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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대행이 모터사이클 문화를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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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유일한(chepa@global-autonews.com)
승인 2018-07-30 01:3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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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2월의 어느 날, 서울 영등포 문래동의 한 사거리에서 젊은 피자배달원이 운전하던 모터사이클이 신호위반 버스와 충돌해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배차시간을 맞추기 위해 신호위반을 감행한 버스도 문제였지만, 당시 업체에서 정해진 배달시간을 맞추기 위해 전방의 상황을 확인하지도 못하고 신호만 보고 진입한 모터사이클 운전자의 상황이 알려지면서 그 뒤로 모터사이클 배달 문화에 대한 많은 논의가 이루어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결론적으로는 당시 유행하던 ‘주문 후 30분내 배달’이 폐지되면서 상황은 일단락되는가 싶었다.

 

그리고 현재, 배달에 대한 상황은 아직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아니, 교묘하게 더 나빠지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 시점이 언제인지는 정확하게 짚어낼 수 없지만, 기자는 최근 CF 등을 통해 세를 확장하고 있는 배달대행 업체들이 난립하면서부터 더 나빠지고 있다고 보고 있으며 다른 전문가들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배달대행 앱들의 시스템을 자세히 보고 있으면, 이러한 결론에 도달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 그래서 이번에는 배달대행 앱으로 인해 망가지고 있는 모터사이클 문화에 대해서 짚어보고자 한다.

 

음식점이 책임지지 않는 배달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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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대행 앱은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장의 입장으로써는 ‘구원의 메시아’와 같은 앱일 것이다. 배달원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도 음식 배달을 진행할 수 있고, 배달과 관련된 사고와 배상 등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직접 대면할 필요가 없어 그만큼 돈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자와 친분이 있는 한 음식점은 배달앱이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음식 포장만 가능했는데, 배달앱이 생긴 후 주문이 늘어 그만큼 더 수익이 생기고 있다면서 환영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다른 음식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배달대행 앱의 대부분이 ‘배달 시간제한’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업체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그곳에서 사용하는 배달앱의 경우 주문 후 전체 배달 제한시간까지 40분만이 주어진다. 빠른 조리가 가능한 음식이라고 해도 맞추기 빠듯한 시간인데, 음식점의 사정 또는 음식의 특성 상 조리가 늦어진다고 하면 배달 제한시간을 맞출 수 있는 방법은 ‘좀 더 빠른 속도로 배달하는 것’ 외에는 없다. 제한시간을 초과하면 고객이 수령을 거부할 수 있고 이 때 발생하는 손해는 음식점이 아니라 배달원이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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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황에서 과연 배달용 모터사이클은 제한속도를 지킬 수 있을까? 제한속도만 위반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아직까지는 한국에서 금지되어 있는 ‘주행 중 레인 스플리팅’을 구사하는 것도 낫다. 횡단보도가 있는 대로에서 보행자 신호를 무시하고 그대로 주행하거나 정체로 막히는 도로를 가로지르기 위해 허용되지 않는 자전거전용도로 또는 인도를 이용하여 주행하는 등 ‘찰나의 판단으로 인해 대형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만약 넓은 사거리 또는 오거리에서 고속 주행 중 신호위반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한다면, 그 뒤는 상상하기가 꺼려진다.

 

물론 배달 라이더들의 교통법규 위반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과속도 신호위반도 어디까지나 핸들바를 붙잡고 있는 라이더들이 선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단지 그런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는 원인은 짚어놓자는 것이고, 어떤 식으로든 이를 개선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자는 것이다. 법이라는 것이, 규제라는 것이 한 번 만들어놓으면 만사형통인 것이 아니라 상황과 세월에 따라 변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원인들을 알고 또 다른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변 정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저배기량 모터사이클은 도로의 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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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사이클을 자주 이용하는 기자의 입장에서도 모터사이클이 ‘도로의 약자’라고 여겨질 때가 꽤 있는데, 그나마 기자의 경우에는 택시와 몇 번 시비가 붙은 것 외에는 무난한 라이딩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런데 다른 모터사이클, 특히 업체의 배달용 모터사이클을 타는 라이더들은 다른 운전자들과 시비가 자주 붙는 것은 물론 공개적으로 모터사이클에 욕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통계적으로 조사를 제대로 진행할 수 없었기에 개인적으로 지인들의 상황과 의견을 모아본 결과는 저배기량 모터사이클들이 ‘도로의 약자’로 여겨지는 상황이 많다는 것이었다.

