객의 특성에 따라 그렇게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즉, 설계원칙화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스티어링 휠의 최적 위치는 운전자의 사이즈(키, 배둘레 등)에 따라 최적위치가 변하지만 실상 이를 변수화시켜 제거하면 자세적 동질성을 갖는다. 디스플레이의 최적 위치도 눈의 위치에 따라 변하지만 동일한 눈의 위치를 기준으로 디스플레이의 위치는 동일하다. <그림 1>은 전형적인 사용성(상방시계 시인성)의 한 예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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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제품을 직접 사용하거나 구매할 때, 즉, 시각적으로 보거나 촉각적으로 접촉할 때 얻어지는 감성(Affection)적 가치이다. 이 감성적 가치는 심미적(Aesthetic) 가치일 수도 있고, 인지적 가치일 수도 있다. 이 가치는 고객이 살아 온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되고, 보다 추상성이 높아지며 다원적이다. 예를 들어 차량내 착석 시에 얻게 되는 감성은 좌석으로부터의 안락감이나 거주감, 기류에서 얻어지는 쾌적감, 시야에서 오는 개방감, 내부 전반적인 고급감 등이 복합되어 감성을 형성한다. 또한 이 감성은 시간 경과에 따라(자동차 내장의 경우 3~5년을 주기로) 점차 변화한다. 일반적으로 고객 감성을 이해하기 위해 다변량 통계 기법을 사용하여 감성 모델링을 하기도 하며, 사람에 따라 변화가 큰 복합적이고 다차원적인 가치를 파악하기 위해서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UX)의 모델링 방법을 적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세단 등 다른 차종에 비해 SUV의 장점으로 시야적, 자세적 편이감, 다기능성 등을 꼽지만 SUV의 고급감(Luxury) 또한 매우 중요한 감성요소이다. 그렇다면 이 고급감은 차량 설계요소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유럽에서는 관찰되지 않지만 미국 소비자 특히 부유층에게 SUV의 고급감은 험비 차량에서 느껴지는 것과 같은 본넷의 전폭 확대에서 얻게 되는 압도감(Dominance)이 큰 역할을 한다는 리포트도 있다.

마지막으로 고객에게 중요한 가치는 정체성(Identity)이다. 이는 경영학에서 말하는 경쟁우위(Competitive advantage)의 한 축인 차별화로 생각할 수 있으나, 특정 제품이 우리에게 주는 연상이나 긍정적이고 적극적(Conative)인 이미지로 표현되는 가치이다. 이 가치는 매우 추상성과 모호성이 높지만 고객 충성도(Loyalty)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선도 기업군에 들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승용차의 선도기업(Best Practice)으로서 오랫동안 고급 승용차의 대명사는 벤즈가 차지해왔다. 2차대전 후 뒤늦게 이 경쟁에 뛰어든 BMW는 정숙, 고급의 정체성으로는 벤즈를 따라갈 수가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자동차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또 다른 정체성인 역동성(Dynamism)을 정립한 후 외관 스타일링부터 내장의 i-drive까지 일관된 설계관을 형성함으로서 선도기업이 될 수 있었다.

