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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를 멀어지게 만든 이세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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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유일한(chepa@global-autonews.com)
승인 2019-02-22 01:55:45

본문

흔히 ‘인간 대 인공지능’이라고 불리는 대결이었던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가 끝난 지도 어느 새 3년이 흘렀다.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인공지능인 알파고와 한국의 프로 바둑기사인 이세돌이 대결한 이 경기는 결과적으로는 4:1로 알파고의 승리로 끝났다. 그리고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기는 것을 보면서 그 발전을 이야기했고 인공지능이 앞으로 인간의 일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 : 유일한(글로벌오토뉴스 기자)

 

그러나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그러기에는 아직 인공지능은 불완전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사실 이 대결을 시작하는 시점에서도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프로그래머들은 알파고가 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16만 개의 기보를 익히고 딥러닝을 반복하며 3,000만 개 이상의 착점을 학습하고 만만의 준비를 마친 알파고이지만 이세돌이 네 번째 대결에서 둔 78번 수가 모든 것을 혼란으로 만들었다.

 

    이세돌의 78번 수가 의미하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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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과 바둑을 두면서 알파고의 승률이 급격히 떨어진 적은 없었다. 오히려 알파고가 둔 것이 악수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절묘한 수였던 것들이 많았고, 개발자들이 그 수에 의문을 띄우는 가운데서도 알파고는 90%가 넘는 승률을 점치고 실제로 그것을 실현해내 놀라움을 주었다. 알파고를 개발한 프로그래머들도 ‘인간이 두지 않는 창의적인 수’를 두는 알파고를 묵묵히 지켜보았다.

 

이세돌의 3연패 이후 이어진 네 번째 대결. 이 때도 알파고의 승률이 높게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일반적으로 프로 바둑기사로써 가장 높게 올라갈 수 있는 자리인 9단 기사가 7~8수 앞을 내다본다고 알려져 있는데, 알파고는 이를 아득히 넘어 20수 이상을 기본적으로 내다본다. 실제로 알파고는 대국 시 40수 가량을 내다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를 수행하는데도 0.1초가 걸리지 않는다. 인간에 비하면 정말 빠른 판단이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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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이 78번 수를 놓는 데 걸린 시간은 7~8분이 넘었다. 그런데 이 수가 알파고에게 혼란을 주었고 승률을 급격히 떨어트린 것은 물론 인공지능의 약점도 알려주었다. 탐색 시 40수를 거의 넘지 않던 알파고는 이세돌의 78번 수 이후에 자신이 돌을 놓기 위해 95수까지 탐색을 벌였다. 그리고 나온 것은 실착이었다. 그 수 하나만으로 승률이 8%가 하락했고, 이후 10~20수를 놓는 동안 알파고는 이상한 행마를 보였다.

 

이후 승률이 18.2%로 떨어진 알파고는 다음 수에 돌을 던지고 패배를 인정했다. 구글 딥마인드 프로그래머들이 이후 알파고를 통해 복기를 한 결과 이세돌의 78번 수를 알파고가 똑같이 놓았을 확률은 불과 0.007%로 나타났다. 그야말로 1만명 중 오직 한 명만이 발견할 수 있는 수이며 이에 대해 구글 역시 무에서 유를 찾아내는 인간의 사고 능력 그 중에서도 이세돌의 능력에 경외감을 표했다.

 

사실 구글 딥마인드에게 있어 알파고의 1패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들이 관심은 가진 것은 알파고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실수는 없는지 여부였다. 그런데 이세돌의 78번 수가 알파고에게 단 한 번의 실패를 불러냈고 이후 10~20 수 동안 연이은 실패 그리고 이상한 행마를 보인 것은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알파고가 사실은 완벽하지 않으며 커다란 약점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가까이 다가올 줄 알았던 자율주행이 멀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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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은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겠지만, 자동차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발전이 필요한 곳이 바로 자율주행이다. 특히 운전자가 운전대에서 완전히 손을 놓고 시트를 돌려 휴식을 취하려면 인공지능이 자동차 주변 상황을 온전히 판단하고 사고 없이 주행할 수 있어야 한다. 흔히 레벨 4 또는 레벨 5로 분류되는 이러한 자율주행의 경지는 ‘곧 다가올 미래’처럼 여겨졌지만, 이세돌의 78번 수가 그 미래를 상당히 뒤로 밀어냈다.

 

당시 알파고가 익혔던 기보는 16만개 이지만, 자동차가 도로를 주행할 때 마주칠 수 있는 상황을 나누어보면 30만 가지가 넘는데다가 각각의 상황이 연속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그 수는 더 많아진다. 물론 알파고도 개발 종료 직전까지 진화를 거듭했고 그 즈음에는 인간의 기보 없이 자기 학습도 진행할 정도가 되었지만 지금도 인공지능은 인간과 달리 사활 수읽기에 약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에 대해서 이 방면의 전문가인 언맨드솔루션의 문희창 대표와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는데, 2016년 당시에도 그랬지만, 그로부터 시간이 한참 흐른 2018년에도 ‘완벽한 자율주행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의견을 비친 적이 있다. 현재도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이 자율주행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보면 비상 시 운전자가 개입해야 하는 레벨 3는 2025년 즈음에 등장한다고 하나, 그 이후의 레벨 달성은 구체적인 시기를 확약하는 곳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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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인공지능의 발전을 생각하면 사고 확률 자체는 정말 크게 줄어들어 있을 것이다. 인간의 운전보다 인공지능의 운전이 더 안전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만약 자율주행차가 특정한 상황과 마주쳤을 때, 그러니까 이세돌의 78번 수와 같은 절묘한 상황과 마주했을 때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결국 사고의 위험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더 걱정되는 것은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그 하나만의 행동이 아니라 연속적으로 판단 미스를 벌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장애물을 감지하고 감속하는 데 실패한 데 이어 다음 판단이 될 수 있는 스티어링 조작도 실패하고 안정적인 운전 대신 차체를 흔들어버리는 등 여러 행동이 이어져 결국 작은 부상으로 끝날 수 있는 사고를 대형사고로 만들어버릴 가능성도 있다. 안전하기 위해 만든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이 오히려 대형사고를 내는 것이다.

 

과연 그런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있다고 할 때, 인간보다 안전하니까 사고 확률을 감수하고 자율주행차를 선택할 소비자들이 있을 것인지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다. 그것인 인간이 인공지능과는 다른 감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간이 교통사고를 냈을 때와 인공지능이 교통사고를 냈을 때, 과연 어느 쪽이 더 운전자 또는 소비자에게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올 것인지는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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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자체는 사라졌지만, 알파고의 기반은 아직 살아서 이제 스타크래프트 2 등 다양한 영역으로 도전을 넓히고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패배하는 광경을 보기는 정말 힘들겠지만, 만약 인간이 승리를 거둔다면 그것은 인공지능이 여전히 치명적인 약점을 개선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세돌이 둔 78번 수로 인해 자율주행차의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프로그래머들은 오늘도 완벽한 시제품을 출시하지 못하고 야근을 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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