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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임러 최대 주주가 된 지리자동차, 그 뒤의 행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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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유일한(chepa@global-autonews.com)
승인 2018-06-03 21: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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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말, 자동차 부문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지리자동차의 리수푸 회장이 약 70억 유로(약 8조 8천억원)를 써서 다임러 그룹의 지분 9.7%를 매입한 것이다. 그는 지분 매입을 통해 기존의 쿠웨이트 정부펀드를 젖히고 다임러 그룹의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중국 자본의 해외 잠식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중국 자본의 잠식을 막으려고 했던 독일 정부와 다임러 그룹은 예상치 못한 반격을 당한 셈이다.

 

리수푸 회장은 2017년에도 다임러의 지분을 인수하겠다고 외치면서 러브콜을 보냈다. 그러나 다임러 그룹은 자본금을 늘릴 생각도 없었고, 중국 자본의 잠식도 그렇지만 현재 중국에서 협업하고 있는 베이징자동차(BAIC)와의 관계를 틀 생각도 없었기에 단칼에 거절했다. 그 뒤 리수푸 회장은 미국의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 등의 도움을 빌어 비밀리에 주식을 사들이는 방법으로 다임러의 지분을 조금씩 손에 넣었다.

 

그는 투자은행의 조언을 받아들여 다임러 주식을 소량만 직접 사들였고, 나머지를 매입할 때는 기존 주주가 정해진 가격에 다른 이들보다 앞서서 주식을 구매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과 파생상품 등을 이용했다. 주식 자체는 은행이 계속 갖고 있으니 주식 매입 보고 의무도 피할 수 있었고, 주식시장도 과열되지 않아 구매 비용도 상당히 절약됐다. 급작스럽게 지분 매입 사실이 발표되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구매를 권장하는 중국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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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수푸 회장이 중국 정부 관계자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현 주석인 시진핑은 저장성 당서기 시절부터 오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래서인지 중국 CCTV에 출연한 리수푸 회장은 다임러 지분 인수에 대해 “중국 자동차의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며, 국가 전략에 따르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독일에서 이야기한 것과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는 것인데, 이로 인해 다임러 내에서는 불안의 시선이 가득하다.

 

리수푸는 지분 인수 이후 독일 총리와 면담을 가졌고 경제부 장관과도 만났으며, 중도우파에 가까운 ‘기독교민주연합’의 원내대표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는 다임러의 지분을 인수한 것이 정치적 목적이 아니며, 전동화 자동차와 자율주행 분야의 협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자신이 중국 정부의 영향을 받지 않는 단순한 민간 사업자라고 강조했다. 물론 그 말을 그대로 믿기에는 시진핑과의 관계가 너무 각별하지만 말이다.

 

중국 정부는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중국 기업으로 하여금 적극적으로 외국 기업을 인수하도록 권장해 왔다. 최근에는 공격적인 인수를 자제한다는 소문도 돌고 있지만, 볼보와 블랙캡은 둘째치고라도 로터스와 프로톤까지 잇달아 인수하고 있는 리수푸 회장의 광폭 행보를 보면 공격적인 인수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것 같다. 국내에서도 금호타이어를 중국 더블스타 그룹이 인수하는 등 중국 자본의 잠식은 점점 진행되고 있다.

 

리수푸가 달갑지 않은 다임러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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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수푸 회장이 다임러 그룹의 지분을 인수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다임러 그룹은 방어적인 태도를 보였다. 특히 중국의 기존 합작사인 베이징자동차와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는데, 사실 중국에서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기존 합작사를 소홀히 할 수 없다. 기존 합작사와의 관계를 깨게 될 경우 어떻게 될 것인지는 2017년에 아우디가 확실하게 겪었기 때문이다. 아우디는 중국 남부에서 새로운 합작사를 찾았다가 북부에 있는 기존 합작사를 화나게 했고, 결국 중국 내 딜러들이 차량 판매를 거부하는 바람에 수익이 급격히 하락했던 전력이 있다.

 

다임러 그룹이 현재 갖고 있는 전동화 자동차 그리고 자율주행차 기술이 리수푸 회장을 통해 중국으로 흘러가는 것도 경계할 일이다. EQ 브랜드로 대표되는 전동화 자동차와 자율주행차 기술에 있어서 다임러 그룹은 상당한 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몇 년 내로 상용화도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기술들이 중국으로 흘러간다면, 정작 중국 시장에서 다임러 그룹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은 물론 수출 전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실 그보다 더 다임러 그룹이 걱정하는 것은 대주주인 리수푸 회장이 그룹의 사업전략 정보를 열람하거나 참견하는 것이다. 만약 다임러 그룹의 전략으로 인해 볼보 또는 로터스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 리수푸가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 이에 반대표를 던지거나 최소한 정보를 미리 알고 다른 기업의 사업전략을 반대로 트는 것 정도는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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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임러 그룹은 현재 그룹 자체를 승용차, 상용차, 서비스 부문으로 나눈 뒤 개별적으로 상장할 계획을 갖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리수푸 회장 외에도 중국의 투자자들이 더욱 더 다임러 그룹을 노릴 수 있다. 그런 위험을 피하기 위해 이제는 그룹을 바꿀 수 있는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지 않을 가능성도 커진다. 투자전문업체 에버코어(Evercore)의 한 관계자는 ‘대형 프로젝트를 기피하게 될 다임러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일이 어떻게 될 지는 알 수 없지만, 리수푸 회장은 이제 디터 제체 회장은 물론 다임러 그룹의 최고 경영진들에게 당당하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얼굴을 찌푸리고 있을 디터 제체 회장의 심기는 불편할 것이다. 그가 리수푸 회장을 어떻게 대할지는 알 수 없지만, 리수푸 회장이 볼보에 그랬던 것처럼 장기 투자를 진행하고 브랜드의 정체성을 보존해 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도 리수푸 회장의 다임러 지분 인수를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국제 시대에 있어 국내 자본과 해외 자본의 경계가 애매모호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해외 자본의 잠식으로 인한 기술 유출 등을 두고 볼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고보니 이미 쌍용차와 상하이자동차 사태를 일찍이 겪은 기업과 정부인데도 해외 자본에 대해서는 별 말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더블스타그룹의 금호타이어 인수와 같은 사태가 발생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에 대한 방어는 지금이라도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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