전술한 다원적 고객 가치는 기업의 발전에 따라 연대기적으로도 변화해 왔다. 1980년대에는 제품의 고객 품질 향상을 담당하는 UI(User Interface) Designer(설계자와 디자이너를 통칭)가 제품의 기본 가치인 사용성을 확보하고자 역할을 해왔으며, 1990년대를 지나며 글로벌화가 진행됨에 따라 점차 경쟁이 심화되어 기업 또는 제품간 경쟁우위 또는 비교우위를 담보하기 위한 고객과 제품과의 감성적/인지적 상호작용이 중요해졌으며, 이를 UI(User Interaction) Designer가 담당하였다. 2000년대에 들어 기업 경쟁이 소수 기업에 의한 과점(Oligopoly) 형태가 됨에 따라 제품의 차별적 요소 확보가 절실해졌고 고객의 잠재 욕구 탐색을 위한 고객 행태(Customer behavior) 연구가 본격화 되었다. 마케팅 분야에서는 고객의 행태가 고객의 특성(예를 들어 고객/시장 세분화(Segmentation)에 이용되는 지역적 특성, 인구통계학적 특성, 심리적 특성, 행태적 특성) 별로 상이하며, 특정 세그먼트는 특정한 경험(UX)을 공유한다고 파악한다. 따라서 고객 행태나 사용자 경험을 체계적으로 조사하기 위해서는 세분된 다양한 고객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상당히 넓고 깊은 데이터가 요구되어 최근 발전하고 있는 빅데이터 기법을 활발히 적용하는 것이 필연적이다. 물론 UX란 용어는 도널드 노먼에 의해 이미 90년대 중후반에 이미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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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고객 행태를 규정하는 사용자 경험이란 마케팅에서 언급되는 시장세분화 개념과 연계 되어지며, 제품 개발시에 보다 충실하게 고객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여러 세그멘트를 고려하기보다 특정한 세그먼트에 집중하는 경향이 심화되었다. 이는 개발자에게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이 누구이며 무엇을 원하는지 보다 선명하게 연상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의 소나타를 고객중심적으로 개발하기 위하여 현재의 고객을 실제로 조사해보면 아마 거의 모든 국민(면허소지자)이 포함될 것이며, 개발자에게 고객이란 그저 뿌옇게 안개가 낀 모습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설계되는 차량도 전혀 차별적이거나 특색을 지니지 못 할 것은 자명하다.

그렇다면 개발 시에 사용자 경험은 어떻게 조사되고 이로부터 새로운 혁신/아이디어 또는 고객 가치의 실현이 가능할까? 우리가 잘 아는 사이드미러(Rearview mirror)에 설치된 방향등(Directional light)이 어떻게 개발, 도입 되었을지 상상해보자. 어느 회사의 차기모델 개발회의에서 누군가가 사이드미러에 방향등을 설치하자고 제안했을 때 개발팀의 동의가 가능할까? 이미 앞뒤에 4개 그리고 앞바퀴 뒤, 사이드미러 아래 추가 2개 방향등이 설치된 상황에서 몇십 mm 위에 추가적 방향등 2개를 설치하자는 안이 쉽게 동의를 얻기는 원가 측면에서도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캐딜락이 처음으로 도입한 이후 워낙 소비자 반응이 좋아 현대차도 에쿠우스를 필두로 경차에까지 가장 빨리 전파된 신기능의 하나가 되었다.

누군가가 먼저 하면(Product leader) 그 다음을 쫓아가는 것(Fast follower)은 비교적 용이하다. 회의에서는 앞선 모델들의 장단점을 분석(벤치마킹)해서 장점을 취한 후 설계에 반영하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캐딜락은 어떻게 처음으로 신기능을 도입하였을까? 이를 제안한 개발자는 아마도 주행중 가장 어려운 경험의 하나가, 특히 초보 운전자, 여성, 운전약자들에게는, 차선 변경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였을 것이며, 방향등을 켜도 많은 경우 무시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 때, 상대 운전자의 눈높이에서 강화된 방향등의 점멸은 어쩔 수 없이 비켜주게 되는 강한 심리적 경험(경찰차나 응급차를 상상해보자)을 불러올 것이라는 사실을 팀에게 설명할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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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사례는 요즈음은 고속도로 톨게이트가 대부분 하이패스가 설치되어 쉽게 지나가지만, 과거에는 모든 게이트가(아직도 일부 게이트는) 표를 뽑게 되어있다. 우리는 가끔 여성운전자가 발권기에서 약간 더 떨어져 차를 세워 표를 뽑는데 상대적으로 긴 시간을 보내는 경우를 목격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일부 남성 운전자들은 앞에 있던 여성 운전자가 시간을 지체한다는 이유로 여성이기에 운전 미숙이라는 차별적 언어를 경험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험으로 인해 도어의 벨트라인을 설계할 때는 여성의 발권 자세를 고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 이러한 여성 운전자의 행동은 운전의 미숙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들의 차량 안전에 대한 보수성이 남성보다 높기 때문이다. 즉, 단순한 인구통계학적 특성의 차이라는 것이다.

