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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레트로 머신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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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유일한(chepa@global-autonews.com)
승인 2017-02-16 01:14:34

본문

어린 시절 김정흠 박사가 저술했던 과학 관련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당시 책의 내용 중 기억에 크게 남았던 내용이 있었는데, ‘냉동인간’으로 30년 이상 수면한 후 2030년 즈음에 깨어난 주인공이 지인의 집에 갔는데 테이블 위에 촛불이 있어 깜짝 놀랐다는 것이다. 이후 지인이 ‘어두우면 불을 켜겠다’고 한 뒤 카멜레온 전등을 작동시켜 거실을 환하게 만들기는 했지만, 과학과 기술의 발전 속에서 촛불이라는 불편함과 어둠을 찾는다는 사실이 당시에는 생소하게 다가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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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 미래와 관련된 여러 책과 작품들을 접하면서 ‘기술이 발전할수록 옛 것을 그리워하는 성향이 강해질 것이다’라는 의견을 꽤 많이 볼 수 있었다. 특히 ‘공각기동대’ 같은 경우 세계관 속에서 이와 같은 경향이 확실히 드러나는데, 이 세계는 사이보그가 활성화되고 주인공의 경우 전뇌화로 인해 네트워크를 마음대로 사용할 있는 기술 속 세계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미래를 두려워하면서 점집을 찾기도 하고 옛 물건을 소중히 다루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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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는 이와 같은 분위기를 이해하지 못했는데, 나이를 먹고 기술의 집약체들을 많이 접하다 보니 어느새 기자 자신도 때때로 옛 것을 그리워하는 위치에 올라와 버렸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꽤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CD와 MP3의 등장으로 멸종한 것 같았던 LP판과 턴테이블은 과거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에 의해 소수나마 부활했고, 어느 레트로 바에서 나긋하게 음악을 재생하고 있다. 집적 회로 기술의 발전으로 없어질 줄 알았던 진공관이 ‘옛 소리’라는 이름으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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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흐름은 자동차, 모터사이클에도 이어지고 있다. 물론 자동차 판매량의 절대 다수는 최신 기술을 적용한 신차가 차지하고 있지만 첨단 전자제어 기술의 향연에 피로함을 느끼고 아날로그적인 시대로 회귀하는 운전자들도 존재한다. BMW 산하에서 새로 제작한 미니 3도어가 성능, 안전, 편의 면에서 우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로버 그룹 시절의 미니를 찾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레트로와 클래식의 흐름이 불어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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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기자도 출시된 지 15년이나 된 옛 자동차를 한 대 갖고 있다. 전동 모터도 없어서 사이드미러를 손으로 접어야 하고, 주행 중 차량의 안전을 보조하는 전자장비는 ABS 외에는 없다. 다단으로 나누어져 모드에 따라 변속 속도와 기어 로직을 변경하며 연비와 역동성을 모두 챙겨주는 자동변속기 대신 눈으로 엔진 회전을 확인하고 손과 발로 변경해야만 하는 수동변속기를 장착하고 있다. 이와 같은 옛 메커니즘이 불편한 것은 사실이지만, 오히려 이로 인해 ‘자동차를 운전자가 제어하고 있다’라는 느낌을 확실히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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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있다. 오래된 자동차이기 때문에 만약 사고가 발생한다고 하면 부상을 크게 입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 유로 엔캡(NCAP)이 20주년을 맞아 실시한 충돌 시험이 이를 증명하는데, 1997년식 로버 100과 2015년식 혼다 재즈를 비교한 결과 20년간 자동차의 안전도가 비약적으로 증가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최신 기술이 자동차를 안전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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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기자는 자동차 제조사에 이렇게 제안하고 싶다. ‘최신 기술을 녹인 레트로 자동차를 만들어주세요.’라고 말이다. 얼핏 들으면 ‘옛 기술만 이용해서 만들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클래식과 레트로는 개념이 전혀 다르다. 레트로(retro)는 사전적 의미로 ‘복고풍의’라는 뜻을 갖고 있는데 이를 자동차에 응용하면 ‘최신 기술을 이용하여 제작하되 옛 자동차를 다루는 느낌이 나도록’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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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의 개념은 자동차 쪽에서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모터사이클 쪽에서는 몇 개의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혼다 CB1100이 대표적인 레트로 모터사이클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에 적용되는 공랭식 엔진은 CB1300에 적용되는 최신 수랭식 엔진을 공랭식에 맞게 다듬은 것이다. 프레임도 마찬가지로 CB1300의 최신 프레임을 다듬었고, 대기 오염을 줄이기 위해 혼다 특유의 PGM-FI를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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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1100은 과거의 CB750을 현대적으로 부활시킨 디자인을 갖고 있으면서도 기술을 받아들여 과거보다 훨씬 편안한 주행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물론 큰 불편을 끼치지 않는 범위에서 조작 체계를 타협했기 때문에 과거처럼 라이더가 모터사이클을 적극적으로 제어한다는 느낌을 부여하고 ECU 조정을 통해 공랭식 특유의 배기음과 고동감도 느낄 수 있다. 기술로 구현해낸 과거의 향수, 그것이 레트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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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인 사실은 레트로 자동차가 자동차 제조사에게 있어 매력적인 상품이 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자동차의 외형을 설계하는 데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 단순히 설계하기 어렵다, 대량 생산을 생각했을 때 구현하기 어려운 외형이다, 이런 문제를 제외한다 해도 오랜 세월동안 비약적으로 발전한 자동차의 안전 규제, 호몰로게이션에 대한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없다. 이와 같은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설계라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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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과 엔진을 다듬는 작업도 만만치 않다. 환경과 연비 규제 만족을 위해 최신 엔진을 적용하면서도 과거 엔진의 독특한 고동감을 재현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다. 프레임 역시 충돌 테스트를 통과하면서도 과거 감각을 살릴 수 있도록 다듬어야 하고, 과거 유압 펌프로 전달했던 핸들링 감각을 전기 모터에서 재현해내야 한다. 결정적으로 이와 같은 레트로 자동차가 많이 판매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자동차 제조사는 손해를 봐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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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매니아들의 입장에서는 레트로 자동차를 만들어주지 않는 제조사가 원망스럽기도 하겠지만, 제조사가 철저히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이상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한 때 레트로 자동차인 칼리스타를 제작했던 쌍용차가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더 그렇다. 이제 남아있는 방법은 돈이 많이 들더라도 주로 유럽에 있는 레트로 자동차 제조사에서 제작한 자동차를 직수입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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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는 감히 레트로 머신을 만들어달라고 외치고 싶다. 꼭 먼 역사로 들어갈 필요없이 1970년대에 활약했던 자동차들, 예를 들면 포니1, 제미니 등이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탄생해도 좋다. 이익만을 생각한다면 재탄생하기 힘들겠지만, 해리티지를 축적하고 과거를 현재에 다시 기린다는 개념으로 접근해 준다면 매력적인 레트로 머신의 재탄생도 꿈은 아닐 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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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한국에서 자동차를 제작한 지도 오랜 세월이 흘렀다. 기술의 발전도 좋고 최첨단 전자장비로 자신의 몸을 지키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과거를 기려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라고 본다. 과거의 자동차가 있기에 현재의 자동차도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한국에서 최신 기술을 적용하면서도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매력적인 레트로 자동차가 한 대 쯤은 탄생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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