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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루이스 해밀턴’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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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유일한(chepa@global-autonews.com)
승인 2018-08-30 01:06:41

본문

그 동안 수입차들이 주로 차지하고 있던 고성능 모델들 속에서 국산 고성능 브랜드인 현대차의 N 브랜드가 등장한 지 몇 년이 지났다. 그리고 이만 리 타국에서 첫 번째 N 브랜드 모델의 탄생을 그저 눈 뜨고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경험을 한 후에야 두 번째 N 브랜드 모델인 ‘벨로스터 N’을 드디어 국내에서도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성능도 성능이지만, 퍼포먼스 모델로써는 저렴하다고 할 수 있는 가격도 매력적이다.

 

기자는 벨로스터 N에 상당한 기대를 갖고 있다. 어쩌면 그리 흥행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의 모터스포츠 문화를 살려줄 수 있는 모델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고성능 모델이라는 것이 그리 많이 판매되는 모델은 아니지만, 그 동안 심심한 자동차들을 주로 만들어 오던 현대차에게 고성능 자동차도 잘 만들 수 있다는 이미지를 새겨줄 수도 있다. 그 동안 현대차라고 하면 늘 꼬리표처럼 따라붙던 품질 문제도 벨로스터 N에서는 잠잠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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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제는 정작 다른 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벨로스터 N 출시와 함께 서킷에서 일반인들을 상대로 개최된 행사에서는 사고가 일어났다. 한 고객은 차량을 수령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엔진 블로우가 일어났다면서 차량의 결함을 주장했다. 그러나 정밀한 조사 결과 두 사고 모두 차량 결함이 아닌 ‘운전자의 운전 미숙’으로 드러났다. 서킷에서 다른 차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만의 주행 라인을 그리다가, 시프트 다운 시 엔진 회전을 정확히 체크하지 않았다가 사고를 낸 것이다.

 

자동차의 능력 ≠ 운전자의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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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남성 운전자들에게 자신의 운전 실력에 대한 평가를 부탁하면, ‘자신의 운전이 아직 미숙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심지어 고성능이 아닌 평범한 중형 세단을 타고 서킷은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는, 와인딩 로드조차 주행해 본 적이 없는 운전자들도 운전 실력에 대해서는 자신감이 넘친다. 자신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주로 경제적 사정이다) 평범한 자동차를 타고 있지만, 고성능 스포츠카만 주어진다면 상대가 누구든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왜인지 삼지창 엠블럼을 적용한 스포츠카를 갖고 있던 어느 민정수석의 아들이 생각난다. ‘코너링 실력이 좋았다’는 그의 운전에는 분명히 잘 만들어진 스포츠카의 성능도 한 몫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고성능 스포츠카의 성능은 그 자동차 자체의 능력이지, 스티어링을 쥐고 있는 운전자의 능력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동안 탑승하고 있던, 다른 이들이 운전하고 있는 자동차보다 속도도, 가속도 빠르고 코너링 능력도 우위에 있으니 돋보이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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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카의 능력보다 더 중요한 것이 운전자의 능력이고 그것이 기본이지만, 이상하게도 운전자의 운전 능력을 익히고 단련하는 데 소홀한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자동차 제조사에서 주최하는 ‘드라이빙 스킬 교육’에서 맨 처음 지도하는 것이 ‘올바른 운전을 위한 포지션 설정’인데, 이 과정을 상당히 귀찮아하고 바로 다른 교육으로 넘어가자고 하는 운전자들도 상당히 많다. 그렇다고 그들의 드라이빙 스킬이 출중한 건 결코 아니다.

 

조금 더 심각한 것은 이런 경향이 ‘조금 더 운전을 익힌’ 운전자들에게서 더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운전 실력으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프로 레이서가 ‘드라이빙 스킬 교육’을 개최한 적이 있었는데, 이 교육에 참가한 운전자들 중에는 서킷을 주행한 경험이 있는 아마추어 레이서들도 있었다. 그런데 그들 중 상당수가 ‘브레이크를 밟는 것만을 반복하고 있다’면서 교육을 제대로 이수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들이 어떤 상황에서든 브레이크를 제대로 걸 수 있는 기술을 가졌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절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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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운전 실력에 대한 자신감만은 상당하다. 모터스포츠의 최고봉이라고 하는 F1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발휘하고 있는 레이서인 ‘루이스 해밀턴’조차 상대가 되지 않으며, ‘니코 훌켄베르크’는 제대로 된 운전조차 모르는 애송이라고 말한다. 설령 아마추어 레이스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도 자동차 또는 서킷의 상태에 대해서 주로 논할 뿐, 자신의 운전 실력이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는 작년도 수퍼레이스 챔피언인 김종겸 선수의 상대조차 되지 못하면서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예전에 어느 한 아마추어 레이서의 발언을 듣고 충격에 빠진 적이 있다. “운전을 잘 했는데 자동차가 받쳐주지 못했고 아무런 전조도 없이 엔진 블로우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자동차가 그렇게 허술하게 만들어지는 제품도 아니고, 만약 정상적인 운전을 했음에도 엔진 블로우가 발생했다면 반드시 전조를 보내기 마련이다. 레이스 머신처럼 기록을 남기는 자동차가 아니었기에 원인 파악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지만, 이 사건 역시 나중에 운전 미숙으로 결론이 났다.

 

성숙한 레이스 문화가 이루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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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운전자들을 보고 있으면, 고성능 자동차가 국내 시장에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직은 멀었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한국지엠이 판매에 실패했던 스포츠카인 G2X가 떠오른다. 자동차가 유희 또는 취미가 되지 못했던 당시, 스포츠카를 판매했던 경험이 전혀 없었던 한국지엠은 G2X 판매에서만큼은 아마추어에 가까웠고, 한국 시장은 스포츠카의 최종 형태에 가까운 ‘고성능 경량 로드스터’를 상당히 낮설어했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 지금, 벨로스터 N 역시 비슷한 저항을 겪고 있다. 그나마 G2X에 비해 사정이 나은 것은, 벨로스터 N 이전에 스쿠프, 티뷰론, 투스카니 그리고 제네시스 쿠페로 이어지는 스포츠 라인이 있다는 것이다. 고성능에 대한 헤리티지는 이어져 있고, 이제 남은 것은 이러한 고성능 모델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운전자의 성숙이다. 그것이 스킬이든, 마음가짐이든 말이다. 자신의 운전 스킬에 대해서 자신을 갖는 것은 좋지만, 한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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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기자에게 ‘스포츠 드라이빙’을 가르쳤던 스승의 말이 떠오른다. “그저 빨라지려고만 하지 말고 한 동작을 하나씩, 자연스러우면서 부드럽게 이어나갈 것. 그리고 자신을 절제할 줄 알 것. 자동차는 즐거움도 주지만 한 순간에 흉기로 돌변할 수도 있기에 언제나 마음을 다스리며 운전을 익힐 것. 당장 빨라지는 것보다 오랫동안 경쾌한 운전을 즐기는 것이 더 큰 기쁨이다”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고성능 모델을 오랫동안 즐기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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