 

기자가 탑승하는 모터사이클은 스즈키 버그만 200으로, 저배기량에 가깝지만 크기가 있어 작게 보이지 않는 모터사이클이다. 지인들이 탑승하는 모터사이클도 BMW R 1150 R, 혼다 CB 1100 등 제법 크기가 있는 모터사이클들이라 시비가 붙은 적이 적다고 한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대배기량 모터사이클과 125cc 저배기량 모터사이클을 동시에 갖고 있는 한 라이더의 경우, 저배기량 모터사이클 탑승 시 시비가 붙은 적이 더 많다고 증언했다. 지인들만의 증언이기에 더 섬세한 분석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나름대로 내린 결론을 종합하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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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에 사용되는 모터사이클들은 대부분 125cc 이하의 모터사이클들이고 크기가 작다. 여기에 배달을 위한 대형 박스를 장착하고 있으니 눈에 띌 수밖에 없는데, 다른 차량들이 이를 보고 만만하게 판단한다는 것이다. 일전에 경차를 시승했을 때 이와 비슷한 시선을 느낀 적이 있는데, 차선 변경을 위해 방향지시등을 켜는 순간 후방의 차량이 갑자기 속력을 내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매너가 좋지 않은 운전자들에게는 125cc 이하의 배달 모터사이클들이 경차와 비슷한 도로의 점령자로 보이는 듯 하다.

 

개발자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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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이 모든 재앙의 시작은 배달앱이 등장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배달앱을 개발한 입장에서는 스마트폰과 함께 프로그램의 개발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외치면서 기술의 발전을 논하고 있겠지만, 그 기술의 발전은 적어도 배달업에 종사하는 라이더를 위해 발전한 것은 아닌 게 분명해 보인다. 배달앱으로 인해 벌이가 더 증가했다든지, 좀 더 여유로운 생활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고 증언하는 라이더들이 없는 것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지금까지 지적되고 있는 배달앱의 문제들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들 중 대부분은 배달앱의 구조를 손보면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배달 제한시간 40분’을 유지하고 싶다면 주문 후 카운트가 아니라 음식이 완성된 후 배달 라이더가 수령한 후부터 카운트를 시작하도록 바꾸면 된다. 음식점이 배달 주문을 수령하는 기준도 단순하게 ‘음식점 기준 반경 몇 km’가 아니라 ‘음식점 기준으로 배달지역까지 도로 상 거리와 교통상황을 반영한 형태’로 바꾸면 된다. 이미 네비게이션 앱에서 가능한 일이 배달앱이라고 불가능할 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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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배달 라이더들이 돈을 더 벌기 위해 한계 이상의 배달주문을 수령하는 상황을 프로그램으로 막는다든지, 조금만 머리를 더 굴려보면 현재의 배달앱에서도 개선할 사항이 상당히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어떤 음식이든 모두 배달해주는 것도 지양해야 할 사항이다. 최근에 팥빙수도 배달해준다는 배달앱의 선전을 볼 수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지금과 같은 기록적인 폭염이 지속되는 시기에 팥빙수를 배달한다는 것은 위험하다고 본다. 라이더들이 음식을 유지하기 위해 과속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국물로 인해 불기 쉬운 국수 등도 이런 위험을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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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하는 이야기들이 비슷하다. 바로 ‘나는 기술을 만들기만 했을 뿐, 사람들이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 망치는 본래 벽에 못을 박기 위한 도구이지만 누군가는 망치로 사람을 해칠 수도 있다. 그건 망치의 잘못도 아니고, 망치를 만든 사람의 잘못도 아니다. 그러나 이런 핑계를 대고 도망가기만 한다면, 그건 비겁한 일이다. 그것은 윤리라는 것을 내팽개친 채 기술만 진화시켰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윤리성은 과학자와 공학자들이 반드시 가져야 하는 문제다. 다양한 로봇을 개발한 데니스 홍 교수 역시 사람을 구하기도 하지만 반면 해칠 수도 있는 로봇을 두고 많은 고민을 하고 있고, 자신이 개발한 기술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항상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자신이 개발한 기술을 조금 더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갈 생각 없이 ‘나는 개발만 할 뿐,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은 다른 인간들의 몫’이라고 주장한다면, 개발자들에게 그리고 배달앱에게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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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배달대행 앱의 구조로는 한국의 모터사이클 문화는 ‘계속 망가진 채’로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망가져 갈수록 모터사이클을 통한 배달은 점점 더 힘들어지게 될 것이다.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망가져가는 모터사이클 문화를 지켜보던 경찰청이 ‘모터사이클을 도로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규정을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 많은 배달은 모터사이클이 아닌 ‘트위지’가 처리하게 될까? 극단적으로는 배달이라는 직종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그런 일이 오기 전에, 배달대행 앱은 물론 라이더, 운전자 등 모두가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진지한 고민과 환경에 대한 생각,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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