사용자 경험이 중요한 사례들은 최근 가속화되는 각종 신기능의 도입 시 발생한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다양한 수준(Level 2~Level 5)에서의 자율주행 기능에 대한 고객의 행태이다. 대표적으로 고려해야할 행태는 신기능에 대한 고객의 수용도(Acceptance)로서 이는 어느 수준의 자율수준 기능을 어떤 모델부터 순차적으로 적용하는 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주로 주말에 차량을 단거리로 이용하는 30대 직장 남성을 타겟으로 하는 낮은 클래스의 SUV를 개발하고자 할 때, 높은 수준의 자율주행기능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자. 의외로 젊은 남성 직장인의 경우 신기술에 대한 수용도가 높을 것으로 판단할 수도 있으나 실제 상당수의 30대 남성 고객들은 자신의 주행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높고 사고에 대한 위험 인식이 낮아 자율주행을 (가격에 비해) 오히려 선호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안전성(Safety)에 대한 인식이 높아 자율주행을 선호한다. 아울러 남성의 경우에도 43~46세를 넘어가면서 안전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자율주행에 대한 수용도가 높아진다.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신기능 도입 시 주의해야 할 점은 개발 차량 타겟 고객의 혁신성 정도와 그 차량에 도입되는 신기능 수용에 대한 고객의 혁신성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신기능 개발과 적용은 신제품 개발과 마케팅시 언급되는 확산 이론(Diffusion Theory)을 고려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마케팅에서 고려하는 주고객은 다수고객(Early majority/Late majority)이나 신제품/신기능의 경우 주고객이 Innovator 또는 Early adopter이므로 신기능을 보는 사용자의 경험은 혁신성에 있어서 근본적인 차이(Chasm이 존재)를 가져 온다.

또 한가지 언급할 점은 일반적인 전자제품의 사용자 경험과 자동차의 사용자 경험은 “안전”이라는 요소에 의해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상당수의 기업이 제품 정체성 측면에서 “Fun”을 들고 있으며, 전자제품의 경우 Fun은 Risk-taking적 측면이 있으나, 자동차의 경우 구현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따라서 일반적인 제품(실제 상당한 UX case studies는 모바일 폰이나 앱 개발에 대한 것임)의 사용자 경험 해석과 아이디에이션은 자동차의 경우 안전이라는 필터를 통과해 재해석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고객 행태를 이해하고 이를 사용자 경험으로 체계화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데이터를 얻어야 하며, 이 데이터의 시의성(Timeliness)을 담보하기가 용이하지 않아, 최근 자동차업계에서도 빅데이터 기법의 적용이 활발하다. 알다시피 빅데이터란 대량(Volume)이며, 변화가 빠르고(Velocity), 다양(Variety)한 데이터를 의미한다. 이러한 데이터로부터 사용자 경험을 체계화 하기 위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어 관련 연구들의 융복합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 빅데이터의 중요성은 2018년 스웨덴의 한 연구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자율주행의 일종인 ACC(Active Cruise Control)와 PA(Pilot Assist)를 비교했을 때 고객들은 유사한 기능이지만 초기에 스티어링을 맡기는데 대한 저항이 높음을 알 수 있다. 즉 PA(5%)에 비해 ACC(95%)를 선호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자율주행에 적응해 가는 과정에서의 고객들의 사용자 경험의 변화를 이해하는 것 역시 상당히 흥미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글 / 정의승 (고려대학교)

출처 / 오토저널 2022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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